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08화 (10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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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7.

Part 7.도 짧게 끝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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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싫어…?"

버스 안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내려앉았다. 모두 침묵.

"…"

요란하던 반 애들도 모두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락했다가는 단체로 나를 다굴할 것같은 흉흉한 살기가 쏟아져나왔다. 지가 앉겠다는데 나보러 어쩌라고..? 게다가 내가 허락 안 했다가는 처 맞을게 뻔한데.(그것도 조용한 곳에서..)

"네가 꼭 앉고 싶으면…앉아"

"응!"

그녀는 밝은 얼굴로 내 옆에 앉았다. 이 녀석이랑 같이 앉고 싶어하는 놈들은 저기 뒤에 수두룩한데..하필이면 맨 앞자리에. 그것도 반에서 왕따취급받고 있는 '나'라는 놈과 함께있으니 반 아이들은 속이 상할 만도 하다.

뒤에서 역시 나에 대한 신랄한 뒷담화가 오가고 있었다. 나의 귀는 꽤나 예민해서 다 들을 수 있었지만.

"세희는…천사인가?"

"세희양…어째서…?"

"불쌍한 애니까 같이 앉아주는 것이 아닐까?"

"그러게 말이야…"

"저 녀석은 말야…여자친구 있잖아?"

"그러게. 지가 잘 생긴 것도 아닌데 얼굴에는 화상있어서 가린 주제에…"

"솔직히 저런 녀석한테 왜 여자친구가 생기는 건지도 이해가 안 가"

"나도 동감. 그것도 상대가 정시하잖아?"

"정시하가 여자친구이고…그것도 모자라서 연세희까지 꿀꺽한 거 아냐?"

"에이 설마…"

"그 설마일 수도 있어. 저 녀석이 얼마나 악랄한 존재인 지는 다 알잖아?"

"…연세희인데?"

"그거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저 녀석은 팬들한테 단체로 욕 얻어먹고 심하면…"

"'살해위협' 혹은 '살해'당할 수도…"

"대체 뭔 놈의 자신감으로 여자들 한 두명씩 건드리는 건지…"

"친구 한 명도 없으면서…"

확실히 녀석들은 배 아파하고 있었다. 내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열심히 나를 까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버스의 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가 움직이는 경로에 교장과 여러 선생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순간. 교장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

교장은 내 얼굴을 보면서 경직. '그 사건'이후로 한 번도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 다른 선생들은 눈치채지 못하였다. 교장의 얼굴이 굳어져버렸다는 사실을.

머리카락으로 숨겨진 내 눈은...한 없이 그들을 냉정히 쳐다보고 있었다.

"정우야"

"…?"

버스는 빠르게 서울을 빠져나갔다. 빌딩과 건물로 보이는 광경이 아니라 앞에는 도로와 산. 그리고 표지판들만이 보일 뿐이었다.

"…아직도 스쿼시 치고 있어?"

"당연하지. 주말마다 하고 있는데…?"

"사람들…잘 지내고 있나 해서…"

"…잘 지내고 있어"

"혹시…기다리고 있어?"

"…어. 기다리고 있어. 너를…"

"그렇구나…"

"…빨리 돌아와라"

"응…돌아올게"

"…"

그 이후 조용하게 있었다. 뒤를 보니 나에 대해서 욕하고 있던 놈들도 전부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었고 몇몇은 mp3로 음악을 듣거나 psp로 게임을 하는 등 나름대로 버스에 있는 동안의 지루함을 달래고 있었다.

그녀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더니 나에게 건내주었다.

"…씹을래?"

"아니. 괜찮아"

"…"

내가 거절함으로써 또다시 조용.

나도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서서히 감겨졌다..떠졌다..고개가 숙여졌다..올라갔다..잠 자기 일보직전의 상태였다.

그리고..머지않아서 나는 눈을 감았다.

"정우야"

"…"

"정우야"

"…"

"정우야. 일어나"

"…"

"정우야. 도착했다니까?"

"…끄…흠…"

어라..벌써 도착했나..

"일어났어?"

"…어…"

어라...? 나는 분명히 고개를 숙이면서 잠을 자는 것 같았는데..뭔가 머리에는 푹신한 느낌이 있었다. 눈을 떠보면 똑바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살짝 각도가 기울여진 시야였다.

고개를 서서히 들었다.

"…!!!"

옆에는 그녀가 있었고. 나는..잠에 빠져서 모르고..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자버렸다.

"…왜 그렇게 놀래?"

"…미안!"

"내 어깨에 배고 자서 그래?"

"…"

"뭘 그리 부끄러워 하는 거야?"

"…"

"괜찮아. 머리가 조금 무거웠다는 것. 그리고 어깨가 살짝 아팠다는 것 빼고는…"

어이..그렇게 말하면 내가 훨씬 미안해지잖아..

"…미안하다"

"사과 할 필요 없다니까?"

"…"

"내 몸값은 상당히 비싸기는 하지만…"

"…미안하다"

"괜찮다니까? 친구사이에…뭘 그리 대수라고…"

"…"

그러면서..그녀의 얼굴이 묘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이. 니네들 뭐하는 거야?"

"네?"

"애들 다 내렸다고? 너네들 안 내려?"

"아! 죄송합니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황급히 버스 안에서 빠져나왔다. 밖에는 애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또 나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훨씬 버스 안에서보다 뜨겁게 쳐다보고 있었다.

"박정우주제에…박정우주제에…감히…"

아이고 내 팔자야...또 일이 꼬이고 꼬이는구만...게다가...

"정우군!"

나를 보자마자 달려오는 '정시하'라는 존재때문에 일이 더 커져버렸다. 도망갈 틈도 없이 이 녀석이 달려들어서 내 품으로 안겨왔으니..할 말 다했다...

"크어어!!! 정시하마저…!!!"

"으어어!!!"

"우오오오!!!!"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애들은(남자들만) 끝없는 분노에 괴성들을 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우리 반 애들로만 국한되던 살기가...다른 반 애들까지 나에게 살기를 퍼붓고 있었다..

"…그 쪽은 누구?"

내 품에 안긴 정시하를 보고 세희가 누구냐면서 질문을 해왔다..아..이 녀석..시하에 대해서 잘 모르지..

"…혹시…연세희?"

당연히 이 녀석은 줄곧 나를 스토킹하느라 알고 있을 거고..

"…맞는데…? 왜 갑자기 정우한테…"

"이러면 안 되는거야?"

"…어떤 사이인데?"

"…여자친구"

"정우야?"

어라..? 세희마저 갑자기 분노에 이글이글. 대체 내가 뭘 했다고...

"…?"

"전에. 여자친구 없다고 하지 않았어?"

"…이 녀석은 친구라고"

"맞아. 우린 친구사이야. 얼마 안 가서…'연인'이 될…"

"…그건 또 무슨 소리…?"

"…곧 있으면 정우군은 나의 '남자친구'가 된다 이거지~"

"…"

"그러면…세희는 정우군이랑 어떤 사이야?"

"친구…지…"

"아항. 그냥 '친구'구나~"

시하야..너 또 그러냐...

두 여자의 눈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전기스파크가 튀는 것처럼 '파지직!'하고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 왜 그러지..? 설마..나 때문인가...?

어째서인지 무섭다. 이 녀석들의 기세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웃는 얼굴로 있었지만..보는 내가 이 더운 날씨에 오한이 들 정도였다. 지켜보고 있던 그 주변들의 기세도 하늘을찌르듯 엄청나게 상승중. 정확하게 말해서 '기세'가 아니라 '살기'였다. 나에 대한 살기.

나는 어째..욕만 먹고..살기만 무진장 받고..

수련회...괜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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