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03화 (10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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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Possessiveness(Deep At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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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의 엄마되는 사람이란다"

"정시하의…어머니…이십니까…"

정시하..너는 어째서 어머니까지 불러오는 거냐..대체 무엇때문에...

나에 대한 '집착'을 그만 버리라고 했는데...그렇게 말했는데..계속..너는 끝까지 말을..

"…이건 시하가 부탁한 게 아니야"

"…!!!!"

"시하가…오늘 결석을 했어…"

"…"

"어제 비가 그렇게 쏟아지는 데 계속 맞고 밤 늦게 돌아와서…방 안에서 꼼짝하지도 않고있어…"

"그게…무슨 말씀…"

"시하는…너 때문에 등교를 하지 않고 있어"

"…그거를…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방 안에서…정우군하고 말하며…울고있었으니까…곰인형을 붙잡고…"

"…"

"자식이 그러면 어찌 엄마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니…"

"…"

"한 가지 물을게"

"…말씀하세요"

"시하랑 정우학생은 어떤 관계인지 알고 싶어"

"…"

"비밀이니?"

"…예전에 사귀었었습니다…깨진 지 오래 되었지만…"

"그러면…네가 '그 아이'겠구나…"

"'그 아이'…라니요…?"

"1년 전. 그 아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

"그 때 네가 시하를 병원에 옮겨놓았지?"

"…"

"우리는 깜짝 놀랐었어…갑자기 시하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

"시하에게 가보니 다행히도 무사했어…위에 남자 교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얘기를 해주지 않았어…우리 부부와 시하 사이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이렇게까지 침묵을 한 적은 없었어…"

"…"

"하지만…시하가 그러더구나…"

'죄를 지었어요. '그 아이'에게…'

"…!!!"

"자신을 자책하는 것 같았어…자신은 '그 아이'에게 죄를 지었지만…'그 아이'는 자신을 구해주었다고…그렇지만…자신은 사과할 수 없었다고…"

"…"

"그 이후…시하는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서야 들어오기 시작했단다…"

"…"

"어디가냐고 물었지만…학교를 그렇게 일찍 가는 아이도 아니었는데…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이른 시간에 학교를 간다고 얘기를 했어…"

"그것이 계속 지속되다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무엇을 하나 지켜보다가…"

"…"

"전봇대에 숨어서 어떤 남학생을 지켜보는 것 같더구나"

"…!!!"

"스토킹…이라고 해야겠지…나는 그 사실만을 알아내었을 뿐…시하가 쫓고 있는 남학생이 누군지는 몰랐었는데…"

"…"

"그게…너였구나…"

"…시하가 너에게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은…시하를 그만 용서해주렴…"

"…저는…그녀가 다른 사람을 찾기를 원했습니다…"

"…무슨 말이니…?"

"저와 그녀는 헤어진지 오래되었습니다…'어떤 계기'가 생겨서였지요…그래서 저는 그녀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었습니다…"

"…"

"요새 들어서…그녀가 자꾸 나에게…뭐라고 해야할까…다시…시작하자고 하더군요…"

"…"

"솔직히 말해서…그녀를 잊고 싶었습니다…게다가 그녀가 나에게 한 행동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녀가 어째서 나에게 그랬는 지도…저는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너에게는 컸니? 시하가 너에게 준 상처가…"

"…"

"…"

"…여태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갑자기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습니다…혼란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그녀를 용서 할 수 없었습니다…저를…이용했는데…어떤 이유에서…사랑한다고…다시 시작하자고…그러는지…"

"…"

"저는 그녀가 저와의 관계를 모두 끊어버리고 다른 사람을 찾았으면 했습니다…애초에 시하는 저 따위와는 어울릴 수 없는 여자였고…그리고…저는…그녀를…"

"…"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

"저에게 울면서 가지말라고 했습니다…어머니에게 미안한 소리이지만…저는 그녀를 외면했습니다…그녀가 저를 외면했었던 것처럼…"

"'복수'…였니?"

"그런 것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거부'였습니다…"

"…"

"두려웠습니다…만약에 그녀를 받아주어서…그녀가 또 나를 이용하고 버리지는 않을까하고…"

"…"

"…그녀가 첫 사랑이었습니다…그녀나 저나 모두 서로에게 '흥미'를 가져서 사귀게 되었지만은…저는 그녀를 차차 '좋아한' 반면에…그녀는 저를 '흥미거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

"그런 저에게…'흥미'가 사라져서 헤어졌습니다…"

"…"

"…제가 어머니에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모두 끝났습니다…따님을…시하를…그렇게 만든 건 저입니다…어떤 원망의 소리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원망하지 않는단다"

"…"

"그저…원망보다도…궁금했단다…시하는…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왜 변한 건지…"

"…이런 아이가…아니라니요…?"

"그 아이는…살면서 지루해하는 것 같았단다…모든 것에서…"

"…"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것처럼…그 아이가 남자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도 알고있었지만…정작 그 아이는…남자친구에게나…그리고 나에게나…그 자신에게 있는 모든 것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어…"

"…"

"그런데 변했단다. 1년 전부터…"

"…?"

"그래…'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해야하나…아마 생기가 돋는 것처럼…그 아이랑 오래 살다보니 그런 미세한 변화도 눈치챌 수 있었지…"

"…"

"…아니면…"

"…?"

"…그 아이는 '사랑'을 모른단다…네가 말한 것처럼 '흥미'라고 밖에 여길 수도 있어…하지만 그 아이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에…그 무언가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단다…"

"…"

"마치 '진정한 사랑'에 빠진 것처럼…하지만 그 사랑하는 사람은 알아주지 못하니…애가타서…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

"…그 아이를…한 번만 더 만나주었으면 좋겠구나…"

"…만나라니요…?"

"그 아이는 곰인형을 항상 껴안고 있단다…그 곰인형보러 정우군이라고 하면서…곰인형에게 말을 걸고…내가 그만하라고 말해도…듣지도 않고…오직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버려서…"

"…그 아이를…구해주렴…이제 현실을 볼 수 있게…"

"…"

"네가 싫을 수도 있겠지만…그 아이를 한 번이라도 보듬어주렴…부모된 입장에서 이러한간섭같은 것을 하지 말아야했지만…그 아이의 망가진 모습을 볼 때마다…"

"…"

"그 아이는 가슴아파하고 있단다…너에게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고…"

"…"

"시하가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데…네가 버려졌다고 하면…왜 그 아이가 아직도 너에 대해서 마음아파하고 있을까? 하고…"

"…!!!!"

'너는…어째서 왜 나를 받아주지 않는지…나는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아니. 이제와서 말해봐도 소용없는 일이지…그래서 나는…'

'아직도 마음아파하고 있을까? 하고…'

숨겨져있다. 그녀는 '무언가'를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

'그녀가 나와 헤어진 진정한 이유'

흥미거리가 사라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아니야..아니다..그녀는 나를 '흥미거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내 존재가 필요없어져서 버린 것이다.

아직도 마음아파하고 있다..?

'나는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어떤 행동을 했는데...? 네가 나에게 한 것이 뭐였는데...?

'나에게 준 상처'밖에..없지 않았어...?

"…시하를…만나주렴…"

"…그것이 진정한 목적입니까…? 저를 만나려고 하는…?"

"그렇단다. 나는 네가 시하를 한번 더 만나주었으면 해…그 때라도 시하가 너에 대해서 포기를 하지 않는다면…이번엔 내가 말려볼테니까…부모의 입장을…헤아려주렴…"

"…싫지 않습니까…? 자식을 그런 꼴로 만들어버렸는데…? 그 원수가 눈 앞에 있는데…?"

"…부모가 없다고 들었단다…"

"…!!!"

"교장선생님에게…들었단다…"

"…고아라서 동정하는 겁니까?"

"아니…그런 것이 아니라…"

"…"

"너도…시하와 똑같은 아이같아서…'사랑'을 원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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