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53화 (15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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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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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현누나가 안 오려는 가 본데…"

벌써 밤 8시였다. 지현누나는 아직까지도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지 집에 들어오지않고 있는 중.

"…흐음…지현이가 없으면 안 되는데…"

"우리끼리라도 고기 먹으러 가자"

"아니 그건 안돼"

"왜?"

"모처럼 넷이 모였는데…한 명이라도 빠지면…"

"…"

"후…"

"그럼 다음에 미루자"

"동감"

"하긴…오랜만에 서현언니까지 왔는데…다음에 먹자"

우리는 지현누나가 있을 때 함께 외식먹으러 가자고 다음을 기약하였다.

"정우 요리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응?"

"점심 때는 내가 요리했잖아…이번에는 정우가 요리해줘"

"누나 피곤해?"

"응 살짝…"

"알았어. 뭐 먹고 싶어?"

"라면"

"그건 요리하는 것도 아니잖아…"

"괜찮아. 라면 끓여줘"

"오타쿠 내 꺼도~"

"정말 그거면 돼?"

"응"

"…알았어"

나는 물을 넣은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불을 지폈다. 그 동안에 냉장고에서 계란도 꺼내고 4개입으로 포장되어있던 라면 세 개를 꺼내었다.

보글보글보글...

물이 끓어오르자 바로 라면과 수프와 계란을 투척.

"꼬들꼬들한게 좋아?"

"응. 너무 익으면 불어버려서…"

누나의 요구대로 라면을 꼬들꼬들하게 끓였다. 라면 한 젓가락 먹어보니 꼬들꼬들한 것이나름대로 괜찮았다.

"완성"

"꺄아~정말 이 향기 얼마만에 맡아보는 건지…"

"서현언니…그렇게 라면이 먹고 싶었어?"

"맨날 미국에서는 햄버거나 샌드위치나 간단한 토스트위주로 먹지…요새는 웰빙이니 뭐니해서 쌀과 채소를 이용한 음식들도 많이 먹었지만…일단 식단이 외국식이니…"

그러면서 재빨리 젓가락으로 라면을 집어서 후루룩 먹고 있었다. 아직 김치도 꺼내지 않았는데...

"정우 김치도!"

네네...나는 냉장고에 보관되어있던 김치통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음. 꼬들꼬들한 것이 맛있어~"

"…"

열심히 후루룩 삼키는 서현누나. 배고픈 건지..아니면 정말로 먹고 싶었나본지.. 우리는 그녀의 먹는모습을 보면서 그저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라면 처음 먹어본 것도 아니고..그렇게 맛있나?

셋이서의 조촐한 라면식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졸려~"

"지현언니는?"

"안 왔어"

"새벽까지 있으려나…밤길은 위험할텐데…"

나도 그것이 심히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저번에도 불미스런 사고도 있었기 때문에..그래도 그녀의 합기도실력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에..그리고 단박에 남자들을 쓰러트리던 그 저력때문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돌아오겠지. 늦게까지 안 들어오면 내가 찾아나서면 되는 거고"

"…"

"걱정하지 말고 자"

"…오타쿠는 정말 안 잘 꺼야?"

"못 자잖아. 나는"

"…그치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누…누가 오타쿠 걱정을 하는 거야!"

"네가"

"아…아니야!! 내가 왜 오타쿠를 걱정하는 건데!!"

"…그러냐?"

"됐어. 난 잘래!"

그러고서는 민정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불을 껐다.

"정우야"

그녀는 언제 파자마차림으로 갈아입었는지 물 한컵 마시고 잠을 자려고 하고 있었다.

"응?"

"안 자고 뭐해?"

"나는 잠 안 자잖아"

"그래서 운동하는 거야?"

"응…새벽에는 할 것도 없고…"

"같이 자면 되지"

"…!!!"

"오랜만에 같이 자자 정우야"

"…내가 어떻게 누나랑…"

"흐흥~? 부끄러운 걸 까나~?"

"…"

"어렸을 때에는 내가 많이 재워주기도 하였는데~"

"그건 옛날이고"

"부우~"

또 나왔다. 볼 부풀리기. 이럴 때에는 정말 어린애라니까...

"부우~정우는 나랑 같이 자기 싫은 거지?"

"그건 아니지만…"

"그러면 같이 자! 안 그러면 내가 또 훈계해야해?"

"…후유…"

"오랜만에 같이 자자~ 웅~?"

끄헉..필살애교까지...이 사람이 정녕 23살 내 첫째누나 맞는 건가요...

"어디서 잘 건데?"

"물론 내 방~"

"…에고…"

"씻고 내 방으로 와~"

갈 수 밖에..없나..그래..이건 강제력이다..어쩔 수 없는 거야..절대로 불순한 의도따위는 없다고!!! 그런데..나 대체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지?

에라 모르겠다~또 2시간동안 누나의 말을 들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나는 간단하게반팔티와 반바지만을 입고 누나방으로 들어갔다.

"에이~ 어차피 올 거면서 내빼기는~"

에고고...서현누나의 성격이 왜 이렇게 변한 걸까...

"여기에 누워"

"…"

나는 그녀의 말에 따라 침대 안 쪽에 누웠다.

"오랜만이다 이렇게 같이 자는 거…그치?"

"그러네…"

"정우는 아직도 악몽을 꿔?"

"…"

"매일매일 악몽을 꾼다고 얘기했었지 정우는…"

"…응"

"꿈을 꿀 때면…자신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죽는 꿈을 꾼다고…"

"…"

"스스로 목을 매달거나…물에 뛰어들거나…누군가에게 쫓기다가 도망치지 못하고 그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살해된다거나…"

"…"

"너무나도 어린애가 그런 꿈을 꾼다고 얘기하니까. 솔직히 믿지 않았어"

"…그래?"

"응. 그런데…매일 그런 꿈을 꾸면…정말로 정우가 힘들 것 같아서…"

"…후…"

"정우야"

"응?"

"그런 꿈에 휘둘리지말고…자기 자신은 살아있다고 생각해"

"살아있다…?"

"그런 건 단순히 꿈에 불과하다고…꿈은 반대라고들 하잖아? 정우는 보시다시피 '살아있고'. 죽은 것이 아니야. 살아있잖아"

"…"

"네가 회색의 눈을 얻고난 이후부터…우리들의 삶은 바뀌기 시작했어…"

"…서현누나"

"더 이상 자기 자신을 혐오하지말고. 부정하지말고. 회의갖지말고"

"…"

"약속해줄래?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부정하고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약속을 하자는 거야?"

"네가 갖고 있는 '어둠'…그건 모두 네 자신으로 부터 생겨난 것이니까"

"…"

"너는 그래왔어. 남을 싫어했는 지는 몰라도…그것보다 자기자신을 더 싫어했어"

"…"

"그래서 끊임없이 가출을 하였고…죽으려고 자살시도도 많이 했어"

"…"

"그러니까…싫어하지마…증오하지마…정우는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야"

"소중한 사람…?"

"응. 민정이도 지현이도…그리고 나도…우리들에게 정우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야…"

"…그건 단순히 '가족'이라서…"

"아니야"

"'가족'이라는 건 알아…하지만 나는 그리 소중한 존재는 아니야…"

"부정하지마.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라고"

"…"

'너는 어둠이야. 빛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어둠'.

"정우야…"

그녀는 슬픈 표정을 짓고 나를 껴안았다.

"가족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잖아? 그런데 너는 왜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고 하는 거야?"

"…"

"단순히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야?"

"…"

"정우야…긍정적이게 살아야해…"

"…"

"그러니까 지금만큼은 편히 자…내 품에서…"

포근하다.

그 포근함에 눈을 감는다.

하얗게 펼쳐진 세상에서..나는 엄마와 만났다.

나는 어린아이가 되어서..그녀의 품에 안겨들었다.

"…엄마…"

"응 정우야…"

"엄마…"

"여기 있어…안심하고 자렴"

나는 그러한 따뜻함에...그러한 그녀의 다정함에...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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