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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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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
부끄러운 것을 어떻게든 떨쳐보이고 활기차게 보이기 위해서 그녀는 소리가 모두 다 들리도록 마이크에 목청껏 지르며 사람들 앞에서 인사했다.
"오오!!!"
"귀엽다!!!"
"민정양!!!"
"에~그럼 박민정양? 이 곳에 나오게 된 동기는 어떻게…"
"그…그건…"
"부끄러워하지말고 얘기해주세요"
"그…그건…오빠한테…"
"오빠?"
"오빠? 대체 누구야!!!"
"오빠가 설마 사귀는 사람은 아니겠지!!!"
"저런 귀여운 애를!!!"
어이 이보게들? 대체 당신들은 뭔 상상을 하고 있는 거지?
"오빠한테 약속한 것이 있어서…"
"약속이라니요?"
"여기에 우승하면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소원이요?"
"네…"
"아까 정시하양도 똑같이 말을 했던 것 같은데…?"
"…"
"그 오빠란 사람한테 이번 대회에 대한 각오 한 마디!!"
"정우오빠!!!!"
"…!!!!!!"
뭐냐...이 상황 대체 뭐냐...
"정우가 누구야!!!"
"미소녀들의 사랑을 받는 이런 부러운 놈은 누구야!!!"
"오빠!!! 그 동안 같이 살면서 정말로 미안했으니까!!! 앞으로는…정말로…"
"…"
"정말로…잘 지냈으면 좋겠어!!!!!"
"…나도 그래"
"그러니까…바보같은 오빠니 그런 소리 절대 하지마!!!"
"어째 친오빠한테 하는 것 같은데…"
"사랑하는 사람한테 얘기하는 것이 아닌 것 같은데…"
"…"
"오빠!! 좋아해!!!! 이번대회 잘할게!!!"
"…"
그녀는 내가 보이지 않을 테지만 나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진심어린 목소리도. 이 곳까지 잘 들려오고 있었다.
"그 오빠란 사람이 혹시 친오빠인가요?"
"네…"
"그렇군요!! 친오빠를 위해 용기있게 이 곳에 나와서 각오를 밝힌 박민정양에게 박수!!!"
"와아!! 민정양 귀여워!!!"
"모에다!!! 이런 모에는 처음 본다!!!"
"모에가 대체 뭐냐!!!"
"사랑스럽다!!!"
"친오빠란 사람 뭐냐!!! 민정이에게 잘 대해주지 않은 거냐~!!"
"당장 여기에 있는 박정우란 인간을 색출해야한다!!!"
"맞다!!!!"
"색출해서 죽이자!!!"
"죽이자!!!"
"…이런…"
나는 구경만 하고 있을 뿐인데 왜 사람들한테 살인의 위협을 받아야하냐고요..
"자자 조용하시고…그럼 다음 참가자는…"
"연세희차례는 대체 언제냐!!!"
"연세희를 불러와라!!!"
"우우!! 연세희!!!"
객석에서는 몇몇 연세희이 팬들이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은 연세희를 부르라며 사회자를압박하고 있었다.
"드디어…기다리고 기다리던 차례가 온 것 같은데요…"
"오오!!!!"
"참가번호 40. 연세희양을 모시겠습니다!!!!"
"와아!!!!!!!!!!!!!!!!!"
갈색의 웨이브 진 머리카락. 만인의 아이돌이자 엄청난 가창력의 그 소녀가 하늘색 비키니를 입고 등장하였다.
"와아!!"
"여러분 반가워요!! 연세희입니다!!!"
"와아!! 연세희!!!"
저 녀석 역시 무대체질이라니까...무대에만 서면 완전히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연세희양"
"네"
"이런 대회에 참가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은데요?"
"그냥…친구들끼리 놀러왔다가…재밌어보여서 여기에 나가게 되었어요"
"연세희양을 친구를 둔 사람들은 참 행운아군요…"
"오히려 친구들이 잘 대해줘서 제가 행운아에요"
"이 대회에 대한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로 연예인 연세희를 떠나서 그냥 평범한 여고생 연세희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잠깐만요"
"네?"
"잠깐…당장 여기서 할 말이 있는데…"
"누군가에게 말할 메시지입니까?"
"네…"
"그러면 본격적인 대회에 앞서 말하시죠"
"…"
"박정우!!"
"크악 또 이 녀석이냐!!!"
"박정우가 누구길래 참가자 3명에게 동시에 관심을 받는거야!!!"
"사회자는 당장 박정우를 단상 앞으로 끌고 와야한다!!!"
"옳소!!!"
"박정우 어딨냐!!!"
"여기서 숨어있지말고 당당하게 나와라!!!!"
에고...이 녀석 마저.....나..평생 욕먹고 위협받을 인생인가...
"…하아…"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맨 뒤에 있는데다가 고도의 스텔스(?)능력을 갖춘 나는 사람들의 인파속에 끼어들어서 조용히 구경하고 있었지만 정시하. 민정이. 그리고 세희마저 나의 이름을 부르자 당장에라도 나를 단체구타할 기세였다.
왜 연세희도 내 이름을 부르냐고...
"친구사이인데 그렇게 거짓말 할 거야!! 정말 실망했어!!!"
"실망했다잖아!! 박정우!!!"
"연세희를 친구로 두다니!!!"
"거짓말했대 게다가!!!"
"끄아!! 박정우 개자식!!!"
나는 생전 처음보는 사람한테 '개자식'소리마저 들었다.
"정우야!!! 앞으로 거짓말 절대로 하지 않길바랄게!!!"
그녀는 그런 말을 하고 마이크를 내려놓고 사람들 앞에서 다시 한번 인사했다.
"거짓말한 친구에게 훈계를 한 연세희양한테 박수!!!"
"와아!!!!"
"박정우 그렇게 살지마라!!!!"
"우우!! 세희양한테 상처입힌 박정우!!"
"우우~~~"
나에 대한 단체 야유소리.
"에휴…"
그저. 한숨만 지었다.
"그럼…어느 덧 마지막참가자인데요…"
"벌써 마지막이냐!!!"
"좀 더 눈호강좀 하자!!!"
"참가번호 44. 박지현양을 모시겠습니다!!!"
"와아!!!"
"여신님이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나왔다. 그녀는 사뿐사뿐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끄아!! 이쁘다!!!!"
"몸매 최고다!!!"
"참가자 중에 최고였다!!!"
"어떻게 저런 외모가 다 있냐!!!"
"나랑 사귀자!!!"
"여신!! 여신!!!"
지현누나의 인기가 연세희못지 않구만...검정색의 긴 생머리에 어울리는 검정색비키니를 입은 그녀는 완전히 주변 사람들을 홀려버리니까...요염하면서도 청순하다고 해야할까..
"섹시하다!!!"
"하앍!!하앍!!!"
"인기가 많군요…꽤나 유리할 수도 있겠는데요?"
"서비스 한 번 해라!!!"
"박지현양"
"네"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지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가 대중들 앞에서 인사를 하자 열광소리는 더 짙어졌다. 나중에 들은 얘기였지만 그녀가 인사를 하자 맨 앞에 있던 남자 몇 명이 코피를 흘리며 기절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직업이?"
"학생입니다"
"이 대회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나는 순간 덜컹했다. 그녀마저 나에 대해서 얘기를 꺼낸다면 나는 이제 만인들의 위협을 받을 뿐만아니라 악의 근원을 뛰어넘은 악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당연히 주위 사람들에게)
"사실…아까 전에 나왔던 민정이가 제 친동생인데…"
"오? 박민정양이 친동생이라고요?"
"네…"
"자매가 왜 이렇게 이쁘냐!!!"
"최강자매다!!!"
"동생이랑…함께 나온 것입니까?"
"네…"
"자매가 함께 출연한 덕분에 이런 대회가 빛이 나는 군요!"
"맞다!!!"
"사회자 말 잘했다!!!"
"좀 염치없는 질문인데. 이 자리에 혹시 같이 남자친구가 나와있습니까?"
"그 질문은 뭐냐!!"
"사회자가 사심있는 거냐!!!"
"지현양이 워낙 예쁘다보니 남자친구가 당연히 있을 것 같아서…이 자리에 남자친구가 있으시다면 그 사람한테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자친구는 없습니다"
"와아!!!"
"나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냐!!!"
"꿈 깨라!!!"
"지현이는 내 꺼다!!!"
"여신님!!!!"
남자친구 없다는 소리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관중들.
"하지만…"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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