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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8. jealousy · forlornness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저는 이제 고3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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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주변의 시선은 따갑다. 민정이가 나에게 오타쿠라고 소리지르니 다른 사람들은 나를 멸시하듯이 쳐다보고 있었고 그 반면에 소리지르고 있었던 민정이를 동정의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가족…이라구?"
"그래"
"겨우…그런 것 때문에…"
"??"
"겨우 그런 것 때문에…나를 붙잡는 거야?"
"…"
"알량한 동정심따위 품지마"
"…어이"
그녀는...이번에만큼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내가 이러는 걸 바라기라도 한대?"
"민정아…"
"언니는 내가 밉지?"
"…아니야…"
"밉잖아? 나는 '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언니한테 했으니까"
"…"
"내 어리광일 뿐이야. 그걸 이제야 깨달았어"
"…"
"오타쿠"
"뭐?"
"내려줘"
"싫어"
"왜 싫은건데?"
"네 고집. 절대로 들어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오타쿠는 대체 무엇을 바라는 거야 나한테?"
"…화해"
"화해? 지현언니랑 화해하는 거?"
"…"
"미안하다고 사과했잖아. 나는 지현언니 곁에 있기가 미안해서 혼자서 가려고 했을 뿐이야"
"…"
"지현언니는 나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
"말 하지 못하잖아…그런데 왜 날 붙잡고 있는 건데…"
"…"
"가족이라면서?"
"…"
"오타쿠"
"…말해"
"나라고 '외로움'을 겪지 않았을 것 같아?"
"…뭐?"
"오타쿠가 무덤가에서 부모님한테 얘기했지?"
"…"
"…나는 그거 이해하지 못해"
"…"
"오타쿠가 혼자서 '소외'되었다고 착각하지 말란 말야!!!"
"…!!!"
"이렇게 오타쿠가 자신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거. '과대망상'이야"
"…과대망상?"
"그래! 자신은 불쌍하다면서 남들은 나와 틀리겠지하고 확신을 짓는 거! 그것이 과대망상이지 뭐겠어? 자신은 항상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항상 소외를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거"
"…"
"나도…똑같아…"
"…"
"오타쿠 혼자…외롭다고 생각하지 말란 말이야…"
'외로움'. '소외'
그녀 역시 '외로움'을 겪고 있었다...?
"…너는…"
"그만 얘기해 오타쿠. 더 이상 얘기하기 싫으니까"
"…민정…"
"민정아"
"지현언니는 왜?"
"…같이…밥 먹으러 가자…"
"…"
"네가 어떤 이유에서 나에게 그런 말을 해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
"민정이는…'막내'니까. 우리 가족의…"
그녀는 결국 지현누나의 말에 참고 있었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녀는 내 등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그러니까…같이 먹으러가자…"
"미안해. 지현언니"
"…"
"나는 도저히 용서가 안될 것 같아. 내 자신에게"
"…"
"그래서…나는 지현언니를 볼 낯이 없어…"
그녀는 있는 힘껏 내 등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발목이 삐어서 절뚝절뚝 거림에도 불구하고 연결되어있던 지하철통로로 빠져나갔다.
"…결국. 집에서 먹어야겠네"
나는 그러한 말을 하고는 지현누나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더 이상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안될 것 같았다. 그러니 지금은 그녀를 내버려 둘 수 밖에 없었다. 우리들은 혼자있고싶어하는 그녀를 위해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발걸음이 불편하다. 당장에라도 도와주고 싶다. 지현언니는 너무나도 걱정된 표정으로 민정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고집을 부리면..더 몸은 상하게 될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럴 수 없었다. 행여나 도와준다면..그녀가 더 이상 우리들에게 마음을 열어줄 것 같지 않았다.
집에 돌아갈 때까지..민정이는 혼자서 쓸쓸히 걷고 있었다.
째깍..째깍...
텅 비어있는 거실. 묘소에 다녀와 피곤하기 그지 없던 주말의 늦은 오후.
거실에 있는 시계만이 조용히 초침을 움직이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민정이는 바로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지현누나는 반면에..방에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방에 안 들어가?"
"…"
"민정이랑 지현누나는 방 같이 쓰고 있으니까…상관하지 말고 들어가. 민정이가 그런 것도 이해하지 않을 녀석도 아니고…"
"두려워…"
지현누나가 얘기한 그 말은 자신의 심경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언니'하고 자신을 잘 따르던 민정이가 아니었다. 그녀와의 관계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
나는 그녀를 살며시 떠밀었다.
"…정우?"
"들어가 봐"
"…"
"민정이가 자신때문에 지현누나가 못 들어간다는 것을 알면, 더 서운해 할 거야"
"그렇지만…"
"적어도 자신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
"그 녀석. '외로워'보였거든"
"…"
"나는 위로를 하지 못하는 거 알잖아? 오타쿠니까"
"…"
"더군다나 민정이는 나를 싫어하고"
"…싫어하는 것은 아니야"
"뭐?"
"민정이는…너를 싫어하지 않아"
"…그랬으면 좋겠다"
"정우"
"응"
"민정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지켜줘야 되는 내 '가족'"
"…그렇구나"
"왜?"
"아니. 그거면 됐어…"
"나는 저 녀석에게 오빠구실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병신이야…"
"정우…?"
"찌질하게 누나한테 민정이의 기분을 달래보라고 떠넘기는 것일 수도 있어…"
"…그것이 아니야…"
"나는 그 녀석이 여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 지도 모르고. 지현누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누나와 민정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
"10년의 시간이라는 '벽'은 너무나도 높으니까"
"…"
"지현누나가 도와줘"
"…정우…"
"나도 어떻게하든지 도울테니까. 저 고집불통을"
"…"
"어디까지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이지"
"…"
"'오타쿠'라는 칭호. 어떻게든 계속 듣고 싶어서 말이야"
"오타쿠라고…계속 불리고 싶다니…?"
"민정이가 '오타쿠'라고도 나를 불러주지 않으면. 나와 그 녀석과의 관계는 완전히 단절된 것이나 다름이 없을테니까"
"…"
"그러니까 그 말이라도 계속 들었으면 해서…"
"…"
"배고프지? 밥 준비해 놓고 있을게"
나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도망'.
나는 비겁하게 도망친 자였다. 뒤에서 숨으려고 했던 자. 그리고 이득을 보려고 했던 아주이기적인 인간에 불과했다. 어디까지나 마음의 자책. 그녀의 직접적인 힘이 되어줄 수 없다는 절망.
하나 밖에 없는 '친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것이. 그녀에게 어떤 상처가 되었는 지도 모르고...
나는 늦은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녁이었다) 오랜만에 힘좀 써볼까해서 손이 많이가는 음식들을 선택했다. 오랜만에 치즈를 얹은 스파게티를 만들까해서 마트에서 면도 사오고 그에 필요한 재료들을 사와서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것도…'노력'이라고 볼 수도 없겠지만…"
아까 전에 외식을 놓쳤으니 이렇게라도 해야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그리고 포크를 비롯한 세팅을 마치고 나서 나는 방을 노크했다.
"정우?"
"밥 먹어"
"응"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먹을 것들만 챙겨 내 방으로 가지고 갔다. 예전처럼 단 둘이서먹게끔 해놓았다. 아무래도 나는 그들과 함께 식사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쓰레기자식'
'너는 고작 그것 밖에 하지 못하는 거냐?'
'결국 너는…가족도 지켜주지 못하는 존재하지 말아야 할 놈이었어'
내 안에서는 그러한 외침들이 들려왔다.
키키키하고 조소를 하며 나를 비웃고 있다. '또 다른 나'는...
'지현누나와 연세희. 정시하의 존재가 지워진다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
'네가 '빛'이 될 줄 알았어?'
"아니…"
'너는 '어둠'이야. 기고만장하지마'
"…그러냐? 내가 너무 깝쳤냐?"
'고작 그 정도했다고 '빛'으로 나아간다고 하지마라. 희망으로 갔다고 하지마라'
"…"
'너는 절대로 '빛'으로 갈 수가 없을 테니까'
"…그렇겠지"
'과거의 늪에서 평생 속죄를 하고. 깊고 깊은 어둠에서 살아야 되는 거야 너는…'
"…맞는 말만 하네…"
'나는 너고 너는 나니까. 한 없이 부정적이고 항상 어둠을 가까이 하는 '박정우'라는 존재니까'
"…"
'기억해. 너는 어둠에서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놈이야'
"결국. 나는 먼지보다 못한 존재라는 얘기네…"
그 날 저녁식사에서 민정이는 부엌으로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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