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66화 (166/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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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독자님들의 코멘트 잘 봤습니다.

무엇보다 대사위주의 스토리전개와 상황과 주인공의 심리설명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리구요. 수정해가도록 노력하는 Scribbler가 되겠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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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르르릉...삐르르르릉...

"…6시…"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지현누나의 손을 잡고 있었던 터라 움직일 수도 없었고..그저 침대위에 편안히 잠들어있는 지현누나를 살펴보며 잡다한 생각에 빠져들었었다.

아직은 해가 뜨지 않았다. 머지않아 해가 뜨게 되겠지만 아직은 어둡기만 했다.

"으…응…"

알람시계소리에 지현누나가 시끄러운지 표정을 찡그리며 이불을 뒤척였다.

'어째 찡그린 표정도 이쁘냐…'

확실히 지현누나는 엄청난 미인이다. 이런 미인이 가까이서 잠든 걸 보는 것도 영광 중의 영광이겠지만(다른 남자들에게는). 친동생인 나는 그냥 이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정우…?"

결국 알람시계에 깨어버린 지현누나. 눈을 서서히 뜨며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일어났어?"

"응…"

부스스한 머리. 아직 잠이 깨지 않은 듯한 졸린 눈.

"좀만 더…"

알람시계를 꺼버리고는 다시 누워버린다.

"…"

여전히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고 지현누나는 내가 계속 있다는 것을 알자 다시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지현누나 일어나야해"

"…조금만…알아서 일어날게…"

지현누나답지않게 나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6시라서 씻고 밥 먹는 시간도 빠듯할텐데..게다가 학교까지 30~40분거리이고..

"후유…"

누나도 피곤할 것이다. 누나도 매일 늦은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니 체력의 무리가 오는 것도 당연. 5분만이라도 더 자는 걸로 회복할 수 있다면...

"정우…"

"응?"

"계속…내 손 잡고 있었지…?"

"…응"

"미안해…불편했을텐데…"

"괜찮아. 어차피 나는 잠을 안 자는걸"

"…헤헷…"

그녀가 잠을 자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귀엽기 그지없는 미소.

"…"

누나가 알아서 일어나기까지. 조금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학교 같이 가자"

"…응"

지현누나가 일어나서야 나의 일과가 시작되었다. 화장실로 가서 씻고. 민정이와 서현누나가 먹을 아침식사를 만들고 나와 지현누나가 따로 먹을 거 차려놓고.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먹은 후에는 양치질 뒤에 교복을 입고 학교 갈 준비를 하였다.

그 동안에 지현누나가 준비를 모두 끝마친 모양인지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어 정우"

"…"

자기가 늦게 일어나놓고선...나는 그녀의 재촉에 가방을 서둘러 매고 신발을 신었다.

"가자"

"버스타야해"

"교통카드에 돈이 없어"

"내가 찍어주면 되지"

원래 지현누나와 함께 갈 때에는 여유있게 걸어갔었는데 늦어버려서 버스를 함께 타게 되었다. 대중교통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나라서 만들어두었던 교통카드의 잔액은 항상 330원에서 멈춰있었다.

"왔어. 뛰어야해"

마침 버스정류장에는 학교로 가는 버스가 오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우리는 뛰어야했다.

"…어?"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버스를 잡기 위해 뛰어갔다.

"2명이요"

타이밍 좋게 버스를 잡을 수 있었고 빈 좌석도 있었다.

"앉자"

2인용 좌석에 지현누나는 안쪽에 앉았고 나는 바깥쪽에 앉았다. 같이 타고 있는 버스에서는 한국고 학생들이 있었던 터라 우리들을 보자마자 우리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우리에대한 얘기인 듯 자기들끼리 말을 하고 있었다.

"정우"

"응?"

"정우도 슬슬 중간고사 준비해야하지않아?"

"으…응. 슬슬 할 때가…"

사실 전혀 깨닫지 못했던 나였다. 선생이 알려주어야 '아. 중간고사기간이 되었구나'하고 느끼는 나여서 준비를 해야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열심히 해. 응원하고 있을테니까"

"…응"

유독 내 성적에 관해 말이 많았던 지현누나였다. 아마 내 미래를 걱정해서 해주는 진심어린 충고였다.

"…지현누나…?"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잠깐 버스카드찍느라 손을 놓았었는데 좌석에 앉자 다시 내 손을 잡는 그녀.

"…"

그녀의 얼굴에는 살짝 홍조가 어렸다.

"…"

아무도 모르게 내 손을 잡고 있어서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왜…?'

갑자기 꿈에서 꾸었던 그녀와의 키스가 떠올려버렸다.

'으앗…이게 아니야…'

정신차려 박정우. 이 사람은 내 친누나라고? 나는 조심조심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려하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알고는 내 손을 다시 꼬옥 잡았다.

"…"

나는 왜 그러는 것인지 지현누나한테 물으려고 했었지만 그녀에게 선뜻 말을 걸 수는 없었다. 그녀의 얼굴을 볼 때마다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듯이 키스가 자동으로 떠올려질테니까.

'하아…'

우리가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더군다나 지현누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그냥 남매의 친근감을 표시하는 행위겠지..라고 생각해버리는 나였다.

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커플들이 많이 보였다.(친구들끼리 함께 가는 것이 훨씬많긴 하였다) 아무래도 남녀공학인데다가 사람들도 엄청 많았으니까 커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서로 손을 잡고 팔짱을 끼며 솔로들이보면 치를 떨 닭살행위를 서슴지않고 하였다. (물론 교문 앞에서는 선생들에게 들킬까봐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

"…"

손을 잡고 있었던 우리들도 서로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했었다. 주변에는 다 끼리끼리 뭉쳐서 얘기를 떠들거나..아니면 커플들이었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혼자서 가는 학생들은 드문 편이었다.

이대로 손 잡고 가기에는 껄끄럽다. 주변의 눈이라는 것이 있는데..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상이었다.

나는 다시 손을 놓으려고 하였다. 그냥 나란히 걷는 것이 나았다.

"…내 손 놓지 말아줘"

"…지현누나…"

"그냥…손 잡고 가자…"

"…잠깐만…"

"창피해?"

"…"

"정우"

"…응"

"우린 남매사이야. 이 정도도 하면 안 되는거야?"

"…"

"다시는 내 손 놓지 말아줘 정우"

"…"

"…교문 닫히겠다. 빨리 가자"

그녀의 고집으로 인해서 나는 결국 손을 놓지 못하고 교문에 도착을 해도 손을 잡고서 등교를 하였다.

"박지현이다"

"여신님 강림!"

"그런데 손 잡고 걸어가는데?"

"누구랑?"

"박정우랑"

"사귀는 거야?"

"그럴 리가 있겠냐! 친동생인데!"

"친동생이랑 손 잡고 같이 간다라…조금 이상한데?"

"친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저 둘 친하잖아"

"그래그래. 남매사이인데…"

"그렇지만 박정우 저 자식!! 감히 여신님의 손을 잡고 있다니!!!"

"저 놈을 당장에라도 족쳐야지 안 되겠어!"

"여신님을 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야해!"

"제길…제길…부러워 죽겠다…"

"저 손 잡고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아무래도 조금 수상해…"

"크흑! 부러우면 지는 거다!"

역시 지나가는 남자놈들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시기와 질투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정우"

"응"

"왜 그래?"

"아니…조금 뜨거워서"

"뜨거워?"

'주변의 시선들이 말이야…'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지금 몇 시야?"

"7시 49분"

"세이프이겠네"

♪~♬~♩~♬

"이크!"

종 소리가 울리자마자 우리를 비롯하여 다른 애들 모두 건물 안으로 뛰어서 들어갔다.

"있다가 봐!"

"응!"

계단에서 헤어지고 나서 나는 부리나케 2-c반 교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

아 맞다..우리 반의 등교시간은 빠르지...어차피 늦은 거였네...

"박정우?"

"…죄송합니다"

"…앉아"

"네…"

'…결국에는 깨어나셨군…'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담임선생들과 반 아이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내자리에 앉았다.

'병아리…'

담임선생의 안에 있는 알이 깨어지고.

그 안에는 병아리 한 마리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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