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47화 (14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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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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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야구장 가지않을래?"

이런 거는 그냥 소원쓰지말고 같이 가자고 해도 들어줄 터였는데..아직은 무리인가..?

"그게 소원이야?"

"응…"

"야구장이라…"

"요새 야구가 대세이고…그리고 가면 정말 재밌다고 해서…"

"흐응…"

물론 나는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곳이다. 더군다나 야구의 야자도 모른다.

"안돼?"

"아니 되기는 되지만…"

"…?"

"뭐 괜찮겠지. 그런데 언제 갈 건데?"

"오늘"

"오늘?"

내일이나 갈 줄 알았더니..오늘이라고...?

"민정이는 어쩌고?"

"…둘이서 갔으면 했는데…"

"나랑 지현누나랑?"

"…응"

"…알았어"

"그럼 준비하고 있을게 먼저 나가 있어"

그녀는 외출준비를 하려고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재빨리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서 갈아입을 옷을 찾고 있었다.

"역시. 다 추리닝에…살짝 작은 반팔에…"

왠만하면 청바지를 입지 않아서 청바지는 옷장에 하나도 없었다. 내 옷장은 항상 공간이 넘쳤고 무엇보다 꾸미는 옷이 없었다.(꾸민다고 해서 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후유…"

여름 옷도 사야되나...대충 반팔 하나 갈아입고 얇은 추리닝을 입었다.

"정우? 안에 있어?"

"어 지금 옷 입고 있어"

"기다리고 있을게"

"어"

그냥 이걸로 확정. 그나마 옷장에서는 이 옷이 나았다. 지현누나는 쪽팔리겠구만..옆에 같이 다니고 있는 놈이 후줄근하게 입고 있으니..

"그럼 나가볼까"

방 구석에만 처박혀 있을 줄 알았더니 이번 여름방학에는 자주 밖으로 나가보네..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지현누나가 작은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우"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청순의 극치였다. 그리고 얼굴은 안 그래도 이쁜 얼굴인데 더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항상 보는 얼굴인데도..묘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

그런 그녀를 보고는 잠깐 멍...

"왜 그래…? 이상해보여…?"

"아니 전혀 이상하지 않아. 오히려 이뻐. 오늘따라 더 이쁜 것 같아"

"…"

그녀는 다행이다라는 표정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남자들이 보면 아주 당장에라도껴안아주고 싶은 욕망이 들도록 만드는 모습.

"나야말로 이런 옷 밖에 없어서 미안…"

"그래도…정우는…멋지게 보이는 걸…"

"하하…"

그냥...예의상 그러는 말이었다.

"…그럼 갈까?"

"응!"

"그런데 야구장은 어디 있는데?"

"잠실에 있어. 정확하게는 잠실 종합운동장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나와 지현누나를 예의주시 중. 지현누나는 그러한 시선들은 정말로 아예 안중에도 없었는지 나만 계속 보면서 얘기하고 있었다.

"입장비는 얼마 정도 되는거야?"

"주말이니까…8천원 정도?"

"흐응…"

"물론 더 비싼 곳도 있지만…일반석가격으로는 그래"

"평일은 더 싸겠네?"

"응"

끼이익...

"왔다"

"이 버스 타야 돼?"

"응"

나와 그녀는 둘이서 앉을 수 있는 좌석에 앉았다.

"정우"

"어?"

"나랑 가기 싫어?"

"왜?"

"왠지 가기 싫어보여서…"

"아니. 그냥 야구장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니까…"

"정우는 항상 집에만 있으니…"

"…뭐 그렇지"

"정우"

"응"

"집에만 있지말고 어디로든 돌아다녀봐"

"혼자서?"

"친구랑 같이 놀러 가거나…"

"…"

"아…"

"…"

나에게 친구라는 건 없다. 이성친구는 있었지만 함께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수 있는 동성의 친구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친구가 안된다면…나랑…"

"지현누나는 수능생이잖아. 바쁘기도 하고…"

"괜찮아. 나라도 같이 간다면…"

"…"

"혼자는 너무…외롭잖아"

"…"

'외롭다'. 나는 아직도 외로운 것일까..?

"…있어줄게"

"…?"

"같이…있어줄거야"

"…뭐가?"

"항상 너의 옆에…있어줄게"

"…"

외로운 것이 아니다. 나는 줄곧 모른 체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전혀 외로운 것이 아니었는데도..지현누나가 있었고..민정이가 있었고..시하와 세희도 있었다.

'너는 지금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줄곧 혼자라고 생각해?'

워터파크에 갔었던 날. 같은 반의 여자애가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혼자라고 생각해?라는 말에서..

'난…혼자가 아니야…'

만약에 혼자라고 할 지라도..나의 섣부른 망상에 불과할 지라도..그러한 그녀의 말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되었고 도움이 되었다.

"고마워. 지현누나"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마음에 이 정도 말 밖에 해주지 못하였지만...

"사람 너무 많다…"

그녀와 팔짱을 끼고서 도착한 야구장 매표소에는 사람이 와글와글 몰려있었다.

"김밥 사세요~ 생수도 있습니다~"

"거기 지나가시는 분들 오징어 사세요~"

매표소 근처에는 김밥과 얼린 물. 샌드위치 등 간단한 먹거리들도 팔고 있었고. 야구용품을 파는 매장도 있었다.

"먼저 저거부터 살래?"

"저게 뭔데?"

"응원봉이야"

"저거에 바람 넣어서 두드리는 거야?"

"응. 이런 걸로 응원해"

"흐응…"

"살래?"

"그러지 뭐"

"여기 2개 주세요"

"4000원입니다. 바람 넣어드릴까요?"

"네"

바람을 빵빵하게 불어넣은 응원봉 4개를 손에 쥐고 표를 사려고 매표소로 갔다.

"혹시 예매했어?"

"응. 사람이 많으니까 미리 예매해 놓았지"

고작 나랑 같이 가려고 예매까지 해놓았다니..

"지현누나"

"어?"

"누나 좋아하는 사람있다면서?"

"…!!!"

"그 사람한테 같이 가자고 그러면 되지 않아?"

"그거야…"

내가 괜한 질문을 했나..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니 누나도 당황스러울 거고..

"…??"

"그건…"

역시 부끄러워서 얘기를 못하는 구만..얼굴도 발그레해지고..그 사람은 참 부러운 사람이겠어...저런 엄청난 미녀의 사랑을 받고..

"부럽네"

"으…응?"

"지현누나가 좋아하는 사람"

"…어?"

"그 사람 정말로 부럽다고"

"…"

"그 사람이랑 잘 이뤄지길 바랄게"

누구인가도 묻고 싶었지만 그녀의 프라이버시상 묻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랬다. 가족이 잘 되면 나도 좋다는 마음이랄까?

"…응"

그건 그렇고..누나 좋다는 사람 세상 천지에널리고 널렸는데..

"2분 예매하셨나요?"

"네"

"예매하신 분 성함 좀 알려주세요"

"박지현이요"

"즐거운 관람되십시요"

예매해놓았던 입장권 2장도 얻었겠다...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은 어떡하지…"

"햄버거 사가지고 들어가자"

"여기에 있어?"

"응"

"그러자"

햄버거도 먹은 지 정말 오래되었지...

"뭘 주문하시겠어요?"

"뭐 먹을래?"

"그냥…누나가 먹는 거"

나야 메뉴를 모르니...

"커플팩 되나요?"

"네"

"커플팩 하나 주세요"

엥...커플팩...?

"혹시 OK캐쉬백카드나 할인카드 있으세요?"

"아니요"

"현금영수증 해드릴까요?"

"네"

"번호 불러주세요"

"여기 주문하신 커플팩나왔습니다"

"빨리 나오네…"

"정우. 빨리 가자. 사람 꽉 찼어"

"어…"

그녀는 다시 내 팔짱을 끼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거..데이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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