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69화 (169/318)

0169 / 0318 ----------------------------------------------

Part 10. Longing

=================================================

철벅..철벅..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철벅하고 물기가 가득 있는 소리를 냈다. 담임선생한테 우산을 전해주고 난 후 지하철을 타지않고 집으로 걸어갔다.

빗줄기는 아직 거세다. 바람도 슝슝 휘날려 우산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우산이 뒤집어지거나 날아갈 것만 같은정도였다.

"지현누나에게 도시락이 잘 전해졌을지 모르겠네"

걸어가는 내내 그 생각만 했다. 그 나를 죽도록 싫어하는 선생이 공부하고 있는 지현누나에게 제대로 우산과 도시락을 줬을지도 의문이었다. 행여나 안 주었으면 누나는 늦은 시간에 계속 비를 맞으며 돌아와야했기때문에 반드시 그녀에게 전해줘야했다.

"믿을만한 인간이 아니라서 말이지…"

나는 그것만 곰곰히 생각했다. 만약에 선생이 안 주면 어떻게할까라는...

"그렇다고 따질수도 없고…"

따졌다가는 바로 선생한테 테러맞아서 퇴학이다. 퇴학직전까지 갔었던 나였는데 한 번만더 걸리면 나는 끝장이다. 선생들은 옳다구나하고 나를 몰아붙이겠지..

나는 이래저래 골머리가 썩었다. 그 선생에 대한 의문과 무엇보다도 윤헤연. 우리 담임선생에 대한 것 때문에 나는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안에 있던 병아리는 곧 있으면 닭이 되어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그녀의 몸을 부셔버릴 것이다.

"하아…"

뭔가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뭐라고해야할까..내가 싫어하는 사람이긴한데..내가 꼭 싫어해야할 사람일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선생이라는 존재자체를 꺼려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다른 선생들과 다르게 나에게 '관심'이라는 것을 주었다. 그 차가운 얼굴로 나에게 설렁탕을 사주며..싸대기를 때려서 기분이 나쁘긴 했다만은..배고파하던 나에게 도시락도 건네주고..

그래서 내가 어떤 식으로 그녀를 대해야할 지 모르겠다. 조금 선생으로 인정해야할지..아니면 머지않아 사라질 사람이라서...

그런 것을 생각할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나는 선생이라는 존재를 '위선자'라고 낙인을 찍었다. 그런 사고를 살아오면서 유지하고있었다. 그러나 이 선생이라는 존재는 대체 누구일까? 왜 줄곧 유지해오던 나의 사고를 혼란스럽게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거지? 당신이 대체 누구인데? 당신도 똑같은 선생이라는 사람이 아니야? 왜 친근하게 구는 척하고 다정하게 구는 척하는 거지..? 나는 선생들이라면 누구나 싫어하는 놈인데...대체 왜...?'

똑같기 때문에...?

당신과 나는 사람들에게 소외되어버린 '외톨이'이기 때문에...?

그래서..'동병상련'이라는 거야...?

당신의 그 차갑던 표정을 보면 불안하고 혼란스러워.

당신의 그 위선적인 행동을 보면 의문심을 가지게 돼.

당신의 그 마음 속으로 억누르려고하는 슬픔을 보면 나도 슬퍼지게 되어버려.

그리고 왜 나는 지금...

'당신을 구해주어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어디 갔다왔어?"

집에 돌아오자 서현누나가 어디갔다왔냐고 물었다. 항상 내가 집에 들어올 때마다 어서와하며 반갑게 맞이하는 그녀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지현누나한테 우산이랑 도시락 갖다주고 왔어"

"히잉…나도 정우가 만든 도시락…"

"나중에 만들어줄게"

"정말?"

"정말이라니까"

"헤헷~♡"

서현누나는 대체 나이가 몇 살인지..영 분간이 안 간단 말이야..어째 자꾸만 보면 볼 수록큰 누나라는 느낌보다는 귀여운 여동생이라는 느낌이 들지..?

"오타쿠"

이 사람과 전혀 다르게 말이야...

"응"

"빨리 밥 해"

"…옙"

전혀. 아주 전혀 여동생 느낌이 안 난다.

그런데 오늘따라 서현누나의 기분이 업 되어있는 듯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본지얼굴에 방실방실 미소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서현누나"

"웅?"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웅!"

"뭐?"

"오늘 아르바이트 구했어!"

"무슨 아르바이트?"

맞다..지금 서현누나는 '백수'였지..직업이 없는...미국에서 돌아온 이후로 그녀는 줄곧 집에서 띵가띵가 놀고 있었으니..사실은 집에 돈이 많아서 그냥 평생 놀고 먹어도 상관이 없었지만은...서현누나에게는 아무래도 가족을 부양해야한다는 '맏이'로써의 책임감때문에아르바이트를 구한 것 같았다.

"카페 종업원!"

"카페?"

커피집..? 요새 커피집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대세이긴하지만...종업원이라...

"시급은?"

"13000원 되려나…"

"누나는 성인이고하니 좋게 주겠지"

"인터넷에서 보고 전화를 했는데 면접이 필요하대. 나는 커피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잖아? 그래서 초보자도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괜찮대. 그래서 오늘 가서 면접보았더니 바로 합격. 내일부터 일하는 거야"

"몇 시간 정도?"

"한 6시간 정도"

"그럼 커피아르바이트하면서…토익공부?"

"응. 아마도 그럴 것 같아"

"축하해"

"히힛~"

그녀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했다고해서 이렇게 기뻐할 필요가 있으려나만은..서현누나가 좋아하는 것 같으니 나도 수긍을 하였다.

"그런데 정우는 아르바이트 안해?"

아르바이트라...나도 하고 싶기는 하지만...미성년자이고..학생인데다가...게다가 이런 얼굴로 일을 하기에는 좀...

"나야 학생이고 하니…"

"아르바이트 한번 해 봐야 해"

"왜?"

"그래야 정우가 사회생활하는데 도움이 되지"

"…흐음"

사실이었다. 내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지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런 아르바이트경험을 통해서 어느 정도 더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래도 안 되겠지…?'

자신감의 문제이기도 하였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그런 자신감이 나에게는 없었다.

"정우도 나랑 같이 하면 좋은데…"

"…그냥 누나가 열심히 해"

서현누나가 종업원을 하게 된다면 서현누나때문에 그 커피집은 대성황을 이룰 것 같았다.서현누나가 보통 외모인가..? 지현누나와 더불어 연예인 저리가라하는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였기에 그것때문에 합격시키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타쿠!"

"왜?"

"빨리 밥!"

"…옙"

민정이는 자신이 배고프면 항상 나에게 까칠하게 굴었다. 나는 더 민정이에게 구박을 맞기싫어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오타쿠"

"또 왜 불러?"

"지현언니한테…도시락줬다면서?"

"엉"

"…치사해"

"뭐?"

"치사하다고"

"뭐가 치사해?"

"지현언니한테는 그렇게 잘 해주는데…나한테는…"

"…?"

"칫! 초둔감오타쿠는 어떤 얘기인지 알지도 못하겠죠!"

"대체 왜 그래?"

"흥이다!"

민정이는 지현누나의 얘기만 나오면 유독 더 나에게 까칠하게 굴었다.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지현누나랑 아무리 사이가 어색해졌다고하지만...

"…하아…"

결국...모든 것이 다 내 업보인가...

저녁을 먹은 이후에는 나에게 있어서 시간은 정말 널널했다. 서현누나는 밥을 먹고 방에들어가서 취업을 하기위한 토익공부를 하고 있었고 민정이야 위성을 보고 있지..

그런데 나는...이것도 아니고..저것도 아니고..참 애매하다. 서현누나에게 미연시를 금지당한 이후로 나는 할 것이 없었다. 중간고사 공부를 하려고해도 나야 잠을 안 자니 틈틈히새벽에 하면 될 것이고 그렇다고 컴퓨터를 하자니 미연시와 관련된 것들 빼고는..흥미가전혀 가질 않고...

서재에 있는 책을 읽으려고 해도 도통 무슨 내용인지 알지도 못하고..서현누나가 샀었던 냉정과 열정사이 책도 모두 읽어버렸고...하아..나는 무슨 낙으로 산다냐...

시간때우기에는 잠이 최고인데..밤에는 잠이 들기만 하면 악몽을 꾸니...

"음악이나 듣자"

나는 책상 서랍장에 넣어두었던 cd플레이어를 꺼냈다. cd플레이어를 만지작하면서 참 이거를 쓴지도 꽤나 오래되었구나하고 저절로 감상에 빠져들었다.

mp3는 없었다. 요새는 전부 다 인터넷에서 곡을 다운받아서 mp3에 저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cd플레이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내가 mp3를 사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내가 돈을 쓰는 경우에는 cd가게에서 cd를 사는 경우였다. 차곡차곡 cd를 사다보니 cd가 나란히 일렬로 길게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cd를 여러 장 갖고와서 침대에 놓아두고 소파에 누워서 음악감상.

"I never knew…I never knew that everyrthing was falling through…"

자연스레 노래를 흥얼흥얼. the fray의 'over my head'를 불렀다. 몇 번을 계속 듣다보니자연스레 가사도 부를 수 있게 된다.

"Everyone knows I'm in…over my head…over my head…"

이 노래는 멜로디가 좋다. 가수의 목소리도..뭔가 매력적이어서 keane의 보컬과 이 보컬의 목소리를 나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다.

"She's on your mind…"

가사의 뜻이 상당히 이상하긴했지만은 뭐 어떠냐..그냥 노래가 좋으면 되는거지..

노래를 다 듣다보면 자연스레 나오지 않았다. 트랙이 모두 다 돌아서 더 이상 틀 노래가 없었을 때마다 나는 cd를 바꾸면서 1번 트랙부터 순서대로 들어갔다.

이번에 듣는 노래는 coldplay의 'The Scientist'였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

"Come up to meet you. tell you I'm sorry, You don't know how lovely you are…(미안하다고 말하려고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당신은 모르죠.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몽환적이고 슬픈 멜로디. 피아노와 어두운 분위기의 기타소리가 어우러져 사람의 감정을 저절로 우울하게 만들었다.

"Oh take me back to the start…(다시 처음으로 데려가 줘요…)"

듣다보면 상당히 졸렸다. 노래가 너무나도 우울했기 때문이다. coldplay의 노래나…radiohead의 노래를 들으면 졸움이 밀려왔다.

"이게 브릿팝의 특징인가…"

둘 다 영국밴드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밴드들이었다. 아무래도 노래도 좋고앨범도 많이 팔리다보니..반대로 The fray의 같은 경우에는 아무도 모르는 인지도가 상당히 낮은 가수였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어하는 가수였다.

그리고 이 노래...사람들의 얘기로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라는 영화의 ost로 쓰였다고한다. 뭐..이것은 나랑 상관없나...

'그 이는…태양과도 같았어…'

문득. 담임이 나에게 한 얘기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 선생도..잘은 모르지만 남자친구가있었는데 헤어졌다고 했지...

'해바라기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 그리움이야…'

오로지 태양만을 보기 때문에...꽃말이 그리움이다...

그 해바라기는. 그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이었던 걸까.

'해바라기꽃을 매일같이 보았다'

그렇군...그 병아리가 생긴 이유는...

'그리움'이었어...

=================================================

소설을 연재할 때면 컴퓨터가 병신이다보니 자꾸만 꺼지게 됩니다.

연참을 하려고해도 갑자기 꺼지다보니 막 의욕도 없어지고 그래요...

컴퓨터를 수리해도 이 모양이고..그렇다고 돈이 없어서 컴퓨터를 바꿀 수도 없고...

에휴..그저 한숨 밖에 안 나옵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