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02화 (10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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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Possessiveness(Deep At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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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졌다. 우산도 없는데 무차별적으로 무자비하게 내 몸을 때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럴 때 비가 내리냐..몸도 마음도 우울해 죽겠구만..집까지 가려면 30분 걸리는데 그 동안 나는 뭐..걸레 되겠네..걸레..

"저 사람 뭔가 불쌍해보여…"

"우산도 없이 이런 폭우에 맞아…? 그냥 인근 건물에 피해있으면 될 것 가지고…"

"바보인가…?"

"머리카락 봐. 다 젖어버렸네"

"엄마…저 아저씨 귀신이야?"

"쉿! 사람한테 그런 소리 하면 못 써!"

"…"

"링 보는 느낌이야…얼굴도 안 보여…"

"…무서워…"

나는 비를 맞으며 걷고 있었다. 교복도 이미 물로 덮여져 몸에는 축축한 느낌만이 전해져왔다.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며 귀신이라는둥 불쌍하다는 둥 심지어 정신병자인가라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뭐…정신병자는 맞을 지도 모르겠지만…"

"…오타쿠…?"

"…!!"

우연히 만났다. 타이밍도 완전히 빌어먹을 이었다.

"…뭐야…물에 젖은 생쥐마냥…"

"어디 가냐…?"

"아니. 뭐…그냥…오타쿠가…혹시 우산 안 가져왔을까…"

"엉…?"

"착각하지마! 오타쿠가 혹시 감기걸리면 나만 손해니까!"

"…밥이랑 청소때문에?"

"…뭐…뭐…그렇지…"

"감기 걸려도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마"

"…칫…사람이 호의를 보여줘도…"

"그래도…고맙다…"

"고맙다는 소리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야"

"그러면 내가 언제 너한테 고맙다는 소리 해보겠냐?"

"뭐!!!!"

퍼억!!!

"끅!"

"왜 이렇게 축축해!!!"

"비에 맞았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오타쿠때문에 별 고생 다 하네…"

"내가 해달라고 했냐?"

퍼억!!!!

"…!!"

"내가 괜히 갖고 왔어! 그냥 오타쿠는 비에 처 맞으면 되었는데!"

"…"

"지현언니도 없으니까! 오타쿠 챙겨줄 사람 없잖아? 그래서 내가 특.별.히. 챙겨주려고 왔는데 오타쿠는 오타쿠였어!!!"

"…미안"

"하여튼간!! 빨리 쓰기나 해!"

"…그런데…우산 하나야?"

"…"

그걸로 대화는 끝났다.

나는 조금 둘이 쓰기에는 작은 우산을 들고 민정이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민정이는 비를 안 맞으려고 나한테 가까이다가가려고 해도 내가 젖어있는 상태여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

이 녀석 마저도 비에 다 젖겠네...나는 그녀가 들어올 공간이 생기도록 옆으로 빠졌다. 그것때문에 비가 어깨부분에 계속 맞고 있었지만..이미 축축해졌으니 상관이 없으려나..

"…오타쿠…안 써?"

"네가 맞잖아"

"…그래도…"

"난 이미 비에 맞을대로 맞았고…모처럼 네가 나 때문에 왔는데…너 마저 비에 맞으면 안되니까 말이지…"

"…"

"상관없으니까. 곧 있으면 집에 다 오고"

"하지만 오타쿠가!!"

"…어?"

"아니…오타쿠…계속 맞고 있으니까…내가 상관이 있어!"

"…"

"일로 와"

"응?"

"나도 축축해져도 별 상관하지 않아! 어차피…우산쓰고 있어도 신발은 못 막아주니까…"

"…"

"그냥…일로 와서 우산보호 좀 받아"

"…"

"빨리 오라니까!"

"…알았어"

나는 그녀의 곁에 붙어서 우산을 쓰고 있었다. 옷과 옷이 접촉이 되어서 그녀의 옷도 물기로 촉촉해지고 있었다.

"…괜찮아. 이대로 걸어"

"…"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온 후. 민정이는 바로 신발을 벗고 뛰어가더니 화장실에서 수건 2장을 갖고와서나에게 건네주었다.

"닦아. 이대로는 못 들어가니까"

"고마워"

"…오타쿠한테 고맙다는 소리 들어도…하나도 안 기쁘니까…"

그러면서도 얼굴을 푹 숙이고 있는 이유는 뭐냐...

"…너한테는 뭐…바보 같은 오빠니까…"

"…!!!"

"…나야…오빠구실 제대로 못 하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까…"

"누가 그런 소리 듣고 싶어서 수건 갖다준 줄 알아!!!"

퍼억!!!

"그만 때려라 좀…"

"분위기 무겁게 잡지 말라고! 그냥 닦기나 해!"

"…"

"내가 언니랑 오타쿠랑 사이 안 좋을 때 얘기했었지? 말 한마디 안하고 지내고 있어도 '가족'이라고…나도 그래! 항상 바보같은 오타쿠가 싫지만…"

"…"

"나도…오타쿠를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으니까…"

"…"

"그러니까! 어서 닦기나 해! 흥!"

그러면서 씻기위해 화장실로 들어가는 그녀.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마저 닦지 못한 부분을 닦고 있었다.

"고맙다. 민정아"

다음 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와중에 어느 한 사람이 교실에 드르륵하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냥 용무가 있어서 우리 반에 들어온 선생인 줄 알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나이로 봐서는 꽤나 젊어보이는 사람인데..누구지...

"저기…"

"누구십니까?"

"…혹시…여기에 박정우라는 학생이 있나요?"

"네. 여기 있습니다만"

"그 학생에게…볼 일이 있어서…"

"실례지만 무슨 용무로?"

"그냥…제 아이와 관계된 일이라…사적인 일이라서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학부모님이 되시는 군요…"

"교장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았습니다…그래서 잠깐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그렇습니까…박정우!"

"정우 자는 데요"

"저 녀석은 맨날 자냐…깨워"

"안 자고 있는데요"

"왠일로 일어나 있었네?"

"왜 부르셨어요?"

"저 사람이 너한테 볼일이 있다네. 가 봐라"

"…?"

나는 교실 뒷문을 열자 그 여인이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따라서 간 곳은 어느 조용한 학교 화원 근처에 있던 벤치였다.

"저에게…무슨 볼 일이…그리고…"

"네가 정우학생 맞니?"

"네…"

"나는 누군지 알겠니?"

"모르는데요…"

"시하는…알겠지…?"

"…!!!!!"

"알고있다는 눈치구나"

"대체 누구…십니까?"

"시하의 엄마되는 사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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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Part 6가 끝나가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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