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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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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누나"
"우웅…"
"서현누나"
"…조금만 더…"
"새벽 2시야. 일어나"
"웅…"
"이렇게 계속 자면 불편하잖아?"
그녀는 눈을 천천히 뜨며 일어났다.
"방에서 자야지"
"여기서 잘래"
이러다가 매일 자기 방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내 방에서 자겠네...
"다음에 자면 되잖아. 누나네 방에 들어가서 자"
"그렇지만…"
"다음부터 내 방에서 못 자게 할 거야 그러면?"
"…안 돼 그건"
"그러니까. 누나네 방에서 편히 자도록 해"
"우웅…알았어. 잘 자 정우"
"누나도 잘 자"
나는 순간 애 키우는 아빠인 줄 알았다. 나의 간곡한 설득에 못 이겨 서현누나는 방을 나갔다.
"후우…"
태양이 다시 뜰 때까지 4~5시간 정도 남았다. 깜깜한 새벽. 그 동안 나는 무엇을 할까.
"자는 연습을 해볼까…"
다크서클은 이미 진해질 대로 진해져있었고...나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밤에는 꼭 잠을 자야 한다.
'악몽'.
나는 악몽에 잠을 자지 못한다.
그냥 버티려고도 해보았다. 애써 눈을 감고..조금 있으면 괜찮겠지 괜찮겠지하고 암시를 걸어가면서까지 잠을 자려고 해도 끝없는 고통에 결국에는 항복해버렸다.
"이렇게 매일. 서현누나랑 같이 잘 수도 없고 말이야"
내 나이가 몇인데 누나랑 아직도 잠을 잔단말인가. 내가 봐도 정말로 한심했다.
잠을 자야겠다고 결심한 나는 방불을 끄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피얼룩이 묻어있지 않는 새이불로 몸을 덮고..눈을 감는다.
"어서 꺼져! 꺼지란 말이야!"
"악마! 너는 악마야!"
나는 쫓기고 있었다. 언제나 나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쫓기며 계속 아이들의 비명소리와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들은 여유가 있었다. 급하게 쫓는 것도 아니었고 나의 고통을 즐기려는 듯 서서히 거미가 먹잇감을 사냥하듯이 서서히...
"앗!!"
끝이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세상. 그냥 일직선으로 나는 달렸다. 그러다가 넘어지게 된다면...
"그만…그만…제발 그만…"
"크크크크…"
"너도…받아야지…"
"크하하하!!!"
"죽어버려!!!"
"죽이자"
"어떻게 죽일까?"
"발톱부터 시작해서…천천히 사지를 잘라나가는 거야…"
"에이 약해 약해. 먼저 저 얼굴부터 지지자"
"눈깔이 마음에 안 들어. 눈알부터 뽑아버릴까?"
"좋은생각이야…크흐흐…"
온 몸에 피가 묻혀져 있는 이들이 나에게 전부 씨익 미소를 지으며..나에게 다가온다.
"살려줘…제발…"
"살려달라고 비는데?"
"소용없어"
"소용없지"
"소용 없는 거야"
"너는…그저 즐기면 돼"
"즐겨"
"이 고통을. 고통에서 나오는 쾌락을 즐겨"
"카하하하!!!"
"낄낄낄!!"
"크크크!!!"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그러면 그럴 수록 죽음의 손길은 나에게로 다가온다.
푹!! 푸푹!!!
"끄아아아!!!!!"
아프다. 정말로 아프다.
"히히히! 재밌다!!!"
푸악! 푸학!!
"끄아아아아아!!!!!!!!!!!!!!!"
손톱에서 시작해. 손가락 마디. 손가락. 발톱. 발가락. 발목. 순서대로 서서히 내 사지를 잘라나갔다.
"제발…그만…해…"
씨익!!!
그들은 환한 웃음으로 대답하고는..더 즐겁고 더 열정적이게. 내 몸을 잘라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의 칼은 내 목을 향해 휘둘렀다.
"…여기는 어디지?"
죽음의 고통 속에서 헤매이다 나는 세상이 뒤바뀐 듯 어느 공사장과 비슷한 곳에 있었다.
"어디 숨어있니~"
어떠한 목소리. 아이인지 어른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안 나오면 내가 간다~?"
나는 누구인가 싶어서 그에게 다가갔다.
"…!!!"
"나랑 숨바꼭질하자는 거야?"
어른이었다. 그것도 아주 해괴한 복장을 한 어른. 그는 누군가를 찾으면서...
'칼과 갈고리를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는 듯이'
이 곳에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나를 찾으려는 것이다.
'살인'
살인의 위협이다 이거는. 나는 상황을 파악하고 도망쳤다.
"앗! 도망친다!"
그는 빠르게 뒤쫓았다. 칼과 갈고리를 들었음에도 무서운 속력으로 나를 뒤쫓는다.
'죽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붙잡혀 죽게된다'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살인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열심히 도망쳤다.
"헉…헉…"
얼마나 도망친 것일까..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달리다보니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살았나?"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휴우…"
아무도 없자 나는 벽을 받침대삼아 안도의 한숨을 쉬며 쉬려는 순간이었다.
"찾았다~"
그와 함께. 나에게서 피분수가 넘쳐흘렀다.
"끄헉!! 헉…헉…"
또다른 곳인가 싶었다. 다행히도 일어나보니 앞에는 책장에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져있었다. 내가 있는 방. 바로 현실이었다.
"악몽…"
전신에서는 땀이 흘러나왔다. 심장박동은 빠르게 요동쳤다. 나는 오늘도 제대로 잠을 못자는 것인가...결국에는 실패였다.
"…헉…헉…"
엄청나게 갈증이 일어났다. 물이..물이...몸을 가누기 힘들어 고통을 감내하며 일어나려고했다.
"정우"
"…!!!"
"마셔"
"…지현누나가 어째서…"
"…"
그녀가 건네주는 물을 단숨에 들이키고 아직 호흡이 진정되지 않은 모양이었는지 거친 숨이 여전히 나왔다.
"한잔 더 갔고 올게"
조금있다가 그녀가 다시 들어와서 물을 건네고 나는 또 한번에 마셨다.
"진정이…됐어?"
"…"
이제야 고른 숨소리가 나왔다. 왜 지현누나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언제부터…있었던 거야?"
"네가 잠든 이후"
"독서실…갔다왔어?"
"응"
"…"
"악몽. 또 꾸었구나"
"…"
"계속 힘들어하길래…물을 미리 갔고 왔었어"
"그러면…줄곧 내 옆에 있었던 거야?"
"…응"
"누나도 방에 들어가서 자지 그랬어…"
"걱정되니까"
"…?"
"정우가 걱정되니까"
"…"
"왜…잠을 자려고 했던 거야?"
"…나도 변해야하니까"
"…"
"그런데…안되더라. 오히려 더 두려워지게 되었어"
"…"
"나는 꿈에서 항상 죽어. 죽고 죽어서 몇 천번을 죽었는지 몰라"
"…"
"차라리 이것이…내가 평생동안 짊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정우"
"괜찮아. 이제는 적응이 되었어"
"…"
"지현누나도 피곤할 텐데 가서…"
와락!
"…!!"
그녀는 자신의 품으로 나를 끌어당겨 안았다.
"…내가 얘기했잖아. 힘들어하지말라고"
"…"
"정우가 힘들면. 나도 힘들다고"
"…지현누나"
"정우…"
달빛을 머금은 창문이 우리를 은은하게 비춘다. 포옹을 풀고 우리는 마주보고 있다.
그녀의 우수에 찬 눈빛. 무엇인가 갈망하고 동정하는 듯한 눈빛.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려왔다.
"지현누나…어째서…"
"정우"
"…??"
'그녀의 입술과 내 입술이 포개어졌다'
"…!!"
가슴이 저릿하다. 심장은 더 빠르게 두근거렸다.
호흡이 멈추고. 정신이 잠식되어갔다.
죽은 사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머지 않아. 나는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지금 나누고 있는 키스에 더 집중해갔다.
느껴진다.
그녀의 마음이 느껴진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더 느끼려고 눈을 감고..
서로의 몸을 더 밀착시키면서. 입술을 포개어갔다.
서로의 혀를 얽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순수하게.
'영혼과 영혼의 교차'
그녀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녀의 모든 것이 느껴졌다.
'그녀를 갖고싶다'
이러한 욕망이 드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친누나라는 죄책감도 없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한 명의 여자로 느껴진다.
입맞춤이 깊으면 깊어질수록…정신은 끝없는 심연에 빠져든다.
'그래도 이건 아니야…'
그나마 한 줄기 남은 이성이 심연으로 빠져들어가는 정신을 붙잡는다.
'너는 어둠이야.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어둠'
"…!!!!"
그렇지...나는...
'애정결핍'이었지...
'원해. 사랑을 원하고 원해. 미친 듯이 나는 무한한 사랑을 원해'
하지만 나는...그 누구에게도....사랑을 받지 못해...
그래...이것은....
덧없이 사라져버리는...
'한밤의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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