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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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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남자. 그걸 바라보는 여자. 그 둘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 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바로 '서로를 잊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헤어졌지만. 오랫동안 서로를 그리워하고, 잊지 못하고 있다. 왜 그들은 서로를 붙잡지 않은 것일까.
가지말라고. 돌아와달라고 그녀는 왜 얘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매일매일 그 남자가 좋아하는 꽃인 해바라기를 보며 그를 그리워했으면서..돌아가달라고 냉정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괜찮습니다"
하지만...당신은..괜찮은 것입니까...?
"선생님"
"…응"
"자신의 마음을…속이지는 마십시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얘기뿐. 어찌보면 이런 말도 책임감에서 나온 꺼낸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녀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유일하게 그녀를 기억할 수 있는 자의 책임감이랄까...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않는 나여서..
"…이러는 게 나아"
"선생님은 아직…그를 좋아하고 있지 않습니까?"
"…좋아해. 하지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어"
"어째서…"
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그 남자를 끊임없이 그리워했으면서...그리움이 너무나도 깊어서자신은 상처를 입고 죽을 지도 모르는데.
"이제는…추억인걸"
"추억…?"
"나랑 그 사람이랑 이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걸…그와 나 사이의 지나간 과거들은 모두 추억으로 남아버린 채…"
"…그렇지만…"
"나는 어쩌면…'추억'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아. 그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을…그리워하고 있다니요?"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만…이미 지나가버려서 붙잡고 싶어하는 것일거야…"
"…"
"정말…행복했었거든…그래서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것일지도…"
추억은...추억으로 남긴다라...
"…박정우"
"예"
"내 이야기를 조금…들어줄래?"
"…선생님의 이야기를 말입니까…?"
"응…그저 너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것일뿐이겠지만…"
"…얘기하십시오"
"일단 걸을까?"
"오해였어. 그와 헤어진 것은…"
"오해…입니까…"
"그가 나한테 어떤 오해를 하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줄곧 의심을 받았었고. 결국에는…그가 먼저 헤어지자고 얘기를 했어"
"…어떤 오해입니까?"
"그냥…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의심"
"…"
"한 번 의심이 생기면…그걸 절대로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나봐. 아니라고 몇 번을 얘기해도…그는 알았다고 얘기를 하고. 나랑 어떤 이유로 싸울 때면…맨날 그것을 잊지 못한듯이 얘기를 꺼냈지"
'무슨 뒤끝인가…?'
"나는 절대로 다른 남자랑 만나지도 않았는데…그저 몇 번이고 나한테 치근덕거리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가 그것을 멀리서 보고 있던 그 사람이 남자랑 장난을 치고 있다고 오해해버려서…그것이 시작이었어"
"아니라고 해명을 하면 되지 않습니까?"
"얘기했어. 몇 번이고 얘기했는지 몰라. 하지만…그 사람은…"
"…"
"충격을 먹은 거겠지. 그는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사랑하고 있었기에..그에 대한 배신감은 더욱 커졌다 이건가...?
"그래서 헤어졌어. 그 헤어진 시간동안…나는 선생님이 되었고…"
"고작 그런 이유때문에…"
"그 작은 것이…감정의 골을 패이게 만들었어"
"…"
"처음이었어. 그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주고 다정히 대해줬어"
"…"
"그 때에는…정말로 행복했었는데…"
사랑하면 사랑할 수록..그런 작은 것에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인가..
"그런데 지금은…잘못을 뉘우치고 미안하다고…"
"미련일거야"
"미련?"
"끝이 좋지 않게 끝나버렸으니까…"
"다시 사귈 수는 없는겁니까…?"
"…모르겠어"
나는 왠지 이 둘이 내가 보았던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오는 헤어진 연인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처럼..그 둘이 다시 만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러면 그녀는..사라지지 않을텐데...
"…그 사람이랑 한 번 별을 보러 간 적이 있었어"
"…별이요?"
"단 둘이 처음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였거든. 그 때 보았던 저녁하늘은…아름다웠어. 그래서 그가 언젠가 이 곳에 또 오자고 얘기를 했었는데…"
"…"
"그 약속도 깨져버리고…지금은 그저…"
"…"
"지나간 얘기야. 과거에 묻혀버린…기억일 뿐이야"
"선생님…"
"제자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바보같아. 아무런 상관없는 제자에게 이런 하소연을 하는 것을 보면 …"
"…"
"그렇지만 너에게…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
"왜 입니까…?"
"너와 나는 같은 사람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야"
"…같은 사람…"
"똑같은…외톨이니까…"
"…"
"그나마 학교에서 얘기를 많이 한 사람이 너밖에 없었고…"
"저한테…의지하는 것입니까?"
"…그럴지도…"
"…"
나는 어떠한 말을 해주어야하는 것일까. 어떤 말을 해주어야..조금이나마 그녀의 마음에위로를 해주는 것일까.
"…의지하세요"
"…!!"
"나는 원래 선생이라는 사람들을 싫어했습니다.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싫어했었습니다"
"…"
"하지만…그 남자가 유일하게 선생님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이었다면…저에게는 유일하게 이렇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선생님 뿐입니다"
"…정우…"
"그래서…저에게 의지를 하셔도 됩니다. 이렇게 툭 터넣고 저에게 얘기하셔도 됩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위안이 되신다면…"
나는 결국에 당신을 구할 수 없기에..당신에게서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없애게 만들 수는 없기에..이렇게라도...
그녀의 안에 있는 닭은 요동치고 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정도일까. 별로 남지않은 그녀의 시간. 적어도 그녀가 머지않아 떠나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나는..
"선생님"
"…??"
"저랑 같이 별 보러 가지 않으실래요?"
가장 행복했었던 추억을...다시 하게 해주고 싶었다.
도시에서는 별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와 그녀는 기차를 타고 그녀의 추억의 장소를 다시 찾아가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사람이..그 사람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에서 그렇기는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마지막이..조금이라도 행복해 질 수 있도록..
기차를 타다보니 어느 새 해는 저물고 깜깜하고 어두운 광경이 창문을 통해서 보이고 있었다. 처음에 내가 그녀에게 별을 보러가자고 얘기했을 때. 그녀는 머뭇머뭇거렸다. 그래서 나는 반강제적으로 기차역으로 데려갔다.
"왜 같이 별을 보러가자고 얘기하는 거야…?"
"그것이 선생님한테 가장 소중한 추억이었을테니까요"
"…그렇다고 어째서 네가…"
"선생님이 저를 의지하고 있으니까"
"…"
"선생님이 의지하고 있는 저니까요. 그래서 이 가장 소중한 추억이 있는 장소로…"
"…"
"이미 지나간 과거이고 추억이지만…그 추억을 그리워만 할 수는 없으니까…"
"…박정우…"
"위로라고 생각하셔도 좋고. 동정이라도 하셔도 좋습니다. 그냥…제가 원해서 그러는 것이니까…"
"…고마워"
"뭐가 고마워요?"
"네가 이렇게까지 위로를 해주어서…"
"하지만 동시에 그 소중한 장소는…이제는 아픈 곳이기도 하지만…"
"…"
"그냥…추억을 되새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추억을 되새긴다…"
"그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면서…웃어넘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서 온 것이에요"
"…웃어?"
"언제까지고 그런 차가운 표정으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여기예요?"
"응…이 곳이야"
도착한 그 곳은 주변은 나무로 우거지고 있었고 벤치가 하나가 있었다. 앞에는 호수가 있어서 물이 반짝거렸다.
"좋은 곳이네요"
"…응"
"앉아요"
나와 그녀는 벤치에 앉았다. 예전에도 이렇게 그 사람과 그녀가 앉았을까.
"이 곳은 어떻게 오신 거예요?"
"그 사람이…나를 이 곳으로 데려왔어"
"…그렇군요"
"그 사람이 이 곳이 가장 별보기 가장 좋은 곳이라면서…"
"…별을 좋아했었나보네요"
"응. 그 사람은 천체망원경으로 별 보기도 했었으니까"
"다시오니까 어때요?"
"처음에 온 느낌이야"
"…처음에 어땠는데요?"
"그저 그랬어"
"…그저 그랬는데…라니요?"
"나는 낭만적인 감상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이것이…'행복'인지도 모르겠어"
"…그거면 충분해요"
그 때 내가 보았던 그녀의 마지막 미소는
차갑고 쓸쓸한 미소가 아니라 은은하지만..너무나도 따뜻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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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Part 10 Longing 마지막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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