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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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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 정우야"
이게 몇 년만일까..전혀 생각지도 못할 때에 그녀가 홀연히 돌아왔다.
"…서현누나"
"응"
어렸을 적부터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었던...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
"진짜…돌아온거야?"
"돌아왔어"
그녀는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오랜만이야"
"응…정말로 오랜만이야…"
나에게 보여주는 그 자애롭던 미소는 여전하였다. 누나의 그런 미소를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의 위안이 되곤 하였는데...변하지 않았어...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개?"
"그거야…"
누나가 나를 계속 가슴에 껴안고 있었기 때문이지..뭉클뭉클하면서도 포근한 느낌. 게다가 어른 여자한테 안기니까 좀...부끄럽기도 하였고..지현누나보다 가슴도 크고..
"…"
게다가 그녀는 수건만을 몸에 둘러매고 나를 껴안았다.
"조금 놀랐지?"
"어…누나가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지…"
"사실…걱정 많이 했는데"
"걱정?"
"정우가…'여기에 계속 있을까?'하고…혹시 나 없는 동안 가출이나 자살시도를 해서…"
"…"
"약속. 잘 지켜주었네"
"…응"
'더 이상 떠나려고도, 죽으려고도 하지마'
어렸을 때 하였던 그녀와의 약속...그녀는 까먹고 있을 줄 알고 있었다.
"지현이랑 민정이는 어디있어?"
"아직…"
"그렇구나. 내 방도 둘러보니까 변한 게 하나도 없던데…그런데 내 방도 줄곧 청소해왔던거야? 먼지가 없어서…"
"응"
"네가 계속?"
"그렇지 뭐"
"고마워"
"언젠가 돌아올 줄은 알고 있었으니까…"
"나를 계속 기다렸던 거야?"
"…그냥저냥…시간이 흐르면 오겠지…하고…"
나는 그녀가 언젠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쓰지도 않는 그녀의 방도 청소도 해두었었다. 만약에 그녀가 왔을 때, 이 정도의 준비는 해줘야 되지 않겠냐는 내 나름대로의 판단에서였다.
"네 방은…아직도…"
"그대로 쓰고 있어"
"내 방이라도 쓰지 그랬어…"
"적응도 됐고…옮기기도 귀찮아서…"
부모님이 나를 창고로 내몰았을 때, 꼭 그렇게 해야겠냐고 서현누나가 따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몰래 누나가 나를 자기의 방에서 재워둔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었다.
"네가 아직도 어린애야? 왜 누나방에서 자는 거야? 어서 네 방으로 가지 못해?"
"제가 그런 거예요"
"너는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어떻게 저런 애를…"
"죄송합니다. 하지만…정우도…"
"정우는 어서 네 방으로 들어가라"
"…그래도!!"
"박서현. 계속 고집피울래?"
"…!!!"
"앞으로 한번 만 더 네 방에서 박정우 재웠다가는 너도 혼날 줄 알아"
"…"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제 방에서 잘 게요. 서현누나를 혼내지 마세요. 다 제 잘못이니까"
그 이후로는 누나 방에서 잘 수 없었다. 나는 전등을 키지 않으면 낮에도 깜깜하기만 한 창고를 개조한 내 방에서 줄곧..
"방…옮기자"
"아니 됐어…그냥 다시 옮기기에도 그래"
"어차피 안방말고도 빈 방 하나 있잖아"
"…거기는…"
민정이와 지현누나가 함께 쓰는 방이 있었고. 부모님이 쓰시던 안방과 서현누나의 방. 창고(현재는 내 방).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서재를 겸한 방 하나가 있었다.
"아빠가 쓰던 방이라서 그러는 거야?"
"…"
어렸을 때에는 그 곳에서 줄곧 있었다. 친구도 없어서 밖으로 나가 뛰어놀지도 못했던 어린시절, 나는 그 서재에서 책을 혼자서 읽거나 혼자서 장난감을 만지작만지작했다.
너무나도 외로웠다. 하지만 바깥으로 나간다면 애들한테 맨날 놀림과 내가 바깥으로 나오기만 한다면 애들이 단체로 나를 때렸었다.
그들이 너무나도 두려워서..나는 나가지 못하고 거기에서 살다시피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그 곳에서 노는 것조차 허락하지않았다. 아버지가 자주 해외출장을 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있을 수 있었지 아버지는 내가 거기에 있다 싶으면 바로 내쫓았다.
내가 있을 곳은 아무 곳도 없었기에..그로부터 시작된 가출이었고, 자살시도였다.
가출이라고 해봤자 어린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는가. 그저 아침부터 새벽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고 집 근처 만을 뱅뱅 돌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부모님이나 서현누나가 발견해서 데리고가고..(그렇지만 부모님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를 때리지는 않았었다)
나에게 그 방은 외로운 추억 밖에 없는 곳이었다.
"거기 계속 쓰면 건강에도 안 좋고…어둡기만 하고…"
"…"
"이제는 아무도 없잖아…부모님은…우리들 밖에 남지 않았고…"
"…"
"그러니까 방 옮기자. 응?"
"…누나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데 정우야"
"응?"
"너 정말 많이 컸다"
"누나도 그 때보다 키 커진 것 같은데…?"
"그래도 172야 너는 한 185정도 될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안될걸"
"그 때는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꼬맹이였는데…"
"꼬맹이는 아니었다?"
"꼬맹이 맞았잖아. 민정이랑 비슷했지 아마?"
"…그건…"
"게다가 머리는 언제 이렇게 기른 거야? 설마 회색 눈 가리려고 그런 거야?"
"…응"
"그럼 우리 정우 얼굴 좀 볼까~"
그러면서 내 머리를 걷어내는 서현누나.
"…변한 거 없네…"
"많이 변했잖아"
"아니 다크서클 제외하면…변한 건 없어…"
"…"
"전에도 얘기했었지?"
"…뭘?"
"맨날 내 방에서 잘 때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그랬잖아. 무서운 꿈 꾼다고"
"그랬었나?"
"아직도 잠 못자는 거야?"
"…그렇지"
"맨날 '자기가 죽는 꿈'을 꾼다고…피 묻은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를 죽이려한다고…"
"…"
"그래서 내가 껴안고 잤었잖아. 기억 안 나?"
"그건 기억해"
"정우가 잠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내가 많이 도와줘야겠네?"
"…응?"
"네가 얘기했었잖아. 나랑 같이 자면 무서운 꿈 안 꾼다고"
"기억 안 나 그거는"
"에이~ 기억 안 난다고 거짓말하기는~괜히 부끄러우니까~"
"…아니야"
"후훗. 정우야"
"응?"
"점심 먹었어?"
"점심? 아직 안 먹었는데…"
"그럼 내가 점심 만들어줄까?"
"……"
"왜 그래?"
"아니…누나 힘들 텐데 내가 만들어줄게"
"아니 괜찮아~그래도 내 요리실력 많이 발전했다구?"
"…"
"정말이라니까? 대학교 캠퍼스생활하면서 룸메이트가 내가 만든 요리 맛있다고 하던데?"
"…"
"자자~정우는 안심하도록하고~재료들은 있어?"
"응"
"그럼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해볼까나~"
서현누나의 성격이 조금 변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옛날에는 말 수도 적었었는데 지금은 뭔가 밝게 변한 것 같았다.
유학생활하면서 많이 마음고생도 했을텐데..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심하게 되었다. 그녀가 밝게 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으니까..
"뭐 먹을래?"
"아무거나"
"그럼 비빔밥 만들어줄까? 채소도 많이 넣고…"
"…"
"한국 오면서 고향음식이 많이 생각났어. 거기에는 한인타운도 없었고…한국인들도 그다지 많지도 않았고…어떻게든 김치로 때울 수 있었지만…밥이 제일 그리웠어"
"…힘들었겠네"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어…영어도 배워야했고…하지만 있지? 나는 너희 생각하면서 버텼다? 부모님도 없이 무턱대고 찾아와서…"
"…"
"부모님 장례식 때. 나는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어. 너희들을 지킬 수 있도록"
"…"
"이 집의 장녀였고 너희들은 어렸으니까. 그래서 유학을 결심한 거야. 너희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알아"
"유학을 해서 많이 배우고…그로 인해서 사회적 명성과 지위도 쌓으면서…"
"…"
"그래도 너무나도 힘들었어. 지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희들을 버리고 나 혼자서 도망쳐왔다는 생각에…"
"…"
"이런 나. 이해해줄수 있겠어?"
"…이해해"
"배고프지? 바로 옷 갈아입고 만들어줄게"
그녀의 마음고생은 그 누구보다도 컸을 것이다. 자신이 의지할 수 있었던 부모님이라는 기둥은 없었고. 그 누구의 도움도 없는 타지에서의 외로웠던 생활. 그저 우리들을 지키기위해 많이 배우겠다는 생각하나로 그녀는...
사실 그녀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 할머니도 없었고..오직 그녀만이 나를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었었는데..어느 날 갑자기 훌쩍 떠나버려서..'버려졌다'는 어린 마음에서..
자신의 짐에서 옷을 꺼내려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에..
그녀가 너무 고생했다는 생각에서 나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아주었다.
그래..장례식 때..그녀 자신에게도 버팀목이 필요해서 나에게 잠시 기대었던 것처럼..
"…정우야?"
"누나"
"응. 그런데 나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잘 돌아와줬어. 그리고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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