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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8. jealousy · forlorn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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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릉...따르르릉...
다시 시작된 일주일. 월요일 오후였다. 평소처럼 학교가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집안일을 하고 있던 중에 들려오는 의문의 전화소리.
민정이는 집에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받아야되나..말아야되나...
여태까지 전혀 사람들의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었던 나여서 심각히 받을까 말까하고 갈등중에 있었다.
삑...삑...삑..
결국 시간을 오래끌어서 전화가 끊겨버렸다. 뭐 상관없으려나..어차피 나와는 관계가 없는 전화였을테니까.
따르르릉..따르릉...
전화가 끊기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민정이에게 가서 전화받으라고 외칠까? 그냥 내가 받아버려?
민정이를 깨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나는 조심조심 수화기를 들었다.
"여…여보세요?"
전화해본 적이 정말로 오래되서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여보세요?하고 말했다.
"…거기 민정학생의 집인가요?"
전화를 건 사람은 여성. 대체 누구지..?
"맞습니다만…"
"실례지만 민정이와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지…"
"…오빠입니다"
"오빠분…? 민정이에게 오빠가…"
"…정말로 친오빠되는 사람입니다"
그 녀석..가족 사항에서 나에 관해서 기재를 안한 거군..
"…그렇군요. 그럼 민정이가 집에 있나요?"
"…없습니다"
괜한 경계심. 일단 그 사람한테 용건을 들어야 했다.
"아…없군요…"
"전화 거신 분은 누구십니까?"
"저…민정이의 담임선생이 됩니다"
담임선생..?
"담임선생님께서 민정이에게는 무슨 볼일로…?"
"그건…"
잠깐 머뭇머뭇거리는 민정이의 담임선생. 혹시 민정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을 벌였나..?
"민정이가 무슨 문제를 일으켰습니까?"
"그건 아니예요…"
"그럼…?"
"…학부모면담에 관해서 전화드렸습니다"
"…!!!!"
"민정이에게…부모님이 안 계시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사실 민정이가 몇 일전부터 학부모면담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알아보았더니 부모님이 안 계시다는 것을 깜빡하고…"
"…어떤 일로 학부모면담이 필요하다는 것입니까…?"
"고등학교 진학에 관해서입니다. 학생 모두 학부모면담을 필수적인데 우리 중에서는 유일하게 민정이가…"
"…"
"이건…학생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는 아주 중요한 안건이라서…"
"…"
"실례지만 오빠 분의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 건가요?"
이 바보녀석..
"…21살입니다"
대리보호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 바보녀석은 이런 거도 알려주지도 않고 '고아'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들키는 것이 무서워서..
나는 21살로 속여서 말했다. 일단 그 녀석의 '보호자'가 되어야했다.
"그럼…대리보호자 자격으로 학부모면담에 오실 수 있는지…?"
"언제…?"
"죄송하지만 내일 아침 중에 오실 수 있나요? 학부모면담이 4일 전에 모두 끝마쳤어야 되었는데 민정이 때문에…그래서 겨우겨우 연장을…"
"…알겠습니다"
"그럼. 아침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딸그락하고 수화기를 놓았다. '학부모면담'때문에 우울해져 있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부모님기일과 겹치게 되어버려서..그 녀석의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은 더 깊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부모님이 필요한 순간에..부모님은 없으니까.
여태까지 저 녀석은 부모님이 바쁘시다면서 어떻게든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숨길 수가 없었다. 자신의 미래와 관련되어서 필수적으로 해야만 했으므로.
나는 내일. 그 녀석의 '부모님'이 되어야한다.
"…오타쿠?"
"…어"
"누구야…?"
"뭐가?"
"누구랑 전화하는 것 같았는데…"
"아니야. 잘못걸려온 전화래"
"그렇구나…"
"민정아"
"…응?"
"힘든 일 있으면…우리가 필요한 일 있으면…꼭 얘기해"
"…무슨 소리야?"
"그냥. 숨기지 말라고 얘기하라는 소리야"
"…"
"우리는 '가족'…이잖아?"
"…알아"
"그러니까…외로워하지마"
"외로워하지말라니?"
"…부모님에 대해서"
"…"
"지현누나도 있고…서현누나도 있고…그리고 별 볼일 없지만…나도 있으니까"
"…"
"도와달라고 하면…나는 미약하게나마라도 도와줄테니까"
"…오타쿠…"
"버팀목…되어줄게"
"…"
"내가 너무 오바했나?"
"…아니. 아니야"
"…"
"…고마워"
"정말로 오랜만에 들어본다"
"칫…나는 야박한 사람 아니라구?"
"…알아 이 녀석아"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쓱쓱 쓰다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모처럼. 그녀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는 것에 만족하며..
"이런 꼴로 민정이 학교가면 안되겠지?"
사복을 입은 나는 거울 앞에서 심각히 끄응…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렌즈도 사두었다. 그런데 '대리보호자'로 가는 건데 폐인같이 눈 밑에는 다크서클..
정작 내가 가야하는 학교까지 빠지고 가는 거였다. 다크서클을 숨긴다고해서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어쩔 수 없지..
머리를 걷고나니 회색빛 눈과 여전히 진한 다크서클이 드러났다. 렌즈를 끼고 거울을 보면 절대로 안 되었기에 나는 일단 렌즈를 눈 위치에 맞춰논 뒤에 렌즈를 끼자마자 고개를 위로 재빨리 올렸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고 왼손으로 나머지 눈에다가 어찌어찌 렌즈를 끼워맞췄다.
끼워맞추자마자 거울을 안 보려고 바로 화장실을 나갔다.
현관문을 열고. 민정이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민정이네 학교는 여중이 아니어서 쉽게 교문에 들어섰다. 등교시간이 아니라서 교문 근처는 한가. 학교 운동장에서는 체육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건물로 들어서긴 했는데..이제 어떡해야 되지...? 무엇보다 민정이네 반도 어디인지도 모르고...일단 민정이네 반을 알아내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교무실.
"누구십니까?"
"박민정학생의 학부형되는 사람입니다"
"예?"
"대리보호자입니다"
"아…그러시군요…"
"민정이 반을 알아낼 수 있을까 해서…"
"학년이 어떻게…?"
"3학년입니다"
"김 선생. 확인해봐"
"예"
"…"
"…3학년 7반입니다"
"3학년 7반은 4층에 있습니다"
"아 예…"
나는 꾸벅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4층으로 올라갔다. 4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학생들이쉬는 시간이라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거..상당히 쪽팔려..다들 교복입고 있는데 나만 사복입고 있었으니..
"저 사람 누구지?"
"누구 찾아온 거 같은데…"
"저 사람 잘 생기지 않았어?"
"진짜 잘 생겼다…"
"반해버릴 것 같애…대체 누굴까?"
"그런데 다크서클이 좀…"
"다크서클만 없으면 완벽한데…"
"다크서클도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혹시 누구 남자친구 아닐까?"
"에이 설마…"
"키도 크고. 허어…"
3학년 7반이라..
나는 뚜벅뚜벅하고 3학년 7반 교실에 다다랐다.
"저기…"
"네?"
선생님 발견.
"여기 지금 수업시간인데…"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이 도착해서 모두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어떤 이상한 놈이 들어오니 주변 시선들은 집중. 민정이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하였다.
"민정아"
"야. 민정이 너 부르는데?"
"에?"
저 녀석도 이상하게 눈치 잘 못 채네..
"…!!!"
"…"
상당히 놀라해했다. 저 녀석 처음에 내가 누군지 몰라했지만 다크서클보고 이제서야..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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