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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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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하굣길. 청소당번이기도해서 늦게 학교를 나오고 있었다.
1층 문을 나와서 교문으로 가려는 도중에 경관조성이니 뭐니 해서 꽃들이 즐비하게 있는 곳이 있었다. 그 곳에서 나는 새로 온 담임선생을 볼 수 있었다.
"대체 뭐 하는 거야…?"
쭈그려앉아서 어떤 꽃을 유심히 보고 있는 중. 다름아닌 '해바라기'였다.
그냥 해바라기를 보며 어떠한 생각에 잠긴 듯. 그 곳에서 떨어지질 않고 있었다. 저게 신기한가...아니 그건 아닌 거같은데...
해바라기를 보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선생.
"…??"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그냥 꽃들이 많아서 볼 수도 있는 거고..
"어서 와!!"
집에 돌아오자마자 서현누나가 뛰어왔다.
"다녀왔어"
"민정이랑 같이 tv보고 있었어"
"지금은 어린이tv프로할 때가 아닌가…"
"위성"
"아…"
"영화보고 있어"
"영화 뭐?"
"냉정과 열정 사이"
"…그게 뭐야?"
"몰라? 엄청 유명한데…"
"영화를 본 지가 까마득해서…"
"정우는 문화생활 좀 해야해"
문화생활이라...방에서 미연시만 하는 인간한테 문화생활은 전혀 동 떨어진 일인데...
"누나는 알아?"
"나는 책으로 봤어"
"미국에 있을 때?"
"응. 소설이 원작이야"
"…흐응…작가가 누군데?"
"에쿠니 가오리랑…츠지 히토나리"
"2명?"
"응…남자시선으로 쓴 책이랑…여자시선으로 쓴 책"
"…그렇군"
"정말 감명깊게 읽었다니까?"
"장르가 뭔데?"
"로맨스"
"로맨스니까…나랑은 전혀…"
'미연시'도 일종의 로맨스와 같은 거지만...차라리 이런 건 '학원물'이라고 칭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자들이야 이런 로맨스와 같은 거 좋아하니...
"서현언니 뭐해? 아 오타쿠 왔구나"
너무 영화에 빠져든 듯 민정이는 이제서야 내가 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나는 방에 들어가 있을게"
"왜에~같이 보자~"
"그냥…안 맞아 나한테는"
"남자들이 봐도 괜찮은데?"
"…별로"
"부우~"
볼 부풀린 서현누나. 5살이나 차이 나는 동생한테 에휴..누가 동생인건지...
"1부 끝났네…"
"정우야~"
"…후유…일단 옷 갈아입고"
"히힛~"
정말 귀엽기는 하지만 말이야...누나의 체통도 좀 지켜주는 것이...나도 졸지에 로맨스영화 한 편 보게 되었다. 일단은 옷부터 갈아입을까...
"오타쿠!"
"왜?"
"과일 하나 깎아줘"
"사과?"
"응"
"알았어"
옷을 다 갈아입고나서 사과 2개를 깎아서 접시에 담았다. 가족들과 보내는 오붓한 오후시간이라고 해야할까..지현누나는 없었지만. 나도 모처럼 tv를 보게 되었다.
"왜 이렇게 광고가 많아?"
"그러게…"
"이거 위성에서 하길래 보는 거야?"
"응. 그냥 뭐 하나 뒤져보다가 이 영화하길래"
"흐음…"
"나도 책으로만 봐서 궁금하기도 했고. 민정이에게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얘기해서…"
"그렇게 누나가 추천한다면야…"
나도 소파에 앉아서 위성채널에서 해주는 영화를 관람하였다. 그런데 내가 앞의 내용을 모른단말야..이렇게 봐도 전혀 이해가 되지도 않고...
'기적과 같은 건 쉽게 일어나지 않아. 우리들에게 일어난 기적은 단지 네가 혼자서 기다려주었다는 거야…!! 마지막까지 냉정했던 너에게 난 뭐라고 해야 할까…?'
"…"
도통 뭔소리인지 원..나는 이런 로맨틱한 감상은 전혀 되지 않는다.
반면에 서현누나와 민정이는 뭔가 감동먹은 듯..남자주인공의 대사를 음미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가슴 속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을까…?'
'나는 과거를 뒤돌아 볼 것이 아니라…미래에 대한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현재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돼…아오이! 너의 고독한 눈동자에 다시 한번 나를 찾을 수 있게된다면…그 때…나는…너를…'
대사의 독백과 함께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을 쫓아간다. 그리고 기차역에서 여주인공을 보게 되자 예전에 여자주인공이 했던 인사를 어색하게 하며…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은 다시 만나게 되면서 영화는 종료.
"…"
감동적이다라고 나오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저 여운이 남는 것처럼 보였다. 나야 후반부에서 부터 봤으니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진 않았지만은..뭔가 은은하다고 해야할까..
"재밌다"
민정이의 짤막한 감상평.
"그치?"
"응…뭔가 남자주인공이 찌질하게 보였지만…나중에가니까 멋있어지네…"
"정우는 어땠어?"
"나야…딱히…"
"오타쿠는 이런 거와는 먼 사람이라서 전혀 느낌조차 나지 않은 거겠지"
거 참 민정이는 아주 나를 손바닥 뒤집는 듯 궤뚫어보시네..어떻게 알았지..?
"영화는 남자의 시선 밖에 없어서…여자의 시선으로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
"책도 사 올까?"
"응! 나도 볼래"
"알았어. 문고가면 한 번 찾아볼게"
"…소설이라…"
소설책을 읽은 경험은 많았다. 다만 그런 로맨스소설을 읽지 않았을 뿐.
"정우야"
"응?"
"너는 누군가와 사귀어 본 적 있어?"
"…"
'있었다'라고 봐야될까..'없었다'라고 봐야될까...
"나는 있지…사귀어봤다?"
"미국에서?"
"응"
"누구와?"
"그냥…1개월 밖에 안 사귀었지만…어느 한국인유학생하고"
"유학생?"
"얼마 못 갔어. 얘기했다시피 그 곳에는 한국인이 별로 없는데 한국인 남자애가 있길래 걔랑 뜻이 맞아서 사귀다가…"
"…?"
"차였어"
"…누나가?"
"응. 내가 차였어"
왜 그 사람은 굴러들어온 복을 찼을까...
"왜 차였는데?"
"…"
미소로만 답하는 서현누나. 그 이상은 노코멘트.
"서현언니도 연애경험이 있구나…"
"민정이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있니?"
"…어? 내…내가 좋아하는 사람? 다…당연히 없지!! 나…나는 어리기도 하고…그리고…"
그러면서 나를 쳐다보는 민정이. 이 녀석은 왜 날 쳐다보는 거야?
"그럼 민정이 첫 사랑 같은 건?"
"처…처…첫 사랑?"
"응. 누구한테나 첫 사랑 같은 건 있을 거 아니야?"
"하…아하하하…"
웃으며 애써 넘길려고 하는 민정이.
"얘기하기 부끄러운가 보구나?"
"…"
얼굴이 빨개졌네..민정이도 이런 면에서는...
"정우는 첫 사랑 있어?"
"…"
있다. '정시하'와의 추억.
피로 물든 과거. 이용당했던 사랑. 그리고 지금은...
친구로 지내면서 천천히 묻혀져나갔다.
"…있어"
"…헤에…누군데? 듣고 싶다…"
"딱히…얘기해 줄 건 못 돼…"
그리고 얘기하기도 싫고...
"그건 그렇고. 갑자기 첫사랑 얘기로 넘어가는 건 뭔데?"
"그야…"
"영화때문이 아닐까 오타쿠?"
"…후유증이 크구만?"
"아! 정우! 이러면서 첫사랑얘기 은근슬쩍 넘어가려하네!"
"맞아 오타쿠! 치사해!"
"너도 얘기 안 했잖아"
"그…그…그건! 나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단 말이야!"
"정우?"
"응?"
"왜 얘기 안 해주는 거야 가족끼리…"
"누나 첫 사랑은 그 사람이었어?"
"…아니 그건 아니야"
"누나랑 비슷해"
"…뭐가? 설마…"
"그래…비슷하지…"
차인 것이 아니라..'이용'이었겠지만...
"…나름 아팠겠다…"
"아프다고해야할까…이제는 잊어버렸어"
"…"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야…"
그러면서 여전히 내 가슴 속에는 남아있었다. 그것도 너무 깊이 박혀버린 '가시'와 같이..
"…하긴. 그렇겠네"
"오타쿠…"
"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있었던 거야?"
"응"
"…지금은?"
"뭐가?"
"…지…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으…응"
"아니. 전혀 없어"
"…진짜?"
"이 나이쯤이면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있을 텐데…"
"…"
나는 누구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다. 나는 두려워서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는..나는...
"그럼 이상형은?"
"이상형?"
"응. 네가 가장 꿈꾸는 이상형"
"…없어"
"에…?"
이상형을 따질 겨를도 없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정말로 좋아해준다면..그걸로 충분하다.
그런 사람이 있을 지 전무하지만. (정시하는 별개의 문제다)
"뭐 이상형을 따질 외모도 아니고…누가 이런 음침한 놈을 좋아한다고…"
게다가 여자들은 누군가가 고백해주지 않으면 그 전까지 전혀 모른다.
그리고 나는 여자들에게 관심있다며 다가서는 용기도 없다.
그저 기다린다고 해서 여자가 오는 것도 아니고..
나는 평생 솔로일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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