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8 / 0318 ----------------------------------------------
Part 4. Hypocrisy
==============================================
"세희다!"
"세희야!!"
"어이 세희!!"
"허허…우리 세희가 드디어 돌아온 것인가?"
"세희야…잘 왔어…"
나와 세희가 스쿼시장에 들어서자, 사람들 모두 나와 그녀 곁으로 몰려들었다.(정확하게는 세희한테 몰려들었지만)잘 지냈냐, 그 동안 뭐하고 지냈느냐, 왜 스쿼시하러 오지 않았냐는 둥 모두 오랜만에 오는 그녀를 환영해주고 있었다. 그녀 역시 웃음으로 그들의 환영을 화답했다. 그 덕분에 스쿼시장의 분위기는 열띤 분위기를 띄고있었다. 그녀 한 명이 돌아온 것으로 인해 확연히 달라졌다. 이 곳에서 그녀는 '마스코트'였기 때문에..
파캉!
공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환영식을 거친 뒤 잠시 소강상태였다가 사람들이 게임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곳에 낄 수 없었다. 자연스레 그녀는 그들에게서 '소외'가 되었다. 늘 그래왔듯이..그래서 그녀 스스로 그것을 알고있어 맨 첫번째 구석진 코트로 이동하려 했다.
"연세희"
나는 또다시 그녀가 소외되는 것을 막아야했다. 그녀는 사람들과 어울려야했다.
"…가르쳐주는 건 됐어…나는 스트레스 풀려고 왔을 뿐이야…"
"아니, 너 사람들이랑 게임 좀 해"
"…됐어…사람들이 껴줄 것 같지도 않고…"
"그것은 누가 정했냐? 그냥 코트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지"
"…"
그녀는 나의 말을 무시하고 코트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묵묵히 공을 달구기 시작했다.
나도 코트에 들어가서 그녀가 라켓을 휘두려는 것을 도중에 끼어들어 벽에 부딪힌 후에 날아오는 공을 잡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게임. 하고 싶지 않았어?"
"…별로…"
"강요하지는 않아. 네가 게임하기 싫으면 싫은 거겠지 뭐"
"…"
"그래도 네 실력, 테스트해보고 싶지 않아?"
"너한테 별로 배우지도 않았잖아…"
"사실 너에게 가르쳐줄 것도 없었고 게다가 네 실력은 어느정도 있는 편이야. 그래서 얼마든지 사람들이랑 붙을 수 있는데 왜 두려워하는거야?"
솔직히 그녀의 실력이 어느정도 있지만 오랜시간을 쳐온 아저씨나 아줌마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이런 위로를 하면서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려보라고 권유를 해보았다. 그녀의 자존심상 지는 건 용납하지 않겠지만..그것은 어떻게든 보면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혹시…'소외'되고 있어서 다가가기 두려운거야?"
"…"
"너는 '연예인'이잖아. 직업 상 사람들에게 무조건 다가가야하잖아. 그런데 어째서 왜 이 사람들에게는 다가가려하지 않는 거야?"
"…"
그녀는 꽤나 이 곳에서 외톨이로 지냈었나보다. 그러니까..비유하자면 너무 맑은 1급수의물인 곳에서 물고기가 하나도 없는 것..너무나도 환한 불빛이어서 정작 그 불빛은 혼자서 모든 것을 비추기 때문에 그 주변에는 다른 불빛이 없다는 것..
'위선'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행동하는 것이다. 기부천사니 겸손한 태도와 예절을 갖고있다느니 그것들은 모두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왜 이곳에서는 평상시처럼 그렇게하기 힘들어 할까? 원래 그녀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어눌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그녀는 이곳에서는 진정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서려했다'
운동을 하면서 마음에서 쌓인 것들을 풀고 어찌보면 그녀에게 이 곳은 '마음이 안정되는 공간'일 수도 있다. 지친 몸을 달래며 휴식하는 곳. 운동을 하며 육체적인 피로는 있을 테지만 정신적으로는 편히 쉴 수 있는 곳. 그녀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가식과 위선을 던져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사람들이 거절할까봐 두렵다. 이런 자신을..그래서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옆 코트에 가자. 아줌마 혼자 치고 있어."
"…나는…갈 수 없어…"
"미련한 짓 하지마"
"…!!!"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려 하지마. 너는 지금 연예인이 아니야. 평범한 사람이야"
"…"
"아무렇지 않게. 능청을 떨면서 옆 코트에서 '게임 한 번 해요'라고 하면 어디 덧나냐?"
"…"
"사람들이 단번에 '싫다'라고 말하지는 않아. 지쳐서 미안하다고는 할 수 있겠지. 혹시 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그러는 거냐?"
"…"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판단하지마. 싫어하든 좋든 받아들여."
"…그렇지만…"
"사람들이 언제까지고 너의 착함에 열광할 것이라 생각해? 천만에. 금방 싫증이 나버려서 싫어할 수 있어. 사람이란 그런 존재야. 누구나 자신이 착해서 좋아한다고 판단하면 큰 오산이야. 자신을 미워할 수 있고 싫어할 수 있어. 이미지관리라고 생각하고 계속 착한 척을 해봤자 너만 손해야. 알아?"
"……"
"왜. 내가 너에게 독설하니까 귀에 거슬려?"
"…그렇다면?"
"얼마든지 성질 내. 화를 내라고. 착한 척하지 말고…얼마든지 나를 때리고 싶으면 때려. 그것이 너의 화를 풀어줄 수 있으면…"
"…"
"여기서는 그런 가식, 부릴 필요 없잖아?"
"…"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면…진정한 자신을 보여주는 거야"
"…"
"누구나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부 사람이 싫어할 수도 있는 사람이 되라고"
"…그렇다고해서…"
"내가 얘기했지. 지금 연예인이냐고…"
"…!!"
"지금 넌 '연세희'야. 그것을 기억해"
"…"
"더 이상 얘기해 줄 말은 없겠다. 나는 할 말을 다 했으니까. 앞으로 남은 건. 네 마음먹기에 달려있어"
"…마음먹기…?"
"그럼 난 갈게. 나는 잔소리만 나불거리는 인간이 되기는 싫으니까"
"가다니…어디로?"
"사람들이랑 스쿼시치러. 동석이아저씨도 다시 한번 나랑 붙어보고 싶은 눈치고."
"…나는…"
"혼자있기 싫으면 나와"
"…"
"가자니까"
"…응…"
연세희와 나는 대화를 끝내고 코트에서 나왔다. 의자에선 사람들이 수건을 감싸매고 음료수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오 세희야. 쉬려고?"
"아니요. 게임하려고요"
"…!!!"
한번도 게임을 구경하기만 했지 하지는 않았던 그녀가 갑자기 게임을 한다고 하니 전원이의외라는 듯 놀라워하고 있었다.
"누구랑 게임하게? 설마 신입이랑…"
"제가 상대가 되겠어요? 그저 아줌마들이랑 한번 해보고 싶어서요"
그녀는 언제 두려워했냐하며 아줌마들과 게임을 하고 싶다며 도전신청을 하였다.
"호호…그러고보니까 세희가 어느정도 실력이 되는 지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빅 매치 성사되는 거야?"
"껄껄껄!! 세희도 청춘이었구만!!!"
"그저 묵묵히 연습하더니…그 동안 벼르고 있었는지 몰라?"
"우리들에게?"
"얼마든지 받아줄게. 세희랑 한번 쳐보고 싶었거든"
"언니. 내가 먼저 하면 안 될까?"
"장유유서의 원칙에 따르자고. 가장 맏언니인 선옥이가 해"
"그러면 세희야. 나랑 할래?"
"…네"
"좋아!! 모두 모여!!! 오랜만에 치킨내기나 할까?"
"지는 쪽이 전부사는 거다?"
"그거 좋지! 함부로 걸었다가 잃지나 말라구?"
"니나 잘하셔"
"푸하하하!!!"
"에~~ 치킨걸고 맥주까지 모두 콜?"
"콜!!!"
"누구한테 걸꺼야? 나는 세희한테"
"나도 세희"
"내가 빠지면 섭하지. 세희에 걸지"
"그럼…나는 선옥이한테 걸어볼까?"
"에이~"
"껄껄껄!! 그럼 나도 선옥이한테 걸어보지!"
"할아버지! 배신하는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저 녀석의 선택은 무조건 옳게 나와서…"
"이 자식이 뭘 째째하게 굴어? 지 돈 아껴보겠다고 치사하게 가는 거야?"
"요새 돈이 궁해서…"
"할아버지가 한 그 선택. 후회하게 만들어드리겠어요"
"휘익!! 세희 멋있다!!!"
"연세희 멋져!!!"
"크하하하!!! 과연 세희야!!! 옳은 말을 아주 잘해!! 그래, 저 녀석한테 따끔하게 일침 좀 가해줘보라고? 크하하하!!!"
"신입은 누구한테 걸 꺼야?"
"저도 껴도 되요?"
"얼마든지!! 사람 수는 많아야 내기가 성립이 되지"
"그럼…세희한테 걸죠 뭐"
"예끼! 너마저도 세희한테 거는거냐?"
"이 자식아! 네가 잘못한 거다 이 자식아!!"
"그럼 잘 부탁한다 세희야. 우리는 너한테 걸었다!"
"선옥아!! 지지 마라!! 10년지기 친구라서 건 거다!!"
"…잘 부탁해 세희야"
"잘 부탁드려요"
잘 부탁한다는 인사와 함께 두사람은 코트에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