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14화 (114/318)

0114 / 0318 ----------------------------------------------

Part 7.

===================================================

"와아!!!!"

그녀의 앵콜곡도 끝이 났다. 이제야 장기자랑이 끝난 것이다. 무대를 열정적으로 한 뒤에 그녀는 "고맙습니다!" 하면서 학생들한테 인사를 한 후에 천천히 무대를 내려갔다.

시계를 보니 어느 덧 벌써 9시 50분을 가리키고서야 둘째 날의 모든 프로그램 종료.

"조용히 하십시오"

열띤 분위기를 잠재우려고 교관이 마이크를 잡고 정숙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웅성웅성.

"조용히하세요"

그제서야 수그러드는 학생들.

"일정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일단 먼저 맨 오른쪽에 있는 반부터 차례차례대로 숙소로 이동하고 그리고 10시 30분까지 숙소 문 앞에서 정좌하고 대기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가 돌아다니면서 검사를 한 후에, 불을 끄고 취침합니다. 다음 날 아침 6시에 기상입니다 아시겠습니까?아침 몇 시?"

"6시!!"

"그러면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맨 오른쪽 부터 이동!"

오른쪽에 있던 학생들이 대강당 밖으로 빠져나가는 문을 통해 우르르 나갔다.

"질서 맞춰서 가시기 바랍니다. 질서. 교관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세요"

"정우군"

"응?"

"내일 봐~"

"…아"

시하의 반 차례가 되자 그녀도 친구들을 따라서 밖으로 먼저 나갔다.

"다음 반 이동!"

우리 차례도 와서 우리도 그녀의 반 행렬에 뒤를 따랐다. 대강당 문을 나서고, 교관들의 시야가 좁아진 틈을 타서 행렬의 옆으로 빠졌다.

"시체 어디가!!"

"잠깐 화장실"

화장실을 핑계로 기다리고 있다가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2층에 내가 묵고 있는 숙소로 안전하게 올라갔다.

"정우야"

"어?"

"내 공연 봤어?"

"그럼 안 볼리가 있겠냐?"

"어땠어?"

"괜찮았어"

"정말?"

"어"

"너네들은 나 어땠어?"

"당연히 최고지!"

"가창력 완전…"

같은 방 룸메이트들은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내밀며 최고라고 표현하였다. 나는 괜찮았다라고 평가했지만 사실은 소름끼친 무대였다. 허접하기 짝이 없는 학교 장기자랑에서 이런 공연이 나올 줄은..뭐..그녀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연예인이었지만..

"문 앞에서 앉아있는다!"

교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복도를 메웠다.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이불장안으로 숨어버리고 나머지 여학생들은 문 앞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나를 못 찾나? 어떻게 아직까지도 나를 눈치채지 못하지?

아무리 내가 많은 사람들의 눈에 그리 띄지 않는 스텔스능력을 갖췄다고 할 지라도, 출석체크라던가, 방 안에 있는 인원수를 확인하면 누군가가 사라졌다는 걸 아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운이 좋은 것인지 교관들측이 빼먹은 것인지 몰라도 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불 끄고 취침!"

우리 차례가 끝나고 취침허가가 떨어지자 방의 불을 끄고 나는 이불장에서 나왔다.

"갔어?"

"응"

"후…"

정말로 나는 운이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우야"

"어?"

"오늘 밤도 잘 부탁해!"

"…어"

"박정우. 저번처럼만 해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알지?"

"어"

"우리는 피곤해서 먼저 잘게. 세희는?"

"나도 노래부르느라 힘들어서. 일찍 자려고"

"그럼 잘 자."

"응. 너네들도 잘 자"

이제는 나를 철썩같이 믿고서 여자아이들 모두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 걸렸는데 또다시 오려는 건 아닌 지 모르겠다. 배짱이 아니고서야 올 리가 없지..후..

나는 오늘도 밤을 지새운다.

"야.위험한 거 아닐까?"

"조용히 해!"

빌어먹게도 오늘도 문이 끼익하고 열리면서 여자아이들 숙소에 침범하려는 남자들이 방에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서 걸렸잖아? 다른 데 가자"

"야. 어제는 방비했다치더라도 오늘은 올리가 없겠지..? 하고 생각했을 거 아니야? 그 의표를 찌르자는 거지"

"망 봐야 되는데…"

"가위바위보해서 망 보기로 하자"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숨 죽이는 목소리로 가위바위보를 해서 정찰할 사람을 정하고 있는 중. 얼씨구..?

나는 저번처럼 벽 뒤에 숨어서 녀석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먼저 한 사람이 오고 다른 사람들이 뒤이어서 오면 나도 처리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렇다면..먼저 한 사람이 정찰하게 내버려두고 모든 사람들이 왔다 싶을 때를 노려야겠군.

"젠장…"

"갔다 와"

누군가가 오고 있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면서 오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음이 없어서 소리가 다 들렸다.

내 앞까지 왔다. 행여 뒤를 돌아봤다가는 나도 걸린다. 다행히도 여자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보고 있어서 나는 걸리지 않았다.

정찰병이 손짓을 하자 이제서야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남자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대략 5명. 3명이 아니라 인원 수가 더 늘었다. 그 중 2명은 저번에 걸렸던 놈들.

이제는 쪽수로 노리겠다는 거냐..?

"1…2…3…"

작은 목소리로 카운트를 세며 여자아이들을 덮치려는 순간..나는 움직였다.

팍!

"꺼윽!"

"누구야!"

퍽!

"끄헉…"

"젠장 또 방비하고 있었어!"

"에잇!"

남자애들 중 한 명이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나는 그것을 간단하게 피해버리고 남자의 뒤로돌아가서 수도로 목을 쳤다.

팍!

"…꺽!"

"넌 누구야!"

퍽!!!

"끄헉!"

"이런!!"

"꺄악~!!!"

"여자애들 깼잖아!!!"

팍!!!

상황 종료. 나는 간단하게 5명 전부 기절시켰다. 그런데 같은 방에서 자고 있던 여자애들이 소란에 깨버렸다. 나는 불을 켰다.

"…"

"끄…응…뭐야…왜 이렇게 밝아?"

불이 환하게 켜지자 나머지 여자애들도 반응을 일으키며 일어났다.

"꺄악! 이거 뭐야!!!"

"꺄악!!"

여자아이들의 비명소리. 이러다가 교관들이 오기라도 했다가는 나는 끝장이었다.

"조용히 해!"

"…허읍!"

내가 조용히 성질을 내고 나서야 진정. 세희도 일어나서 이 쓰러진 남자들을 보고 있었다.

"…오늘 또 왔어. 그리고 그 중에는 어제 쳐들어왔던 놈도 있었고"

"…네가 전부 기절시킨 거야?"

"…어"

"어제 사고가 벌어졌으면…교관들이 신경쓸 법도 한데…"

"우리한테 그런 것까지 신경써 줄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대체 방비를 어떻게 하길래 남자아이들이 쉽게쉽게 쳐들어오는 거야?"

"정우도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모두 기절시켜버리냐?"

"…게다가 5:1인데…"

"불이 꺼져있어서 걔네들은 나를 보지못했고 게다가 내가 기습을 했으니까 당황해서 이렇게 된 것 뿐이야. 운이 좋았어"

"박정우가 없었으면 정말…"

"…"

"정우가 또 우리들 지켜줬네?"

"…"

"고마워"

"…어"

"그건 그렇고. 이 기절한 애들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하긴 뭘 어떻게 해? 그냥 밖에다가 내던져버리고 와야지. 저번처럼"

"그 사이에 깨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어. 그리고 우리들은 이 녀석들 얼굴 기억했잖아? 누군지도 알고"

"하기야…"

"정우야"

"…"

"애들…밖에다가…"

"알고 있어. 이 녀석들은 내가 처리할테니 너네들은 안심하고 다시 자라"

"…응"

"박정우…고맙다…"

"…"

나는 한 명 한 명씩 복도에 질질 끌고가서 중간에 내뒀다. 에휴..오늘은 평화롭게 지나가는가 싶었더니 또 이러네..

아침에 일어날 일들이 눈에 선하게 보이기만 했다.

예상대로 아침에 비명소리와 함께 모두가 일어나버려 복도에 있는 5명의 남자들을 보게 되고, 교관들도 달려나와서 사태파악. 그리고 어김없이 징계를 내렸다. 그러고나서 사건은 종료.

아침에 또다시 여자숙소 습격미수사건 때문에 아이들이 시끌시끌하게 떠들었다. 게다가 표적이 또 우리 방이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연세희를 비롯한 같은 방 여자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하였다. 그리고 은연중에 두려워하였다.

남자아이들 8명을 기절시켜버린 그 저력을. 여자애들은 환호하고 남자아이들은 무서워하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은 '나'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그리고 시작된 셋째 날 프로그램. 지루하기만 하던 프로그램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프로그램이 오후에 나오기 시작했다.

'번지점프. 서바이벌. 장애물 경주'

특히 '장애물 경주'는 이번 수련회에서 특별하게 '반 대항전'형식으로 치뤄져 우승 반에게는 '자유시간'과 '야식'이 포상된다.

당연히 눈에 불을 키고 할 것이 당연한 노릇. 여태까지 '허락된' 자유시간도 없이 방 안에서만 틀어박혀 켜지지도 않는 tv를 부여잡던 남자아이들은 당연히 열광. tv도 모든 채널을 틀어준단다. 그렇다면 남자들의 기본채널인 OCN은 물론 다른 케이블채널도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우오!!!"

남자들의 함성은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 의욕없고 지루해하다가 갑자기 의욕이 미칠 듯이 샘솟아서 날뛰고 있었다.

여자아이들도 환호하고 있었지만 남자아이들만큼 환호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처음보았다.

"쟤네들 왜 저래?"

"장애물경주 포상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남자아이들의 심정을 모르는 여자들은 그저 미친 사람 취급하고 있었다.

"정우야"

"어?"

"장애물경주 대표 선발하고 있다는데…너도 나가봐"

"…내가 왜 나가냐…"

"그야…우승하기 위해서지"

"내가 우승보증수표냐?"

"아니. 너 키 크고 달리기 잘할 것도 같고…"

"그런 걸로…"

"박정우"

"어?"

"반 애들이 네가 명단에 들어가있다고 하던데"

"…뭐?"

"반 애들이 너 나가라고 했다고"

"장애물경주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나는 '버리는 카드'인가…"

"아니. 장애물경주 선발명단에 너의 이름 적혀있어서…"

"그거…진짜야?"

"네가 적은 거 아니었어?"

"내가 적을 리가…"

"하기야…그런데 보아하니까 여자글씨체같던데…누구지?"

설마..

옆에서는 씨익 마녀가 웃고 있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