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62화 (162/318)

0162 / 0318 ----------------------------------------------

Part 10. Longing

============================================

짝!!!

뺨은 화끈했고 통증은 얼얼했다.

"…"

맞은 부분을 만지작만지작하며 나는 그 선생의 시선을 외면했고 담임은 분노에 찬 얼굴로 나를 매섭게 보았다.

"…돌아가"

"…"

"돌아가"

"…청소 하겠습니다"

"돌아가!!!!"

"…"

그 차갑던 선생이 성질을 내고 소리를 지른다.

"다시는 너에게 이런 짓 시키지 않을테니까. 돌아가"

"…"

"말 안 들려! 돌아가라고 얘기했어!"

"…네"

나는 가방을 매고 인사도 하지 않은 채로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차갑게. 표독스러운 눈으로 노려보던 선생을 무시하고.

"나는…이래저래 미움만 받는구만…"

그렇다. 내 인생이 원래 이렇다.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

"크크크크…"

자조적인 냉소마저도 나오고 있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선생이 한 처사도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잘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인데. 왜 이제와서 도와주는 척하는 것인지.

자기가 혼자 남으라고 했으면서. 나는 그 명령에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다.

'나는 너의 퇴학에 찬성했다'

길을 걸으며 1학년 때의 담임이 생각났다. 그 사람좋던 웃음을 지으며 학생들에게 존대말을 하던 선생이...나의 퇴학에 찬성을 했었다.

그 선생도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위선자'의 가면을 쓴 사람인 것이다. 그 웃음의 이면에 숨겨져있는 이기적이고 냉혹한.

그 선생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을.

그렇다고 나는 그런 것에 대해서 비판하지 않는다. 학생들끼리 알아서 하겠지..라는 방임주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그들을 욕하지는 않았다. 그런 것까지 세세히 신경써줄 만큼 그들은 따뜻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그저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인성교육이니 뭐니 그런 것은 다 때려치운 지 오래. 지들도 성질이 있는데 그냥 자신의 속을 박박 긁어대기만 하는 학생들을 어르고 달랜다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알고 있었기에..나는 그들을 욕하지 않았다.

'말하지만…다시는 학교에서 보지 않길 바란다'

"푸하하하!!!!!!"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나는 미친 듯이 웃었다. 그 생각만 하면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다시는 보지 않길 바란다니..그것도 자기네 반 학생을...퇴학에 찬성했을 뿐더러 내 얼굴조차도 보기 싫다니...

그 때 나에게 했던 그 말이 얼마나 내 기억에 생생히 남겨져있는 것인지 그 선생은 절대로모를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다 안다는 듯이…"

자신들도 학생경험을 겪어왔기에 우리들의 고충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떠벌린다. 물론 그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그들은 모른다. 절대로 모른다. 그 학생 때 겪었던 경험들은모두 저 멀리 잊혀진 기억일테니까.

더욱이..그들이 내 심정을 알겠어...?

적어도 나에 대해서 변호는 해줄 줄 알았다. 아무리 그들이 현실주의자고 이기주의자이면서 위선자인 것을 알고 있었어도 적어도 그런 역할은 해줄 줄 알았다.

'퇴학에 찬성했다'

변명조차도 늘여놓지 않았다. 그냥 자랑스럽다는 듯이. 그렇게 툭 내뱉는다.

'그리고…반성하면서 지내도록 해라'

뭔 반성..?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되는 거야..? 내가 잘못했다는 것은 뼈저리게 느껴지고 있는데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수나 있어..? 내가 교장을 협박하지만 않았다면. 당신들은 날 내쫓았을 거 아니야?

'다시는…얼굴 보지 않길 바란다'

그래. 퇴학 안 당하고 멀쩡히 학교 다녔으니까 어땠어? 내 얼굴 보기 쪽팔렸지..? 그래서 맨날 1학년 남은 기간동안 계속 내가 자도 내버려두었지?

비웃는다. 나는 그들을 비웃고 조소한다.

그들이 나를 싫어하는 만큼..나는 그들을 증오한다.

"당신도 똑같아…윤혜연이라고 했지…?"

그 차가운 얼굴 속에 숨겨진 위선자의 가면. 잘 봤어. 정말 역겹더군. 그런데 그거 알아..?

당신은 머잖아 죽을 것이라는 거..? 그리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거..?

고통을 겪겠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아픔을 겪으며 동물은 튀어나오니까. 그러한 고통속에서..당신은 죽음을 맞이하는 거야.

죽음은 차라리 나아. 그 보다도 끔찍한 '존재가 잊혀진다'야.

당신이라는 존재가 살았다는 증거조차도 모두 없어져버려. 그 젊은 나이에. 아무런 뜻도 펼치지 못하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잊혀져 사는 거야...

"시답잖은 동정은…없느니만 못해"

오히려..해로운 독이 되지.

"…"

학교내에 있는 꽃밭이 눈에 띄었다. 매일매일 담임이 이 곳에 쭈그려 앉아 해바라기를 보고..감상에 빠지곤 했었던 곳. 가까운 벤치에 앉아서..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왜 그녀는 해바라기만을 보고 있을까..

"해바라기…라…"

그녀에게 알이 생긴 이유. 내가 전혀 알 바 아니었지만 이 해바라기는 아마도 상관이 있을것이다.

"…"

내가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그냥 돌아가자.

집에는 아무도 없다. 지현누나도 민정이도 심지어 서현누나도 모두 없다.

"…하아…"

옷도 갈아입지 않고 철퍼덕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래…자는 게 최고다"

잠을 청했다. 잠시나마 지쳐버린 심신을 쉬게해주기 위해서. 잠시나마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고통을 잊어버리기위해서 마약과도 같은 잠을 잤다.

"이러한 학생은 당장에 퇴학시켜야합니다!"

"아무렴요! 그 동안 이 학생의 행실이 얼마나 안 좋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미친놈과 함께 내 자식들이 공부해야 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퇴학을 시켜야합니다!"

"학교에서 폭력사건을 일으켰으니 당연히 퇴학입니다!"

"우리 아이가 전치 5개월을 지는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런 정신병자와 같은 놈에게 책임을 물어야합니다!"

"…"

"저 새끼가 그 사건의 주인공이라면서?"

"맞아. 12명인가 13명인가…"

"어쨌든 1학년 주제에 아주 사고 한번 크게 내셨구만!"

"으~아직도 체육창고 침입 금지라면서?"

"창고 가 봤냐? 아주 피투성이야 피투성이"

"얼마나 싸웠길래…"

"당한 애들이 뭐라 그랬는 지 알아? 아주 미친 놈이래!"

"막 낄낄낄!하고 광소를 지으면서 애들한테 달려들었다구만?"

"진짜 미쳤어 미쳤어…저런 음침한 애들이 더 그런다니까?"

"무서워…"

"저런 새끼와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진짜! 아우!!!"

"…"

'넌 광기에 차 있는 미친 놈이야'

그래..나는 광기에 찬 미친 놈이야..건드리기만하면 폭발해버리는...

'그러면서도 애정을 바라는 거야?'

그래...나는 애정을 바래...

'이 끝없는 외로움을 달래주기위해서?'

응..누군가가 와서 나를 사랑해주고 달래주었으면 좋겠어...

'없어. 이 미친 자식아!! 크하하하!!!!'

"…"

내 앞에는 울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꼬마야. 왜 울고 있는 거야?"

"흑…흑…"

그 꼬마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단지 울고만 있었다.

"얘기해줘. 왜 울고 있는 건지"

"…없는걸"

"…?"

"내 곁에…아무도 없는 걸…"

"…"

"심심해. 아무도 없어서 심심해. 친구가 없어서…"

"…"

"심심해…"

울고 있는 소년은 다름아닌...내 자신. 내 과거였다.

"…악몽인가"

일어나보니 깜깜한 밤이었다. 밤이어서 나는 악몽을 꾸게 된 것이다.

"…"

거실에 나와보니 째깍째깍하는 시계소리만이 이 적막한 거실을 메우고 있었다.

"일단. 밥이나 먹을까"

밥을 먹은 뒤에도 시간은 남아돌기만했다. tv나 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무척이나 심심했나보다. tv를 볼 생각까지 하게 될 만큼 무척이나...

"…"

평일이라서 재밌는 프로그램이 없다. 한 10시쯤되야 드라마가 시작되려나..그렇다고해도나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지만.

위성을 틀어보아도 죄다 내가 모르는 것들뿐. 뭘 알아야 보든지 말든지 하지.

"하아…"

한숨만 쉬고는 tv를 꺼버렸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