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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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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다음 주 화요일에 수련회를 간다"
"…아 뭐야…"
"수학여행도 아니고…수련회?"
"…아놔…또 처음에는 교관들이 빡세게 굴리다가 후반가면 노는 패턴이겠구만…"
"장소는 어디에요?"
"회장?"
"네"
"여기 수련회와 관련된 프린트 나눠주도록"
회장은 줄 대로 프린트를 나눠주었다. 여느 때처럼 평범한 학교생활. 그렇지만 어제 시하와 데이트를 해서 녹초가 되었는데 하필이면 앞 자리라서 잠도 자지도 못하고 있었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프린트를 받아들고 뒤에 있는 놈한테 넘겼다.
"장소는…경기도 00군 00리…"
"작년에 갔던 곳 아냐?"
"아니 경기도는 맞는데 다른 데야"
"젠장! 또 유스호스텔…"
"심지어 3박 4일…"
"그리고 이거는 계획표다"
"…"
"파이프라인…다 그거나 그거나…똑같네…"
"그리고 래크레이션…캠프파이어는 안 하네…"
"서바이벌 있다!"
"진짜? 이것만 쓸 만하네…"
"저기요!"
"왜?"
"안 가도 되요?"
"…무조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에~~~??"
"어떤 사정이 있건 간에 '의무참여'다"
"…아놔…"
"작년에는 빠져도 되었잖아요?"
"작년에 하도 많이 빠져서 '의무참여'로 바꿨다"
"아 뭐야…"
"우리 수학여행은 안 해요?"
"안 한다"
"에~~~~!!!!"
"문화제 우승해서 초호화 일본여행은 보내주었으면서 수학여행은 왜 안 보내줘요?"
"모르지"
"거 봐. 기대하지 말아야 된다니까? 우리학교 예산에 그게 되냐?"
"…"
"…후…수련회 가기 싫으냐?"
"네!!!!!"
"왜? 그냥 가자. 수업하는 것보단 낫잖아"
"어차피 수련회 안 가면 학교에서 금방 자습하고 집으로 돌아가잖아? 나는 그냥 집에서 있으려고…"
"수학여행이면 가는데…"
"야. 많이 빠지면 재미없어진다. 가자"
"몰라. 어차피 의무적으로 해야된다니 가야되겠지…"
"흠흠!"
"조용히 해"
"아 그리고…수련회에 관련되서 또 할 말이 있는데…"
"…?"
"세희가 수련회 참여신청을 했다"
"진짜로?"
"그러면 당연히 가야지!!!"
"…이건 뭐다냐…왜 갑자기 바뀌어?"
"세희양 돌아오는 건가요~~"
"오랜만에 세희 얼굴이나 보자!!!"
"세희도 다시 학교에 돌아오는데 모두 참여해야 되지 않겠냐?"
"네!!!!"
"…"
"아 그러면 우리 반은 전원참여인 거지?"
"네!!!"
"그럼 신청서는 내일까지 부모님 확인 받고오고…그리 알도록!"
"차렷! 경례!"
"안녕히가세요~"
선생이 돌아가자 다시 와글와글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하는 우리 반 놈들. 대화의 주제는 물론 '연세희'였다. 대상이 2학년 전체..참가비..6만 3천원..어차피 부모님 확인도 못 받아오니까 학교에 있을까?
"…어이 시체"
"…뭐냐?"
"…세희한테 또다시 그런 짓을 했다가는…"
"뭐?"
"…그러니까…"
"어차피 안 가니까 걱정말라고"
"진짜 안 갈거냐?"
"당연한 걸 뭘 묻냐? 나는 부모님 확인 못 받는다고 핑계대면 그만이지"
"…아…"
"…너네집에 보호자 없냐?"
"…없는 걸 뭘 물어?"
"친척은?"
"없어"
"그러면…너랑…작년 문화제 때 보았던 그 동생이랑…여신님이랑 셋이서 사는 거야?"
"…위에 누나 한 명 더 있어"
"그러면 넷이서?"
"아니 셋이서 살아"
"누나 있다면서?"
"유학"
"이 부러운 자식!!!!!"
"…또 왜 그러냐?"
"야! 생각을 좀 해봐라! 그런 이쁜 자매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아냐?"
"…그러냐…"
"너 설마…그 자매들이랑 셋 이서…무슨…"
"그 이상 나불거렸다간 죽여버린다"
"히익!!"
"네가 상상하는 그런 짓거리 따위는 하지 않아. 너네 사고방식은 무조건 그런 거로만 연결되어 있냐? 친남매야. 친남매인 거 알면서 그 지랄이냐…"
"…물론 장난이지 장난!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냐…"
"그래도 장난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지. 나는 수련회 가지도 않으니까 너네들끼리 잘 놀아보라고"
"…의무적으로 해야되지 않아?"
"그냥 선생한테 말하면 되지"
"…나랑은 상관 없으니 뭐…잘해봐라"
"…정우군"
쉬는 시간. 우리 반에 이제는 '친구'사이라고 믿고 싶은 정시하가 나를 찾아왔다. 물론 나는 자고 있느라 못 듣고 있었지만.
"어이 시체!"
"시체!"
"잠신!!!"
여러 애들이 나를 깨우고 있다. 대체 뭐야..귀찮게스리..왠만하면 이 녀석들은 나 안 깨우는데..
"…뭐냐?"
"니 예쁜 여자친구가 너 부르고 있는데?"
"여자친구? 있을 리가 없잖아?"
"저기나 보고 얘기하지?"
"…!!!"
저 녀석은 날 왜 찾아..? 어제 데이트 해줬으면 되었잖아..
"정우군…"
"…왜 불렀냐…?"
"수련회…가지?"
"안 가는데"
"왜? 의무참여잖아"
"가기 귀찮아"
"???"
"어차피 수련회는 다 똑같잖아. 게다가 나는 애들이랑 어울리지도 않으니…"
"나랑 어울리면 되지!"
"…엉?"
"나랑 같이 있으면 되지 않아?"
"…너는 다른 반이잖아"
"거기서 빠져나오면 되지"
"그것 참 단순하게 말한다…"
"같이 가자!"
"…어디를?"
"수련회. 같이 가자고"
"돈 아까워. 안 가"
"그러지 말고 가자~ 웅~?"
이 녀석은 갑자기 귀여운 척이냐...
"…몰라. 선생한테 말해보고…"
"가는 거다?"
"…?"
"가.는.거.다.?"
어째..분위기가 흉흉해지는데...? 미소짓고 있지만 스타카토로 딱딱 끊어서 말하는 거 보면.. 저 녀석..내가 안 갔다가는 또 무슨 일을 벌일 지..끙...
"일단 선생한테 안 간다고 말해보고. 안되면 갈게"
"…꼭 같이 가야해?"
"…"
"그러면…다음에 봐!"
저 녀석이 나를 대하고 있는 것이 좋기는 하다만은...왜 이렇게 꺼림칙한 기분이 들지?
알 수가 없었다.
수련회 가지 않겠다고 내일 말해야지하고 미뤄버린 나는 집으로 귀가했다. 지현누나는 여전히 일본여행 중. 잘 지내고 있으려나..?
"오타쿠 왔어?"
"…어"
혹시 내가 강제로 수련회에 간다면..제일 큰 문제는..곧 있으면 돌아오는 지현누나와 민정이의 밥이었다..그 둘이 내가 없는 동안 인스턴트음식으로 배를 채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일단 만일에 대비해서 말해둘까..
"…민정아"
"왜 오타쿠"
"나 잘하면 수련회 갈 지도 모르겠다"
"잘하면?"
"안가려고 생각하고 있거든"
"어차피 오타쿠는 집에 있으면 미연시나 하고 있으니까 갔다 오지?"
"니 밥은 어쩌고?"
"사 먹으면 되지"
"…어느 정도 밥은 해 놓고 갈게. 간다면"
"그러면 그렇게 해"
"…지현누나는 언제 돌아오지?"
"이틀 뒤"
"…수련회가 화요일이잖아…"
"우리 걱정하지말고 갔다오기나 해. 바보오타쿠"
"하기야…너는…"
"응?"
"아니. 됐고. 수련회 간다면 말해줄게"
"앙"
"에휴…가기는 귀찮은데…뭐…안 가겠지…부모님 확인도 없는데…"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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