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82화 (8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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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Reminiscence

뜰에 외전을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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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의 입술이 겹쳐진다.

"…하응…"

그녀의 혀가 나의 혀를 애무하고 있다. 열렬히. 적극적으로.

거부를 해야한다. 이 녀석을 떼어내야했다. 하지만 움직여지지 않는다. 멈춰있다. 강제로 키스를 당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상하게 나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본능대로 해. 그녀도 원하고 있잖아?'

누군가가 속삭인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라 어느 남자의 목소리. 그것은 '내 자신',

'나의 욕망'

그 날. 나는 그녀에게 어떠한 행동을 하였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날처럼..본능에 따르라고? 설마...

나는...그녀를 '강간'했다...?

아니야...나는 절대로 그럴 리 없어...아무리 그 때 '이성'을 잃었다고는 할 지라도 그 때 나는 그녀를 원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증오했다.

우리가 사귀었을 때, 그녀와 나는 '평범하게'사귀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항상 바쁘다면서 나와의 약속을 깨버리기 일쑤였고 무언가를 항상 숨기고 있었다. 물론, 그것에대해서 말 한마디 하지도 않았고..

그런 관계였는데, 내가 진심으로 그녀를 갈구했을까? 아니다.

욕망에 현혹되지 말자. 이것은 단순한 '헛소리'이고 '욕구불만의 표출'이다. 나도 18세 남자인데 여자에 대한 욕구가 생길 만도 하겠지..그런 것으로 생각하자.  그녀때문에 일을 벌이지는 말자.

"…!!!!"

뭉클한 느낌이 느껴졌다. 키스를 했는데도 내가 꿈쩍도하지 않자 더욱 더 나를 유혹하기 위해 나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 대었다.

안된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는 미쳐버리게 된다. '그 날'처럼..

'그녀를 갖고 싶다.'

끝없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혀에 동조하고 있었다. 혀와 혀가 서로를 애무하고 있다. 기나긴 타액이 생기며 나도 눈을 감고 이 애증에 사로잡힌 키스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의 정신이 본능에 의하여 심연으로 빠져들려고 하고 있을 때...

끼릭...끼릭...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다. 제대로 된 걸음소리가 아닌 바퀴가 움직이는 소리.

"잘들 노는구만"

"…!!!"

"왜? 아쉬워? 다시 돌아가줄까?"

"…"

초췌한 얼굴. 그럼에도 남자의 눈빛은 이글거렸다.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나에게 주먹 한 방 날릴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으니까...

그녀도 뒤에서 그 남자가 왔다는 것을 눈치채고 흥이 깨졌다는 듯 키스를 멈추고 그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오랜만이야"

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

"다시 이 녀석 꼬시려고 하고 있는거냐? 정시하?"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상관할 바 되지. 이런 걸레년아"

짜악!!!

"…멋진데?"

그녀는 그의 얼굴을 힘껏 후려쳤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그는 나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반갑다는 것이 아닌 원수를 대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철천지원수'인 것은 사실이니까..

"…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고 들었는데…"

"주소지는 똑같아. 보시다시피 이런 몸으로 학교를 가고 있지만…"

"여기에…왜 왔지?"

"설마 너처럼 '스토킹'할 거라고 생각했냐? 천만에. 정말로 '우연히' 병원가던 길에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얼굴이 보이는 거야. 그것도 옷을 벗고 남자를 유혹하면서…지켜보던 나도 꼴리더라? 그런 내가 잘 알고있는 얼굴은…나에게도 '똑같이' 유혹했는데 말이지…"

"…!!!"

"박정우. 너도 참 순진하다. 한 번 차였는데 다시 좋다고 붙어대니까 좋냐? 뭐 얼굴 반반하고 몸매도 죽여주긴 하지만…이건 아니잖아?"

"…"

"게다가 너는 이 년때문에 우리들을 '그렇게' 만들어놓고선 말이야…"

지금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나를 죽여버리고 싶지만, 오히려 그는 조소를 하며 신랄하게 웃고있다.

"그 때 아주…고마웠어. 박정우"

"닥쳐!"

"정시하. 너는 끼어들지 마. 알고보면 네가 주범이야. 어떻게 저런 녀석을 꼬셔서 일을 이따구로 만들어놓았냐? 덕분에 우리들은 아주 피 봤거든?"

"…"

"이야~ 그 때는 아주 두려웠지. 정말로 '죽는 줄'알았어. 다시 생각해도 아주 소름이 끼쳐"

"…"

"내가 그 이후로 어떤 생각을 했는 줄 알아?"

"…?"

"너. 정말로 인간 맞냐고"

"…"

"그 생각에 내가 스스로 내린 결론은 박정우란 인간은 '짐승'이다"

"…"

"그러니까…나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건 '인간'이 아니라 '동물 한 마리'라고…미친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해야지…이렇게 자신을 위안했어"

"…"

"미친 놈"

"…"

"부모님도 정말 신세졌어. 알지?"

"…"

"그것때문에 다른 부모님들도 너에게 접근도 하지 않았고"

"…"

"정말 인간쓰레기야…어떻게 퇴학을 안 당했는지 몰라? 뇌물줬냐?"

"…"

"말 안하냐? 병신이 말하고 있으니까 말할 가치도 없냐?"

"…"

"너도 정말 할 말 없다고 생각하지?"

"…"

"나는 아직도 너를 볼 때마다 두려워. 공포스러워. 귀신보다도 네가 더 귀신 같아. 이렇게 소름이 끼치는 데도 나는 할 말을 다하고 있어. 그건 너에 대한 공포보다도 '증오'때문에 너에게 말할 수 있는 거야. 나도. 부모님도 모두 망쳐버린 너에게…"

"…"

"경찰들은 아무도 몰라. 단지 '소문'이라면서…증거도 없다면서 나 몰라라해. 완벽하다고? Perfect! 이건 '없는 사건'이 되어버렸어. 그 이후 아직도 몇몇 애들이 정신치료 받고 있는 거 알아? 트라우마가 생겨버렸어"

"…"

"…물론 내가 장애인이 되어버린 건 내 스스로 때문이었지만…다른 모든 건…"

"…"

"그 정신으로 사람을 안 죽인것도 신기해"

"…"

"이렇게 지껄여봤자 어차피 과거의 일. 이미 1년이 지나버린 옛날이야기. 너는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겠지. 하지만 말야? 나는 네가 지금도 계속해서 대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들이 직접 복수를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복수를 하고 있다고?"

"…"

"계속 괴로워하면서 살아라. 박정우. 너는 그래야 해"

"…"

"아. 그리고 정시하? 너도 그만 남자들 꼬셔라. 세상 모든 남자들이 전부 다 네꺼인 줄 아냐?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고있다가는 늙어서도 남자 제대로 못 만나. 이것은 '전'남자친구로써 하는 말이니까 새겨두라구"

"…빨리 꺼지기나 해"

"이런이런. 아직도 미움받나 보네. 박정우. 그럼 잘 있어라. 그 때까지도 여자랑 히히덕거리는 지 보자고"

끼릭..끼릭..

그는 자신의 말을 모두 마친 후. 우리들의 곁을 사라졌다. 마음의 파문이 일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 일'의 후유증과 잔재들이 남아있었다. 나도 알고있다. 이 일에 대한 대가는 치르게 될 것이라고. 앞으로도 계속 나의 앞길을 잡을 것이라고..이것은 내 씻을 수 없는 '과오'이자..

내가 진정으로 '인간'인지 아니면 '악마'인지 판가름하게 해주는 것이란걸...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고. 그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마치 테잎을 감고 카세트에서 다시 듣기를 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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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부터는 '정시하'의 시점으로 전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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