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98화 (9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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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Possessiveness(Deep At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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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교장실에서 빠져나와 1-D반의 뒷문을 열었다. 이미 1교시 수업이 시작한 지 20분이 흘러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뒷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선생을 포함한 반 전원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늦잠 잔 거냐?"

유난히 표독스럽게 말하고 있는 선생. 선생들에게까지도 모두 퍼져버렸나..

"…교장실에…"

"그런 변명하지 말고 빨리 들어오기나 해라. 잘 거면 맘대로 하고"

"…"

반 아이들도 동참하는 듯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예전부터 주위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없었기에 이제는 조용하고 음침하게 생긴 애가 아닌 미쳐버려서 애들 반 작살 만들어버린 정신 나간 놈으로 이미지가 굳어져버렸다.

왕따.

나는 학교 내에서 공인된 '외톨이'가 되었다. 심지어 선생들조차 외면하고 있는..

"…정우군…"

내가 의자에 앉자. 목소리가 나지막이 조그맣게 들려왔다.

그녀. '정시하'. 나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장본인이자 악연이자 원수이자..

아직도 내 마음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

"…정우군…"

잘도 정우군 소리가 나온다. 나는 그녀를 죽이려 했었다. 그럼에도 나를 동정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

너도..나를 비웃으려는 거야..?

그래..비웃을거면..얼마든지 비웃어...

"…"

나는 그녀를 살짝 보고는 바로 책상에 엎드렸다. 눈을 붙였다. 나와 그녀는 이제 인연이 끊겼다. 그렇게 다짐했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돌아섰다.

잠을 자며 이 고통을 잊고 싶었다. 이것이 비록 깨어나면 허망하다는 것을 알고있지만...

잠깐만이라도..아주 잠깐만이라도..내가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길..

7교시 종례시간. 담임선생도 내가 들어온 것을 알고는 조금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반장"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네. 일단 전해줄 사항은 끝났고…시험기간이 한달 정도 남았습니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하는 될 기간인 거 아시죠?"

"…"

"시험기간되서 벼락치기 하지 마시고. 여유있게 차근차근히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예상된 각본이었다.

"…정우가 돌아왔습니다…정우는 잠깐 절 보도록 하시고…종례는 이만 끝 입니다. 해산"

"안녕히가세요!"

그들은 나를 저마다 쏘아붙이고는 자신의 집으로 귀가했다. 나는 앞으로 이 학교를 다니며 이런 시선들을 견뎌야했다. 언제나 그래왔던 일이었지만.. 이렇게 대단위 규모로 단체로 나를 소외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뭐..어쩔 수 없는 일이지..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우"

"…네"

교실에선 나와 담임선생 단 둘이 남게되었다. 담임선생 숨기려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 나에 대한 모멸에 찬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결석했구나. 뭐 하고 지냈어?"

"집에서…쉬었습니다"

"그저 땡땡이군"

"…"

"이미 알다시피 들었겠지? 교장선생님한테"

"…"

"학부모위원회와 선생들이 너를 모두 퇴학처리한다고 못 박았어"

"…"

"나도 물론 퇴학에 찬성했고"

"…!!"

"너에 대한 처분은 내일 나올거야. 알고있지?"

"…"

"그리고…반성하면서 지내도록 해라"

"…죄송합니다. 그런 짓을 해서"

"그래. 알았으면 됐다. 너도 등교하기 싫었을 텐데 집에 돌아가도록 해"

"…네"

"…말하지만…다시는 학교에서 보지 않길 바란다"

가방을 메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들도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위험요소'였던 것이다.

'폭동분자', '언젠가 폭발할 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존재' '광기에 차 있는 미친 놈'

그러한 존재였다.

"하…하…"

그저 웃고만 있다. 너무나도..빌어먹을이라서...세상도..사람도..모두...

"정우군…"

교문 앞에서 그녀가 나를 기다린 듯 하였다. 나는 너에게 해줄 말 없어...헤어지자면서..이제 나라는 존재는 필요없다면서..?

왜 아직도 나에게 '집착'하고 있는 건데?

"…"

"내 얘기 들어줘…정우군…부탁이야…"

변명따윈 듣지 않아.

"…"

나는 그녀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그녀가 울먹울먹 거리고 있는 거도 알고 있었음에도.

더 이상 그녀와 관계되고 싶지 않았기에 모두가 나를 외면하는 것처럼. 나도 그녀를 외면했다.

그 이후. 나와 그녀는 한 번도 말을 걸지 않게 되었다. 같은 반에서..남은 기간 6개월 동안말 한 마디도 나누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리바꾸기'를 하게 되면서 나와 그녀의 거리는 벌어져있는 상태였고..설사 우연히 스쳐지나가더라도..그녀가 나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해도..

나와 그녀는...아무런 사이가 아니었다.

적어도 고2 들어올 즈음에 옥상에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야?"

사색에 잠겨있던 나를 깨운 사람은 그녀였다. 아..잠깐 잊어먹었다. 지금 그녀와 나 단 둘이 있었지..

키스를 하다가..그가 오고 난 뒤...생각에..빠져버려서...

"…정우군은…결국에 나를 봐주지 않는 거구나…"

그녀는 내 품안에 안겨있었다. 그리고 깍지를 끼고 나의 허리를 감싸쥐었다.

"안아줘"

"…내가 왜?"

"안아줘"

"…왜?"

"내가 바라고 있으니까"

"네가 바라고 있다면…내가 무조건 해야 되는 거야?"

"응. 너와 나는…아직 이어져있으니까…'인연의 사슬'이…"

"…그런 사고방식. 마음에 안 들어"

"소용없어. 어차피 내 방식이니까. 그러니 안아줘. 어서…날 사랑하지 않아도 되니…"

"…"

"지금만큼은 나를 꼬옥 안아줘"

"…"

나는 그녀에게서 빠져나왔다. 나는 아직도 그녀가 미웠기에. 그리고 이러한 그녀가 부담스러워서..

"…뭐야…여자가 위로라도 해달라는데 안 해주는거야?"

"…"

"저번엔 책임져줬으면서…"

"…"

"…유혹하지 않을게. 비장의 수였는데…정우군은 다른 사람이니까…"

"…내가 받아줄 줄 알았어?"

"…아니…애초에 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런데…어째서…"

"글쎄…어째서였을까…"

"왜 이제와서…나에게 관심을 주는 거지?"

"관심은 계속 주었잖아. 나는 너와 항상 함께 있었어"

"…그런데…"

"용기가 나지 않았어"

"…"

"너는 계속…나를 무시했었으니까…그래서 다가가기 힘들었어…하지만 안 돼…이대로가다가는 정우군이 영원히 나의 곁을 떠날 것 같아서…초조했어…네가 여자들과 붙어있을 때마다…불안해지고…두려웠어…"

"…"

"너는 항상 혼자였는데…외톨이였는데…주위엔 아무도 없었는데…오직 나 뿐이었는데…지금에 와서…다른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는 거야?"

"…"

"…너는 내 꺼야. 누구도 못 건드려"

"…"

"그러니까…안아줘…나를…사랑해줘…"

언제부터 그녀는 이런 사람이었을까. 그녀는 다른 어떠한 좋은 남자들을 제쳐두고 왜 나를 이렇게 갈구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녀의 '철 지난 유희거리'였다.

"…"

어떻게해주어야 할까? 어떻게 해주어야 그녀가 떨어질까?

"흑…흑…"

눈물을 흘리며..내가 사랑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듯.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하나의 재미거리이자..장난감이었을 뿐이었는데..

"…"

그녀는 나의 옷깃을 손으로 꽈악 잡고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손마저도 서서히 뿌리치고는 차갑게 돌아섰다.

"…!!"

애증에 얽히고 설켜 버린 우리들. 이제는 끝낼 때였다. 지긋지긋하던 관계를 끊어야했다.

"가지마…가지마…"

그 비참하고 애통하게 들리던 소리도 들리지 말아야했다.

"…다시는…이런 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써 그런 한 마디를 하고는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통곡소리는 이미 멀리 떠나간 후에도 계속 들리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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