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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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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우중충하네"
"제발 비 오지 마라"
"우산 안 갖고 왔어!"
3교시 수업 시간 쯤이 되었을 때 그 태양이 쨍쨍하였고 맑았던 날씨가 어느 새 구름이 환하게 비추던 빛을 가로막고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만 같이 흐리게 되었다.
혹시라도 우산이 있지 않을까해서 가방을 뒤져보았지만 말짱 꽝. 비가 오면 그냥 맞으면서 가야했다.
"사물함에는 있으려나…?"
내 사물함을 열어보니 조그만 우산 하나가 있었다. 나이스! 비가 와도 우산 쓰고 갈 수 있겠다..사실 귀찮아서 내가 몇 달동안 방치해두었던 우산을 이제야 활용하게 된 것이었다.
"자 조용조용! 그러니까 이 수열의 공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의 수학선생은 자신의 수업만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 비온다!!!"
"제길!!!"
기막히게도 점심시간 때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요새 비가 전혀 안 와서 태양 빛으로 뜨거워진 땅을 식혀줄 모양이었는지 쏴아쏴아하는 굵은 빗줄기가 땅으로 떨어져갔다.
"야 우산 있냐?"
"그냥 맞고 가야지…"
"가기도 귀찮아!"
비가 많이 와서 급식실가기에도 귀찮은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그냥 교실에 처박혀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오늘따라 잠을 자지 않았다. 오랜만에 3교시에서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정신을 차리고 수업을 들었다.(1~2교시에는 잤지만)
3교시때부터 슬슬 배고파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상당히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배가 고팠다. 여태까지 별로 급식실을 가지 않았었고 마침 비가 쏟아져도 나한테는 우산이 있었던 터라 혼자서 유유히 우산을 들고 급식실로 향했다.
내가 지금 있는 학생관에서 급식실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었다. 빌어먹게도 우리 학교가 엄청 넓어서였다. 그래서 급식실로 간다고 해도 몇 분 정도 소요가 될 것이다.
비도 엄청난 양으로 쏟아지고 있었고..나는 학교에 있는 건물이 부분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이용해 건물을 통해서 갔다. 우산과 교복에도 별로 물을 묻히지도 않을테고...그렇다고 급식실을 가려면 우산을 써야했지만.
학생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몇몇 아이들이 건물을 따라서 가고 있었고 나는 가던 중에 나는 1층에 있던 교직원용 식당을 보게 되었다.
햐..교직원용 식당은 아주 우리 급식실이랑 차원이 틀리구만...
나는 한번도 교직원용 식당을 본 적이 없었다. 이 학교에서 안 가본 곳 중 하나였는데 2학년 막바지가 되고나서야 보게 된 것이다.
많은 선생들이 부페식으로 알아서 자신이 먹을 것들을 챙겼다. 딱 식판에 담겨있는 요리만해도 진수성찬이었다. 우리학교 예산이 가난하다고 했지만 이런 데에서 돈을 낭비하는가싶었다.
하지만 내가 이목을 집중하게 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내 담임이었던 윤혜연.그녀가 옹기종기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다른 선생들 무리와 다르게 저만치 멀리서 혼자 밥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저 선생"
이 학교에 새로 온 선생이라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기 아직은 껄끄러운 듯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새로 온 선생들도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성격이 그래서 그런 건가?"
그 선생이 딱하게도 보였다. 머지않아 그 선생은 사라지게 될 텐데..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버리게 될 텐데...
쓸쓸해보였다.
"내가 지금…?"
저 선생을 동정하고 있는 것인가...? 저 위선자를..?
그렇게 싫어하는 선생이란 족속을...동정하는 것인가..?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나누겠지"
'전에도 도시락을 싸들고 혼자 밥을 먹었다'
'나랑…똑같네'
무심결에 나에게 했었던 그녀의 말이 내 기억 속을 스쳐지나갔다. 자신과 똑같다는 말.
'그녀도…외톨이였나…'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걸 믿어버리게 되어버린다면...나는...
'아니야…아니야…'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 급식실로 다시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그렇지만 그녀의 그 쓸쓸한 모습이 자꾸만 떠올리게 되어버려서...
모든 수업인 7교시가 끝이 났어도 비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곧 그칠 것이라는 믿음을 비웃으려고 하는 듯이 비가 쏟아졌다.
"시원해~"
이점은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았었고 더위도 아직 풀리지 않았던 9월이라서 학생들이 비가오니 시원해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들은 귀가를 어떻게해야할지 걱정을 해야했지만.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히가세요!"
종례시간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인사만 하고 간단히 끝이 났다. 저 선생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딱딱했다. 그러고보니 지현누나는 어떻게 되었으려나...우산이 분명히 없을텐데...
나는 그녀가 있는 3-A반으로 갔다. 지현누나가 있다면 우산이라도 전해줄 생각이었다.
"지현이…? 지현이는 분명히 오늘 비가 오고해서 여기 자율학습실에서 공부를 한다고…"
"아…"
지현누나와 같은 반이었던 선배 한 명에게 물어봤더니 오늘 종례가 없이 일찍 끝나버려 지현누나는 우산도 없고 해서 바로 자율학습실로 갔다고 했다.
그렇다면 밤 12시까지 여기에 있으려나..그러면 내가 집에 갔다가 다시 학교로 와서 우산이랑 누나가 먹을 저녁도시락 하나 누나한테 주면 되겠네...
원래는 집으로 돌아가서 내가 챙겨주는 밥 먹고 독서실로 가야 했었는데..비가 너무 많이오는 바람에 계획을 바꾼 듯 싶었다. 그런데 그것을 나에게 얘기해주지 않고서..밥을 또 어떻게 해결하려고..에휴..내가 온 게 다행이었지 안 그랬다면 지현누나는 오늘도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웠을 것이다.
"그럼 나는 돌아가서 저녁도시락 만들어야겠다"
쏴아...쏴아...
"비가 정말로 억수같이 내리네…"
정말 자비도 없이 내렸다. 보통 가을 쯤이 되면 비가 내리더라도 조금 내리는 게 정상이 아닌가? 이게 무슨 장마도 아니고..태풍도 아니고...
지현누나의 선택이 전적으로 옳았다. 그냥 이 비를 뚫고가기보다 차라리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었다.
나는 우산을 펴고 교문 밖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건물과 가까이에 있던 꽃밭에는 어느 한 여성이 비를 맞으면서도 쭈그려 앉아 있었다.
아무리 꽃 보는 게 습관이라고하지만 비가 엄청 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에 젖어있는 꽃을 보고 있었다.
휴..저 선생이 비를 맞든지 말든지 뭔 상관이야...
"…제길"
나는 그 선생이 있는 꽃밭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선생이 비 맞고 있으면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들이 와서 도와줘야되는데 그냥 저 선생 미쳤나보다하고 힐끗 보고는 즉시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자기들의 할 일을 하러 움직였다.
그녀가 있는 자리는 항상 똑같았다. 해바라기가 있는 자리.
나는 일단 우산으로 그녀가 비를 맞는 것을 막았다.
"…!!"
계속 비를 맞았어야했는데 갑자기 멈춰버리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보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해요?"
"박정우"
"비가 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요?"
"…왜 온 거야?"
"일단 들어가죠"
"…놔둬"
"하아…"
그냥 내버려두자라고 머리는 생각했는데 정작 행동은 따라주지 않았다. 그녀가 있는 그 자리에서 그녀의 방패막이가 되어줄 우산을 든 채로..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계속...
나는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했다.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감기걸린다고. 대체 왜그러냐고 물어봐야했었다.
하지만..어째서일까..나는 그녀의 일을 간섭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러한 일도 오지랖이었고 나의 사고와 반대되는 모순된 행동이었지만...
그저 그 자리에서 멈춰서 그녀가 맞지않게끔 우산을 받쳐들고 있었다.
"너는…나를 싫어하지 않았어?"
한창 말 없이 해바라기를 보던 그녀가 문득 나에게 말을 꺼냈다.
"…싫어합니다"
선생이란 존재를 엄청나게 싫어했던 나였으니까...솔직하게 싫어한다고 얘기를 하였다.
나는 그녀가 맘에 들지 않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자신과 똑같다면서 나를 동정했다.
다른 위선자들과 다를 바 없었는데도..이 행동이 위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래서 나는 그녀를 싫어한다.
"그런데…"
그녀가 얘기하지 않았지만 왜 지금은 우산을 받쳐들고 나를 도와주고 있냐고 간접적이나마 묻고 있었다.
"…당신은 나와 똑같으니까"
그래...'외톨이'다.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녀를 싫어하였지만...
"해바라기는 있지…왜 태양만을 쫓는지 알아?"
"…무엇입니까?"
"오직 태양을 바라보려고. 태양만이 오직 해바라기의 삶. 그 자체였으니까"
"그래서요…?"
"그런데 닿지를 않아. 바라볼 수 밖에 없어. 닿고 싶으려고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도…"
"…"
"그 이는…태양과도 같았어…"
"책상에 있던 그 남자…"
그녀의 책상에 가지런히 있었던 그 사진액자의 주인공이었던 남자. 그녀와 그는 사귀는사이로 보였는데...
"그래…"
"사귀는 사이잖아요"
"…사귀었었지"
"…지금은…헤어졌습니까?"
"응. 헤어졌어"
"어째서요?"
"…"
그 이상 그녀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 이는…해바라기를 정말로 좋아했었는데…"
"…"
"자신과 똑같다면서…그런데 아니었어"
"…아니다…?"
"오히려 내가…해바라기였는지도 모르지…"
그녀의 말은 비를 따라 흐르고.
그녀의 음성은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웠지만 너무나도 시리도록 차가웠다.
그녀의 모습은 한 마리의 버려진 고양이와 같았고.
그녀의 눈망울에서는 보이지 않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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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그리움. 갈망)의 이야기는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면서였습니다.
원래 책을 봤었는데..영화를 보니까 또다른 느낌이 있더군요...
이 이야기는 바로 냉정과 열정사이의 이야기처럼 '헤어진 연인'을 주제로 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동물을 '닭'으로 선택한 이유는 다른 파트와 다르게 별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어떤 동물을 넣어야할지 고민도 많이 하였고...여러가지 동물을 집어넣으며 이 얘기와 걸맞게 하려고 했었지만...아무래도 안되겠더군요...
'닭'을 선택한 이유는 이유도 없이 그냥 '선녀와 나무꾼'이야기에서였습니다.
선녀가 결혼생활을 하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가버리자 주인공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면서 지붕에서 내내 그녀를 그리워하다가 '닭'이 되었다는 설화에서 이번 파트의 동물을 닭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번 파트의 주제가 '그리움'이라는 이야기여서 그렇게 한 것이지요.
그러니 아무쪼록 독자님들께서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서평을 써주신 Mustang님.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님께는 항상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표지이미지도 보내주시고. 서평도 써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고.
항상 감사드리면서 더 좋은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님들에게 더더욱 좋은글을 보여주는 허접작가 Scribbler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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