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15화 (11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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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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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희...이 자식...멋대로 내 이름을 명단에...

"…"

"히히~♥"

아까 전에 나가보라는 얘기는 이것의 떡밥이었단 말인가..젠장...

"안 나간다고 하면 되지 않아?"

"…이미 교관한테 제출했어"

"…!!!"

그렇다면..나는 참가해야 된다는 얘기다.

"애들이 박정우가 왠일로 참가하냐고…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진 확률이라는데…?"

"…후…"

"그런고로. 잘해봐 정우야~"

"…연세희…"

"어라랏? 설마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

집 지키는 개 역할을 시키더니 이번에는..'노예'냐? 자기 맘대로 나를 이랬다저랬다 하는?

"…"

이 녀석은 '친구'를 뭐라고 보는거야..

"집합!!!"

타이밍 완전 굿이다. 완벽한 타이밍에 오후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집합소리가 들렸다. 이 때다 싶어서 그녀는 바로 복도로 나갔다.

"…"

이러다가는 내가 걸린다. 나도 숨어야지..

우리 반을 비롯하여 2학년 전체가 대강당에 모였다.

"먼저. A,B,C반은 번지점프에. 그리고 나머지 반 모두 서바이벌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이동!"

여기에는 왜 불렀어? 바로 우리들은 대강당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교관의 지시에 따라 밖으로 나갔다. 우리 반은 먼저 번지점프를 하게 되었다.

강을 끼고 있는 번지점프장에 도착하자마자 여자애들은 모두 '꺄악!'하고 기겁. 남자애들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번지점프 하는 곳이 정말로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냥저냥 한 10m정도나 좀 높으면 15m정도로 낮은 번지점프대인 줄 알았는데..우리의 예상을 깨고 번지점프대가 높디 높게 솟아있기 때문이었다.

"으어~"

이것을 우리가 뛰어내려야된다 이건가..

"이거 몇 미터예요?"

"35m"

"왜 이렇게 높아요?"

"다른 데도 우리만큼 높아"

"여기 하러오는 사람들 많아요?"

"많지. 너희들이 묵고 있는 유스호스텔 옆에 콘도가 있잖아? 여름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

"저희 모두 뛰는 거예요?"

"…모두 뛰어야되겠지만은…프로그램일정상 빨리빨리 진행을 해야해서…"

"여자애들도 뛰어야 되나요?"

"여자들도 뛰어야 되겠지만…신청자 받지 뭐…"

"남자들 전부 뛰어야되요?"

"당연하지"

"…"

대부분의 남자들의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재밌겠다하면서 즐기고있는 표정이었고 나머지는..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었다.(여자들이랑 같이 있는 터라) 나는 그저 무덤덤. 뛰라면 뛰어야지 어떻게하겠어?

"꺄악!!!"

아래서 구경하고 있는 여자애들이 더 난리가 났다. 35m 높이에서 뛰고 있는 남자들을 구경하면서..몇몇 여자애들은 번지점프하러 올라갔지만은..대부분 구경만 하고 있었다. A반부터 차례대로 번지점프를 즐기고 있는 중.

"정우군~"

"…시하냐"

아 맞다..이 녀석이 옆반이었지..자꾸만 까먹고 있다.

"번지점프 뛸 거야?"

"어"

"멋있네…정우군은…"

"이게 뭐가 멋있다는 거야? 애들 다 뛰잖아?"

"그런 것도 아니야. 우리반은 남자애들 한 60%정도 안 뛰었어"

"…"

"막상 올라가봤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로 무섭다고 하더라고…"

"나도 올라갔는데 그럴 지도 모르지"

"아니~ 정우군은 뛸 거야"

"…왜?"

"감으로"

"…너는 뛸 거냐?"

"내가 왜 뛰어?"

"여자들도 신청하면…받는다잖아?"

"…별로 뛸 생각없어"

"…무서우니까?"

"나도 무서운 거 없는 줄 알아? 나도 똑같이 무섭단 말야"

"…그러냐"

이 녀석도 평범한 여자애였지..

"어이 시체. 우리차례야"

"정우군 잘해~"

아니..고작 이런 거 하는데 응원을 받을 필요까지 있을까?

"정우야"

"…응?"

번지점프대로 향하고 있던 도중에 세희가 나에게 다가왔다.

"…두렵다고 오줌이나 지리지 말아"

"…그거…농담이지?"

"후훗. 어떨까나~"

"너는 뛸 거냐?"

"당근! 나도 뛰어야지!"

이 녀석은..뭐다냐..

"다른 여자애들은 다 안뛰는데?"

"나는 뛰어내리고 싶은 걸?"

"하기야…너는…

"…응?"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하기야…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대체 무슨 말 하는거야…?"

"시체. 안 와?"

"어"

"그럼. 잘 하고 와~"

"…오냐"

나는 애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번지점프대로 올라갔다.

번지점프대에 와보니 정말로 주변을 보면 온 광경이 보이고 있다. 정말로 높구나..

교관들이 학생들에게 안전장비를 챙겨주고있었다. 나도 안전장비를 차고 대기. 벌벌 떨고 있는 남자애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있는 남자애들. 그리고 웃으며 대화하고 있는 남자와 몇몇 여자애들.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3.2.1 번지!!!"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뛰어내리는 학생이 빠르게 낙하하고 있었다.

"다음!"

어떤 남자의 순서였는데 천천히. 아주천천히 번지점프하는 데로 다가섰다.

"빨리 와라"

뛰어내리기 두려운 듯..

"저는…못 하겠습니다…"

"…와라"

교관의 명령에 못 이겨서 번지점프대에 올라섰지만..

"3.2.1 번지!!"

"…"

멈칫멈칫. 그는 결국 뛰어내리지 못했다.

"…못 뛰겠나?"

"…"

"못 뛰겠다면 돌아가라"

"…"

그리고 돌아가서 안전장비를 벗고 엘리베이터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다음 차례도 다다음차례도 뛰어내리지 못하고 돌아갔다.

"…다음!"

연속으로 뛰어내리지 않자 살짝 화가 난 듯한 교관. 이 차례가 끝나고 나면 내 차례인가..

"3.2.1 번지!!"

"…"

뛰어내리다가 순간 타이밍을 놓친 듯 보였다.

"…다시 해주세요. 이번에는 뛰어내릴 테니까"

"…3.2.1 번지!!"

타이밍을 잘 잡고 이번에는 뛰어내렸다. 오랜만에 뛰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뛰어내린 아이가 안전하게 내려가고 나서..

"다음!!"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막상 번지점프대에 섰는데 두근두근하다. 어렸을 때 자살시도를 했을 때처럼..심장이두근두근해서 숨이 막혀왔다.

"심호흡 길게 한번 내쉬고"

"흐읍~후우~"

교관의 지시에 따라서 심호흡을 길게 내쉬었다. 그나마 심장고동이 가라앉았다.

"준비되었나?"

"네. 아니 잠깐만요. 뒤로 뛰어도 될까요?"

"마음대로 해라"

어떤 이유에서 내가 뒤로 뛰려고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이 내키는 대로 뒤로 뛰어내리려고 했었다. 어렸을 때에는 뭣도모르고 그저 앞으로 뛰어내려서 그랬는지도..

뒤로 돌아서서 카운트를 기다리고 있다.

"3"

이제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심장의 두근거림도 사라졌다.

"2"

오히려 기다리고 있다. 그냥 그저 코로 숨을 내쉬었다.

"1"

준비. 나는 천천히 몸의 중심을 옮겼다.

"번지!"

몸이 기울여진다. 서서히 속도가 붙으면서 빠르게 내 몸이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새하얀 태양빛이 나에게로 쏟아졌다.

나는 잠깐 뿐이었지만..

'새'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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