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6 / 0318 ----------------------------------------------
Part 9.
22일 생일 이었습니다...
그냥저냥 지나가버렸네요...빨리 part 9끝내고 part 10과 part 9.5 외전을 쓸까 합니다..
사실 컴퓨터가 너무 자주 고장이 나서 쓸 수가 없습니다..마비상태예요 마비..
빨리 다른 거 사든가 해야지요..수리해도 소용이 없다는..
=====================================================
찌르르...
매앰매앰하고 울면 미연시를 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구석진 방에 유일하게 트여진 창문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는 정말로 시끄러웠다.
"끄아~!!!!"
이번 해 여름은 정말로 덥다. 6월부터 갑자기 시작된 찌는 듯한 더위는 7월에 와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불쾌지수가 극도로 높아진 와중에 매미소리라니.
"저 놈의 매미를 어떻게 안되려나…"
미연시는 노가다다.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노가다인데 이런 집중력을 흐트려버리면 나는 어떻게 이런 미소녀들을 공략할 수가 있겠는가.
"덥다…"
덥다고 수 백번 말해도 이런 더위가 풀릴 리도 없었고..하아..
"물이나 마시자"
구석진 방의 찜통더위에서도 눈 깜짝하지 않고 버틸 것만 같았던 나는 결국 포기. 냉장고에서 생수통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다.
"캬아!!!"
절로 캬아소리가 나왔다. 이런 왠만한 추임새는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오타쿠"
"엉…?"
얼래..이런 시간에 민정이가 있었네...
"오타쿠는 아이스크림 안 먹어?"
"아이스크림?"
"더워서 사 놨는데"
"물이면 충분하지 아이스크림은 무슨…"
"맛있기만 한데…냠~"
나 보라는 듯 퍼먹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고 있는 민정이.
"정우"
"…?"
지현누나까지 있었네..독서실 간 거 아니었나..?
"덥지?"
"응. 뭐…"
파란만장했던 미스콘테스트가 끝난 지 꽤 되었다. 이제 7월이 끝나가고 뉘엿뉘엿 8월을 바라보고 있던 시점. 지현누나는 소원을 아직 정하지 않은 모양인지 나에게 말을 해주지는 않고 있었다.
"나도…공부하려는 데 더워서 잘…"
손으로 부채질하며 정말로 더워하고 있는 지현누나. 지현누나도 더위를 잘 타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더워서 그런지 지현누나의 옷이 몸에 달라붙어서 브래지어가...큭...이건 확실한 범죄야 범죄..게다가 분홍색...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수능…몇 일정도 남았어?"
"대략…100일정도?"
수능이 11월에 치니까..지금은 7월 말..대충 그 정도는 되었다.
"잘 되어가?"
"응"
"나도…내년이면 고3이구나…"
암울하기만 하다. 나도 학창시절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도 이제…어른이 되어가는 거지?"
"…"
어른...
"정우?"
"어? 어 왜 불렀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아 그냥…실감이 안 나서"
사실 나는 '어른'이라는 존재를 증오했다. 나이가 많다고 장유유서의 법칙에 따라서. 아니면 유교의 법칙에 따라서 가르친다거나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에 나이가 적거나 약한 사람들을 핍박하고 강요하는 존재들. 나는 당장에라도 '하극상'이라는 것을 벌이고 싶었지만 그러면 나는 더더욱이...
어른들에게서조차 외면을 받았던 내가 이제 20살이 넘고 그 증오하고 증오하던 '어른'이라는 존재가 된다는 사실에 그저 멍하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 이 현실을 거부하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이렇게 계속 어리게 살고 싶었지만..그런 것도 이제는 안 되는 모양이다.
"있잖아 정우…"
"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거실에서 에어컨이라도 쐬고있어"
지현누나는 그러고나서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한 것 같았는데...기분 탓인가...?
"오타쿠"
"왜?"
"소파에 누워"
"엉?"
"에어컨 쐬라고 얘기했잖아 지현언니가. 소파에 누우라고"
"그러는 너는?"
"나야…상관없어"
"아니. 그냥 샤워나 하련다…"
"됐고! 빨리 누우라니까!"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나는 소파에 앉았다. 차가운 바람 맞으면서 낮잠자는 것도 괜찮겠구만...
"누워"
"너는 어쩌려고?"
"무릎베개해줄게"
"…!!!"
"…싫은거야?"
"…"
"역시 지현언니가 해주어야 되는 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내가 무슨…"
"부…끄러워?"
네가 더 부끄러워 보이는데...얼굴이 빨개지면서 머뭇거리며 말하는 거 보면...
"…"
"그냥…누워"
"…"
"그렇다고 착각하지마! 오타쿠가 정말로 땀 뻘뻘 흘리고 있어서 에어컨으로 제대로 식혀주려면 소파에서 누워야 하니까!"
"…괜찮은데"
"그냥 그런 거니까 빨리 누워!"
왜 자꾸 누우라고 강요하는 거지...나는 조심조심 고개를 뒤로 젖혀서 누웠다. 조금 딱딱한 소파의 느낌이 아니고 폭신하다고 해야할까? 어쨌든 민정이의 허벅지에 누워있었다.
"…축축하지않아?"
"괜찮아! 이 정도야 뭐 상관없어"
"…그러냐. 고맙다…"
아 좋다...찜통더위에서 벗어난 이 해방감이란...솔직히 이렇게 민정이가 변할 줄은 몰랐는데...이렇게 무릎베개해주는 것도 이해도 가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나한테 잘해주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오타쿠"
"응…?"
졸움이 솔솔 밀려오고 희미하게 귀가 들려오는 가운데서 민정이가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오타쿠…"
"…"
"편해? 내가 이렇게 해주니까?"
"…편해…"
"오타쿠"
"…응…"
"항상 지현언니만 보지마…"
"…"
"지현언니가 아닌…나를…"
나는 그 이후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편해서..민정이의 다리를 베개삼아 금방 잠들어버렸다. 뭔가 민정이가 애틋하게 말하고 있었는데..졸려서...
"…"
눈이 금새 떠졌다. 아직도 베란다에서 비쳐오는 빛은 밝기만 하였다. 째깍째깍하고 거실에 있는 시계소리만 울려퍼지는 적막한 거실. 아직도 나는 무릎베개를 하고 있었다.
"…"
민정이도 나를 눕힌 그 앉은 상태에서 자고 있었다. 다리가 아플 법도 하건만 나를 배려해서 이렇게 계속 있다가 자신도 피곤해서 새근새근 잠이 든 듯 하였다.
"민정아…"
"으응…오빠…오빠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거냐 너는...
"오빠…오빠…"
나에 대해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악몽이겠구만..민정이에게는..나와 관련된 꿈이라면 다 악몽일텐데...
"오빠는 나를…"
"…"
"싫어하지마…싫어하지마…나는…"
뭘 싫어하지 말라는 거지..
"나는…오빠를…"
"…"
진짜로 악몽이었나본지 그녀의 눈물방울이 내 얼굴에 떨어지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눈물까지 흘렀겠냐..나라는 존재가 이럴 때에는 정말 서글퍼졌다.
"…하아…"
나는 고개를 들고 일어나 에어컨을 계속 쐬이면 안되니까 잠시 끄고 민정이를 소파에 눕혔다. 이불을 덮어줄까생각했지만은 아직은 햇빛이 약해지지 않아서 오히려 민정이가 더워할 것 같았다.
"우리 가족들은 전부 다 더위를 타네…서현누나도 그럴까?"
지현누나도 그렇고. 민정이도 그렇고. 더위를 타니..서현누나는 어떠련지..누나를 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몇 년이 되었지..누나가 미국으로 유학을 간 것이..잘 지내고 있으려나..
"잘 지내고 있겠지…"
그랬으면 하는 바램이다. 게다가 서현누나는 '어른'이니까..나는 어른들을 싫어하지만 서현누나는 싫어하지않고 좋아하니까..
"그립네…"
거실에는 가족사진이 있다. 이제는 없는 부모님과 서현누나와 지현누나 그리고 민정이가 다정하게 웃으며 찍힌 것이 텔레비전 옆에 가지런히 있었다.
아마 이 시기가..내가 정신병원에 유폐되어있을 때였나...독방에서 홀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들은...
"…"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렇게 가족들과 화해하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되어서. 아니지..나에게는 다행이 아닌 기적이었지..기적...
"10년은 너무 까마득했어…"
10년. 내가 지난 날에 겪었던 시간들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계속 이대로만 유지되기를바라고 있다.
나에게 소원이 있다면..그것은 바로 이러한 생활일테니까..
"정우"
공부하다가 잠깐 쉬려고 하는 모양인지 방에서 지현누나가 나왔다. 독서실은 이제 가지않고 집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독서실에서 그러한 일들을 겪으면 안 갈만도 하였지만.
"응"
"소원 있잖아…"
"얘기하게?"
"정말 해주는 거 맞지?"
"맞다니까 그러네…대신 내가 해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같이…"
"같이…?"
"같이 야구장가지 않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