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25화 (125/318)

0125 / 0318 ----------------------------------------------

Part 8. jealousy · forlornness

===============================================

나는 말을 끝마친 뒤, 절 세 번을 하고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뒤에서 지현누나와 민정이가 미리 준비해놓았던 꽃을 놓고 절을 하였다.민정이는 절을 하기가 불편해하였지만 억지로 몸을 움직여 절을 하고 있었다.

"1년만에 다시 왔어. 엄마. 아빠. 그 동안 잘 지냈어?"

민정이는 무덤을 만지며 흐느끼고 있었다. 지현누나 역시 고개를 떨구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서.

"여기에 있는 우리야…잘 지내…"

그 말을 하고는 결국 눈물때문에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듯 금방 눈물을 닦고 추스릴 수 있었다.

"여기에 나랑 지현언니랑 있지만…서현언니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

"평범한 가족들처럼 살았으면 했는데…어째서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

"왜 죽어버린거야…이렇게 우리들만 남겨놓고…"

지현누나는 계속 고개를 떨구고 울고 있었다. 민정이 역시 눈물을 닦고 있지만 그녀의 눈망울에서는 주르륵하고 한 줄기 물방울이...

"얼마나 보고싶은 지 알면서…"

그리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들에 대한 그리움.

"지현언니랑 나랑 서현언니랑 엄마랑 아빠랑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았었는데…"

"…"

"그리고 오타쿠랑…화해했어야 될 거 아니야…"

"…"

"행복하게 되었으면 했는데…화목하고…평범한…"

"…"

"또 올게"

그녀는 지현누나의 부축을 받으며 뒤로 물러났다.

"다시…올 테니까…"

민정이는 무덤가에서 시선을 놓지 않는다.

"돌아가자"

지현누나는 돌아가자고 얘기했다. 그저 무덤가에서 운 것으로도 충분한 듯. 민정이랑 지현누나는 나 없는 8년동안 계속 찾아왔을 테니까.

"…어"

"민정아"

"…"

"정우 등에 업혀"

"…"

그녀는 말 없이 내 등에 업혔다. 그리고 하산하는 우리들.

유독 안개가 짙게 끼었던 오후였다.

돌아가는 버스 길. 우리들은 좌석에 앉아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지현누나는 멍하니 창가를 보고 있었고 민정이도 멍하니 앞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중간에 앉아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했다. 그런데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민정이에게 나는 지현누나와 붙어앉도록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돌아가면서도 같이 앉지 않았다.

"쟤네들은 뭐시기여?"

"글쎄 말이여…"

"남자가 바람피다가 걸렸남?"

"딱 그런 꼴로 보이는 구먼 뭘…"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디…왠지 저 젊은 처자 둘이 싸운 것 같이 보이지 않어?"

"그렇게 보이기도 하능구만…"

"쯧쯧쯧…"

앞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수군수군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남자 하나와 젊은 여자 둘이 어색하게 앉아있으니 오해가 생긴 것이다.

"…"

우리들은 다 듣고 있었다. 수군수군 거리기는 해도 그것이 모여져서 말한다면 다 들린다.

"그런데 저 놈은 남자같은디 머리를 저렇게 기르고 있다냐?"

"뭔가 으스스한게 음침하게 보이는 구만…에잉…"

"저런 남자한테 붙어있는 저 젊은색시들은 왜 저렇게 이쁜 것이여?"

"우리 손자한테 시집가달라고 해볼까?"

"예끼!! 이 여편네야 지금 무슨 주책을 부리고 있는 것이여?"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확실히 이쁘긴 하는 구만 뭘…"

"…"

역시 저 둘은 누구에게나 이쁨을 받고 나는 항상 이런저런 수군거림을 받고 있었다.

"흐응…"

민정이는 그러한 말들을 들으며 수긍을 하는 눈치였다.

"오타쿠"

이 가는 동안 내내 말 없이 있다 갑자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어"

"오타쿠는…여기저기서 욕을 먹는 구나…"

"…"

내 말이...

"오타쿠는 머리 절대로 안 자를 생각이야?"

"…"

"하기야…숨겨져있는 오타쿠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대충 이해가 가지만은…"

"…"

버스는 서울을 향해 계속 달리고 있었다.

서울에 있는 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3시 40분경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장 애매한 오후의 시간대였다.

"민정이는 걸을 수 있겠어?"

"…뭐 조금은…"

시간이 지나서 회복이 된 듯 조금씩 조금씩 걷고 있는 민정이.

"정우"

"응"

"우리 밥 안 먹었으니까…어디에서 점심 먹자…"

"그러자"

"민정이는 뭐 먹을 거야?"

"딱히…생각 없어"

"…"

민정이와 지현누나는..요새 확실히 어색했다. 아니..진짜로 둘이 싸운 듯 보였다.

"지현누나"

"…응"

"민정이랑 싸웠어?"

"…"

그녀는 나의 말에 살짝 어두운 미소를 짓고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별로. 아무런 일 없었어"

민정이는 싸우지않았다고 얘기했다.

"그건 그렇고. 뭔 상관이야 오타쿠는?"

"…그거야…항상 친해보였는데 이상해서…"

"당연히 자매끼린데 친하지 그러면?"

"…"

"별로. 아무 일 없었으니까 상관하지마 오타쿠는"

"…"

"민정아"

"왜?"

"그래도 오빠인데 오타쿠 오타쿠 그러면…"

"오타쿠가 오타쿠지 뭐겠어?"

"오빠잖아. 그 대우를 하면 어디 덧나?"

"괜찮아. 지현누나. 맞는 말이니까"

"하. 그래서?"

"그러니까 상관하지 말라느니 오타쿠라느니 얘기하지 말라는 얘기야"

"그렇겠지…지현언니는…"

"…"

"뭐 됐어. 오타쿠가 있는 앞에서 꺼낼 얘기가 아니잖아? 안 그래 언니?"

"…"

"난 갈래. 다정히 둘이서 먹고 와"

"…너 대체 왜 그러는데?"

"무슨 상관인데? 지현언니나 챙겨주지 그래?"

"박민정!!!!"

"…왜 성질내는 건데…?"

"…"

"오타쿠도…나에게 잘한 게 뭐가 있는데…?"

"…"

"없잖아. 그러니까 상관하지 말라고"

"…"

"지현언니. 아까 전엔 미안했어. 갈게"

그녀는 불편한 발걸음으로 가려고 하고 있었다.

"저 바보 자식…어떻게 집으로 돌아가려고…"

나는 절뚝절뚝 거리고 있으며 억지로라도 우리 곁을 떠나려는 민정이를 쫓아가..

탁!

민정이의 손을 붙잡았다.

"…놔"

"네가 왜 그러는 지 몰라도 놓지 못하겠다"

"놔줘. 오타쿠"

"…박민정"

"놓으라고"

"못 놔"

"…알아서 갈테니까"

"박민정"

"…내 이름을 왜 그렇게 부르는 건데?"

"네가 나에게 멋대로 오타쿠라고 부르는 건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이러는 건 아니잖아?"

"…뭐가?"

"지현누나랑 화해하라고. 나 때문에 그러는 거 맞잖아?"

"…"

"내가 뭘 해야 되는데? 내가 뭘 해야 너랑 지현누나랑 화해하는 건데?"

"…"

"얘기해"

"…오타쿠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러면?"

"…나 때문이야"

"네가 왜?"

"…모든 것은…내 잘못이니까…놔줘"

"고집부리지 말라고 얼마나 얘기해야 알아듣겠냐?"

"알고있잖아? 나 고집 세다는 거…뭐하는 짓이야!!!"

나는 강제로 그녀를 업었다. 버스터미널. 그것도 사람 많은 한 가운데에서.

"…미안. 네 의견 못 들어줄 것 같아"

"이런 폐인 오타쿠주제에!!!!"

"…오타쿠 맞다고 얘기했잖아? 인정하는 바야"

"…"

"네가 나를 오타쿠라고 부르든 때리든 구박하든 괜찮아. 네가 고집불통이라는 것도 알아"

"…그런데…왜 나를 놓지못하는 거야?"

"얘기했잖아. 나는 너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

후...힘들군요...

이번파트 스토리 전개 굉장히 힘듭니다...

그래도..나름대로 열심히..최선을...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