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90화 (90/318)

0090 / 0318 ----------------------------------------------

Part 5. Reminiscence

===============================================

♬~♩~♬~♪

"누구세요?"

"엄마"

"시하니?"

"네"

딸칵.

"잘 놀다 왔어?"

"네. 저녁은 드셨어요?"

"먹었지"

"저. 먼저 잘게요. 너무 피곤하네…"

"그래. 어서 들어가서 자렴"

"네…"

화장실에서 씻고 난 후.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에 침대에 누웠다.

우우우웅..

핸드폰의 진동소리. 누구야..이렇게 늦은 밤 시간에...나는 문자메시지 창을 확인했다.

"…!!!"

문자메시지의 수신인은 바로 남자친구. 그리고 그 문자에서는..

'나와 정우가 손 잡고 있는 사진'. 이 있었다.

♬~♩~♪~♬

그 다음에 들려오는 전화벨소리.

'받지 말까?'

안 돼..일단 부딪혀보자...설마 이런 것까지 알아낼 줄이야...

"…여보세요?"

나는 통화에 응했다.

"여~정시하"

그는 반가운 듯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비웃음이 담겨있었다.

"…무슨…일…이야?"

"아까 전에 문자메시지 잘 받았으려나 모르겠네~"

"…봤어"

"그래서? 이걸 보고 뭘 느꼈어?"

"네가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거"

"크크…안 걸릴 줄 알았냐?"

"까먹고 있었어. 일진들의 정보망은 대단하다는 것을…"

"나를 아주 제대로 엿 먹였더라?"

"…"

"당장에라도 죽이고 싶을 만큼 말이야…"

"…"

"좀 봐야 되겠는데?"

"…뭐?"

"너를 봐야겠다고"

"…"

"내일. 학교 3층 별관. 물리화학실. 아침 7시 30분까지"

"…뭐?"

"나오라면 나와.이 개xx년아!"

뚝!

전화소리가 끊겼다. 하아...아침 일찍 부터 보자는 건 또 뭐야...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었나...

초조한 마음은 없었다. 되려 걸려서 마음이 편해졌다. 어차피 상관이 없었다.

'나는 이미 그 녀석에게서는 마음이 떠나가고있으니까'

나에게..새로운 사람이 생겼으니까..'진정한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

구차하게 변명하지도 않았다. 내일 그 녀석과 만났을 때. 나는 말할 것이다. 헤어지자고.

나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새로 생겼다고. 나의 '흥미'를 자극해주는 사람이...지루하디 지루한 너 같은 녀석이 아니라..

나는 마음을 다 잡고 있었다.

"진짜로 왔네?"

다음 날. 나는 일찍 일어나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물론이고 그의 친한 친구들이 곁에 있었다.

"…"

"아아. 긴장하지는 마. '돌려먹기'는 하지 않아"

"…"

"그래. 박정우라고 했나?"

"…어"

"박정우라…어떤 새끼인지 알아?"

"…그냥 찌질이 아냐?"

"그 새끼…나랑 중학교 때 같은 반 같은데…"

"머리길어?"

"어. 진짜 길었어. 얼굴을 가렸다니까?"

"그럼 그 새끼 맞아. 어때 그 새끼?"

"그 새끼…말도 없었고…그냥 맨날 자기만 했을 걸?"

"맨날 자?"

"어. 1교시부터 7교시까지 계속 일어나지 않고 자는 터라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화상'인가 뭐시기인가 그것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있다고 들었어"

"…화상? 푸하하하! 정시하!"

"…?"

"얼굴 못난 새끼를 좋아했냐?"

"…"

"…너한테는 정말 실망했다"

"…알아"

"알고있으면서. 그런 짓을 해?"

"…질렸으니까. 너한테"

"뭐?"

"질렸다고. 너랑 사귀는 거"

"…그래서 딴 남자 찾은거냐?"

"그래"

"푸하하하!!! 그런 것을 아주 대놓고 말하는 구만. 너는…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

"아까전에 말했다시피 너를 건들진 않을 거야. '지금'은 말이지…참고 있거든…아주 필사적으로…배신감에 치가 떨려서…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데 말이야…"

"…"

"미안하다고 말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해"

"…"

"그러면 얼마든지 용서할 거야. 나는…너를 놓치고 싶지 않거든?"

"…"

"어서 말하란 말이야!!!!"

"…못해"

"다시 말해볼래?"

"못 하겠어. 그냥 우리 헤어져"

"…그게 너의 진정한 대답이냐…?"

"나는 이걸 말하려고 왔어"

"그래…그렇지…네가 절대로 미안하다고 말할 리가 없지…"

"…"

"나는 너를 건들지 않겠다고 했지? 하지만 이건 어떨까?"

"…무슨 짓을 하려고…"

"박정우. 그 자식을 조지는 거야"

"…!!!"

"남의 여자 건드렸으면 죄값을 받아야 될 거 아니야? 그 녀석 보아하니 싸움 잘 하게 생기지도 않았는데…"

"…그만…"

"네가 진정으로 후회하도록 만들어주지.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어떤 꼴이 되는지 확실히 보여줘야되지 않겠어?"

"…그만…해…"

"그만? 뭘 그만하라는 거지?"

"정우는…상관없어…내가 사귀자고 한 거야…그러니 나한테…"

"전혀. 나는 너를 눈곱만큼도 건드릴 생각 없다고 얘기했을 텐데?"

"…제발…"

"무릎꿇고 나의 다리를 붙잡아서 애원할 지라도. 네가 자초한 거야"

"…"

"오늘. 기대해라. 그 새끼가 이 학교에 오는 순간. 끝이야. 하지만 학교에서 대놓고 깔 수는 없지…조용히. 아주 조용히 처리해야지…그래서 오늘 스트레스 푼다고 생각하고 즐겨보려고. 그 새끼의 파멸을…"

"…부탁해…제발…정우만은…"

"…호오…? 그 남자가 그렇게 소중해?"

"…"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거 어때? 이렇게 한다면. 그 녀석을 좋게 끝낼 수도 있지…"

"…뭔데…?"

"…그러니까…"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 녀석들은 위험했으니까..모두 내 잘못인데 그에게까지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한 순간의 나의 실수로 인해 그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 제안에 응했다. 그리고 그 녀석과 친구들은 아주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이로 인해 그와 나의 이어진 '인연의 사슬'은...

붉은 피로 물들어져버렸으니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