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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Hypocr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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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는 갈색머리에 웨이브를 준 그녀가 방송준비를 하고 있었다. 메이크업을 살짝 한 얼굴은 '이 녀석 정말 연예인맞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였다.
"연세희"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내가 얼굴을 걷어낸 상태라 그녀가 나를 알아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내 목소리를 알고 있으니 알아봐주지 않을까?
"당신…누구야…"
당장 내가 한 말을 수정해야했다. 그녀는 전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정말로 놀란 얼굴로 나를 두 눈 크게 뜨고 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자기 혼자밖에 없는 대기실로 쳐들어온 것 때문에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그렇게까지 리액션을 취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이러면 알아볼 수 있어?"
나는 걷어낸 머리로 다시 원래대로 얼굴을 가렸다.
"…거짓말…"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는 말을 더듬거렸다.
"네가…진짜로…정우…야? 그 폐인같고 음침하게 생긴…그 정우…?"
어이어이..폐인이랑 음침은 좀 빼놓고 얘기하지?
"어"
"…어떻게…여기에…"
"너 만나러"
"…정말…나 만나러…?"
"너 만나러 안 왔으면 왜 여기왔겠냐"
"…바보…여기에 들어오면 안되는데…멋대로 들어와놓고…"
그녀는 바보라고 얘기하고 있었지만 내가 이곳에 온 것에 기쁜 듯 하였다. 아직도 삐져있을 줄 알았지만 나를 보고 기뻐하는 거 같아 나름대로 마음이 놓였다.
"여기에…왜 왔어…?"
'너를 구하러 왔다'라고 하면 '대체 뭔 개소리야?'라면서 절대로 믿지 않겠지... 내가 무슨 백마 탄 왕자도 아니고..그렇게 기름기 좔좔 흐르는 대사를 말할 것 같아?
"…너 납치하러 왔어"
"…에…?"
결국 사고를 질러주는 나였다. 납치라는 말을 쉽게 말을 꺼낼 정도로 나의 정신은 피폐해져버린건가..자책해도 이미 납치라는 단어가 그녀의 귀에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납치하러 왔다고"
나도 모르겠다. 질러보자.
"…이…이…이 바보 자식아!!!!!!!!"
짜악!!!
곧바로 그녀의 손바닥이 있는 힘껏 나의 왼쪽얼굴을 후려쳤다.
"…고작 와 놓고서는 뭐? 납치? 이 자식이 미쳤나!!!!!"
에고..그러니까 단어선택을 잘해야 했는데...이 놈의 입이 문제였다..정말로..
"내 말좀 들어봐…"
짜악!!!!
"그러니까 내말 좀…"
짜악!!!!!
"아니 때리지만 말고…"
짜악!!!!
크억..정말 얼얼하다... 그녀는 왼쪽 오른쪽 나의 얼굴을 계속 후려쳤다.
짜악!!!!!!
피니시공격과 함께 나의 얼굴은 160도 돌아갔다.잘못했으면 목이 꺾였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바보! 바보! 바보! 이 바보 폐인자식아!!!!!"
나는 변명도 못하고 10분동안 죽도록 얼굴이 돌아갔다. 볼에는 빨간자국만 남기고..
"헉…헉…"
10분동안 줄창 때렸으니 지칠 만도 하지..나는 맞은부위를 문질렀다. 으..따거...
"나는…MC데뷔하는 거 축하하러 오는 건 줄 알고…얼마나 기뻤는데…너는…"
예예..저는 개념없이 당신을 납치하러 왔죠...
"어제…일…사과하려고 했는데…너는…너는…죽어!!!!!!"
퍼억!!!!
그녀의 주먹이 정확하게 내 복부를 가격했다. 아직도 안 지쳤어?
"…후…이제 다 때렸냐?"
"…폐인주제에…"
"내가 갑자기 쳐들어와서 납치하러 왔다고 했으니 놀랄 만도 했겠지…미안…"
"나를 납치하러 왔다면서…사과는 왜…"
"단어선택을 잘못했어. 정확하게 말해서 나는 너를 데리러 왔어"
"그렇게 말했으면 될 거 아냐!!!!!"
퍽!!!
"아니…매니저에게는 그렇게 보일 것 같아서…"
"그런데 왜 그런 말을 나한테 하는 건데?"
"단어선택 잘못했다니까…에휴…말한 내가 잘못이지…"
"그래서. 나를 왜 데리러 온 건데?"
"…"
순간 말이 막혔다. 나는 그녀를 구하러 왔다. '친구'라고 생각을 해서 무턱대고 염치없는 짓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녀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막기위해 이 곳에 왔다.
그런데. 나는 '너라는 존재가 사라질 지 몰라서 나는 그것을 막으러 왔어'라고 진실대로 그녀에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을..그래서 얘기해봤자 내 입만 아프고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오해를 받긴 싫었다. 더군다나 가족들에게도 얘기하지 못한 사실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얘기해 줄 수 있을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언가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 방송이 머지않았어. 거의 15분 남았나? 생방송이야 그것도…내가 처음으로 MC데뷔하는 데…너와 있을 시간은…"
"그 mc데뷔하는 거. 네가 바라는 일이야?"
"…뭐?"
"mc데뷔 하는 거. 네가 원해서 하는 일이냐고"
"…그거야…소속사가…하지만 나는…"
"…"
"소속사의 뜻에 따라…해야만…"
"…"
"…!!! 지금…뭐하는 짓이야…?"
"미안하지만. 나는 내 뜻대로 해야겠어"
"자…잠깐!!!"
나는 대기실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을 붙들고 복도를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연세희 아냐?"
"아니 곧 있으면 mc하지 않았나?"
"지금 몇 분남았어?"
"15분도 안 남았는데…"
"같이 있는 남자는 누구지? 손 잡고 가던데…"
"남자친구인가?"
"그러면…남자친구랑 함께 대기실을 나갔다고 하면…"
"방송사고 아냐!!!!"
"지금 도망간 거지? 도망간 거 아냐?"
"방송이 코 앞인데 뭐하는 짓이야!!!"
"빨리 쫓아가!!!"
나는 스튜디오를 벗어나 방송국 밖을 벗어나갔다. 주위 사람들이 연세희다 라면서 모두 알아보는 눈치였지만 상관없다. 나는 이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기만 하면 되니까..
"잠깐!!!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멈춰!! 멈추라고!!! 나 방송준비 해야돼!!!"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손을 꽉 잡은 채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흘러도 마라톤을 하듯이 호흡을 유지하며 뛰었다. 쫓아오고 있는 무리들에게서 벗어나야되기에 나는 방송국 밖으로 나가 재빨리 택시를 잡았다.
"어서오세요! 어라…연세희양이…왜…"
"지금 빨리 00동으로 가주세요! 빨리요!"
"아…예…"
부웅하고 택시는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달리는 택시 안.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뛰어가는 속도를 맞추느라 정말로 고생했으리라. 한강이 보이는 길을 달리며 택시는 나의 집 방향으로 이동했다.
"…많이 바쁘신가보죠?"
"네…"
"갑자기 유명한 연예인이 들어와서…정말로 놀랐습니다…혹시 세희양의 남자친구…"
"아니요"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아니요라고 딱 잘라 말했다.
"납치범이에요"
이런...
"남자친구가 아니라 …친구입니다"
"…허허…"
택시기사아저씨는 상반된 의견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만 짓고 있었다.
"납치범이라면…택시를 잡지도 않았을 테죠…"
나는 못을 박았다. 절대로 납치범이 아니라고…(아니 정확하게 납치범이 맞지만…)
"납치범 맞아요. 제 말을 못 믿으시는 거에요?"
"…"
어이없어하는 택시기사아저씨와 앙칼진 그녀. 그리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나.
알 수 없는 분위기가 택시 안을 메우며 어느 덧 우리 집에 도착했다.
"고맙습니다"
"네…"
나는 택시비를 지불하고 문을 열었다. 그녀도 순순히 내렸다. 택시는 이미 다시 잡으려고 해도 멀리 가고 있었고 주말인데도 오후의 거리에는 단 둘이 남겨져있었다.
짜악!!!
다시 뺨을 맞았다. 대기실에서 맞은 것보다도 더욱 세게…정말로 분노하고…증오해하는 듯이…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손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잠자코 맞았다.
그녀의 안에 잠들어있는 '위선'의 감정을 끌어내리기위해 나는 멋대로 그녀를 이 곳에 끌고 왔다. 하지만 그녀의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더 떨어지게 만들었다. 여태까지 팬에게나 동료연예인에게나 방송국 관계자로부터 쌓아온 신뢰.믿음. 모든 것을 나는 깨부셨다.
안 그래도 약속을 안 지킨다는 구설수가 있었는데 MC데뷔라는 크나큰 것을 펑크냈다. 약속을 저버렸다.
'연예인이면 뭐하는가. 어차피 사라져서 모든 이들에게 잊혀질 것일텐데…친구도…팬들도…그런 자신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그런 논리로 이런 일을 벌였다. 그녀가 상처를 받고 있는 부분을 더욱 더 상처가 벌어지게 만들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이렇게해서라도 그녀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했다.
나는 정말 그녀에게 잘못했다. 어찌보면 모두 나와 관계되서 그녀의 인생은 망가진 것일수도 있었다. 연예인으로서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면서…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웃으며…웃으며…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연세희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활짝 웃는 그녀의 미소 속에는 '위선'이 담겨있다. 너무나도 가식적이고…거짓된…그녀의 본심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주기 위해서 그녀는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연세희 봤냐? 정말 이쁘더라?'
'몸매도 진짜 개섹시해…교복 입는 거 보면…'
'진짜 먹어버리고 싶다…'
'그러니까…몸 대주면…당장에라도…'
그릇된 욕망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사람들의 열광 속에서 그녀는 연예인으로서의 자신의 일을 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진심으로 보지않는다. 오직 그녀의 외면적인 모습을 본다.
가수. 예쁜 외모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들을 울리게 만드는 직업.
자신이 원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도 다른 현실 속에서 그녀는 힘들어하고 있다. 그것때문에 그녀의 존재가 지워져간다.
그러니까…그녀의 상처가 벌어지더라도…나는…모든 것을…
부셔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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