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04화 (10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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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Possessiveness(Deep At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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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원하고 있다...

그 사랑때문에 상처가 얼마나 생겼는데..아직도 사랑을 원하고 있다...

"…똑같은 사람…"

"그래서…내가 너를 원망하지 않는단다…"

"…"

애정결핍. 그거였나...

그녀의 고슴도치가 생겨난 이유가...'나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애정결핍'.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주지않아서..그녀가...모르겠다...생각하면 할 수록 머리가 아파올 정도로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의문이었다.

"…만나 볼 거니?"

"…"

나는....가기로 결정했다.

1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일 때 그녀의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던 기억이 났다. 오랜만에..아니 처음으로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야"

현관문 앞. 나는 학교선생한테 교장선생의 허락을 받아서 조퇴를 하고 이 집에 도착하였다. 교장선생은..얼씨구나 하겠지...내가 협박을 했었으니..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고..나에게..'꼬투리'를 잡으려고..

"…"

어머니가 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도 조심스럽게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평범한 아파트의 거실. 그녀는 없는 것 같았다.

"정우군 있잖아…"

방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곰인형을 몸에 찰싹 붙고나서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

그녀의 안에 있는 고슴도치는..'여전히'웅크리고 있었다. 떨고 있는 듯...

"…물 마셔"

어머니가 거실에서 물 한잔을 건네자 나는 고맙다고 한 뒤에 한 입에 마셨다. 막상 들어가려고하니..그녀가 혹시 칼을 또 휘두를까하고..젠장..

"…들어가 봐"

"…후…"

한 숨의 긴 심호흡을 하고 그녀의 방안에 들어갔다. 끼이익하고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천천히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초췌한 얼굴. 그 얼굴에는..눈물자국이 선명했다.

여전히 내가 준 곰인형을 몸에 붙인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시하"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거짓말…"

그녀도 이제야 나를 알아본 듯이..믿기지가 않는 듯..설마 자신의 집까지 찾아올 줄..예상하지 못했다.

"…"

"…'가짜' 정우군이구나…'진짜'는 여기에 있는데…"

"…!!!"

"여기에 '진짜'정우군과 단 둘이서 행복하게 있는데…가짜는…가짜는…"

이제는..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건가..

"…가짜는…꺼져버려!!!"

그녀는 책상에 있던 책 필기구 곰인형을 제외한 인형들. 있는 거 없는 거 모두 던지기 시작했다.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간 그녀가..이제는 불쌍하게 느껴졌다.

"…시하야"

옆에서 어머니가 들어왔다.

"…엄마…"

"이제야 엄마라고 말하는 구나"

"…"

"정우군이 찾아왔단다…네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저 녀석은 가짜예요…"

"시하야…"

"저를 부디…내버려두세요…"

"네가 그러는데…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니…"

"…여태껏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았잖아요?"

"…사이가 좋지않더라도…나는 '엄마'야…자식이 아프면…나도 아파…"

"…"

"정우군과…대화해보렴…"

그런 말만을 하고 어머니는 천천히 물러서 방 문을 닫았다.

"…"

"…"

서로가 어색해졌다. 나는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여기에…왜 왔어…? 가짜주제에…"

"…어머니의 부탁"

"뭐야…결국에는 그런 거 때문에…나를…동정하는 거야? 네가 버렸는데? 이제와서?"

"…말해"

"뭐를 말해? 말할 건 다 끝났어"

"네가 왜 나와 헤어졌는지"

"…!!!!"

"…숨겼잖아?"

"…"

"네가 얘기하기 싫었던…전에도 꺼내려다 말았던…"

"…내가 얘기한다고 해서 달라져?"

"…달라져"

"어떻게해서 달라지는데?"

"…적어도…나의 너에대한 인식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나에 대한 인식? 후훗. 인식이 달라진다고해서…달라진다고해서…"

"…"

"너는…끝까지 거부한 주제에…가짜면서…"

"가짜면서…그렇게까지 얘기하는 거야?"

"…!!"

"너는 지금…"

"…"

"그 가짜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잖아"

"…"

그녀의 얼굴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너무 울어서..

"…"

"알고있잖아. 그 곰인형은 너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해. '박정우'라는 존재가 아니야"

"…"

"'박정우'라는 존재는…바로 나니까…"

"…가짜야…가짜야 너는…"

"왜 목소리를 떨고 있는 거야? 가짜라면서?"

"…너는 가짜야…"

"정시하"

"…!!"

"현실을 봐"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오지마…오지마…넌…"

"지금 니 눈 앞에 서있는 존재를 봐. 옆에 있는 너의 곰인형을 보지말고…"

"아니야…아니야…"

"정시하!!!!!!"

"…!!!"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얼굴을 가까이 마주 대었다.

"나야. 박정우. 네가 이용하고 그리고 갈구하는 존재"

"…아니라고!!!"

그녀는 저항하고 있었다. 손톱으로 할퀴고 물고 발로 차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어깨를 꽉 부여잡은 채 놓아주질 않았다.

"네가 '정우군'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여기 있어"

"정우군은 내 옆에 있어! 항상 옆에 있단 말이야!"

"현실을 보라고 얘기했지!!!"

"…!!"

"너는 지금…'거부'하고 있어…이 현실을…"

"아니란 말이야…정우군은…"

"…"

"이렇게 내 집에 올 만큼 나에게 따뜻한 사람이 아니야…"

모든 행동을 멈추고..그녀는..체념한 듯이..슬프고 슬픈 듯이..

"…"

나에게 집착을 했던 그녀는...이미 현실을 알고 있었다...

"얘기해줘. 나와 헤어진 진정한 이유를"

"말했잖아…? 나는…너라는 사람에 흥미가 없어졌다고…쓸모 없어졌어…저렇게 많이 있는 인형들처럼…나에게 재미를 주지 않아…"

"그렇다면 왜…그 버린 인형에 왜 집착을 하고…울고 있는 건데…"

"…"

"…말해"

"얘기해준다면…너는 나에게 무엇을 해 줄건데?"

"…"

"얘기할게. 그런 다음에…"

"일단…말해"

"…"

그녀는 나에게 모든 것을 얘기해주었다.

"…!!!"

그녀가 그 날에 나에게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녀는..그래서 나에게 '죄'를 지었다고 한 것이었나...그렇게 죄책감을 가질 거면서..

"…나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기에..그녀는 나에게 집착을 했었다...'

"나는…너를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그래서…"

'너도…시하와 똑같은 아이같아서…'사랑'을 원하고 있는…'

"…동질감"

"맞아…처음으로…나와 비슷한 부류를 만났으니까…"

"'흥미'?"

"응…세상을 살며 지루해하고…모든 것에 재미를 잃어버린…"

"…"

아니다. '흥미'가 아니었다.

그녀와 내가 똑같다는 이유는...

'애정결핍'

그녀는 그것을 몰라서..'흥미'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마치 진정한 사랑에 빠진 것처럼…'

그녀는..나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사람이라서.

나와 같이..'사랑'에 상처받아서..하지만..그 사랑을 원하고 있어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품고있어도..연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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