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51화 (15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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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20만 돌파 연참..그리고 뜰에 민정외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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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이러한 마음을 담아 그녀를 뒤에서 힘껏 끌어안았다. 그녀가 아직도 수건만 몸에 둘러맨 상태도 까맣게 잊어버리곤..

"…응"

어렸을 때에는 지현누나와 서현누나가 나를 폭하니 안았는데..이제는 내가 더 커서 그녀를 폭하고 껴안을 수 있었다. 그녀도 껴안고 있는 내 팔을 꼬옥하니 잡았다. 더 안아달라는 듯이...

"정우야?"

"응…"

"고마워. 이렇게 받아줘서"

"…아"

"정우 품 너무 좋다~"

"…??"

"마치 연인같잖아? 이렇게 뒤에서 껴안고 있으면?"

"…!!!"

나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껴안고 있는 것을 풀어버렸다.

"후훗"

그녀에게 나는 아직도 어린애였나보다.

"고기도 다 볶아놨어~"

그녀는 정말로 나에게 비빔밥을 해주려는 듯 밥에다가 각종 채소와 고기를 얹어놓았다. 고추장으로 밥을 비비고 있는 앞치마 차림의 그녀.

그런데 자꾸만 수건만 입은 게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요염하면서도 섹시한...주부와같이 앞치마를 입은 그녀의 모습도 이쁘긴하였지만..

서현누나의 얼굴은 지현누나와 거의 똑같았다. 차이점은 지현누나보다는 표정이 밝다고 해야하나..? 지현누나는 조금 얼굴이 굳어있었는데 서현누나는 그런 것을 전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현누나도 서현누나의 나이가 되려면 이렇게 되려나 싶을정도로..지현누나보다는 성숙한 얼굴과 그리고..지현누나도 글래머인데..서현누나는...흠흠...

'나이스바디다!'라고 남자들은 외치며 코피를 뿜을 것이다.

"이제 먹자~ 서현이표 특제 비빔밥~"

뭔가..귀엽다...

"잘 먹을게"

"응! 다 먹어야 돼?"

우리 집 유전자는 모든 것이 완벽한데 요리에서만큼은 절대적으로 열등하였다. 민정이도 지현누나도 요리를 만들었다하면 집에 이상한 냄새가 진동하고..이것이 정녕 평범하게 봐오던 요리와 똑같은 것인가 하고 경악을 금치 못할 때가 많았다.

덕분에 내 요리실력만 향상되었지만.

살짝 걱정되면서 나는 누나가 비벼준 비빔밥을 한 입 먹어보았다.

"어때?"

어...?

"맛있어…"

"정말?"

내 미각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다시 한 번 먹어보아도 여느 비빔밥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맛있었다. 내가 만든 것보다 맛있다고 평할 정도로...

"맛있어…"

"거 봐. 나 요리실력 향상되었다니까?"

"진짜 그러네…"

"부우~정우는 나 못 믿는 거였어?"

얼굴을 부풀리며 살짝 삐진 표정. 이럴 때 보면 지현누나보다 어리게 보였다. 옛날의 성격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해맑기 그지 없었다.

"아니…그게 아니라…"

"민정이랑 지현이요리가 맛 없어서 편견을 가진 거구나?"

"…그걸 어떻게…"

"어렸을 때 셋이서 요리한 거 네가 먹으면 바로 쓰러졌잖아"

"…"

"내가 요리하는데 지현이도 민정이도 같이 도와주겠다면서 막 그랬는데…"

"…어렸을 적의 기억이라서…"

"네가 회색빛 눈을 얻기 전의 기억은 별로 없는 거지?"

"…응. 하도 어렸을 적이 기억이라서 기억하지 못하나봐…"

"그래…그럴 수도 있겠네…"

"…??"

"으응. 아무 것도 아니야. 많이 먹어"

그녀는 내가 먹는 걸 유심히 지켜보며 마냥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치..엄마가 자식을 바라보는 것과 같이...

"그건 그렇고 민정이와 지현이는 언제 올까…"

"곧 있으면 돌아올 거야"

"심심해~"

점심도 맛있게 먹고 설거지까지 다 끝낸 우리들은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정우야"

"…응?"

"지현이랑 민정이가 잘 대해줘?"

"…응 뭐…"

최근에 들어서는...이겠지...?

"다행이다…지현이랑 민정이랑 잘 지내나보구나…"

"응…"

"아직도 그러면 어떡할까 했었는데…또 한시름 덜었네…?"

"무슨 걱정할 것이 있다고…"

"네가 제일 걱정됐어 유학생활 내내"

"…"

"지현이랑 민정이는…나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그런데 너는…"

"…친구가 없지"

"…그래서…아직도 친구들에게 괴롭힘 많이 받고 따돌림을 받지 않을까…지현이랑 민정이랑 화해를 했을까…이런저런 걱정…"

가족들과 화해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의 나는 일부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정우야"

"…?"

"지현이랑 민정이 없는 동안 네 방이나 옮길까?"

"…내 방?"

"언제까지 그런 칙칙한 곳에서 살 수도 없다고 아까 전부터 얘기했잖아"

"…그래"

"정우도 이미지변신해야지~"

"…그건 또 뭐야…"

"머리도 자르는 게 어떨까?"

"머리? 별로 자르고 싶지 않아…"

"음침하게 가리고 다니기에는 정우 얼굴이 너무 잘 생겼는 걸~"

"그다지…"

"사람들한테 물어봐. 다 잘생겼다고 하지. 외국에서도 통할 얼굴일걸?"

"과대평가야 그거"

꽁!

"아얏!"

"너무 부정적인 생각하면 안되는 거야!"

"…"

"부정적인 생각만 하면…자기한테 오는 행복도 모두 사라져버리는 걸?"

"…"

"그러니까 밝게. 웃으면서. 나는 정우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

"아직은 힘들 거라는 거 잘 알아…하지만…"

"…?"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거야"

'변화'...나는 아직...

"그렇다고 무리할 필요도 없어. 조금씩조금씩…천천히 하나하나 바꿔나가면 돼…"

"하나하나…"

"응. 하나하나씩…천천히…"

"…"

"그럼 먼저 방 부터 옮길까? 도와줄게"

"…그래"

"왜 이렇게 어두워? 줄곧 이런 곳에서 살아왔던 거야?"

"…응"

"이불은 또 왜 이렇게 피가 있어!!"

"…"

"설마 병원도 안 가고 이 곳에서 계속 있던 건 아니겠지?"

"…"

윽..정곡이다...

"빨래를 해도 이렇게 된 것 같은데…대체 얼마나 피를 흘렸길래…"

"…"

왠지모르게 엄마의 잔소리 같았다.

"이불부터 바꾸고! 그리고…정우야"

"응?"

"아직도 cd플레이어 들어?"

"응"

"…헤에…꽤나 고상하네…음악cd들도 전부 다 팝송에다가 뉴 에이지…한국노래는 안 들어?"

"별로…"

"keane? 어떤 가수야?"

"영국 3인조 밴드. 다른 밴드와 다르게 기타가 없어. 목소리도 몽환적이고…내가 좋아하는 가수 중 한명이야"

"그리고 muse랑…the fray랑…radiohead? 이 가수는 나도 아는데…"

"…"

"다 mp3를 듣는데…cd플레이어라니…게다가 이거 몇 년이나 쓴 거야?"

"몇 년이나 쓴 건지 기억 안 나…그냥 쓰고 있지 뭐…"

"책장에 있는 교과서랑 문제집도 다 옮기고…옮길 건 별로 없네…"

"응…딱히 별로 사지 않았으니까"

"옷도 없고…목도 다 늘어난 거 잖아…"

"바깥에 나갈 일이 거의 없다보니…"

"언제 한 번 옷사러 가야겠네…옷장에 있는 옷들이랑 교과서랑 문제집. 그 이외의 잡동사니랑 책장이랑 책상이랑 컴퓨터랑…그런 것들만 옮겨주면 되겠다"

"누나가 도와줄 것도 없어. 내가 알아서 옮길게"

"아니야. 도와줘야지"

"…"

"'변화의 한 걸음'이니까. 도와줘야 되는 거야"

"…"

"정우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가족인걸?"

"…나도 그래"

"정우가 어렸을 때 나한테 누나 좋아한다고 막 그랬는데…"

"가족으로써 좋아하는 거 겠지…"

"예전의 정우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

"방실방실 웃던 그 귀여운 소년으로는"

"…그러기에는…세상을 너무 알아버려서…그리고 내가 방실방실 웃었는 지도 몰라. 어렸을 적의 기억은 너무나도 없어서…"

"…"

"기억나는 건…그저…"

너무나도 작은 조각들. 내가 겪어왔던 수 많은 사건들 중 너무나도 극소수의 기억의 편린.

"…그래서…내가 어렸을 적에는 밝게 살아왔는 지 조차도 기억못해…"

"…정우야…"

"뭐 됐어.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누나 말대로…밝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야…"

"…"

"무리하지말고…천천히…하나하나씩"

서재에는 침대가 없었다. 그래서 나랑 누나가 겨우겨우 내 침대를 옮겨놓았다. 서재에는 아버지가 썼던 책상과 수 많은 책이 꽂혀있는 책장.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조그만 쇼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다 옮겼다"

"고마워 누나. 옮기는 거 도와줘서"

"덥다…그치? 힘 쓰고 나니까…"

"그리고 2시 인걸…"

"이제 책장에 정우 공부할 거 꽂아넣기만하면 되는 거네?"

"그건 내가 할게"

"으응. 이왕 도와줄 거. 끝까지 도와줘야지"

"…알았어"

그녀와 나는 옮겨놓았던 내 교과서와 문제집등을 책장에 꽂아넣었다.

"그런데…책장의 공간이 없네…정우야 위에라도 꽂아넣어도 돼?"

"응"

"끄응…팔을 뻗어도 안 닿아…"

까치발까지 들면서 책장 위에 꽂아넣으려고 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닿지 못했다.

"내가 할게"

나는 그녀의 손에 있던 책을 집어 책장에 꽂아넣었다.

"아…"

"왜?"

"그…그냥…"

내가 알게모르게 그녀를 책장 쪽으로 몰아붙인 것 같았다.

"미안"

"아니…미안해 할 필요까지야…"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도 같은데..기분 탓인가..

"서현누나?"

"응? 응…"

"다른 책은 괜찮아. 내가 옮길게"

"…응…"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줄까?"

"아이스크림있어?"

"냉동고에"

"잘 됐다…하나 줄래?"

"응"

냉동고에서 민정이가 사두었던 아이스크림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여기"

"고마워. 아이스크림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다녀왔어"

누군가가 왔나보네...

"오타쿠 있지? 어…"

"어…?"

"민정이 왔어?"

"서현…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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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역시 외전이랑 번갈아가면서 연재하기는 힘들다는...

그리고 선작수가 줄고 있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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