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78화 (17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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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1. Sad Conf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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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바꿔줄게"

나를 바꿔준다니...?

"더 이상 정우가 미연시따윈 생각 안 하도록 해줄게…"

"…냅?"

"정우야"

"응"

"먼저 그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되겠어"

"내 사고방식?"

"그런 부정적이고 자신은 무조건 안된다는 회의적인 사고를 뜯어고쳐야해"

"…하아?"

"정우가…더 이상 나는 오타쿠예요 하지 않도록…내가 옆에서 도와줄거야"

"나 오타쿠맞는데…?"

"그걸 바꿔주겠다는 얘기야"

"…??"

"내일부터 박정우개조계획스타트야 각오해!"

뭔가 그녀에게서 투지넘치고 의욕이 넘친다. 나를 오타쿠에서 탈바꿈을 해주겠다고 공언을 하고서..나를 어떻게하겠다는 건지...

그녀는 그런 말만 하고 내일부터 당장 시작이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게다가 내일은 놀토였으니 집에 나는 계속 있을 것이다.

'변화'라...나에게는 멀고도 먼 단어이자 가장 하고 싶은 일. 이런 폐인오타쿠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지만 막상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 나는 언제까지고 오타쿠이고 외톨이이기 때문에. 그녀의 말대로 나는 자기부정이 강한 사람이다. 그것이 너무강해서 자신 스스로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한 나에게..'빛'을 주겠다는 거다. 너무나도 눈부셔서 다가가지도 못하게..

그녀는 환한 빛이었다. 밝고 귀여운 성격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녀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운 마음이 있었다. 어렸을 적에도 그녀만이 내 삶의 위안거리였다.

내가..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이러한 내가..?

오늘도 지현누나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새벽 늦게 들어와서 파자마차림으로 내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의 부탁때문에 한 침대에서 그녀와 함께 누워있었다.

"…정우"

"안 자고 있었어?"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야?"

"무슨 생각이라니…?"

"그냥…천장을 올려다보면서 무언가 생각에 빠진 것 같아서"

"…응. 조금…"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아니야. 다만…"

"다만…?"

"내가 정말로 변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변해…?"

"응"

"…정우"

"얘기해"

"너는 지금 계속 변화하고 있어"

"…에?"

내가 변화를 하고 있다니..? 어떻게보면 조금 변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나는..하나도 진정으로 바뀐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정우의 성격이…많이 바뀌었는 걸"

"…내 성격?"

"정우 항상 나한테는 차갑게 굴었었는데…지금은 너무나도 상냥한 걸?"

"…?"

"그리고 정우의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잖아"

"…"

"변화하는 것은 그리 쉽게 완전히 뒤바귀게 되는 것이 아니야 정우"

"…지현누나…"

"나는 정우가 지금 이대로 계속 변화하는 것이 좋아"

"…그치만 나는…"

"하나씩 바뀌고 있어 정우는. 어떠한 것이든지"

"…"

"하나씩 바꾸어 나가면 되는 거야…정우도…그리고 나도…"

"지현누나는 왜?"

"사람은…항상 변화해야 하니까…"

그러고서 나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내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묻고 내 허리를 꽉 안아버리는 그녀였다.

"누나…?"

"지금은 이대로 있어줘 정우"

"…"

그녀가 나를 안고 있다보니 몸과 몸이 접촉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나 그녀의 봉긋이 솟아오른 가슴이 내 몸에 닿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있지"

"응"

"사랑하는 사림이…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가장 가까이서 나를 응원하고 있다면 어떠할 것 같아?"

"…만약에?"

"응. 만약에"

"글쎄…그런 거 잘 알지 못해서 그렇지만…아마 답답해하지 않을까?"

"그럴 것 같지?"

"응"

"그리고 가슴이 아파서…참지 못해"

"…어?"

"참아야하는데…더 이상 버텨나질 못해"

"지현누나…"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정작 알지 못하고 그녀를 응원해주고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답답하고 아파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지 못하는 답답함에. 그래서 친동생인 나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현누나는 민정이와 서먹서먹했었고 서현누나는 왠지 모르게 꺼려하는 듯한 분위기다. 다른 두 자매들과 다르게 조용한 성격이고 말을 잘 하지 않다보니 민정이와 서현누나에게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이유로 비슷한 성격인 나에게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외강내유다.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속은 너무나도 여리다.

"정우야"

"…응"

"나를 안아줘"

"…"

"나를 더…품에 끌어당겨서…안아줘…"

나는 두 팔로 그녀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나는 나에게 의지하는 사람을 더 이상 잃지말자는 생각이었다. 나는 나를 의지해주던 사람을 잃었다. 그것이 완전히 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은 알지만..어찌되었든 그녀는 사라졌고 그녀를 구해주지못했다는 죄책감에 마음은 짓눌려져있었다.

잃고싶지않다. 잃고싶지 않아서 내가 썩어빠진 기둥일지라도 나를 의지하는 사람을 떠받쳐주리라.

나는 '어둠'이기에. 절대로 빛이 되질 못하는 사람이기에.

그림자와 같이 떠받쳐 줄 것이다. 빛에게는 항상 어둠이 있으니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포용하는 어둠이 되고 싶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이상향.

꿈이란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이 하찮은 인간에게 주어진...마지막으로 남은 바램이다.

"정우…"

"응"

"날…좋아해?"

"응. 좋아해"

"내가 싫지 않아?"

"싫지않아"

"그럼 나는 정우에게…소중한 사람이야?"

"그래…소중한 사람이야"

나의 가족. 부모님없이 살아온 나의 혈연들. 더할나위 없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러고 있으니까…부부같아…"

"부부?"

"응. 내가 아내이고…정우가 남편"

"…누나는 좋은 남편 만나야해"

"여기에도…있는 걸?"

"아니. 언젠가 누나를 가장 사랑해줄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 해"

"…정우는?"

"나는…누나가 좋은 남자 만날 때까지…지켜주는 역할?"

"…지켜줘?"

"나야…일단은 이 가족들 중에 유일하게 '남자'잖아? 그래서…"

"…아니야…너는…"

"뭐 내가…믿을 만한 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지만…나는 그래도 지현누나는 물론이고 민정이도 서현누나도 모두 행복해지길 바래"

"…정우도…행복해져야 해"

"…나는 행복해질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

"…정우…?"

"오히려 내가 행복해지는 것보다 다른 가족들의 행복이 더 중요해"

"너는…왜…"

"나는 과오도 많고. 쌓아온 죄업도 많아서 행복해 질 수 없을 걸? 아니 행복해질 가치도 없지. 그래서 나는…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웃으면서 지켜보는 거야. 그리고…나는…"

"…정우…"

"다른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되었을 때. 사라지는 거지"

"…!!!"

"지현누나도 민정이도 서현누나도 모두가 행복해졌을 때. 나는 사라져야 되는 거야"

"…너도 가족이잖아…너도 얼마든지 행복해 질수 있는 거잖아…그런데 어째서…"

"언젠가 지현누나랑 민정이랑 서현누나가 가족을 꾸리면서 살아가면…그 가족들에게 충실해져야 하잖아. 그러니까 나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잖아. 그러니까…사라져야 해. 나는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한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너는…바보야"

"…줄곧 생각해봤어. 내가 '변화'하면. 정말 행복하고 밝게 마치 '빛'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하고. 그런데 아니었어. 나는 그 '빛'이 될 수 없어. 그래서 나는 어둠이 되어서…어둠이되어서 소중한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거야. 그리고 그들은 환한 빛이 비추는 세상에서 살아가게 도와주는 거지"

"너는…너는 어떡해하고…?"

"나는 사라진 뒤 그들의 뒤에서…그들을 떠받칠 거야. 그리고 내 도움이 필요가 없을 때에는 나는 이미 용도가 다했으니…"

"제발…정우…그런 생각하지마…제발…"

"그러는 것이 내 꿈이야. 내가 간절히 소망하고 바라고 있는 거야. 그리고 더 바라는 것이있다면…그들이 나를 인정해주는 거야"

"인정…?"

"나는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언제나 찬밥신세이고…쓸모없고 주위엔 아무도 없으니까…내가 쓸모가 있게 된다면. 쓸모가 있게 된다면 나를 봐주는 사람이 있지않을까하고 …"

"그만해…제발…부탁이야…"

"나를 기억해주고 인정해주고 알아주고…그리고…"

나를..사랑해주길 바랬어...이 애정결핍에 시달린 인간을...사랑해주길...

사실 난 빛이 되고 싶었는 지 몰라. 아니 나도 환한 빛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애초부터 어둠이었잖아? 그래서 사실 내 꿈도 대리만족이야.

나는 빛이 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의 소중한 사람들은 빛이 되어주길 바랬어.

그러니까..

지현누나는 꼭 행복해져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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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역시 새벽연재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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