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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Fanatic
잠시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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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2-C반 잉여A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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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173cm의 루저의 키. 여드름이 듬성듬성있는 평범한 얼굴. 성적도 중하위권을 맴도는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가하고 막막하기만 한 어느 학생이었다.
취미도 다를 바 없다. mp3로 최신가요를 듣고 여자아이돌가수들을 좋아한다. 만화책을 책방에서 많은 양을 빌려볼만큼 만화책광이었고. 컴퓨터게임(스타라던가 카오스와 같은)을 방과 후 또는 토요일 주말마다 친구들과 같이 PC방에서 한다.
지루하고 허무하기만 한 나날들.
성적을 올리라고 하는 부모님의 잔소리에 나는 되려 성질을 내고.
성적표를 볼 때마다 주머니에 꾸깃꾸깃넣어서 부모님한테는 아직 안 나왔다며 발뺌을 하였다.
학원을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밤 늦게까지(나라에서 밤 10시까지 제한해놨지만) 사각사각하고 글씨를 노트의 빈 공간들을 채워가며 학원선생들의 강의를 무표정으로 듣는다.
"살기 싫다…"
일탈을 꿈꾸었다. 자살을 하자는 생각도 수 없이 많이 했다. 가출도 한 적도 있었다.
친구들과 즐겁게 컴퓨터게임을 한 후에는 항상 공허함이 맴돈다.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하고.
열심히 공부해야한다라고 자기자신을 채찍질해봐도 결국 작심삼일. 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해버린다. 대학 입시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입시 후에 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야"
"응?"
"피시방이나 가자"
"당연히 가야지. 내가 빠지면 섭하잖아?"
그러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압박감과 두려움때문에. 나는 잠깐의 쾌락에 빠져드는 건지도모르겠다. 이러한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도록. 이러한 나날의 반복이 계속 될 것만 같았다.
적어도.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상. 한국고 입학식을 마치겠습니다!"
이제 나도 고등학생인가..기대감도 들었다. 남중을 나온 나는 남녀공학인 이 고등학교에 들어온 것에 대해서..다른 녀석들은 대부분 남고에 걸렸는데 말이지..
군데군데 나의 눈을 고정시키게 만드는 여자애들이 많이 있었다. 이 고등학교는 물이 좋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러한 소문이 사실이었다.
"17년 솔로인 나한테는 조금 머나먼 이야기일려나…"
나는 단 한번도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었다. 고백도 했었건만. 너무도 쉽게 차여버리기도 했었다.
"다른 여자한테 고백하면 되지!!!"
옛날에 이러한 면에서는 나도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듯 하였다. 언젠가 나에게도 여자친구와 알콩달콩 연애할 날도 있겠지하고..하지만 날이 갈 수록 암울하기만 했다.
여자와 사귈 수 있는 스펙도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말을 재밌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다지 성격도 내 스스로도 좋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외모? 키? 여자는 그런 거 안 따져. 성격 좋고. 말솜씨 좋고. 그러면 매력있어"
내 위에 있는 친누나가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나에게는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여자에게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재미있게 할 만큼 나는 그러한 배짱도 없었다.
이렇게. 나에게는...아무 것도 없다.
입학식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던 길. 나는 어느 한 사람을 만났다.
윤기있는 기나긴 검정색 생머리. 어떠한 여자들보다도 아름다운 외모. 몸매.
"아름답다…"
나는 한 눈에 반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것을 철회해야만했다.
이렇게 아름답다고 입으로 직접 나올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그녀.
그녀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아…"
뭔가..황홀하였다. 입을 헤 벌리고..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혹시 그녀도 날 알아본 것일까..?하고 어이없는 기대감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서. 그녀는 나를 잠깐보고는 바로 다른 데로 돌려서 교문을 나섰다.
나는 멈춰섰다.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가 떠나간 자리를. 나는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일까…"
집으로 돌아가고 집에 있는 내내 교문 앞에서 보았던 그 소녀가 떠올랐다. 입학생 중에서도 눈에 띄는 외모가 많이 있었지만. 그녀만큼 아름다웠던 사람은 없었다.
"누구일까? 누구지? 대체 누구지?"
입학식때는 볼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 그러면..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선배였다.
"대체 누구일까…"
나는 그 궁금증으로. 밤조차 새버렸다.
"야. 진짜 이쁘지 않냐. 우리 반 여자애들"
"그러니까. 당장에라도 꼬셔야지…"
"아직 학기 초잖아. 시간은 많아"
"…"
남자애들은 그러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1학년이 시작된 지 어느 덧 2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나는 계속 입학식 때부터 봤었던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것때문에 2개월 내내 찾아보기도 했었으니까. 그 때 보았던 그녀의 이름도 몰랐고. 학년도 몇 학년인지도 몰랐다.
"야"
"아. 성한"
중학교 때 같은 반이어서 친하게 지냈던 성한이 이번에도 나와 같은 반이었다.
"뭔 생각하냐?"
"글쎄…"
"대체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 거냐?"
"뭐?"
어떻게 내가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지..?
"당연한 거 아냐? 표정이 무표정이었다가 갑자기 입을 헤~하고 벌리는 거 보면 딱 누군가생각하는 거겠지"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아니었냐?"
"뭐. 맞긴 하지만은"
"지금 학기 초라서. 같은 중학교 출신들끼리 놀고 있지만…여기서도 친구 많이 사귀어야 되지 않겠냐?"
"그치?"
"네 별명이 오죽했으면 '깝"이었겠냐?"
"야. 그러면 너는?"
"너보다는 안 깝쳤어. 사사건건 나댔잖아"
"그런가…?"
"그냥 닥치고. 매점이나 가자"
"그래"
나와 그는 교실 문 밖으로 나가 익숙하게 매점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네가 사라"
"뭐?"
"어제 내가 사줬잖아"
"아 그랬었나…"
"기억나지 않는 척하지마!!!"
"하하 농담이야 농담. 사줄게 가자"
"나 소시지빵"
"비싸!!!"
"밥 안먹었어"
"…에휴…"
"다음에 내가 또 사주면 되는 거지. 기브앤 테이크 모르냐?"
"네가 신용이 가야지"
"어이. 나 한 신용하는 사람인 거 몰라?"
"알았어 알았어. 너랑 얘기할 때마다 내가 피곤하다…"
"…그러냐? 어…"
지나가는 길에. 한 시도 잊은 적이 없었던 얼굴이 내 눈 앞에 보이고 있었다.
"뭐냐?"
"…!!"
그녀였다. 이름도 모르고. 심지어 학년조차도 몰랐던 그녀. 어딘가를 바삐 가는 듯 종종걸음으로 내 앞을 무심히 지나치고 있었다.
"대체 누구를…어이?"
"…"
멍하다. 이번에 2번째로 보는 거였지만 볼 때마다 멍하기만 했다. 저기요!라고 말하고도 싶었지만 나는 그녀의 외모에 홀려서 어떠한 행동도 할 수도 없었다.
툭툭.
툭툭.
툭툭.
"어…어?"
"너 왜 갑자기 멍 때리고 그래?"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아까전에…박지현선배를 보는 것 같았는데…"
"박지현?"
"아항~ 너 지현선배 보는 거였구나!!!"
"아니야!"
"당연히 멍할 수 밖에 없지…나도 네 번 밖에 안되었는데…정말 이쁘더라"
"…이름이 박지현이야?"
"어. 2학년에 있는데 우리 학교 '여신'이라 불리는 사람이야"
"여신?"
"당연하잖아. 저렇게 예쁜데"
"…여신이라?"
"저 선배한테 대시하려는 1학년들 아주 줄을 섰어 진짜. 다른 2학년도 3학년도 그 선배한테 대시하려고 했었는데 모두 거절했으니까 섣불리 다가가지 않는거지"
"…모두 거절했다고?"
"눈이 높은가 보지…저 사람 사복사진도 찍으면 비싸게 팔린다지 아마?"
"파파라치까지…"
"직접 연예계사람이 학교에 찾아와서 스카우트신청까지 했을 정도라는데?"
"대박…"
"너 한눈에 뿅간거 알겠는데…솔직히 쳐다보지 못할 나무야 우리한테는…"
"…"
"그리고 공부도 전교권에…몸매도 교복으로 가리고 있는데 아주…"
"…"
"나도 잘 모르지만…어쨌든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속앓이하는 사람들 많아. 이 학교 내에서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정작 자신은 한 번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으니"
"…"
"도도하거나…또는…냉정하다고 해야할까?"
"…"
"자 우리는 갈길 가야지. 쉬는시간 끝나겠다"
"아…가야지…"
나는 너무나도 아쉬운 듯 그녀가 가는 것을 계속..
나는 그 이후 그녀를 생각했다. 천번 만번 생각했다.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을 정도로 나는 그녀에게 푹 빠져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열심히 추종하였던 모임에 가입할 정도였다.
"우리들은 여신님을 지키는 정의의 수호대다 그것을 아는가!!"
"우오!!!"
"다른 썩어버린 남자의 무리로부터 여신님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그것을 아는가!!!"
"우오!!!"
팬클럽회장이었던 안경 쓴 3학년 선배가 손을 힘껏 들며 방과 후 집회에서 모인 학생들을선동하고 있었다. 나도 그것에 동참하며 학생들과 손을 함께 들며 그의 선동에 응하고 있었다.
나의 일상은 변하였다. 그녀를 만남으로 인해서.
아무 것도 없던 내 방에 있는 벽에 그녀의 사진이 붙여져 있었다. 오직 학교에서는 그녀를보기 위한 목적으로 그녀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것을 하나라도 알아내려고 같이 입학했던 입학생이자 그녀의 친동생이었던. 그리고 '그 사건'의 장본인이자 전교의 왕따였던 박정우에게 열심히 친한 척을 하며 캐묻는 사람들의 무리에 끼어서라도 그것을 들으려고 하였다.
"그러니까 지현누님의 취미가 뭐냐 이거야…"
"합기도. 책 보기"
"호오? 지현누님이 합기도 유단자야…?"
그 녀석은 지현누님에 대해서 얘기해주었다. 그다지 별로 얘기하고 싶지도 않은 모양이었지만 우리들이 집요하게 묻는 끝에 알아낼 수 있었다.
'그 사건'. 방과 후. 체육창고에 혼자서 1학년일진들을 전부 다 개박살낸 사건의 사람이라서 사람들이 묻는 것이 꺼림칙해하는 건 사실이었다. 솔직히 두려웠다.
'또라이. 정신병자'
우리들은 그 녀석을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오직 혼자의 세계에서만 살며. 사람들과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오직 이 녀석과 얘기하는 것은 '박지현'에 대한 것 뿐.
"알았으면 가라"
우리들은 순순히 물러났다. 더 이상 그 또라이새끼를 기분나쁘게 했다가는 우리들도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하지만 이렇게 지현누님에 대해서 알아간다고 해도 나는 그 사람의 남자가 될 수는 없었다. 나도 알고 있다.
그 사람은 나 따위와는 어울리지도 않았고. 심지어 내 이름조차도 모를 것이라는 걸.
"나랑 사귀어주지 않겠어?"
우연히. 어떤 남자가 꽃을 주며 지현누님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벽 뒤에 숨어서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미안해"
역시 그녀의 대답은 No.
"…하하…역시 안되는 거구만…"
"미안해"
"상관없어. 어차피 안된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
"…"
"이런 아까운 시간 내줘서 고맙다"
그러고서 쿨한 척하며 그 남자는 서서히 그녀의 곁을 돌아섰다.
"…"
나도 만약에 고백한다면..이렇게 되는 것일까...아니..만나려고도 하지 않아주겠지..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든다면.
나는 꿈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좋아합니다"
"…응"
꿈 속에서 그녀한테 고백을 하고 그녀와 하는 입맞춤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그녀와 데이트를 하고. 키스도 하고. 서로의 손을 잡는다.
"젠…장…"
베개를 꽉 붙잡으며. 그녀를 껴안고 있다는 착각에 들었다.
하지만 그 꿈속에서 깨어나면 헛된 망상. 그리고 속옷은 젖어있다.
"…"
그녀는 그 누구보다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
허공에서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그려지자 손을 뻗으면 그 모습은 사라진다.
"끄…흑…"
서서히 눈물이 흐른다.
나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사랑한다고 계속 외쳐보아도 그 목소리는 그녀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그래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그것이 설령…"
잘못된 사랑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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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atic-광신적인. 광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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