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27화 (12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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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8. jealousy · forlorn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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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아"

"언니…"

"나 없어도…언니랑 오빠 말 잘 듣고…"

"알았어. 걱정하지말고 다녀와"

"그리고 하나 뿐인 오빠…힘들어할 때 꼭 도와주고…"

"…"

"나랑 약속해줄 수 있지?"

"응!"

서현언니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나와 서현언니는 그렇게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오빠"

"응"

"나 업어줘"

"…알았어"

"꺄~"

오빠. '박정우'라는 사람은 나에게 다정했었다. 당시에는 아무 것도 몰랐던 나. 가족들과 지현언니는 그를 차디차게 내몰았어도(서현언니를 제외한)나는 그에게 말을 걸어주었었다.

"오빠"

"응?"

"오빠는 왜 우리랑 눈 색깔이 틀려?"

"…"

"??"

"…몰라"

"모르다니?"

"모르겠어. 왜 내 눈이 검정색이 아니게 되어버린 건지"

"…"

"민정아"

"응"

"내가…무섭니?"

"아니! 무섭지 않아!"

"…그러면?"

"하나 뿐인 오빠인걸! 그러니까 무섭지 않아!"

"…고마워"

"오빠"

"왜?"

"오빠는 팬더같아"

"팬더?"

"얼굴보면 팬더같애"

"…그래?"

"응!"

"하하…"

"그치?"

"그렇네. 팬더맞네…"

"팬더오빠!"

"이번엔 팬더오빠냐…"

"빨리!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예예 공주님"

"치~ 팬더오빠 나 놀리는 거지?"

"아냐아냐. 공주님 같은 걸?"

"정말로?"

"응"

"…"

"민정아?"

"아!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그건…"

"그냥 빨리!! 뛰어서 집으로 가자!!"

"뛰는 건 안되는 걸"

"왜!"

"무거워서 제대로 뛰기도 힘들어"

"바보!!"

퍽!

"아야야…"

"팬더오빠는 바보!!"

"미안…"

"칫! 동생을 놀리기나 하고…"

"미안 민정아"

"진짜로 잘못한 거 알지?"

"응"

"그러면 빨리! 집까지 뛰어!"

"공주님 말대로"

"히힛~"

어째서 나는 오빠와의 관계가 이상하게 되어버렸을까..시간이 흐르고. 나도 학교라는 곳에서 많은 것을 배워감에 따라서...오빠도 변해갔다. 갈 수록 말수도 적어졌고 방 안에서 있는 날들이 많아졌다.

'왕따'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우연히 당시 6학년이었던 오빠가 아이들에게 단체로 맞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이 왕따새끼!"

"맞아도 싼 새끼!"

쓰러져서 몸을 웅크리고 아이들의 발길질을 무참히 받아야만했던 오빠의 모습을 나는 벽뒤에 숨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리고..도망쳐버렸다.

그러한 나날들은 지속되고 있었다. 항상 방과 후면 오빠의 옷에는 각종 신발자국들로 더러워져있었고 그의 몸에는 수 많은 멍들이 새겨졌다.

그는 '왕따'였다. 그 누구와도 친하지 않고 오직 혼자서 지내야만했다. 그와 다르게 나의 곁에는 같이 있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저 박정우라는 사람. 알아?"

"당연히 알지. 우리 학교 공식 왕따잖아?"

"진짜 한심해…"

"항상 저 인간은 맨날 혼자다녀. 진짜 성격이 왜 저래?"

"…"

나는 그들에게 왕따인 그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숨겨야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그를 욕해야만했었다'

또 시간은 흘러가며 나는 그것을 차차 '당연하다'는 것으로 인식했다. 처음에는 조용히있으면서 침묵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그리고 나는 오빠가 '미연시'라는 허무맹랑한 것에 빠져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를 오타쿠라고 규정했다. 오빠가 정말로 한심하다고 느껴버렸다. 그에 따라서 나는 그를 차차 무시하고 비웃기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지현언니와 내가 그를 무시하고. 먼지가 덕지덕지붙은 더러운 방으로 내몰고. 내가 계속 '오빠'가 아닌 '오타쿠'라고 불러도..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그것을 보면서..정말로 바보라고..어째서 그런 태도로 받아들이냐고..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중3에 들어오면서 변해갔다.

"미안해…"

모든 것은 지현언니부터였다. 지현언니가..눈물을 흘리면서 누군가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다.

"정우야…미안해…"

오빠에게만큼은 그 누구보다 차가웠던 언니가..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빠는...

"돌아가라고 얘기했지!!!"

언니가 가출했을 때, 함께 찾아다니다 시간이 늦었다면서..돌아가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것을 거부하였었는데..나에게 단 한번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었던 오빠가..나에게 화를 냈다.

"네가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 몰라도. 나는 적어도 너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의 말투는 차가웠다. 하지만 따뜻했다.

내가 무시하고 있어도..그는 예나 지금이나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그게 조금은 기뻤었다. 오빠는 변했지만..그래도 나를 생각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나도…변해야만 하겠지…?"

계기였다. 나도 오빠와 옛날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나는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지현언니는..오빠와 화해해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옷 쇼핑을 하러갔을 때, 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정우가 좋아할까…?"

지현언니는 달라졌다. 아니..'원래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화해한 이후에..급속도로 지현언니와 오빠는 관계가 진전되었다. 밤에 둘이서 연극대본연습하는 거 하며..늦은 시간에 같이 팔짱끼고 돌아온 거 하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끼이익...

"지현…언니?"

지현언니가 일본으로 떠나는 전날 밤에 자고 있다가 갑자기 문을 열고 어딘가로 나갔다. 그냥 목 말라서 물이나 마시러갔나하고 생각했었는데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언니가 어디있나 찾아보았다.

언니는 어디에도 없었다. 화장실에도 거실에도 부엌에도 없어서 오빠한테 언니가 없어졌다고 얘기하려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에..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오빠의 노랫소리.

무슨 일인가 싶어서 문을 천천히 열어서 동태를 살피고 있었는데..

'지현언니와 오빠가 한 침대에 있었다'

그리고 오빠는..언니를 위해서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나는..알아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아버렸다.

'언니는 오빠를 사랑하고 있어'

그 사실을 알아버린 순간에..나는 주저앉아버렸다.

"어…라…?"

아파.

아파.

심장이 죄이는 것과 같이 아파.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서..자꾸만...

눈물이 흘러나와...

"왜 나는…울고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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