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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Reminiscence
과거편 돌입입니다..
이번 편 부터는 주인공이 아니라 정시하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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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녀올게요"
"잘 다녀오렴"
"…갔다와라"
부모님의 인사와 함께 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보며 교복 매무새를 가지런히 하고 아파트를 나와 학교로 간다.
오늘은 3월 2일. 입학식. 나의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되는 날이다.
뺑뺑이로 배정받은 학교는 한국고. 학교가 엄청 넓고 시설이 좋다고 들었지만 그것은 봐야 될 일이었다.
사실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중학교 생활이나 고등학교 생활이나 그저 대학가기 위한 하나의 발판일 뿐. 게다가 학교라는 곳은 단지 '학업과 인성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친구를 사귀기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해도 입학식 첫 날부터 땡땡이쳐서 선생들의 눈총을 받으면 1년간 피곤해지기때문에 귀찮지만 따각따각하고 밝게 걸어가고 있었다.
우우우웅...
핸드폰의 진동소리가 울렸다. 문자알람음을 그냥 진동으로 해놓아서 주머니 속에서 덜덜덜 떨렸다.
'홍경환'
문자메시지를 날린 사람은 홍경환이라고. 중학교 때 남자친구였다. 그런데 내가 헤어지자고 얘기했다. 시시해졌기때문이다. 뭔 놈의 남자가 왜 이렇게 나한테 들러붙는 건지.. 나는 바로 이 문자메시지를 삭제했다.
이 홍경환이라는 녀석은 내가 분명히 중3 겨울방학식 때 헤어지자고 얘기를 했는데도 겨울방학은 물론이요 오늘까지 나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린다. 쿨하게 헤어지면 될 것가지고 이렇게까지 나한테 집착하는 것을 보면 나를 꽤나 많이 사랑했나보다.
보시다시피. 나는 그 놈에 대해서 조금도 일말의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중3때 그 녀석과 사귄 이유는 간단했다. 그 녀석이 '일진'이었기 때문이었다. 일진의 여자친구라고하면 학교생활이 상당히 편했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꼬리친 것도 아니었지만 그 녀석이 나를 보고 좋아한다면서 일단 핸드폰번호를 따고 차차 시간이 흐르자 사귀자며 했기에 나는 그것에 허락을 했다.
한 7개월쯤 사귀었다. 중3이 되고나서 12월 겨울방학식까지..
'키스'도 해보았고 '섹스'도 해보았다. 그 녀석을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하자는 대로 해줬다. 특히 그 녀석과 섹스를 할 때에는 피임기구도 없이 하려고해서 짜증이 났다. 이 녀석이 내 인생 책임져 줄 것도 아닌데..
'아기 낳으면 내가 널 평생동안 책임지겠어'
그딴 말은 믿지도 않는다. 이 녀석은 확실히 내 몸뚱아리에만 관심이 있었다. 자신의 쾌락만을 생각해서 정작 나의 입장도 이해해주지도 않았다. 게다가 나는 이 연애를 단순히 '놀이'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심각히 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놀이'였다. 아이들이 하는 소꿉장난과 같은..학창시절의 연애역시..
이 녀석은 '장난감'이었다. 그 놀이에서 사용되는 '장난감'.그 장난감이 싫증이 나서 헤어졌다. 그것 뿐이다. 중학교에서 사귄 남자친구만 해도 5명. 전부 다 내 얼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란 족속들은 전부 다 똑같았다. 남자들은 간도 쓸개도 모두 여자에게 줄 것 같이 말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그 여자에게 질려 버려버린다.
나는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그렇게 한다. 그런 상처따위 받고 싶지 않았다.
"쟤 누구야? 신입생?"
"엄청 예쁘다…"
"지현이와 비등비등한데?"
"저 신입생도 예쁘긴 하지만…지현이와 비교할 것 까지야…"
"역시 우리학교는 정말 물 좋은거 같아. 여자들이 다 예쁜 것 같애"
"신입생한테 핸드폰번호나 물어나볼까?"
"네 따위가 작업 걸 수있는 상대가 아니야. 자제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없다고. 번호나 받고 오지 뭐"
"이름이 뭐니?"
이 학교의 2학년과 3학년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나를 보면서 한 마디를 하고, 입학식 첫 날부터 나에게 접근하는 남학생들도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남자가 좋으려나..그 홍경환이라는 녀석이 계속 들러붙어 귀찮아서 새로운 남자와 사귀려고 했었다.
'진정한 사랑'이니 뭐니 찾는 것은 망상이었다. 첫 눈에 반했다면서..각종 로맨틱한 말을 혀에 꿀 바른 듯 말하는 놈들은 전부 다 거짓말. 전부 다 쓰레기들이었다.
그런 놈들과 사귀는 건 완전히 질려버렸다. 내가 사귀었던 애들은 모두 그랬었기에. 그런 녀석들과 '놀이'를 해도 오래 갈 것 같지가 않았다. 순수하게 사귀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나는 뭔가 특이한 남자를 찾고 싶었다.
일진들과 사귀며 학교생활이 편해지는 것도 좋았지만 그것은 차차 두고봐야했다. 일진들이라고 특이한 남자들은 아니었지만..게다가 오는 학생들이 출신 중학교가 다르기때문에서로 다른 중학교 일진들이 새로이 고등학교 들어오며 새롭게 구성되기 때문에 나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이 일진인지 찌질이인지 분간이 가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루한 입학식이 끝나고 반 배정. 1-D반. 내가 배정받은 반이었다.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 같은 반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휘둥그레 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저렇게 예쁜 애가 같은 반이냐며 소근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다 듣고 있었다. 외모라면 사족을 못 쓴다. 정말로..
1-D반의 담임선생이 앞문에서 들왔다. 우리 반을 찾고 있다가 늦어버려서 허겁지겁 뛰어오는 남학생들과 여학생들도 따라 들어오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아는 얼굴인지 모르는 얼굴인지 구분하기 시작했다. 중학교가 같은 학교라고 해봤자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면 그걸로 땡. 운이 안 좋게도 같은 학교애들이 몇몇 보이기는 했지만 내가 전혀 모르는 애들이었다. 그들은 '정시하다'하며 나를 알아보고 있는 눈치였지만 나야 그 녀석들을 잘 모르니까. 나는 맨 오른쪽 줄 끝에 앉았다.
"…에…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이 반의 담임을 맡은 강동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신입생들에게 공손의 예의를 표하고 있었다. 일단 처음부터 막 나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있으리라.
짝짝짝..
예의 상의 박수소리.
"그러면 이름도 알아볼 겸.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먼저 여기. 자기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소개가 차례대로 이어졌다. 나는 맨 오른쪽줄 끝이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소개가 되었다.
"여기 학생. 이름이 뭐죠?"
"정시하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귀찮아서 서둘러 소개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이걸로 자기소개는 끝나려나 싶었다.
"에…그럼…자기소개를 마치고…어라…? 시하학생 뒤에 누구죠?"
내 뒤에는 어떤 남학생이 앉아서 쿨쿨 자고 있었다.
"자고 있는 것 같은데요…"
"깨워주세요"
"어이 일어나"
"…"
"일어나"
"…"
"안 일어나는데…"
"시하학생이 깨워주시겠어요? 뒤에 있다보니까 깨워주기 편할 것 같은데…"
"…네…"
"일어나"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이 빌어먹을 녀석은 일어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깨우셔…"
"…으…음…"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애가 반응을 보였다. 내가 그것을 틈타 계속 흔들자 그 녀석은 결국에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그 녀석의 머리는 너무나도 길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얼굴을 가린 아주 이상한 녀석이었다. 애들은 전부 다 얼굴을 보이고 있었는데..이 녀석만은 얼굴을 가리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이제 일어나셨습니까?"
"…"
여전히 비몽사몽한 듯 보였다.
"학생?"
"…아…네…죄송합니다…졸려서…"
"괜찮습니다. 이름이 뭔가요?"
"박정우입니다…"
개미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안 들리게 말하였다.
"학생들 앞에서 똑바로 자기소개 해 주시겠어요?"
"박정우입니다"
그는 간단히 자기의 이름만 말하고 꾸벅인사하더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책상에 누워버렸다. 뭐야..이런 녀석이 다 있어..?
"…그럼…자기 소개도 모두 끝났고…일단 반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그것이 나와 그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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