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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Reminiscence
넵. 이틀동안 연재를 쉬었던 터라 오랜만에 3연참을 할까 합니다..
'정시하'라는 캐릭터..이렇게까지 버림받을 줄은 몰랐는데요..(네가 그렇게 만든 거잖아!!)
실망스러우실지 몰라도 Part 5와 Part 6는 '정시하' 파트입니다..(Part 5는 짧은 데다가…시하양도 공략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게다가 박지현의 등장을 원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죄송하지만 그 분들은 제 뜰에 있는 외전으로 만족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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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비어있는 도시락 통을 보고 있었다.
"…잘 먹었다!"
나는 그의 도시락통을 싹싹 비워버렸다.
"…"
그의 입이 씰룩씰룩 거렸다. 이제야 내가 그가 먹을 것까지 모두 먹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사과를 했다.
"미안! 내가 네 꺼까지 그만…"
평소에 하지 않던 사과까지 했다. 보통이면 '네꺼 다 먹는게 뭐 어때서?'라고 비아냥을 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에게 미안하다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
화났나...무서워...
"…정우군?"
"…"
진짜로 무섭다...침묵을 하는 그의 다크포스는 정말로 무시무시했다.
"정시하"
히익!!!! 갑자기 나의 이름을 아주 낮은 음성으로(원래 낮은 음성이지만)말하는 그.
"…으…정우…군…?…말…해…"
"…됐다"
엉...? 뭐가 됐다는 거지...
"…?"
"원래는 한 소리 하려고 했는데…됐어. 그만할래"
"…"
"그냥 네가 다 먹은 걸로 만족한다고.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뭐..."
"…진짜?"
"그럼 가짜로 그렇게 말하겠냐"
"나랑…너는 별로 안 친하잖아"
"우리 반에 있는 녀석들 중에서는 그나마 친해"
"…"
"자"
"…이게 뭐야?"
"디저트. 입이 심심할 거 아냐?"
"…잘 먹을게"
나는 그가 건네준 요거트까지 열심히 먹고 말았다.
이 녀석...보기보다 착한 녀석이었구나...
그 이후. 나는 눈에 띄게 그와 대화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가 오자마자 바로 잠을 자는 날이 여전히 더 많았지만 그가 정신을 차리는 날도 많아진 것 같았다.(하지만 선생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빵과 과자 같은 것을 건넸다. 수업시간이나..쉬는 시간마다..
"…먹을래?"
"응. 고마워"
나는 그에게 '먹순이'로 통하는 것 같았다. 넙죽넙죽 잘 받아먹으니..무슨 애완동물 키우는 듯...그럼에도 전혀 불만없이 나는 그가 먹을 것들을 줄 때마다 받아먹었다.
그와 얘기를 하고 있을 때면. 그는 나의 말을 잠자코 들어주었다. '모모'와 같이 자신의 얘기를 꺼내지 않고 남의 얘기만을 들어주는..그가 얘기를 할 때가 있긴 있었지만..
어느 샌가 나는 그에게 '기대게'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가 편안했다.
"정우군"
"…?"
"왜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하지 않는 거야…? 나를 빼고는…"
"…"
"…두려워?"
"…두렵다…?"
"정우군…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아서…"
"…"
"그렇다면 다시 물어볼게. 나한테는 어째서 말을 하는 거야?"
"…재밌으니까"
"재밌다고? 내가 말을 할 때마다 개그하는 듯이 꾸며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너와 대화하는 것 자체가 재밌어"
"…유희거리라는 얘기야? 너한테…?"
"…그렇겠지…"
이 녀석도 무료했던 것이다. 이런 생활이. 그래서 나와 똑같이 '놀이'를 찾으려고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나와는 다른 방식이었지만 그 나름대로 이런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그래..'일탈'을 꿈꾸는 것인지도 몰랐다.
내가 그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나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놀이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질감'이라는 하나의 이유에서 우리는 묶여져 있었다.
'인연의 사슬'. 이라고 불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어져있는 보이지 않는 끈.
나도 그도 지쳐버렸다. 나는 '지루함'에서. 그는 '외로움'에서. 이 현실에서 지쳐있기 때문에 우리는 통하지 않았을까..?
그에게 느끼고 있는 '흥미'의 감정은 '연민'의 감정으로 바뀌려 하고 있었다. 내가 거울의 한 편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정우군"
"…?"
"우리…사귀지 않을래?"
나도 모르게 '그와 나는 이어져있다'라는 생각에 뱉어버린 그 말은...
나와 그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버린. 꺼내지 말았어야 할 그런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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