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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Possessiveness(Deep At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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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등교하지 않은 지 일주일이 흘렀다. 아직도 몸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움직일 때마다 찌릿찌릿한 충격과 함께 고통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방 안에만 꼼짝도 하지 않고 처 박혀서 그냥 새벽마다 잠깐 물과 내가 먹을 것들을 휘청휘청거리며 방 안에 갖고와서 끼니와 식수를 해결하였다. 그 때는 지현누나와 민정이는..나를 극도로 싫어하고 있었던 때였으니까...
검붉은 피 얼룩이 묻혀진 이불을 정리하고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서 교복을 입었다. 멋대로 일주일동안 무단결석을 하였다. 더 이상 무단결석을 했다가는 나에게는 크나큰 손해였기때문에 고통을 무릅쓰고 조잡한 실력으로 묶은 붕대를 다시 꽉 매었다.
얼굴에는 밴드투성이. 그리고 전신에는 압박붕대.
거울 앞에서 본 나의 모습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처참. 그 자체였다. 안 그래도 얼굴이 가려져있어서 어두침침했는데 상처투성이가 되니 말 다한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그 곳에서 나는 살아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밤에 잠을 잘 때마다 그 날의 광경이 퍼즐의 조각을 끼워맞추기라도 하는 듯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자꾸만 들려오는 목소리. 그것은 내 자신에 내재되어있는 '악' 그 자체.
"하하…"
허탈한 웃음을 짓고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학교로 등교하는 길을 걷다보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쟤 뭐야?"
"싸움 한 거야?"
"…쯧쯧…학생인데 공부는 안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역시 불량배로 낙인이 찍혔다. 동네양아치를 쳐다보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황급히 빠져나갔다.
두려웠다.
학교 교문에 다다라서도 마찬가지였다. 같이 등교하고 있던 학생들의 눈길이 심상치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아까 전에 보았던 그런 느꼈던 것들과는 틀렸다.
멸시. 나를 역겹게 생각하고 있다는 듯.
"…박정우아냐?"
"머리카락 긴 애…"
"그 자식이다…"
1학년은 물론이고 2,3학년들까지 나를 알고있다는 눈치.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이 학교 안에서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박정우 맞지?"
교문 앞에서 지키고 있던 학생부선생이 나를 불렀다.
"…네"
"지금 교장실로 따라와라"
"…예?"
"말 못 들었어? 지금 교장실로 따라오라고"
"…"
나는 군말없이 학생부선생의 뒤를 따라서 학교 안에 있는 교장실로 갔다.
똑똑.
"들어와"
딸칵.
"박정우를 데려왔습니다"
"자네가 정우학생인가?"
"…네"
"일단 앉아서 얘기하지. 여기 앉게나"
나는 교장선생이 권한 손님용 의자에 앉았다.
"…상처가 많군"
"네…"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를 알고있나?"
"…모릅니다"
알 턱이 없었다. 대체 어쩐 이유에서 불려간 것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일주일 전의 일은 알고 있겠지?"
"…!!!!"
벌써 이 일이 퍼졌나..그 때 방과 후라서 목격자도 없었을 때였는데..어떻게..언젠가 걸릴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걸리게 될 줄은...
"…자네가 그 범인이라고 들었네"
"…누구에게서…"
"그 때. 12명의 피해자 학생 중 한명의 증언일세"
"…!!!"
"그 학생이 유일하게 경미한 부상을 입고 있었고 금방 다시 학교에 등교 할 수 있게 되었네. 그래서 그 때 듣게되었지"
"…"
"말해보게나. 자네가 그 일을 벌였는지"
"…"
"범인인가? 아닌가?"
심문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고 있는 교장.
"…네"
"…그렇군. 나는 그 사건의 전말을 들으려고 왔네. 당사자인 자네에게서 말이지…"
"…그저…싸웠을 뿐입니다…"
"싸웠을 뿐이라…?"
"…"
"싸웠을 뿐이었는데…정신과치료까지 받을 필요가 있었을까?"
"…정신과 치료…?"
"그 아이가 말해주었네. 자신을 제외한 11명은 최소 전치 한 달이상씩 져야했고 특히 2명은 전치 5개월 판정을 받았네. 그리고 그들 중 3명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
"또 그 3명의 부모들이 나에게 말하더군…자신의 아이가 '미친 놈…미친 놈…오지마!!!'하며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고. 아무런 말도 듣지 않고 그저…"
"…"
"특히…'피'를 볼 때마다 발작증상이 일어난다고…"
"…"
"얘기해주게나.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얘기할 생각이 없나?"
"…"
"현재 경찰들이 수사하고 있다네. 이것은 아주 심각한 폭력사건이라 규정하면서…다행히도 그들은 자네가 범인이라는 것을 몰라. 그래서 우리 선에서 해결하려는 것일세"
"…그냥 경찰들에게 넘기시면 되지 않습니까?"
"말을 반항적으로 말하지 말게나. 어른에게"
"…"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네. 단순히 시비가 붙어서 싸웠는데…이건 얼마든지 어린 나이에 행동할 수 있다네. 그런데 이러한 행동도 모두 경찰의 규제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그리고 경찰들에게까지 알려지면 사건은 더욱 더 커져서 자네나 우리에게나 손해일세"
"…"
"이건 우리 선에서 해결해도 될 일이야…박정우군…"
"…"
"말해주게. 그 때 어떤 이유에서 싸웠는지. 그리고 왜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
"그리고…하선호와도 관계가 있는지"
"…하선호?"
"모르는가? 그 당일날. 학교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
"…!!!!"
"그 아이와도 관계가 있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 아이와 자네에게 당한 피해자들 모두 절친한 친구관계라고 하고…그리고 그 아이는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듯 차들이 달리고 있던 와중에도 그 도로에 뛰어들었다'고…"
"…"
"그 아이는 하반신 마비. 평생동안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네"
"…"
"그래서 그 아이와도 관계가 있는 것인가? 이 사건이…"
"…"
"또다른 관계자. 정시하"
"…!!!"
"자네와 그 여자아이는 같은 반이라지?"
"…대체 뭘 알고 싶으신 겁니까…"
"얘기하지 않은가? 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다고"
"…"
똑똑.
"들어오십시오"
"…"
40대쯤 보이는 부부가 이 교장실에 들어왔다.
"이 사람들에게도 얘기해야 될 걸세"
"누구…"
"하선호의 부모님되는 분들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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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