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80화 (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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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Reminis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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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르르르릉...삐르르르릉...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알람음이 울렸다. 6월 중순이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샤워하고 밥 챙겨주고 교복입고..학교로 가기위해서 현관문을 나선다.

이제는 봄이라고 해야할지..아니면 초여름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무슨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가 된다느니 뭐니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6월 중순의 날씨는 조금 더웠다. 이러다가 한 8월쯤 되면 폭염이 계속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골치가 아파졌다. 유독 더위를 잘 타서 이번 해를 잘 버틸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길을 걷다보면 왠지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진다. 마치 누군가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듯...

그냥 기분 탓이라고 넘기기에는 요새 뒤에서 느껴지는 이상야릇한 느낌이 많이 생겨났다.

1학년 때부터 그런 이상한 느낌은 계속 있었지만은 이렇게까지 심하게 누군가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거 같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토커...인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누가 나에게 볼 일이 있어서 나를 따라다니겠는가? 대체 무슨 볼일로? 나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로 했다. 뒤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꺼림칙하기는 했지만은 그렇다고해서 직접 확인하기에도 그렇다. 나는 아무렇지않게 학교의 정문을 나섰다. 별 일 없겠지..라고 생각하면서...

"12번"

"예"

"13번"

"예"

담임의 조회시간이었다. 출석체크를 한 뒤에 나는 바로 엎드려 자려는 준비를 하였다. 피로를 풀어야지..밤에는 잠을 잘 수가 없기에 아침과 낮에라도 잠을 자두어야했다. 이래저래 몸이 노곤노곤했다. 연세희의 일을 처리한 후유증이 남아있었다. 그 녀석..지금도 방송하고 있으려나..곧 있으면 돌아온다고 얘기는 해놨는데...

"…자 그럼. 1교시는 내 시간이지?"

"네"

"그 때, 자리바꾸기를 하도록 하겠다"

"에~~??"

"선생님 질문있습니다"

"그래 말해봐"

"왜 이제와서 자리를 바꾸자고 하는 겁니까?"

"그냥. 바꾸고 싶어서. 이제 고2가 된지도 3개월이 지났잖아? 그래서 학급분위기 전환도 할 겸…그리고…"

"…?"

"우리 반 중 '누군가'가 계속 잠을 자고 있어서 말이지…수업시간에도 심지어 종례시간에도 도통 잠에서 깨지를 않아서…"

찌릿.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쏘아붙여졌다.

나 때문에..자리를 바꾼다고 생각하는 건가..당연하겠지..뒷 자리에 앉은 놈들은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저 자식…!!!'이라고. 당연히 앞 자리에 있는 놈들은 '님 나이스!'라며 환영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래서. 그리 알고 있도록"

그 말과 함께 담임은 교실에서 나갔다. 자리바꾸기를 한다고..? 또 뒷 자리 걸리려나...

나야 뭐..항상 제비뽑기를 하면 이상하게도 뒷 자리가 잘 나왔으니까..그게 나에게도 편하고..

1교시가 시작되고 담임이 그 동안 제비뽑기함을 만들어왔는지 종이들을 가득 담은 작은 상자를 가지고 왔다.

"자기가 뽑은 번호대로 앉으면 된다. 반장?"

"네"

"반장이 칠판에 자리번호를 적고"

"네"

"그럼. 출석번호 순서대로 앞으로 나와라"

아이들은 출석번호 순서대로 교탁으로 몰려들었다. 나도 13번이었기에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뭐 걸렸어?"

"15번"

"그럼 중간 쯤 되겠네?"

"그러니까. 자리가 애매해…"

"나 2번 걸렸는데… 자리 좀 바꿔줄 수 있어?"

"미안. 나는 30번 걸려서…"

"정우"

"응?"

"네 차례야"

"어…"

나는 주섬주섬 상자에서 하나의 종이를 뽑아들었다. 접힌 종이를 펼쳐보니...

젠장...4번이잖아..

"어이 시체. 몇 번걸렸냐?"

"4번"

"푸하하하!!! 맨날 잠만 퍼자더니 천벌 받았구만 이 녀석? 그래 잘 해봐"

누구 사람 염장 지르냐...나는 하는 수 없이 교탁 앞에 바로 있는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상관은 없었다. 나는 앞자리든 뒷 자리든 잠이야 잘 수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선생이 앞에 있으니까 걸리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선생이 가르치고 있는데 앞에서 잠을 자고 있으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오히려 뒷 자리에 있었을 때보다 선생들의 눈총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

에휴...선생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신경쓰이기는 하다만은..나는 잠을 자야했으니까..

그것이. 앞으로 재수가 대박으로 없다는 것의 시작이었다.

새로운 자리에 앉은 나는 비몽사몽한 눈으로 수업을 들어야했다. 담임의 시야는 엄청나게 넓어서 뒤에 숨어서문자를 하고 있는 녀석들도. 만화책을 보고 있는 녀석들도 모두 잡아내었다. 더욱이 젠장맞는것은 바로 앞에 있는 자는 녀석을 절대로 내버려두지 않을 인물이었다는 점이었다.

꾸벅...꾸벅...

고개가 자연스레 떨구어진다. 정신이 몽롱해서 수업내용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아니 들리고 있다고는 해도 필기를 해야했는데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냥 졸다가 고개를 너무 아래로 떨궈서 살짝 정신을 차리지만 다시 꾸벅꾸벅 헤드뱅잉을 하게 되는..그런 패턴이었다.

"어이 박정우"

"…"

"박정우. 일어나"

"…"

"박정우!!!!!!!!!!"

"…"

"깨워"

팍!!!

"…??"

"뒤에 나가서 서 있다가 잠 깨면 들어와"

"…"

나는. 뒤에 서서 칠판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수업내용을 들을 리가 없지..여전히 비몽사몽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수업시간 마다 나는 걸리고 말았다. 선생들이 포기 할 법도 한데끈덕지게 나를 깨웠다. 고2라고. 공부 안하냐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잔소리를 하는 선생들도 더러 있었다. 역시 선생들은 나를 안 좋게 생각하고있다. 그래서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선생들의 눈에는 나는 운 좋아서 퇴학을 면한 학생이었다.

'그 사건'이후로..

그것때문에 우리학교에 있는 모두가 나를 싫어하고 있지만..선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들은 모두 학생들을 똑같이 공정하게 대하고있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모두 거짓이다. 학생에게 앙심을품고 있는 선생들도 많이 있다. 그 중에 유독 심한 하나가 바로 '나'였다. 우리 학교의 일진들을 제치고 학생부의 블랙리스트에 맨 위에 올라간 학생. 그것은 우리 학교 내에서 가장 위험한 학생으로 취급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고 2에 들어서면서 선생들이 많이 다른학교로 옮기게 되어서 새로운 신입선생들이 많이 들어왔다. 물론 '나'에 대한 소문은 알고있었다. 그럼에도 두발이 불량하다면서 나를 후려친선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잠잠해졌다. 교문에 들어서도 여전히 살기를 내비치고있지만 나를 붙잡지는 않았다.

어떻게하면 저 놈을 학교에서 쫓아낼 수 있을까?

그것이 우리 학교 선생들의 주요 임무였다. 어떤 이유에서건 작은 이유 하나라도 놓치지않고 나를 물고 늘어졌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었는데도..여전했다.

하굣길. 수업이 모두 끝나고 정문을 빠져나왔다. 여전히 뒤에서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학교내내 위화감이 느껴졌다. 젠장..기분이 우중충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나는 이 오묘하고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말로..누군가가나를 따라다니고 있는 것일까...? 확인해봐야했다.

나는 일부러 사람이 없는 골목길을 통해서 집으로 갔다. 그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골목길 이곳 저곳을 헤집으며 돌아다녔다. 어쩔 수 없다. 골목길에서 더 이상 돌아다닐 수 없게 벽으로 막힌 곳에 도착했다.

"나와"

나는 말했다. 대체 누구일까..나를 따라다니고 있는 스토커는...

"에헷! 들켜버렸네~♡"

"…!!!!"

"드디어 나의 텔레파시를 눈치챘구나~ 정우군~♡"

"정…시하…냐?"

"당연하지!"

"…모습을 보여"

"걸렸으니 나와야지 뭐~"

저 앞에 있던 전봇대에서 그녀가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2학년 중의 가장 미인이라는소녀. 그리고...나의 여자친구였던 '척'한 사람..

"야호~오랜만이네~ 문화제 이후로…"

"줄곧…따라다녔었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어? '나는 계속 너의 곁에 있었다고…'"

"…"

"1학년 때부터 따라다녔었는데…우웅…정우군은 바보였구나?"

"그래서…"

"전부 지켜봤지~'연세희'인가 뭐시긴가 그 여자연예인이랑 돌아다니고 있는 것도. 모두 지켜봤지~"

"…그래서…문화제 때에도…"

"친누나랑 밤거리를 사이좋게 걸어나가는 것도 지켜보고 있었다고 얘기했잖아? 기억력이 안 좋은가보네…그래도 됐어! 정우군이 눈치채주었으니까!"

"1학년 때부터 위화감이 들긴 했어…

"…"

"…그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있었지만…이상하게 최근에 들어서 그 '위화감'이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네가…가까이서 따라다녔기 때문에…"

"우웅…그랬었구나…단순히 '위화감'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래서…무슨 볼일이야?"

"더 이상 내버려두어선 안되겠다~ 싶어서~"

"내버려…둔다…?"

"요새 정우군의 곁에 여자들이 너무 많아!"

"…뭐?"

"항상 정우군은 혼자 있었는데…고2 들어오면서 친누나랑 친해지고…그리고 연세희란 여자까지…"

"…?"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대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정우군은 오직 내 '소유'이니까"

"…뭐라고…"

그녀는 갑자기 나에게 오더니 발을 들어서 입술로 나의 입을 맞추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정우군은 내 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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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뜰에 외전 하나 올려놨습니다..계속 본편 위주로 하니 살짝 심심한 감도 있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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