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65화 (16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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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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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은 항상 밝기만 했다. 조용하지 않고. 시끄러운 차 달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웃고떠드는 소리. 가게에서 울려퍼지는 가수들의 노래. 시끄럽기만 한 도시의 밤.

"…잘 먹었습니다"

어찌하다보니 나와 그녀는 헤어지지 않고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응"

그녀는 할머니를 만나면서 표정이 풀어졌지만 그래도 딱딱한건 여전하였다.

"박정우"

"…네?"

"너는 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

"화상때문이라고 그러는 것 같던데…"

"…"

아이들한테 얼굴이 걸린 이후로 나는 줄곧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다. 다행히도 우리 반 놈들이 나를 두려워해서였는지 귀찮아서 그러는 건지 몰라도 선생들에게 내 얼굴에 화상이 없다는 점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 녀석들은 회색빛 눈과 다크서클때문에 가린 것이라고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만…'

걸리면 나는 또다시 꼬투리가 잡히게 되어 선생들에게 이리저리 타박 맞을 것 같았다.

"…"

"…"

선생은 이 곳 가까이에 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설렁탕 집에도 자주 올 수 있었던 것이고..

"나는 여기서 버스타면 될 거야"

"…안녕히가세요"

"…그래"

우리들은 말 없이 걷고만 있다가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지게 되었다.

나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그녀를 한번 뒤돌아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녀왔습니다"

"부우~~~~~"

"…서현누나?"

볼을 잔뜩 부풀린 채로 서현누나는 현관문 앞에 있었다. 늦어서 그런 건가...?

"많이 늦었지…?"

"부우~~"

저기요...그만 볼 부풀려 주세요...

"…미안해. 늦게 들어와서"

"부우~내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미안"

"저녁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미안"

"칫. 정우랑 앞으로 안 놀거야!"

"…"

5살 꼬맹이가 할 말을 왜 서현누나가...

"…미안 서현누나.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럼 안아줘!"

"…뭐?"

"화해의 표시로 포옹!"

이럴 때 보면 진짜로 23살인지 어린아이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갔다.

"…알았어"

나는 그녀를 살포시 껴안았다.

"헤헷~"

왠지...이런 걸 노리고 한 것만 같다...

"오늘 서현이표 오므라이스를 만들었어~"

"…"

그런데...나 저녁 먹었는데...?

"배고프지? 어서 먹어~"

"…"

제길....저녁먹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남.기.면.안.돼.~?"

에휴...먹자....

"…헥…헥"

나는 서현누나의 정성을 생각해 억지로라도 오므라이스를 먹어버려서 배가 터질 것만 같았다.

"맛있어~?"

"…넵…"

대답도 잘 안나온다. 너무 배불러서...

"헤헷~나 요리실력 많이 늘었다니까 정우는 못 믿구~"

그 밝게 웃는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을 했을 서현누나가 보였다.

"…응. 정말로 많이 늘었어"

그녀의 미소를 보면 나도 저절로 웃게 되었다.

"정우야"

"응?"

"밥도 먹었고했으니 tv나 볼까?"

"…"

"또 방에 들어가서 미연시하는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닙니다…"

왠지 서현누나가 몰래 내 방에 들어와 컴퓨터파일들을 검사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정우는 약속을 잘 지키는 착한아이니까~"

그러면서 '참 잘했어요~'하고 밝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어라? 오타쿠?"

"…민정아?"

줄곧 자신의 방에 있었는지 이제서야 나를 보게된 민정이.

"왜 이렇게 늦었어?"

"그냥…"

"우리들 모르게 여자친구랑 데이트를 한 건 아닐테고?"

"…설마…"

여선생이랑 같이 설렁탕을 먹긴 했지....

"정말이지~?"

도끼눈을 뜨고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날 노려보면 부담스러워지잖아...

"그러게 아니래도…"

"오타쿠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믿어줄게"

전혀 믿는 눈빛이 아닌데요...

"…앞으로 늦으면 꼭 연락해야해"

"…"

"오…오타쿠가 저녁을 안 차려주니까…그러니까…왜 안오지 하고…기…기다렸을 뿐이니까…"

"…민정아"

"그렇다고 착각하지마! 오타쿠가 왠일로 늦게들어와서 궁금했을 뿐이니까!"

"걱정해준거야?"

"…!!!"

"…?"

"아…아니야! 전혀 아니야! 내가 왜 오타쿠를 걱정해야 되는 건데?"

"…그런가…"

"칫. 초둔감바보오타쿠"

어째 초둔감오타쿠에서 바보가 중간에 끼어들어버렸다. 바보오타쿠니 초둔감오타쿠니 두개의 호칭을 사용하다보니까 귀찮아서 하나로 통일한 듯 싶었다.

"됐어! 난 tv나 볼 거야!"

홱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는 민정이.

"…후훗"

서현누나는 우리들을 보면서 영문을 모를 미소만 짓고 있었다.

"…하아…"

할 게 없다. 맨날 미연시만 줄창 했었는데 삶의 낙이 없어져버리니 이제 뭐를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서현누나는 내 취미를 존중해주면 안 되나…"

이건 엄연한 취미다. 22인치 모니터로 선명하게 나오는 미소녀들을 바라보며 흐뭇해했었는데..흑흑...내 취미생활도 없어져버렸으니...

"새벽을 어떻게 보내냐구요…"

공부 간간히 하고..운동도 간간히 하고 그러면 될 것 같지만...영...

"새벽산책이나 할까…"

뭐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을지도...

"서재에 있는 책이나 볼까…"

그래. 이거다. 서재에 있는 책이나 보자.

그런데...너무 전문적이다...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만 같다"

에휴...그냥 침대에서 뒹굴뒹굴 굴러야 되는 걸까....

이제 새벽이 오려고 하는 시간이었다. 민정이와 서현누나도 tv를 보다가 졸린 듯 방으로 돌아가서 잠을 잤다. 서현누나는 '정우네 방에서 잘래!'이러다가 나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피이!' 하며 뾰루퉁하게 돌아가버렸다.

서현누나가 내 방에서 자게 되면 내 나름대로 곤욕이다. 특히나..저번처럼...확실히 다른 남자 같은 경우에는 '행복하다!'하며 헤헤헤하며 천국으로 가는 듯한 기분이겠지만 나는 전혀 틀리다고?

"그리고 이건 내 방이지 서현누나의 방은 따로 있으니…"

그러고보니 지현누나가 독서실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어갔다. 항상 새벽 2시나 되어서야 지현누나는 집으로 들어온다. 수능생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그녀의 체력이뒷받침이 될 지 모르겠다.

아무리 지현누나가 합기도를 연마했다하더라도..근본은 연약한 여자가 아닌가..? 운동으로 체력을 키웠다 할 지라도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보기만하더라도 여리게 생겼는데..

"보약이라도 사야되나…"

수능생을 둔 부모님들은 보약이라던가 머리에 좋다는 음식을 먹이는 그런 정성을 쏟아붓는데...그렇게 지극정성은 못한다 할 지라도 조금이나마 지현누나가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

끼익.....

지현누나가 들어온 듯 싶었다.

"…왔어?"

나는 방에서 나와 지현누나를 맞이하였다.

"정우?"

"응"

"…다녀왔어"

"응. 어서 와"

딱 보기에도 지현누나는 상당히 지쳐보였다.

"저녁은?"

"…"

"안 먹었어?"

"…괜찮아"

"여태까지 저녁 한 번도 안 먹었던 거야?"

"…"

"후…"

저녁도시락이라도 싸줘야겠다. 나는 왜 이런 걸 몰랐지...?

"밥 먹을래?"

"…응?"

"배고프지 않아?"

"…조금"

조금이 아니고 많이 배고픈 거 알아요...

"옷 갈아입고 있어. 나는 밥 준비할테니까"

"…응"

나는 부엌으로 가서 새벽이고 하니 누나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준비를 하였다.

"이런 걸 얘기하지도 않고…"

저녁도 먹지 않았으니 체력은 더 소모가 되었을테고...저러다 쓰러지지 않을런지 걱정이었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더니 잠옷을 갈아입은 채 의자에 앉았다.

"정우"

"응"

"힘들지 않아?"

"뭐가?"

"나 때문에…저녁까지 차리고…"

"어차피 나는 새벽에 잠 안자는 걸"

"…그래도…"

"그 동안 저녁은 어떻게 해결했어?"

"…편의점에서…"

"에휴…지현누나"

"응"

"내가 앞으로 저녁도시락 싸줄테니까 독서실가서 먹어"

"…에?"

"저녁도시락 싸줄테니 그걸로 저녁 먹으라니까?"

"…하지만…"

"내 걱정은 하지말고 누나는 수능준비나 열심히 하면 돼"

"…정우"

"내가 바보같은 동생이다보니…이제야 눈치챘지만"

"…정우…"

"도시락 만들어줄테니까 밥은 꼬박꼬박 먹고"

"…"

"아니면 방과 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먹고 가든지"

"…"

"…어떻게 할 거야?"

"집으로…잠시 와서 먹을게"

"그러면 됐어. 편의점에 있는 걸로 어떻게 매일 저녁을 때워? 몸에도 안 좋고"

"…"

"독서실은 집에 갔다가 가. 바로 학교에서 가지 말고"

"…응"

"자. 다 차려놓았으니 먹고"

"정우는?"

"나야…방에서 책이나 읽으련다"

"그냥 여기에 있어줘"

"…응?"

"여기에…있어줘…"

"…??"

"혼자서 먹기는…싫어…"

"…"

"그러니까…같이 있어줘…"

"…응"

"고마워. 정우"

"고맙기는 무슨…"

그녀는 싱긋 웃고 숟가락을 들어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그녀가 저녁을 다 먹을 때까지..

함께 있어주었다.

"그럼 나는 방에서 있을까나~"

저녁을 다 먹고 난 후에 지현누나는 양치질하러 화장실로 들어갔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소파에 앉아 서현누나가 샀던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고 있었다.

팔락...팔락...

똑똑.

"…지현누나?"

"응"

"들어와"

끼이익...

"무슨 일이야?"

"그러니까…"

"…?"

"여기서 자려구…"

"…여기서?"

"…응"

"에고고…"

"안…돼?"

"아니 그건 아니지만…"

부담스럽단 말이지...

"그러면…?"

"여기서 자고 싶으면 자"

서현누나는 잠버릇이 안 좋았지만 지현누나는 얌전하니...

"응!"

그녀는 침대에 몸을 눕히고 이불을 덮었다. 나는 방의 불을 껐더니 달빛이 형광등을 대신해서 방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정우"

"응?"

"같이 자자"

"…!!!"

그건 사양입니다요...

"같이…자자…"

"…알잖아. 새벽에 잠 못 잔다는 거"

"그러면…재워줘. 저번 처럼…"

"자장가…불러달라고?"

"으응. 안 불러도 되니까…"

"…"

"손…잡아줘…"

"…"

"손 잡으면…정우가 옆에 있다는 걸 알면…"

"…응"

"나는 안심하고…잘 수 있으니까…"

"…"

"그러니까…"

"응. 지현누나"

나는 의자를 침대 옆에 갖고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뜻해"

"더운 거 아니야?"

열대야는 없고 서서히 날씨가 추워지는 9월이었지만...

"…새벽은 추운 걸?"

"…"

"정우…"

"응?"

"고마워…"

"응"

"그리고…좋아…"

"…?"

"…좋…아…해…"

"…?"

'그리고…'뒤에 그녀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

"…"

나는 그녀의 손을 새벽내내 꼬옥하니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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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작가 Scribbler입니다.

요새 서평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165회까지 연재하면서..내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뭐라고 해야할까..평가를 받고 싶다고해야할까요..?

그리고 이유있는 비판이라던가..그런 걸 받아들이면서 글을 쓴다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하고...

뜰에 민정 외전 2와 주인공 설정집 2. 박지현편 올려놓았습니다.

독자님들이 써주시는 서평.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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