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45화 (14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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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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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자리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네?"

사회자도 경악하였고 우리들도 들떠있는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그녀가 한 폭탄선언의 여파는 너무나도 컸다. 지현누나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고..? 정말로 놀랐다. 지현누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고 게다가 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도...그런데..그런 말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되잖아..

"정말로 여기에 있습니까?"

"네"

"그러면 이 무대에 불러와서 고백을 하는 건‥"

"고백해!"

"고백해!"

관중들은 하나가 되어서 지현누나가 고백하라고 외쳤다. 지현누나는 그런 것에 얼굴이 발그레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에이~"

"너무 부끄러운가 보군요‥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녀는 여전히 부끄러운 듯.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랑해"

이제서야 나오는 그녀의 짤막한 한 마디.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마음. 모든 것이었다.

"와아!!"

그녀 덕분에 관중들의 환호는 그칠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럼 참가자소개도 모두 끝났고. 본격적으로 미스콘테스트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참가자인 지현누나의 소개도 끝나고 참가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인지 미리 뽑아놓았던 워터파크에 놀러왔단 평범한 일반인 100명이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갈 수록 미스콘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이 중앙홀로 모이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다. 나도 거의 맨 뒤에 있었는데 뒤를 둘러보자 사람들이 빡빡하게 메우고 있었다.

"비켜!!"

"너네들만 보냐!!"

"비켜라 이 새끼들아!!!"

"발 밟지마!!"

"아악!!!"

참가자들을 보겠다고 뒤에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밀자 질서도 깨지고 구경하는 곳은 난장판이 되었다. 발에 밟히고 주위에 짓눌리고. 나 역시 사방에서 누르는 것 때문에 숨도 쉬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미는 것 때문에 군데군데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조용히!! 조용히!! 여러분께서 조용히 해주셔야 콘테스트가 진행이 됩니다!! 조용히 해주십시오!!"

다급한 사회자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리 밀고 저리 밀리는 사태는 여전하였다. 나는 아는 사람들이 많이 참가하는 미스콘테스트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이 이상은 무리일것 같아서 뒤로 돌아서서 사람들의 틈을 빠져나갔다.

"빠져나오는 것도 고생이었어"

민정이랑 지현누나는 끝나고 집에 들어올 것이고..시하랑 세희는 어찌되었든 수영장에서 같이 놀았으니 이걸로 되었다는 생각에 라커룸에서 원래의 옷을 갈아입고 라커룸열쇠를 직원에게 돌려준 후. 워터파크 문을 빠져나갔다.

그건 그렇고..참가한 네 명이 나에게 우승하면 소원을 들어달라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렸다. 나한테 뭘 바란다고 소원을 들어달라고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문제는 어떤 소원을 해달라고 할 것인지 심히 불안하기까지 했다.

일단 지금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누워버렸다. 아까 전에 고생한 것 때문에 너무나도 피곤해서 스르르 눈이 감겨오기 시작했다.

"‥졸려"

화장실에 들어가서 씻기에도 귀찮았다. 지금만큼은 한숨 자고 싶기만하였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여름방학을 보내도 되냐는 양심의 가책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지만은 피곤한데 아무것도 못한다고 자기 스스로에게 변명을 한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나에게는 '시간'이라는 것이 더 많이 주어졌다. 밑도 끝도 없이 방구석에 처박혀서 미연시나 할 것이고. 미칠 듯한 더위에 새벽에도 괴롭기만 할 것이고.

"에휴‥자자"

더 생각할 것도 없다. 소파에 누워서 나는 잠이 들었다.

"오타쿠!"

"엉?"

"오타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민정이가 내 귀에다가 대고 오타쿠!하고 외치니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오타쿠!! 일어나!!!"

"끄흠‥"

"일어나라니까!!"

퍽!!

"크억!!"

"이렇게라도 해야 일어나겠냐고!!"

"그래도 이거는 좀‥"

상당히 아프단 말이다..

"일어나라면 일어날 것이지!!"

"허‥그런데 지현누나는 어디있어?"

"당연히 같이 집에 있지!!! 맨날 지현언니만 찾아? 난 안보여?"

"여기에 있잖아"

"지현언니는 화장실에서 씻고 있어"

"그래?"

"맨날 지현언니 지현언니!!! 그만 지현언니 불러!!"

"내가 그렇게 지현누나만 불렀냐?"

"어!!! 수 십번은 더 들은 것 같애!!"

"에휴‥"

"오타쿠"

"왜?"

"왜 도망갔어?"

"뭐가?"

"우리 한참 찾았거든 오타쿠 없어서?"

"없으면 집에 돌아갔나보다 생각하면 되지"

"그게 아니잖아!!!"

퍽!!!

"큭!!"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

"세희언니도 시하언니도 다 오타쿠찾는다고 난리부렸어!!!"

"‥그랬어?"

"왜 간 건데?"

민정이는 상당히 화가 나 있었다. 내가 아무런 말도 없이 집으로 돌아와버리니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

"그래도 봤어야 될 거 아니야!! 어딘가에서 오타쿠가 봐준다고 생각해 나는‥"

"??"

"됐어!! 얘기 안해!!!"

"‥미안하다"

"진짜로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미안하다니까"

"우승은?"

"우승?"

"지현언니. 우승했어"

"‥!!!"

"쳇‥역시 지현언니가 우승했다니까?"

"세희가 우승할 줄 알았더니"

"세희언니가 우승하길 바란 건 아니고?"

"글쎄‥"

"뭐야 그런 애매한 대답은?"

"그야 나는 뭐‥"

"사실 우승을 누가 하는 지 관심조차 없었지?"

윽...살짝 정곡을 찔렸다.

"‥"

"맞나보네. 그냥 나랑 지현언니랑 세희.시하언니에게 잘하라고 응원하고"

"‥"

"그런 거 확실하게 정해"

"뭘?"

"구체적으로 한 명만!! 확실하게 정하라니까!! 우유부단하게 굴지말고!!"

얘는 대체 왜 저러는 거지...

"‥정우"

화장실에서 모두 씻고 나온 뒤에 지현누나가 거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왔네"

"한참 찾았어"

"미안. 아무 말 없이 가버려서"

"‥노래까지 불렀는데"

"노래?"

"지현언니 노래불렀어. 몰라?"

"‥너는?"

"나도‥노래불렀지만"

"‥보고 싶네. 노래하는 거"

"흥!! 됐네요!! 도망 친 그 누구에게 절대로 보여줄 생각 없네요!!"

"‥에구구‥"

"정우"

"응?"

"우승하면‥소원들어주기로 하였잖아"

"아‥"

차라리 얘기안해주었으면했다. 대체 나에게 뭘 바라는 건지..

"소원‥안 들어줄거야?"

나는 전에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소원을 들어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아니. 들어줘야지"

"정말인거야? 도망치는 건 아니고?"

"‥안 도망쳐"

"그러면‥나중에‥생각나면"

"소원 안 정했어?"

"너무 많은 걸"

"에휴‥"

"지현언니는 참 부럽네요‥"

"‥"

뭔가 민정이는 많이 삐진 듯 싶었다. 토라진 말투로 비아냥.

그렇게. 워터파크 내에서 보냈던 하루는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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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9.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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