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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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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를 중심으로 두고 두 명의 아리따운 소녀들은 대치 중. 그리고 그 광경을 분노와살기로 지켜보고 있는 2학년 학생들.
어이 이봐...안 들어가냐..? 애들 다 들어갔구만?
"이봐!"
"…"
이런이런..교관 떳네...
"…안 들어가고 뭐해! 빨리 안 들어가!"
이제서야 사태파악하고 너도 나도 유스호스텔 안에 있는 대강당으로 이동했다. 시하는 자신의 반무리로 돌아갔고 세희와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문제는 우리들이 늦게 들어온 덕분에 교관들이 많이 화가 나 있다는 점이다. 처음 만나는 건데 불성실하게 나오고 있으니..기합은 확정이고..이미 들어온 애들은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인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진짜로 후회막급이 아닐 수 없었다.
"흠흠…"
대강당 앞에서 교관 한 명이 마이크를 붙잡고 있었고 나머지 교관들은 줄 맞추라고 반 마다 명령하고 있었다.
"조금 학생들이 늦게 들어왔군요…"
노기가 어린 말투. 위험하다..
"그럼. 지금부터 한국고 3박 4일 수련회 입회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고난의 3박4일 수련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똑바로 안 합니까!"
"똑바로 안 해!"
현재 여자아이들은 손을 들고 있었고 남자아이들은 귀잡고 쪼그려앉아있었다. 주변의 시선들은 '전부 다 너때문이잖아! 새꺄!!!'라는 눈빛으로 전부 다 노려보고 있었다.
너네들 잘못도 있다고..? 우리가 늦게 들어왔다쳐도....니네들이 개념없이 떠들었잖아..이래저래 서로에게 피곤하였다.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기합은 20분동안 진행. 입회식을 시작하면서 애국가 노래 목소리 작다고, 그리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초반에 빡세게 굴려주시는 교관들. 이럴 때마다 짜증 백배. 하필이면 대강당이라도해도 크기가 작아서 빽빽이 꽉 찬 상태인데..
'에어컨'이 안 틀어져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을 더 분노의 상태로 만들고 있었다.
"아 에어컨 안 틀어주냐…"
"더워…"
여기저기서 불평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지만 교관들은 무시하고 '떠들지마라'로 잠재우고 있었다. 딱 보기에도 시설이 열악하다. 유스호스텔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들어왔을 때부터 '오래된 건물'이라는 티가 팍팍났다. 겉보기에는 꽤나 좋은 건물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좀 있다가 들어갈 숙소로도 들어가기 싫은 기분이었다.
"잘할 수 있습니까!"
"네!!!!!!!!"
"목소리 작다. 잘할 수 있습니까!!"
"네!!!!!!!!!!"
악에 받친 함성이 대강당에 울려퍼졌다. 더움과 짜증으로 목소리가 크게 나올 수 밖에 없지 뭐..그 뭐시기냐..그 주범은 '나'라고 판단해서 계속 나를 노려보면서 소리지르고 있었다.
하하..이럴 때는 그냥..그저 웃지요..
입회식이 많이 지체되었다가 기합 한 번하고 나면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순리. 우여곡절 끝에 입회식이 끝나고 우리들은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맨 끝반부터 차례대로 건물 위로 이동(질서는 절대로 안 지켜진다). 여자아이들의 숙소는 2층에, 남자아이들의 숙소는 3층으로 배정받았다. 번호 순으로 숙소배치가 될 것 같았는데 자유롭게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숙소배정을 하고 방 열쇠를 받아갔다.
나도 어찌어찌해서 304호라고 써져있는 방 숙소에 들어갔다. 한 개의 방당 8~9명이 들어가라고 했는데 그 정도의 인원이 쓰기에는 방이 너무나 좁아터졌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숙소라면 나름대로 괜찮았다. 이불 정돈도 잘 되어있고..깨끗하고...(금방 더러워질게 분명하지만)
솔직히 그 정도라면 나는 만족한다. 그렇지만 같은 숙소를 쓰는 아이들이 '노골적으로' 나를 싫어하는 눈치였다. 연극을 통해서 나름대로 그들과 통하는 기회가 있다고 했을지라도 그걸로 끝. 여전히 나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미친 놈'이었다. '쓰레기'였고, '절대로 어울려서는 안되는 녀석'.
나는 그들이 가방을 내려놓은 옷장에 똑같이 내려놓았는데..그들이 뭔가 암묵적인 합의라도 한 듯이 가방을 방 구석으로 옮겨놓았다. 그리고 집합하기까지 여유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그 여유시간동안 숙소에 있는 것이 보통인데 그들은 바로 모여서 자기들만의 대화를 하고는 바로 나가버렸다. 다른 숙소로 옮길까하고 생각을 했었지만..옮겨도 별반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 나는 여전히 '외톨이'였다.
하기야..내가 뭘 바라겠어..
나는 자조적으로 피식 웃어버리고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어느 누구도 나와 같은 숙소에 있는 것을 싫어하기에 나는 밖에서 노숙을 할까 생각했다. 그냥 이 곳에서 버스타고 나가버리고 싶지만..그건 너무 튀는 행동이였다. 교관들에게 알리기도 뭐했고, 선생들은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 좋아라해서 나는 알리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내 자존심 상 싫기도 했고 말이지..
밖에서 노숙하자..어차피 잠도 안 자는데...그들은 나에 대한 '인정'도 없고, '동정심'도 없으니까..
나는 아무도 모르게 숙소 건물 밖을 빠져나갔다.
주변이 온통 산지다. 슬슬 더워지는 6월. 가장 더워지는 시간인 오후 2시였다. 가방을 메고 좋은 장소를 찾고 있었다. 나라는 놈이 없어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나는 고도의 스텔스능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어차피 나는 그들에게 있어 없으면 좋고. 있으면 안 좋은 그런 기생충과 같다. 행여 내가 없다고 알고있더라도..그들은 반길 것이다.
돌아다니다가 어느 정자를 발견했다. 누울 수도 있고..짐도 놓아둘 수 있고..나는 가방을 정자에 놓아두고 누웠다. 햇빛은 쨍쨍하고. 바람도 불어오고. 좋다..
'도망치고 있는 거냐?'
알고있다. 나는 지금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찌질하게도..부딪치지도 않고..그저..
'나는 그들과 어울릴 수 없어'
그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포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싫다..함께 있는 것이 싫다..그들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싫다...
'너는…원래 그런 놈이야…'
아아..알고 있어..나는 원래 이런 놈이야..그러니까 포기하고 있는 거잖아..
피곤하다. 아직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이 혼자만의 안식에 마음을 놓아버린건지 모르겠지만 눈이 감겨졌다.
끝없는 나락 속으로..
눈을 떠보니 아직 해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6시..일어나보니까 배고팠다. 수련회비 중에 식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가기도 싫었지만..배고프니까..나는 짐을 대충 숨겨놓은 다음에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쪽으로 향하니 아이들이 뭔가 활동을 마치고 줄을 서기 위해서 몰려들었다. 나도 재빨리 그 무리들 사이로 끼어들었다.(이럴 때마다 나의 스텔스능력은 빛을 발했다. 같은 반이면 몰라도 다른 반아이들은 눈치 채지 못하기때문에)그래서 혼자 의자에 앉아 빨리 밥을 먹고 다시 짐을 놓아둔 정자로 향하고 있었다.
"박정우"
"…"
하필이면 이럴 때 만나냐고...돌아가던 길 와중에 세희와 그녀의 친구들과 마주쳐버렸다.
"…너…어디갔었어…?"
"…그냥…"
"그냥…어디?"
"…밥 먹고 왔어"
"지금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그 이전에 어디갔었냐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
나는 그들 사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텁!
"…박정우. 말해. 어디갔었어…?"
"밥 잘 먹고 와"
애써 둘러말하고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쳐버렸다. 얘기했었잖아..나는 왕따라고..
이렇게 도망친다고 해서..해결 될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도망친다.
뛰다가 어느 새 정자에 도착. 나는 천천히 걸어가서 정자에 앉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정우야"
"…"
그녀는 계속 나를 쫓고 있었다. 뭣하려 여기까지 왔냐..
"…여기서…계속 있었던 거야…?"
"…어"
"…왜?"
"글쎄…거기에 있기 싫어서…?"
"…애들이 나가래…?"
"…아니"
"그런데…?"
"내가 자원적으로 나간 거 뿐이야"
"…어째서…?"
"나는 늘 혼자라고 얘기했잖아? 이런 게 편해"
"…"
"애들이랑 대화도 하는 거 보면 친한 줄 알았어? 그들은 나를 여전히 싫어해. 특히나 이런곳에서 까지 나랑 함께 있어야된다는게 역겨워서"
"…"
"다른 곳으로 간다고해도 다를 줄 아느냐? 그것도 아니야. 대놓고 여기에서 나가!라고 말 은 하지 않아도…나가라는 말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어"
"…"
"…웃기는 노릇이지? 이런 곳에 와서 노숙까지 해야되다니…원래 나는 수련회를 한 번도 간 적이 없었어. 이런저런 이유로 빠졌었지. 그런데 이번에 '강제로' 오게 된 거야"
"…"
"진짜 욕 나올 정도로 빌어먹게 되어버렸어. 알아?"
"…"
"…그래서 이 곳에서 죽치고 있었어. 그게 내가 계속 안 보였던 이유야"
"…수련회 활동은 어쩌려고…?"
"수련회 활동? 안하려고. 그냥 여기서 띵가띵가 있다가 밥 먹을 시간되면 그냥 밥 먹고 바로 돌아오고. 그러려고"
"자는 것은 어떻게…?"
"여기서 누워서 잘 거야. 모기도 아직은 없고. 다행이지"
"…"
"…너 배고플 거 아니야? 밥 먹고 돌아가"
"네가 잘 곳이 없단 말이지…그렇다면…"
"…?"
"우리 방에서…"
"…?"
"내가 묵고 있는 방에서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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