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01화 (101/318)

0101 / 0318 ----------------------------------------------

Part 6. Possessiveness(Deep Attachment)

==================================================

"죽어줘. 정우군"

그녀의 안에 있는 고슴도치를 보다가 그녀가 식칼을 들고 나를 향해 달려들자 순간 당황하였다. 정확히 그녀는 나의 목을 찌르는 것이 아니라 베기 위해서 휘둘렀다.

부웅!

다행히도 나는 뒤로 빠지며 피할 수 있었지만..그녀는 다음공격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이번에는 내 심장을 노린 찌르기. 나는 겨우 굴러서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누워있는 상태에서 그녀의 하체가 빈 틈을 타서 그녀의 다리를 걸어버렸다.

그녀가 다리에 걸려 넘어져서 바닥에 자빠지자 나는 재빨리 그녀의 위에 올라타서 두 손을 잡아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오른손에 쥐고 있던 칼을 강제로 펴게해서 칼을 빼앗고 저 멀리 던져버렸다.

"…그만해"

"놔! 이거 놓으라고!"

"…그만하라니까!!!"

"…하…하…정우군 여자를 상대로 이렇게 가혹하게 굴어야겠어?"

"…"

"…칫…정우군…그냥 나에게 죽어주면 될 것이지…"

"…네가 진짜로 칼을 휘두를 줄은 몰랐다"

"…이러고서라도…함께 있고 싶으니까…정우군은…절대로 나를 돌아봐주지 않으니까…"

"…이미 끝났어. 더 이상 나에 대해서 집착하지 마"

"…왜…왜…나는 안 되는거야?"

"…돌아가기에는…늦어버렸어…우리들의 관계는…"

"얼마든지 돌릴 수 있어! 얼마든지!! 내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는 데!! 너는…너는…"

"…"

"…내가 이렇게 붙잡아도…안 되는데…정우군…정우군…"

"…"

"흐…흑…"

그녀의 눈망울에는 물방울들이 또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

"…정우군…사랑해…그러니…나를…"

"…"

"받아줘"

"…미안해"

"…!!"

"나는 너에게 확실히 선을 긋고 싶어 이 곳에 왔어. 우리는 이제 돌아갈 수 없어…그저 친구사이만이 될 수 있을 뿐이야…그것도 못하지만…그러니까…그만해…나를 사랑한다고 얘기하지 마…"

"…"

"너는 예쁘고 얼마든지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으니까…나 같은 과거에 미련을 두지말아…"

"…"

"…나 죽이려고 하는 거는 묻어둘테니까…반에 돌아가…"

"…너는…나 사랑한다고 얘기했잖아…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변할 수가 있어!!!!"

"…사랑했어…하지만 이젠 아니야…지금은 널…"

"…?"

"…"

"…"

"이 이후로는…다시는 너와 개인적으로 만나지 않았음 좋겠어…"

"…"

"이걸로 끝이야"

"…"

"…간다…"

나는 일어나서 계단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녀의 안에 있는 검은 고슴도치는…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기다려…기다려…정우군…"

"…!!!"

그녀는 다시 일어나더니 식칼을 꺼내들고 있었다. 식칼을 몇 개나 들고 다니는 거야..

아주 나를 죽이려고 작정했구만...

"내 할 일은 아직 안 끝났어…죽어…죽어…죽어!!!!!"

또다시 그녀는 식칼의 날을 세우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았다.

푹!!!!

나는 칼을 맨 손으로 잡았다. 피할 수도 있었지만..피하지 않았다. 평범하게 경고만 했다가는 계속 되풀이 될 것 같아서 나는 극단적으로 대응하기로 하였다. 비록 그것이 나에겐는 엄청 위험하고 자학적인 방법인 것을 알았지만..어쩔 수 없었다.

내 손에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녀도 정말로 놀랐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칼을 쥔 손을 꽉 붙들어맨 나는 그녀에게 말하였다.

"이래야…만족하겠냐…정시하…?"

"…!!"

"나 죽이려고 했잖아? 지금 네가 이 칼 움직이면 내 손은 날아가. 알지?"

"…"

"움직여. 칼을. 그래서 내 손을 잘라"

"…!!"

"나 죽이는 거 원하고 있잖아. 손 자른 다음에 죽여버려"

"…"

"…죽여"

"…"

"죽이라고!!!!!!!!!!"

"…정우군…"

"뭣 한다면 내가 목을 들이밀어줄까?"

"…!!!"

"네가 말했었지. '그 일'은 잊었냐고. 아니 잊지 않았어! 절대로 잊으려고해도 잊을 수가 없어! 항상 밤 마다 그 광경. 미쳐버린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괴로워서…괴로워서…"

"…"

"나는 너를…이제 어떻게 대해야 될 지 모르겠어…"

"…"

"너의 진심을 믿을 수도 없고! 네가 어떠한 행동을 하든! 뭘 하든! 나는 신뢰가 안가. '사랑해?' 그딴 말 믿지도 못하겠다고!"

"…정우 …"

"두 번 당할 것 같아? 천만에! 나는 한 번이면 족해! 겨우 한 번이었을 뿐인데 나는 이렇게되어버렸어. 아직도…네가 나에게 한 '필요없다'는 말이 내 귓가에 자꾸만 들려와…"

"…"

"죽이고 싶지? 내가 안 받아주니까?"

"…"

"니 자신을 위해서 나보러 죽어달라매?"

"…"

"그렇다면. 죽이란 말이야!!!!!!"

"…!!!"

"그렇게 할 용기도 없는 주제에…죽으라고?"

"…"

"너는 자살시도 한 적 있었냐?"

"…"

"나는 말야. 죽으려고 해도 온갖 별 수를 써왔어. 그런데 빌어먹게도 안 죽더라? 일찍 죽어버렸다면…나는 이런 고통 당하지도 않았어. 이 질긴 목숨이 원망스럽기만 해!"

"…"

"사랑했어. 너를 정말로 사랑했어.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었어"

"…"

"너에게 겪은 그 배신감을…너는 모르겠지? 여태까지 남자들 등 처먹고 여왕님처럼 살아왔으니까. 네가 한번 유혹하기만 하면 남자들이란 놈들은 다 넘어오니까! 사랑했다느니 그런 것도 너에게는 모두 지루하고 흥미없는 일이니까!"

"…"

"그런 너라서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

"사랑해라는 말도. 눈물을 흘리는 것도. 나에게 당한 상처때문에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도. 모두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아. 하지만 나는…너를 다독이려고 했어. 이런 놈 빨리 잊어버리라고. 너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그런데 내가 꼭 이런 말 해야겠어? 그래야 네가 정신을 차리겠어? 대체 너 몇 살이야? 너는 왜 사람 말도 듣지않고 자기 맘대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기 멋대로 상처받아서 죽이지도 못하는 주제에 왜 칼을 휘두르는 건데?"

"…"

"그만둬라. 날 죽이지 못할 거면"

"…"

"곧 있으면 5교시 시작되니까…진짜로 간다…나는 너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

"모질게 굴지 않으면, 너는 절대로 납득하지 못하니까"

"…"

"…잘 있어라"

손에 잡은 칼을 떨어트리고 피가 뚝뚝 흐른 채로 나는 옥상에서 돌아갔다. 그녀의 안에 있는 고슴도치를 없애줘야된다느니 뭐냐느니 그러한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지금에라도 나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털썩하고 주저앉아서 멍한 상태에서 눈물만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옥상 문을 닫았다.

남은 수업시간 내내 마음이 철저하게 짓눌려 있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엉켜서 나에게 혼란함과 복잡함만을 느끼게 해주었다.

'첫 사랑'이었던 그녀를 버렸다. 나는 그걸로 복수를 이루었다.

복수 뒤에는 허무함만이 남아있었다. 할 말을 그녀에게 모두 다 했는데..

허무함과 우울함만이 나의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하늘도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맑았던 날씨도 차차 구름이 꼈다.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기라도 하는 듯이.

방과 후. 나는 천천히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평범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완전히 나는 그녀와 선을 그었고. 그렇게 되었다. 그녀도 더 이상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그녀도 나도 서로에게 상처만이 될 뿐이었기에.

툭. 툭.

물방울이 떨어져 내 머리에 맞았다.

투툭. 투툭.

이번엔 더 굵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투투툭. 투투툭.

점점 더 굵어지는 물방울.

더 굵고. 더 세게. 대지를 적셔갔다.

비가..내리기 시작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