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34화 (13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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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9.

주말 연참..

외전은 part 9끝나고 적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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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상관없다고 생각해"

"…진심…이야?"

"그럴 일이 일어날 리가 절대로 없겠지만. 만약에 그런 상황에 있다면. 그리고 내가 정말로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

"그러니까. 상관없어"

나는 내 소신대로 그녀에게 얘기해주었다. 사실 나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사랑도 안 되는데 더더욱이 '금지된 사랑'이라면. 나에게는 0.01%의 가능성도 없는 머나먼 일이자 소설에서 벌어질 법한 일이었다.

"…정우"

"응?"

"그 사람을 사랑하도록 만들면 되는 거야…?"

"…응?"

"사랑하게 만들면 되는 거냐고"

"…"

"그 사람을 사랑하면, 너는 어떤 벽이 있다고 할 지라도 그것과 맞서 싸울 거야?"

"…"

"말해"

그녀의 표정. 그녀의 말투. 그녀의 눈빛.

그녀는 나에게 '진실'을 강요하고 있었다.

"…어"

"진짜…지?"

"그래"

그녀가 왜 이러한 'if..?'에 목 매달고 있는 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나의 대답에 필사적인 것인지도 모르겠고..그리고 나에게는 뭔가 알 수없는 불안감이 스쳐지나갔다.

"…그럼 됐어"

"뭐가 됐다는거야?"

"민정이에게…질 수 없으니까"

"하아?"

"…아무 것도 아니야. 빨리 독서실 가자"

나는 그녀가 왜 이러한 질문을 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독서실로 함께 가고 있었다.

사각사각..

"여기선 절대 정숙인거 알고 있지?"

"여기 써 있잖아"

"게다가 무료공용독서실이니까. 마음대로 앉아도 돼. 일단 자리부터 찾자"

하지만 시험기간이 겹쳐서 그런지 사람들이 꽉 메우고 있었다. 게다가 건물 밖에선 대기자들이 음료수를 마시거나 문자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아…늦어버렸나…"

"다른 데는 얼마든지 있어. 가자"

그리고 지현누나의 외모를 보고는 휘둥그레하며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있었지만.지현누나의 외모는 정말 어디서든 통하는구나..

"어떡하지…"

우리는 계속 몇 개의 독서실을 더 찾아보았으나 헛수고. 모두 자리가 메워져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근방이 학교 밀집지역이라서 그런 현상이 더 심해보였다.

"…흐음"

나는 그냥 집에 돌아가서 할까..하고 누나에게 얘기를 꺼내볼 참이었다. 그런데 그걸 얘기하기에는 집에는 민정이가 있었다. 지현누나와 민정이는 서로 피하고 있었으니..어디에서든지 독서실은 찾아야했다.

"정우"

"응?"

"유료독서실이라도 갈래?"

"…글쎄…그런 곳 가는데 돈까지 써가면서…"

왠만하면 대기하고 있다가 '기다리자'라고 권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권해보기에는 지현누나는 수능생이어서 한 시간이라도 공부를 더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고..나도 시험이 머지 않았으니..에고..이를 어쩐다..?

"정우. 유료독서실이라도 가보자"

"…알았어"

결국 지현누나의 제안에 응해 나는 지현누나와 함께 돈을 써가는 것을 감수하고 유료독서실에 들어갔다.

"입장료가…?"

"500원입니다"

"에…?"

뭐야..왜 이렇게 싼 거야..

"동사무소 독서실이라서 그런가…?"

"여기 2장이요"

"네"

그녀는 1000원을 지불하고는 나에게 표를 건네주었다.

"들어가자"

찾기는 찾았으니..만족해야 하나..

"…"

만족할 리가 있겠냐!!!!!!

아무리 다른 유료독서실보다 싸겠지만 500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들어온 건데. 왜 이꼴인 거냐고!!!

에어컨은 없는데 선풍기는 먼지에 쌓여있었고 벽지에 곰팡이가 덕지덕지. 그리고 독서실이라고 해서 칸막이는 늘여놨지만..대부분 칸막이는 부셔지거나 해서 책상과 책상 사이의 경계가 없었다.

"…"

싸서 어느정도 시설의 열악함을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열악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7월. 이제는 모기가 득실득실해질 때다. 안 그래도 6월 부터 푹푹찌는 더위였는데..

"정우"

"응?"

"여기서라도…하자"

우리들이 시설의 열악함이니 그런 거에 불만 따질 자격이 안된다는 것인가..한숨을 하아하고 또다시 내쉬고는 500원을 지불했는데 할 건 해야지 하고..순응하기로 했다.

우리들이 들어오자마자 조용히 공부하고 있던 사람들 모두 시선 집중. 이 곳에선 아주 지현누나의 얼굴을 보고는 침을 흘리며 헤벌레하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그런 주위의 시선을 전혀 모른다는 듯 지현누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

"옆에 앉아"

"방해되지 않을까? 칸막이도 거의 없는 실정인데…"

"괜찮아"

어째 거부하면 내가 욕 먹을 시나리오가 저절로 떠오르고 있었다. 욕을 무수히 먹다보면 이런 능력도 생기는 건가...나는 그녀의 옆에 따라 앉았다.

'저 빌어먹을 새끼는 뭐야?'

'저런 이쁜 여자랑 같이 다니다니? 남친인가?'

'저 녀석 얼마나 능력좋길래 엄청난 미인을…'

'죽이자'

'이거 끝나고나서 반드시 죽인다'

같이 있다는 이유로 나는 여기서도 이래저래 나에게 살기를 내비치는 놈들은 많단 말이다!!!(사실은 전부 다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에고..이 놈의 욕먹는 인생..나는 평생 욕 먹을 인간인가 보다..

'업보'라고 생각해야지..

나는 필기구와 교과서를 꺼내들었다. 그러고보니 cd플레이어를 안 갖고 왔네..음악없이도 충분히 할 수는 있었지만 음악을 듣다보면 나름대로 집중력이 생긴다는 경험에서 갖고오려다가 깜빡하고 안 갖고 왔다.(실제로는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더 집중력 안 좋아진다..)

"들을래?"

마침. 이러한 내 마음을 궤뚫어본 듯 지현누나가 이어폰 한 쪽을 건네주었다.

"누나는?"

"나는 한 쪽으로도 충분해"

"고마워"

왼쪽에 귀를 꽂고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냥 이런 시험기간 전에는 영어나 수학공부지 뭐..수학문제지 슥슥하고 풀고 해답지 보면서 채점하고 틀린 거 고치고. 영어는 단어나 암기하면서 닥치고 교과서를 달달달 외우고. 평범하게 공부하고 있었다.

지현누나의 옆모습을 힐끔 보았다. 이미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는 지 유심히 문제지를 보면서 풀고 있는 그녀. 역시..전교권에서 노는 우등생답다.

툭.

누나의 책상위로 떨어진 종이쪽지. 누군가가 던진 듯 싶었다. 그리고 잠시 공부하는 것을 멈추고 펼쳐든 그녀. 지현누나에게 용건이 있다하면..그거지 그거.

'핸드폰번호'

핸드폰번호를 따고. 뭐 차차..작업을 하는..그게 티끌만큼도 통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여기 있을 것이다.

"정우"

"응?"

그녀는 소근소근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가자"

"…왜?"

"여기 너무 불편해"

"응?"

여기 들어가자고 한 건 누나 아니었나?

"한 사람이 아닌 단체로…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 같아서…"

"…"

"공부하는 집중력도 안 생겨…정우. 나가자"

"알았어"

집중이 안된다면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누난 수능생이었고..우리는 나갔다. 그리고멀리 있던 일부 인간들이 우리들이 나가자 따라나서는 것을 보았다.

'저 놈들인가…'

하긴..누나가 워낙 예쁘다보니..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우"

"어?"

"따라오고있어?"

"응"

"사람들 수는?"

"4~5명"

"뛸 수 있겠어?"

"당연하지"

"그럼 뛰자"

그녀는 나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뛰고 있음에 따라서 뒤에서 쫓아오고 있던 인간들도 덩달아 달리고 있었다.

"누나 길 알아?"

"아니…모르겠어"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냥 달리는 수 밖에"

저런 놈들이랑 엮여봤자 좋은 일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해도 지고 어둑한 시간이여서 위험은 더 높았다. 특히나 지현누나같은 예쁜 사람이라면.

우리들은 생각없이 달렸다. 설사 저 놈들이 쫓아온 다고 할 지라도..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에는 지현누나가 손을 써서 다 해치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는 갖고 있었다.

"이러다가…잡히겠는데?"

"게다가 저 녀석들 여기 지리 잘 아는 것도 같고"

"무엇보다 천천히 뛰고 있어서…"

"급할 게 뭐가 있어? 우리도 급박하다는 듯이 뛰지말자"

"응"

우리들이 속력을 늦추자 저 녀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속력을 높여 뛰고 있었다. 어떻게든 여유있는 속력으로 도망치려고 애를 써봤지만 이미 골목길 막다른 궁지에 몰려있었다.

"거기 이쁜 아가씨? 저런 음침하게 생긴 남자친구랑 놀지말고 우리랑 놀지?"

뭐지 이 흔하디 흔한 건달들이 하는 말은...

"몸매도 죽이는데?"

"흐흐…"

"어이. 거기 머리 긴 새끼. 너는 살려줄테니 어서 꺼져라"

"맞아 저 새끼. 저런 예쁜 여자친구 사귀었다고…"

"하아…"

무조건 여자랑 남자랑 같이 붙어있으면 '연인'이냐고요..'남매'라는 생각은 안해..?

"꺼져"

이런..지현누나 화 나기 시작했네..

"입이 좀 거친데?"

"일단 저 새끼 안 도망칠것 같으니까 족칠래?"

"저 여잔 건들지마. 저 새끼만 족쳐"

그러고서 천천히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놈들. 그 중하나가 지현누나의 손을 붙잡으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발차기로 안면을 후려주시는 누님.

퍼억!!!

정확한데? 제대로 나가떨어지셨어.

"꽤나 한 성깔도 하나보지?"

"좋은 말로 할 때 꺼져"

"싫은데?"

"내 동생 건드렸다가는…"

"동생?"

"…죽는다"

우효..포스 작렬..무섭구만..역시 분노모드의 지현누나는..

"저 새끼는 또 뭐냐?"

"혹시 저 여자가 다 보호해 줄거라고 믿는거야?"

"아주 꼴깝을 떨어요 아주…"

"야. 여자라고 봐줄 필요없어. 일단 사지 묶어놓으면 되겠지"

"일단 저 새끼부터 족쳐!!"

이제는 아예 지현누나는 깡그리 무시하고 인해전술로 나한테 달겨드네..그걸 안 지현누나가 발차기로 2명 정도 날려버렸지만은..나머지 놈들이..

후욱!

어떤 놈의 주먹질을 나는 뒤로 겨우 피했다. 그러고나서..왼손으로 머리를 붙잡고는 가까이에있던 벽에 찍어버렸다.

퍼억!!!!

그리고 반복. 다시 머리를 계속 찍었다.

"이 새끼가…!!"

퍼억!!!

누님 나이스!!!

"저 새끼가…디질라고!!!"

그러고나서 또 주먹을 부웅 휘둘러주시는 동네 건달 2. 나는 가볍게 아래로 숙이고 왼손주먹으로 복부를 강타했다.

"커억…!!"

그리고 이어지는 지현누님의 돌려차기.

퍼억!!

"아프겠다…"

나는. 묵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죽어!!!"

얼래..이번에는 칼 꺼내시네..목표물은..

"젠장…"

돌려차기를 한 틈을 타서 동네 건달 한 놈이 누나를 칼로 찌르려고 하고 있었다.

푸욱!!!

나는 그것을 막아내었지만...손에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정우!!"

"후…"

고통은 없다. 오히려 '흥분'의 아드레날린이 넘쳐났다.

'지현누나를 죽이려고 했어. 내 '가족'을 죽이려고 했어''

'그러니깐 죽여'

'죽여'

'죽여'

잠자고 있었던 '광기'가 순간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꽈악!!!!

나는 남은 오른손으로 칼을 찌른 놈의 목을 부여잡고 조였다.

"컥…컥!!"

'이 새끼는 죽여 마땅해…'

'죽여버려!!!"

내 안의 또다른 '나'는 사람을 죽이라고 하고 있었다.

'큭큭큭…말했었지? 너는 '어둠'이라고. 빛이 되려고 갈구해보아도 너는 항상 '어둠'일 수 밖에 없어. 왜냐고? 너는 항상 광기에 차 있는 미친놈이니까!!!'

짜악!!!!

그 때 내 고개가 돌아가고 뺨은 손자국으로 인해 화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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