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58화 (15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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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흠...제 2차 히로인 투표..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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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그녀는 방과 후에 꽃밭에 쭈그려 앉아서 꽃들을 보고 있었다. 해바라기를 만지작만지작하면서 뭔가 '추억'을 되새기려는 듯이.

"…저거 습관이야 뭐야"

내가 청소당번으로 있는 일주일동안 그녀는 이 꽃밭으로 출석하다시피 꼭 왔다. 게다가 나는 그것을 일주일내내 우연찮게 보게 된 것이고.

해바라기를 보는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딱딱하다. 딱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오직 일관된 무표정으로 그녀는 해바라기를 몇 분동안 보다가 벤치에 앉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알'이 생긴 것은 어떠한 감정에 휩쓸려 버린 것.

"저런 냉혈한에게 '알'이라는 것이 왜 생기는 건지 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녀왔습니다"

집에 돌아왔는데 왠일로 민정이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지 않았다. 약속이라도 생겨서 놀러간 것일까. 그리고 지현누나도 분명히 끝났을텐데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건그렇고. 서현누나도 보이지 않으니..

유학에서 돌아온 그녀의 현재상태는 '백수'다. 취업준비니 뭐니 뭐 그런 것을 한다고 했는데..그런 거 알아보려고 갔나...?

그런데 다른 방들과는 다르게 서현누나의 방문만이 열려져있었다. 혹시나싶어서 문을 열어보았는데 서현누나가 침대에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

일기장과 같은 것이었는데..그것을 보고 있는 그녀는 슬퍼보였다. 슬프다기보단 심각하고어둡기 그지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밝고 활기찬 그녀였는데..그녀의 눈빛에서는 깊은슬픔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현누나?"

"…"

그 일기장에 집중하고 있어서 내 말은 들리지 않았나보다.

"서현누나"

"…!!!!"

고개를 돌리고 화들짝놀라면서 조건반사인 듯 일기장을 등뒤로 재빨리 숨기는 그녀.

"왜 그래?"

"하하…정우구나…"

"그 일기장은…"

"아무 것도 아니야.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면 더 신경이 쓰이는데요...그렇지만 그녀의 사생활이니..

"…"

"무슨 일이야?"

전에 보았던 것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다. 아까 전에 그 심연같이 어둡고 싶었던 표정은 어디로가고..

'나에게 애써..감정을 숨기며...'

"으응. 아무도 없고 방문은 모두 닫혀져있는데 서현누나 방문만 열려있어서…"

"그래서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응. 그런 거지"

"정우는 맨날 이 시간대에 오는 거야?"

"나야 야자를 안하고…그냥 바로 귀가를 하는 편이라서"

"그렇구나…"

"나는 옷 갈아입을게. 서현누나는 뭘 할 거야?"

"나? 그냥…문고에 책 사러…"

"지금가게?"

"응"

"잘 다녀와"

"정우도 같이 갈래?"

"아니. 괜찮아"

"우웅…혼자서 가면 심심한데…"

그렇게 귀여운 표정지으면 내가 거절을 못해...

"나랑 같이가도 돼?"

"응! 당연하지!!"

"하하…"

"옷 갈아 입어! 나는 화장실에서 씻고 있을게"

"응"

갑자기. 서현누나와 둘이서 문고에 가게되어버렸다.

방문을 나서는 순간 헤헤거리며 서현누나의 모습을 보며 나는 안심할 수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그 때의 그녀의 모습이...

"문고는 어디있어?"

"…글쎄. 찾다보면 나오겠지"

"정우는 큰 문고 몰라?"

"큰 문고?"

"웅. 작은 데 말고"

"나야 항상 작은 데 가서 문제집이나 그런 것을 사니…"

"그러면 같이 찾아다닐래?"

"그러지 뭐"

"헤헷. 정우와 데이트인거네?"

"…데이트?"

"맞잖아. 정우랑 둘이서~"

외출복으로 산뜻하게 갈아입은 서현누나는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지현누나와 같은 여신포스를 풀풀 풍기며..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버렸다.

그리고 그녀는...팔짱을 꽉하니 끼어버렸다.

"…!!"

"데이트니까~"

뭉클뭉클.

'이런…'

그렇게 꽉하니 팔짱을 낄 필요가 없잖아..느낌은 다 전달된다고!!

'욕구불만이야 나…'

나라고 여자를 안 좋아하는 고자일 리가 있겠는가..그저 여자들이 나를 싫어하고 나도 접근조차 용인되지 않는 인상이니..

'에고…'

이런 걸로 대리만족을 느껴야하나...

"정우야"

"응?"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연인같이 보이지 않아?"

"…전혀"

"아잉~자기~"

"…장난은 삼가해주세요"

"히힛~자기~"

어째 정시하와 닮은 듯하기도 하다...

"자기는 내가 싫은 고얏?"

"서현누나…"

"웅?"

"사람들. 다 쳐다봐"

"뭘 어때~친남매사이인데~"

"에휴…"

"한숨만 짓지말고 문고좀 찾아봐~"

"그냥 인터넷구매하면 안될까?"

"인터넷구매는 믿지 못하겠어!"

뭔가 사연이 있나본지 완강히 거부를 하는 그녀.

"왜?"

"유학생활 때. 필요한 게 있어서 룸메이트 컴퓨터 빌려서 책을 산 적이 있었는데…깨끗하게 새로운 것이 오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겉표지는 다 찢어져있고…그래서 상태불량이라고 반송조치를 해야겠는데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몰라서…"

"…"

"그래서 앞으로는 직접 구매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

"…책은 뭘 사려고?"

"얘기했잖아? 냉정과 열정사이랑…또 뭐있지…"

"찾다보면 사고 싶은 건 많겠지"

"소설도 읽고 싶고…그리고 취업할 때 토익이랑 그런 거 있으면 유리하니까 토익문제집같은 것도 사고…"

"독학으로 하게?"

"응. 학원 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누나야 엘리트니 잘하겠지…'

"거기 지나가는 커플분들! 빵 한 번 드셔보세요!"

"푸훗!"

"정말 먹어도 돼요?"

"네. 물론이죠"

"꺄아~"

재빨리 시식용 빵을 먹고 있는 서현누나.

"정말 예쁘시네요"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남자는 뭔가 아깝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헤헷. 고마워요"

"귀엽기까지 하시구…아…죄송합니다! 남자친구분이 있으셨는데 너무 이쁘셔서 그만…"

"괜찮아요"

저기요..전 남자친구 아니거든요...? 그리고 누나는 왜 긍정을 하는 겁니까?

"남자친구분은 빵 안 드셔보세요?"

"먹어봐 맛있어"

서현누나가 권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빵 한 조각 집어먹었다.

"맛있지?"

"응. 맛있네"

"이거 얼마예요?"

"이벤트 중이라서 6000원이예요"

이게 바로 '떨이'라는 것인가...일명 재고처분...

"여기요"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네~"

"서현누나"

"웅? 왜?"

언제 개봉을 해서 먹고 있습니까요...

"…누나 남자친구 빨리 만들어야겠다"

"웅?"

"그렇잖아. 남동생인데 남자친구라고 하고…외로워보여서…"

"내가 정말 외로워 보여?"

"…그런 것도 있고…"

"그럼 정우가 남자친구해주면 되잖아"

"…엥?"

"외롭지 않아. 정우가 있는 걸?"

"그거랑 이거랑 별개의 문제…"

"정우가 있으니…하나도 외롭지도 않고…무엇보다 남자친구 만들 생각 지금은 없는걸?"

"…"

"질투? 질투인 거지!"

"이건 또 뭔소리다냐…"

"헤헷~♡ 정우는 내 남자친구이기를 바라고 있는 거구나!"

"아닌 거 알고 있잖아"

"후훙~? 나는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걸 까나~"

"…그건 아니지만…"

"나도 유학생활 때 꽤나 대시를 많이 받아온 몸이라구~?"

꽤나가 아니고...'엄청'이겠지...

"문고는 어디있을까?"

"부우! 또 말 돌린다!"

"…에휴…"

"그만 한숨 쉬어! 세상 다 산 늙은이도 아니구!"

한숨이 나오는 걸 어떡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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