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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Possessiveness(Deep Attachment)
제 뜰에 있는 Part 3.5 외전 'Secret'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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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곁을 서서히 떠나갔다. 그녀가 주저앉아 통곡하고 있었음에도..자꾸만 그녀가 '떠나지마…떠나지마…나를 버려두고…떠나지마…'하고 나에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심란하기만 했다. 오히려 후련해야했는데..무거운 돌이 쿵하고 내가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무겁기만 했다.
나는 그녀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그래서 나도 그녀가 나를 '이용'한 것을똑같이 되돌려주고 싶어서 이렇게 그녀를 버렸을까?
아니면..나는...그녀가 두려운 것일까..?
아니..그녀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그녀가 나에게 주는 '사랑'이 두려워서 그런 것일까..?
여태까지 나는 단 한 번의 사랑(그것이 비록 거짓이었지만)을 경험했지만. 그 사랑은 너무나도 처참하기만 했다.
그 첫 사랑은 '가시'와 같았다. 콕콕 나의 마음을 쑤셔 통증이 아릿하게 아파왔다. 그래서..
나는 두려운 것일까..? 그 '사랑'이라는 것이..?
그것도 나에게 비참함만을 안겨준 나의 '첫 사랑'에게...다시 시작하자면서..
외톨이였던 나에게 그녀란 존재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그녀를 통해서 사람을 알아가고자 했다. '외로움'이라는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그저 좋았다.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웃어주고..'정우군'이라며 다정히 말해주는 것이..좋아서..하지만 나는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배신했을 때. 이용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나왔다. 그녀도 똑같은 존재란 것을 알았으니까.
'나를 무시하고 모멸하던 모든 이들과 똑같아서'
참을 수 없었다. 분노보다는 증오. 증오보다는 광기가 생겼다. 그 동안 쌓고 쌓여왔던..
'본능'을 유감없이 표출했다. 이성으로 막으려고 해도 너무나도 참을 수 없어서..
그 나의 행동에 대한 대가가 큰 것을 어쩌면 알고 있었어도..나의 안에 숨겨져있던..
'광기'라는 유혹에 져버려서..
끊자. 그녀와 내가 이어져있는 '인연의 사슬'을 끊어버리자. 다시 한번 나의 마음을 다독였다.
나는...'옳은 일'을 한 것이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나는 밀린 세탁감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평소에 하던 집안일을 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소소한 일상. 식탁에 저녁을 차리고 나는 내 방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는다.
저녁 늦게야 누나가 들어왔다. 누나는 내일 어디론가 가는 듯 없던 여행가방과 그 이외의 여러가지 것들을 사왔다.
"…언니 어디가는 거야?"
"응"
"어디?"
"일본"
"언니…진짜로 일본 가?"
"응"
"왜? 어째서?"
"이번에 우리 문화제 우승해서…그 우승상품이 일본여행이야…"
"우리 학교는…여행보내줄 만큼 돈이 있는 것이 아닌데…"
"나도 모르겠어. 이번에 문화제가 대성행해서 그런가봐"
"그렇군…"
"정우랑…가고 싶었는데…"
"…뭐?"
"으응. 아무 것도 아니야"
"언니 언제 가는 거야?"
"3박 4일"
"어디?"
"도쿄라던데…애들 얘기로는 초호화 풀패키지라고…"
"좋겠다~ 나도 해외여행~"
"기회되면 꼭 가보자"
"응! 오타쿠는 빼고"
"나는 또 왜…?"
"오타쿠는 분명히 일본가면 아키하바라 갈 거니까!"
"…인정"
"거 봐! 이 폐인오타쿠!"
"…민정아…"
"왜?"
"그래도 오빠인데…"
"오빠 이전에 오타쿠야! 오타쿠!!!"
"…후…"
"괜찮아. 지현누나"
"…?"
"나야…저 녀석한테 항상 들어왔으니까 뭐…상관은 하지 않아 이제…"
"그래도…기분 나쁘지 않아…?"
"상관하지 않는 데도. 사실은 사실이니까. 내가 그런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
"내일 일찍 김포공항 가는 거야?"
"응…"
"그럼…일찍 자야겠네…"
"…응…"
"오타쿠!"
"왜?"
"오타쿠는 안 잘거지?"
"어"
"또 미연시 할 꺼야?"
"…글쎄…별로 할 기분은 아니야…"
"흐응~? 왠일로 오타쿠가 미연시를 마다하네?"
"나야 Feel가는 대로 하니까"
"…됐어!"
"…뭐?"
"됐다니까! 나도 피곤해서 잘래"
"뭐냐…"
"잘 자. 정우…"
"응. 누나도…"
"오타쿠!"
"또 왜?"
"…잘…잘…"
"뭐?"
"그냥! 처 자라고!!!"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저 녀석?"
누나와 민정이는 같이쓰는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거실의 불을 끄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혼자가 되고나니 갑자기 급우울해졌다. 마음이 평안해졌던 것도 급속히 허물어져서 그녀의 통곡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정우군…나 사랑해?'
사랑했지만 이제 사랑하지 않아. 싫어해. 너를..
나는 침대에 누웠다. 이불보에는 아직 검붉은 피가 묻어있었다. 빨래를 해도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눈을 감고 싶었지만..자고 싶었지만..
'자버리면… 또다시 그 날의 광경이 떠오를테니까'
똑똑..
늦은 시간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정우"
"지현누나…? 왜 이렇게 늦은시간에…"
"들어가도…돼?"
"응. 들어와"
문을 열자 귀여운 잠옷차림에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그냥…그냥…"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왜 그렇게 우물쭈물 하고 있는 거지..?
"??"
"여기서 잘 거야"
"…!!!!!!"
"…잠이 오지 않아…"
"…민정이랑 같이 자면 되지 않아…?"
"…걔 잠버릇 안 좋아…"
"…"
"일본여행가게되어 두근두근거리고 긴장 되서…"
"…그래?"
"그리고 정우…당분간 못 보게되니까…"
"…어?"
"아니아니. 그냥 떨려서 잠이 오지 않아서 여기에서 자려고…자도…돼?"
그녀가 얼굴을 발그레하며 부끄러운 듯이 묻고 있었다. 그런 표정 지으면 반칙이라고..
"…어차피…나야 잠을 안 자니까"
나는 흔쾌히 허락을 했다. 잠도 안 자고..그리고 같이 있다보면..그 일을 잠시라도 잊게 될까해서..
"…잠깐!!!"
그녀는 바로 베개를 들고 내 옆에 누워버렸다.
게다가…지금 잠옷 제대로 안 입어서 살짝살짝 속옷이…아무리 동생이라지만…너무 무방비한 거 아니야?
"응?"
그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여기에 누우면 안 되는거야?'라는 순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니…누워서 자라구…"
"재워줘"
"…!!!!"
"재워줘"
"…어떻게?"
"그냥 잠이 오지 않으니까 옆에서…손 잡고…"
"…?"
"노래불러줘"
아니..왜 갑자기 그런 뜬금없는 소리가 나오냐고요..노래라니..? 자기가 무슨 어린아이도 아니고..곧 있으면 20살인데..
"노래…자장가?"
"응!"
오늘따라 그녀가 나에게 떼를 쓰는 것 같았다. '엄마 이거 사줘!'하는 것처럼 말이지..
이게 싫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그녀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니까.
"나는…자장가 모르는데…?"
"그냥…조용한 노래 같은 거…"
"하아…"
"싫어?"
그런 눈으로 나를 보면..나는 결국에 하게 되잖아..에휴..어쩔 수 없지..
"노래…못해도…이해 좀 해줘"
"괜찮아. 상관없어…"
"…그럼…"
그녀는 귀만으로 들으려는 듯 눈을 감았다.
"…I walked across an empty land…I knew the pathway like the back of my hand…"
나는 내가 알고있는 조용한 노래를 불렀다.(사실 몇 안되는 가사를 외운 노래) 평소에 한국노래를 관심없어서 팝송이나 뉴에이지음악을 즐겨듣는 터라 영어로 나지막이 불렀다.
"I'm getting old…and I need somthing to rely on…"
그녀의 손을 잡고..마치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할머니처럼...
"…somewhere only we know…"
노래가 끝나고 그녀를 살펴보니 기나긴 꿈나라에 빠져든 것 같았다.
그녀의 평안한 미소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가 부디..좋은 꿈을 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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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살짝 번외편느낌이 납니다..
그렇다고는해도 자책하고 있는 그에게 마음의 평안을 준 계기였을까요..?
그리고 정우가 지현에게 자장가로 불러준 노래는..
Keane의 'somewhere only we know'입니다.
솔직히 자장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노래가 좋거든요..(그냥 제가 좋아하는 노래지만..)
다음 회. 드디어 100회이군요..다시 정시하파트..본격적으로 내용이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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