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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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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미스 콘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있던 사회자의 개회선언과 함께 열광과 환호성이 넘쳐났다.
"누가 우승할까?"
"그러게 말이야"
"당연히 연예인인 연세희가 아닐까?"
"아까 전에 신청참가자 얼굴들 대충 봤는데 연세희랑 비등비등한 외모도 있던데?"
"어쨌든 연세희의 독주는 아닐 것이다 이거지?"
"내 말이 그 말이야"
구경 온 일반인들이 저마다 누가 우승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연세희가 과연 여기에서 우승할 것인가?'라는 주제일 것이다.
"여신님이 여기 있는데…"
"지현님~"
여기에도 팬클럽을 지칭한 광신도들이 몰려있었구만..이 녀석들의 시선에 들지 말아야 내 신상이 편해진다.
"박정우"
"응?"
이 녀석 이름이 뭐였지..우리 반 여자인 건 알겠는데..아직도 우리 반 애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누가 우승하길 바라는 거야?"
"…글쎄…"
"이 둔감한자식"
"뭐가 둔감하다는 거야?"
"됐고. 그냥 누가 우승하기를 바라는 거야?"
"모르겠다니까…다 예쁘니까"
"네 주관적인 생각을 얘기하라는 거지 누가 그런 걸 얘기하래? 세희랑 옆반 여자애랑 지현언니랑 네 여동생이 모두 응원하라고 했잖아?"
"그런데?"
"그 중에서 누가 우승하기를 바라는 거냐고"
"…"
"정시하라는 옆반 여자애야? 애인이라면서?"
"걔가 멋대로 얘기하는 것 뿐이야"
"그럼 세희야?"
"세희가 우승하면…괜찮을지도"
"헤에…세희한테 관심이 있었구나?"
"별로…그 녀석이랑 나는 '친구'관계라서 그러는 거야"
"친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대충 그럴 것 같아"
"뭐야 그런 애매한 대답은…"
"글쎄…"
"지현언니와 여동생은 어때?"
"가족이니까 응원하는 거지"
"정우는 가족을 꽤나 아끼는구나?"
"그다지…그냥 집 안에서는 바보같은 오빠거나 동생이거든"
"…그렇다면…네가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야?"
"우유부단한 대답일 것도 같은데. 네 명 모두 응원하고 있다랄까?"
"그 중에 2명은 너한테 진심으로 응원받고 싶은 거고"
"…뭔 소리야?"
"이 초둔감자식…아직도 모르겠어?"
"…??"
"에휴…왜 세희는 저런 자식을 좋아하는 건지…"
"뭐…?"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내가 말해둘 것은…"
"…??"
"네가 확실히 선택하라는 거야. 안 그러면…모두에게 상처 입힐지 모르니까"
"대체 뭘?"
"아 미치겠네!!! 이런 미친 초둔감자식!!!"
"어이!!!"
"아 됐다 됐어. 나는 이런 말하려고 온 것이 아닌데"
"그럼?"
"그 누구덕분에 기분 상해서 얘기안하고 갈래"
"그 누구가 나는 아니지?"
"너잖아"
"나였냐…"
"그런데 너는 왜 혼자서 보고 있냐?"
"혼자서 보고있다니?"
"같은 반 애들은 앞에 있어. 갈래?"
"아니. 그냥 여기 있을건데?"
"왜. 안 보이잖아?"
"그냥…혼자서 구경하고 싶어서 말야…"
"혼자…라…"
"…응"
"박정우"
"왜?"
"너는 지금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줄곧 혼자라고 생각해?"
"…?"
"헛소리야. 그냥 흘려들어. 나는 애들있는데로 갈게"
"…"
"간다 박정우"
그녀는 그런 말만하고 애들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참가번호 23. 최송이양을 앞으로 모시겠습니다!!!"
"와아!!!"
죄다 참가자들도 예쁘구만..진짜 우승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몸매를 유감없이 사람들의 앞에서 보여주고 있다. 남 보기 남사스럽게시리..나는 뒤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어차피 모두한테 내 맨얼굴이 모두 드러났고 이러고 계속 있을 필요가 없으니 다시 머리를 내릴까..
"저 회색눈 남자 대체 누구야?"
"외국인일까?"
"눈 보면 마치…'인형'같아. 영혼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감정이 없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보여…"
"몸매도 봐, 온통 흉터랑 칼자국이잖아"
"젊어보이던데…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살인자나 살인병기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다. 킬러라거나…범죄자라거나…"
"그래도 잘생겼잖아? 다크서클이 좀 짙다는 게 문제이지만…"
"어라? 머리 내리는데?"
"얼굴 보여주기 싫은 건가?"
내 외모가 많이 눈에 뜨이는 이유도 있었다. 회색빛 눈과 짙은 다크서클은 너무나도 희귀한 외모였다. 수영장 안에서 종종 외국인이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이제서야 나는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 망할 정시하때문에…"
"참가자번호 25. 정시하양을 큰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와아!!!"
정시하인가..빨간비키니를 입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녀가 맞았다.
"정시하양?"
"예"
"혹시 직업이?"
"학생이예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여기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 사람 때문에요"
"한 사람…?"
"그 사람을 위해서 여기에 나왔어요"
"저 녀석…"
"혹시 사랑하는 사람입니까?"
"네"
"오오~~~"
"지금 그 사람이 이 자리에 있습니까?"
"…네"
"오오~~"
"지금 그 사람에게 자신의 각오를 말씀해주실 의향은?"
"있어요"
"그러면…"
"후~"
그녀는 심호흡을 길게 내쉬었다.
"정우군!!!"
"…!!!!!"
"정우군이 누구지?"
"저 바보…"
"정우군!!! 들려!!!"
"…"
저 녀석 내 이름은 왜 불러...
"정우군!!!! 언제까지고 기다릴게!!! 내 마음을 받아줄 때 까지!!!"
"…!!"
"나 만약에 여기 우승하면!! 꼭 소원 하나 들어줘야 돼!!!"
"…시끄럽게나 굴지 마라…"
나는 절대로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말만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참 용기있고 당찬 아가씨군요!! 정시하양에게 모두 박수!!!"
"오오!! 멋지다!!!"
"멋져!!!"
휘이익~~
박수소리와 함께 휘파람소리가 중앙홀을 가득 메웠다.
"감사합니다!!!"
저 녀석 저렇게 순수한 면이 있었나....
"아니면…일부러 의도를 한 것이던가…내가 빼도박도 못하게…"
뭐..나름대로 괜찮을려나...
"그럼 다음참가자 모시겠습니다!! 참가번호 26. 박민정양을 앞으로 모시겠습니다!!!"
"와아!!"
이제 민정이의 차례인가...
저 녀석..아까 전에 스스로 나가겠다고 말할 때는 언제고 왜 저렇게 부끄러워하는거야?
"귀엽다!!!"
"모에하다!!!"
"박민정양? 앞으로 더 나오셔야죠…"
부끄러운지 머뭇머뭇 거리고 있는 민정이.
"박민정양에게 기운을 북돋울수 있도록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오~!!!"
박수소리가 한창 지나서야 마음을 굳힌 듯 그녀는 앞으로 나왔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사회자가 마이크를 건네고...
"…"
잠시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에...
"안녕하세요. 박민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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