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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0.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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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많다~"
"그러네…이쁘다…"
"도시에서는 이런 거 잘 못보는데…시골로 내려오면 많구나…"
"혜연아"
"응?"
"여기. 다시 오자"
"언제?"
"글쎄…언젠가…시간이 있다면…?"
"그건 또 뭐야…이럴 때에는 1년 뒤나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될 거 아니야"
"그러면…우리가 결혼한 이후에?"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야?"
"어쨌든…나중에 다시 이 곳으로…별 보러…너와 나 단 둘이서…"
"응…또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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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벌써 개학이냐…"
느리게 지나갈 것만 같았던 여름방학도 벌써 끝났다.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2학기.
"지금부터 개학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국민의례부터 있겠습니다. 국기에 대하여 경례!!"
♬~♩~♪~
"바로. 이어서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애국가는 1절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애국가 제창!"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절대로 변하지 않는 국민의례와 애국가를 부르고 나서 우리들은 강당에서 앞으로 이어질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에 앞서서 먼저 금년 9월 1일부터 우리 학교에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들이라…예쁜 선생있었으면~"
"너는 왜 줄곧 예쁜선생타령이야?"
"좋잖아. 그래도 못생긴 것보다 낫지"
"아유 저 놈의 외모지상주의…"
"수학선생 이쁘장하게 생겼잖아?"
"또 오면 좋다 이거지~"
"병신…"
"그러고보니…우리 담임이 안 보인다?"
"사회과의 장유철선생님이십니다"
짝짝짝...
"이어서 국어과의 송민경선생님이십니다"
짝짝짝...
"마지막으로 영어과의 윤혜연선생님이십니다"
짝짝짝...
"짱 이쁘다~~!!!!"
"결국 한 명 왔구만…"
"미인이다~"
"아쉽게도 9월 1일부터 다른 학교로 가시는 선생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 우리 담임 갔어?"
"그러게…"
"부임 5년 채우지 않았나?"
"아닐 껄?"
"개인사정이라든가 생겼겠지…"
"잘 갔네…이왕이면 새로운 담임은 여자였으면 좋겠다…"
"저기 영어선생?"
"이쁘잖아"
"이쁘면 장땡이냐!!!"
"성격도 좋으면 좋겠지만…그건 무리려나…"
"애초에 저 선생이 우리 담임이 될 가능성이 없잖아"
"지금부터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이 있겠습니다…전체 차렷!! 교장선생님께 경례!!"
"안녕하십니까!!!"
"에엑~??"
"진짜로 저 선생이 우리 담임이야?"
"야후~"
"살판났네 살판났어~"
..진짜로 저 영어선생이 담임이 될 줄이야...
"안녕하세요. 이번에 2-c반 담임을 맡게된 윤혜연이라고 합니다"
개학식이 끝나고 우리 반에 새로운 담임선생이 생겨났다. 그 담임선생덕택에 우리 반 남자애들은 물론이고 옆 반 남자애들까지 문 너머로 구경하고 있었다.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런데 뭔가 차갑다고 해야할까..감정이 없다고 해야할까..너무나도 싸늘하게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딱딱하면서 날카로운 말투. 그것때문에 우리반 녀석들은 살짝 얼굴이 굳었다.
"왜 저렇게 차갑냐?"
"그러니까…"
"얼굴도 싸늘하잖아. 뭐야 냉동인간도 아니고…"
"그런 개그는 삼가해주셨으면 하는데?"
"죄송…"
"그러면 먼저 안면도 익혀둘 겸 출석번호부터 부르도록하겠습니다…1번?"
"네"
"…13번?"
"어이 박정우"
"13번 없습니까?"
"여기에 있어요~"
"13번 박정우?"
"아…네…"
잠깐 멍하니 있는 사이에 내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으 쪽팔려...
"앞으로는 불렀으면 바로 말하도록 하세요"
"네…"
"우효~ 박정우 저 자식은 새로운 담임한테 찍혔구만…"
"벌써부터 찍히냐…"
"저 녀석 왠지 불쌍하다…"
"앞으로는 고생길이 훤하겠어~"
"푸하하하~~"
"조용히하시죠?"
싸늘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시끄럽게 웃고 있던 우리 반 녀석들 전원 침묵.
"14번?"
"네…"
"내일부터 정상수업인건 아시겠죠?"
"네~"
"내일 영어과목이…"
"4교시예요 선생님"
"그렇군요. 회장?"
"네"
"인사하죠"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히계세요"
우리가 인사하자 그녀도 따라 인사하였다.
"저 선생 초반부터 기선제압하네…"
"긴장한 거 아니야?"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던데?"
"저런 얼음탱이선생님이랑 2학기를 같이 보내야하다니…"
"박정우"
"왜?"
"네 녀석은 어떻게 선생을 만날 때마다 찍히냐?"
"…글쎄다"
"너 1학년 때부터 계속 그랬잖아"
"몰라 그런 거"
"어쨌든 잘 해봐라"
남자 한 놈이 비꼬듯이 말하고는 친구들이랑 훌쩍 가버렸다.
"정우군!!!!"
젠장...이 녀석은 왜 만나냐고...
와락!!
이 녀석 또 안겨드네..
"…왜?"
"같이 가자~"
"…후…"
"쳇…워터파크에 있었을 때 도망 간 주제에…"
"뭘 도망가?"
"도망갔잖아!!"
"…사람이 너무 많았다니까 그 때는?"
"그래도 봤어야지!"
어째 민정이랑 똑같이 얘기하는 것 같다?
"…미안하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고…! 우리 집 까지 배웅해줘!"
"어이어이…혼자서 못 가냐?"
"못 가!! 심심해서 못 가는 걸?"
"…아 그러셔요…"
"에구…저 정시하녀석…"
나는 또 그녀와 그녀 집 앞까지 같이 간 후에 집으로 돌아갔다. 애초에 그녀와 내 집은 반대방향이었는데 말이지..
"연세희녀석은 오늘 학교 빠진 거 보면 스케줄이 있나본데…얼래?"
또각또각하는 구두소리와 함께 이번에 새로 온 담임선생이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분명히 이름이...윤혜연이랬나..? 그런 건 모르겠고..
어디론가 바삐 가는 것 같은데...뭐 집으로 돌아가는 거겠지..내가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그나저나 집까지 언제 걸어간다..?
개학식을 하는 날이라서 학교가 일찍 끝난 것이 망정이었다. 이번에는 여름방학이 상당히길어서 겨울방학은 엄청 짧을 것 같았다.
"…겨울이 더 좋은데 말야…"
아직 덥기만한 9월. 햇빛이 완연한 정오.
"더워…"
여름하복을 입어도 덥기만 하다.
"다녀왔습니다…아무도 없나…?"
현관문을 열고 집에 도착하니 민정이는 물론이고 지현누나까지 없었다. 민정이는 친구들이랑 놀러갔을 것이고..지현누나는 독서실갔나..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여유도 없어서 그런가? 독서실은 가네..
끼이익...
그 때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금방 씻은 듯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다른 수건으로 머리를 닦는 한 여성이 내 눈 앞에 들어왔다.
"지현누나…?"
아니다. 지현누나라고 하기에는..뭔가 틀리다. 지현누나와 비슷하게 생겼긴했는데..더 성숙해 보였다.
그녀는 살짝 미소짓고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살포시 껴안았다.
"…!!"
"누나 얼굴 기억 못하나보네…"
"…설마…"
"다녀왔어 정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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