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92화 (9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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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Reminis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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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낄…낄낄낄…"

소름끼치는 웃음소리. 보이지 않는 얼굴위로 흐르고 있는 눈물과 함께 입에는 씨익하고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이 새끼. 진짜 정신이 돈 거 아냐?"

"저 새끼…질질 짜고 있잖아?"

"병신 개찌질이 새끼"

"반작살 내자고"

"이번에 끝장내자. 이제 시시하다"

"정우군…"

나는 부디 그가 이런 모습이라도 무사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이런 '광기'에 젖어든 모습일지라도.

교복은 이미 피로 붉은 옷이 되어버려고 기나긴 머리카락에도 피로 젖어있었다. 그의 모습은 '괴물'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너무나도 망가져있는 상태였다.

무리들이 다시 무기를 들고 에워싼다. 그리고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퍽! 콰직! 빠각!!!

뒤통수. 복부. 다리 등 단체로 때리기. 게다가 비겁하게 무기를 들고 한 사람을 구타하고 있었다.

"큭큭큭!! 낄낄낄!!!"

그는 이러한 것에도 가소롭다는 듯 웃고있었다.

쓰러지지않는다. 무너지지 않는다.

그는 마조히스트처럼 웃으며 피할 수 있는 공격에도 피하지 않고 맞고 있었다.

어느 순간에 그는 빠르게 움직여 맨 처음에 나무방망이를 휘둘렀던 애 앞으로 가 있었다. 턱!하고 왼손으로 얼굴을 부여잡더니 벽으로 내몰아 얼굴을 으깨려고 하는 듯이 얼굴을 조였다.

"으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며 팔을 뻗어 저항하려고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큭큭큭…"

그 소리에 희열을 느끼며 더욱 더 비명을 지르라는 식으로 더 조였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 목을 움켜잡고 졸랐다. 그 틈을 타 무리 중 한 명이 그의 뒷통수를 때렸지만 그는 반응하지 않고 조이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머지않아서 숨을 못쉬어 쓰러지자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는 주먹으로 가까이있던 무리 중 한명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 충격에 땅바닥으로 고꾸라지자 미친 듯이 주먹과 발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낄낄낄!! 낄낄낄!!!"

말은 하지 않았다. 이성을 잃어버려서 낄낄하고 소름끼치는 소리만 짓고 있었다. 쉬지도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이렇게까지 팰 수 있냐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잔혹하게.

"그만! 그만! 잘못했으니까 그만!!!"

맞고 있던 애가 용서를 빌어도 듣지 않았다. 그는 쾌락에 젖어서 웃으며..웃으며 더욱 더 잔인하게 그를 구타했다.

남은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에게 다가가기라도 했다가는 자신도 저런 꼴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결국 그도 구타의 고통에 못 이겨 쓰러져버렸다.

"큭큭…크크크크…크크크크…"

주먹에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그 주먹을 보고 히죽히죽 웃더니 우리보러 보라는 듯 그 흐르는 피를 혀로 햝고 있었다.

"…!!!"

그 모습에 우리는 전원 경직. 꿀꺽하는 침 넘어가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상대는 미친 놈 한명이야! 쪽수로는 못 이겨! 두려워하지말고 죽여버려!!"

애써 적은 1명이라고 서로를 다독거리고 있었지만 섣불리 용기있게 나가지 못하였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그들 모두를 이기적이게 만들어버렸다. 그는 우리 쪽으로 저벅저벅하고 걸어오고 있었다.

다가오고 있었다. 전쟁에 나가려는 병사들의 각오와 같이 자신들의 손에 들려있는 무기들을 꼭 쥐고 있었다. 하지만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그들은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물러가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물러나고 있다는 것을 알자 잠깐 걸음을 멈췄다.

"…"

그는 멈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젠 저 미친놈도 한계인가?'

하며 내심 안심해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그 찰나...

씨익!!!!

그는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고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짐승'이 사냥감을 노리는 것 처럼.

"크크크크…크크크…크하하하하!!!!!!"

그는 승자의 포효를 외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쓰러져있었다. 나와 그리고 벌벌 떨며 철퍼덕 쓰러져 있는 나의 '전'남자친구를 제외하고. 일부러 우리 둘을 살려둔 것 같았다.

체육창고는 이미 체육창고가 아니라 '살육장'과 같았다. 피로 모두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피로 샤워를 하는 듯 몸에는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온갖 무기에 맞고 있어도 흥분의 아드레날린으로 고통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맞으면 맞을수록 그는 그것에 몇 배로 더 갚아주었다. 12명 모두가 쓰러질 때까지.

공포.

두려움.

그 두 가지의 감정이 우리들을 지배했다.

그는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우리 중 '전'남자친구에게로 가고 있었다. 걷고 있다가 쓰러져있는 사람들이 거치적거리자 잔인하게 그들의 머리를 짓밟고 다가갔다.

"오지마…오지마…"

그는 쓰러져있는 상태에서 손으로 필사적으로 달아나려고 하고 있었다.

"크크크…"

비릿한웃음으로 그를 조소한다.

빠각!!!!

곧바로 날아오는 발차기에 그의 얼굴이 돌아갔다.

털썩!

그는 쓰러졌지만 정신을 차리고는 어떻게든 일어서기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정우는 천천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발악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해서 나를 즐겁게 해줄 것이지'하고 여유있게.

그는 어찌어찌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체육창고의 문쪽으로 자신의 온 힘을 다하여 도망치고 있었다. '공포'라는 절대적인 힘에서 벗어나기위해 나마저 제쳐둔 채.

정우는 그것을 유유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씨익하고 지그시 미소를 짓고 도망치는 그의 뒤를 쫓아갔다.

나는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다리의 힘이 풀려버려 일어설 기력조차 없었다.

"아…아…"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쓰러져있는 그들의 광경이 너무나 처참하고 당장에라도 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패닉상태에 빠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나도 그가 없는 틈에 이 체육창고에서 벗어나려고해도 벗어나지 못하였다.

나는 사형을 기다리는 사형수와 같이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 때문에 그는 그렇게 변해버렸다. 혼자 뿐이던 그에게 나는 그와 관계를 맺고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도. 나는. 그를 배신했다.

그 배신감에..또다시 혼자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불쌍한 사람. 나는 그렇게 만들어버린 '죄인'

'죄인'은..달게 벌을 받아야되겠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다. 조금 내가 느끼기에는 오랜시간이 흘러 그가 체육창고로 돌아오고 있었다.

"크크크…크크크…"

이제 모두 끝나버렸다. 나 혼자 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조소를 흘리고 있었다.

'이렇게 되버릴 줄은 몰랐지?'하고 비웃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너도 목을 죄는 고통을 받아보라는 듯. 나는 그 자리 그 곳에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나를 벽으로 내몰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머리를 걷고 나에게 눈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회색빛 눈에는 여느 남자들과 같이 나에 대한 '정복욕'이 깃들어 있었다.

욕망. 욕망. 욕망.

욕정으로 가득찬 그의 광기.

찌이이익!! 찌이익!!!

그는 나의 옷을 찢는다.

'나의 한 순간의 과오'로 인한 대가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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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어..위험..위험...

공지에서 말했다시피 새로운 표지이미지 구하고 있습니다..(팬픽도 갈구하고 있다는..)

독자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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