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73화 (7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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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Hypocrisy

Part 4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군요..다음 파트의 시나리오를 짜긴 했지만은..영...

오늘도 변함없이 저의 뜰은 텅텅 비어있다는..(글도 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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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의 꿈은 가수였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았고 즐거웠다. 부모님이 이러한 나를 보면서 칭찬을 할 때면 나는 가수가 되는 것이 운명이구나..라고 여길 정도로 나는 노래에 흠뻑 빠져있었다.

대회에도 나가 상을 타보고 사람들 사이에서 노래신동이라고 불리워질 만큼 어느 새 나는 유명해져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꿈이 수시로 바뀐다고 하였지만은 나는 줄곧 가수를 고집해왔다. 부모님도 이러한 나의 뜻에 존중도 해주었다.

그러던 12살 쯤이었나..나는 어느 소속사로부터 가수제의를 받았다. 나는 그것에 너무나도 기뻤다. 드디어 나는 꿈에 도달하게 되는 구나..하고..이렇게 일찍..꿈이 이루어졌어..

하지만 가수의 길은 정말 멀고도 먼 대장정이었다. 5년동안 나는 처절하게 보컬트레이닝을 받아왔다. 더욱 더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들리도록..가창력이 있는 실력파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그런 각고의 과정 끝에 나는 데뷔를 하게 되었다. 내가 데뷔한다는 소식에 매스컴들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미소녀! 라며 호들갑을 떨었었다.(사실 그것때문에 데뷔 전부터 조금은 우쭐해져 있었다)그래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고 나는 그러한 기대 속에서 첫 무대를 가졌다.

심장이 너무나도 두근거렸고 이것이 꿈인가 하고 얼굴을 수 차례 꼬집어보았다. 꿈이 아니야..현실이야..나의 무대..그것을 보러 온 사람들..그 때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데뷔 초장부터 눈물을 흘려선 안되었기에 백 스테이지에서 감정을 다 잡고 성공적인 데뷔무대를 갖도록 나는 정말로 필사적으로 나의 노래를 불렀다.

처음부터 인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차차 인지도를 쌓아가면서 언젠가 나도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가수가 되기를 바랬다. 얼굴로 데뷔하는 것이 아닌 나의 목소리로 인정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데뷔 초부터 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나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에도 이목을 끌긴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관심이 늘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많이 생겼다. 가수가 되면 많은 팬들이 있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수 많은 팬들이 '연세희!'라고 외칠 때마다 정말로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데뷔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내 노래가 다른 가수들을 제치고 1위를 했을 때의 기분은 정말로 짜릿했다. 앞으로 나의 미래는 탄탄대로구나하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뒤로부터 기업들의 광고요청이 쇄도했고 많은 pd들이 나를 섭외하려고 소속사에 들락날락거렸다.

그런 관심은 날이 갈수록 심화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러브콜이 쏟아졌다.

동료 남자 연예인들의 대시도 늘어만 갔다. 핸드폰 번호가 무엇이냐며 처음에 친하게 지내자면서 다가왔다 노골적으로 사귀자며 나에게 접근할 때에는 단박에 그들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데뷔 한지 별로 안된 신인이었고 그들 대부분은 어느 정도 연예계활동을 해온 사람들이었으니까..나는 정말로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면서 정중하게 거절을 한 것이 수 십번이었다. 솔직히 그들은 뭣 때문에 나한테 대시하려고 하는 건가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들 대부분은 나의 외면적인 모습만을 보고 접근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인기의 급상승은 나에게 혼란만 불러왔다. 너무나도 얼떨떨 하면서도..그 인기를 즐기기에는 나의 경험은 너무나 부족했다.

신인이라서..너무나 부담스러웠다. 항상 팬들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착하고 상냥한 모습으로 남아있어야 했다. 그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내 스스로도 나는 그렇게 착해 빠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트레스가 쌓여만 갔다. 내가 원하고도 원하던 일이었는데..이건 내가 바라던 일이 아니었는데..밴을 타고 이곳 저곳을 새벽까지 움직이다보니 내가 가진 고유의 시간도 빼앗겼다. 쉬고 싶다. 지쳐버렸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다 알고 지내던 언니에게 스쿼시라는 운동을 알게되면서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운동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스트레스는 자꾸만 쌓여가고..정작 풀 곳은 없고..소속사에게 얘기해서 주말의 저녁시간은 어찌어찌해서 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행여 알아봐서 귀찮게 굴까 생각도 해봤지만 나는 너무나도 급했기때문에 그러한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나를 같이 운동을 즐기는 사람으로 받아주었다. 조금은 안심이 되고..나는 쉴 곳이 생겼다.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였을까..그 사람들과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있을 때면 나는 전혀 낄 틈이 없다. 그리고 그들끼리 운동을 하면서 게임을 즐겼다.

이곳은 너무나도 달랐다. 평소에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을 하던 것과 달리 이곳은 너무나 무관심했다.

나는 혼란을 느꼈고 또 소외감을 느꼈다. 그들이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정말로 나를 좋아할까..?라고 의문이 들 정도로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구석진 코트에서 혼자 운동을 했다. 이 운동이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었지만 혼자보다는 같이 즐기는 게 더 즐겁고 좋을텐데..그들과 나의 실력은 천지차이였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어울리기위해서 곁눈질로 플레이를 보고 똑같이 따라서도 해보고 그리고 내 나름대로 연구도 해보았다.

하지만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해서라도 그들과 어울려야하는 지 회의감도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는 자꾸만 벌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그 녀석'이 왔다. 이 시간대에는 내 또래가 전혀 없었는데 나와 똑같은 나이의 남자아이가 들어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여자같이 기르고 얼굴도 가린 이상한 애였다. 그리고 그 아이의 주변에서는 검은기운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그래..첫 인상은 한마디로 '폐인'이었다. 너무나도 이미지가 꽝이었다.

"안녕"

그래도 내 또래의 아이가 들어왔다. 그것을 위안삼아 악수를 건넸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나의 인사를 묵묵히 받아주었다. 뭐야..나를 모르는 거야? 에이 설마..

그 설마가 맞았다. 기다려봐도 그는 전혀 나에대해서 모르는 것 같았다. 행여 관심을 받으려고 괜히 모르는 척하는 건가하고 생각해봐도 아닌 것 같았다. 혹시 연예인 연세희가 아니냐는 그런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그는 라켓가방에서 라켓을 꺼내 운동준비만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신입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대환영. 그리고 알게모르게 8년을 쳤다는 말에 라이벌의식이 생긴 것 같았다. 전부 다 착한사람들이긴 해도 승부욕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에 가장 잘치던 동석이아저씨가 그 아이에게 게임신청을 했다. 평소에 혼자치면서 다른 사람들과 치면 시시해하던 아저씨가 흥미가 생겼나보았다. 그 아이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 승부신청을 받아주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8년 쳤다고 허세부린 것이 아니냐라고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그것을 내비치지는 않았지만)그리고 게임 초반에 그것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그런데 그 생각을 단숨에 수정해버려야했다. 그는 정말로 아저씨와 동수 아니 그 이상을 이루며 게임에 임했던 것이다. 대접전을 벌인 끝에 그 아이가 승리를 했을 때 놀랐다. 정말로 당혹스러웠고 놀라워서 나는 입이 닫혀지지가 않았다. 정말로 이겨버렸어...

나는 그것이 기회다라고 생각했다.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기회. 마땅한 선생님이 없던 나에게 선생님이 절로 굴러들어온 것이다. 나는 서서히 그를 꼬시기(?)시작했다. 일단 말을 나누면서 친해지고 그 후에 그에게 스쿼시를 제대로 배워보고자하였다.

결과는 성공. 그는 흔쾌히 나를 가르치기로 하였다. 이제 그들과 겨루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하지만 기본기가 중요하다며 나를 다그치고 있었다. 나는 빨리 겨루어야되는데..곧 있으면 다시 활동이 시작되고 어찌보면 다시는 이 곳에 올 수 없는데..나도 여태까지 숨겨놓았던 성격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여태까지 쌓아놓았던 스트레스때문에 나는 이틀밖에 만나지 않은 그에게 성질을 냈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그는 괜찮다면서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혹시 첫눈에 반해서 화를 내지 않는 건가...?

이런 공주병적인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분명히 기분 나쁠 것이 분명한데도..

그리고 나는 학교에 돌아왔다. 모처럼 휴식기이고 학업에도 시간을 내어야했기때문에 복학을 하게 되었다. 1학년 때에도 몇 개월을 했지만 바로 활동을 하느라 접어버린 학교를 다시 등교했다. 내가 배정받은 반은 2-C반. 문을 열면 아이들은 어떻게 나를 대해줄까..?

문 뒤에서 여자아이라는 목소리에 남자아이들의 열광소리가 복도까지 울렸다. 똑같아..남자들이란..

내가 예상했던 대로 문을 열고 들어오자 모두 아이들이 멍하니 나를 보고 있었다. 후훗.

놀랄 만도 하지... TV에만 나오던 내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스쿼시에서 나를 가르치던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도 내가 이 곳에 온 것에 대해 상당히 놀랬나보다.

선생님의 조회시간이 끝난 다음에 나에게 몰려드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나에게 온갖질문을 해서 귀찮긴 하였지만 이미지 관리..이미지 관리..반면에 그는 나에게 전혀 관심이없다는 듯 바로 엎드려 자버렸다. 뭐야..나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

엎드려 자고 있는 그에게 나는 조금 화가 났다. 아는 척이라도 해주면 어디 덧나? 그래서 나는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원래는 조금만 괴롭히려고 했는데 재미가 들어버려서..그는 결국에 참다못해 화를 냈다. 당연하지..화가 나라고 이러는 건데..이럴 때는 조금 우는 연기를 해주면 당연히 주변에서 욕을 할 게 분명하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나를 울린다고 구박하는 것은 확실. 그 생각에 나는 눈물을 흘리며 연기를 하고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부글부글 속이 끓어오를 테고..

또 염장의 끝으로 학교안내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살짝 연기를 해서 부탁한다면 그도 나에게 엄청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안내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학교안내를 해주었다. 덕분에 그도 나도 밥을 못 먹었다.(사실 그렇게 배고프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전에 그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은 진짜로 전혀 나에 대해서 몰랐다면서..내가 연예인이건 말건 상관이 없다면서..나와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학교안내를 해준 것이라고..

무엇보다도 자신은 '연예인 연세희'가 아니라 '평범한 연세희'라는 존재를 알게되었다고..

그래서 조금은 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녀석..이런 면도 있었구나..하고..음침하고 폐인같지만 그가 쿨한 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연예인을 대하듯이 대우받는 것을 바래? 아니면 평범한 사람을 대하듯이 대우받는 것을 바래?'

나는 그 질문을 듣고 고심했다. 나는...어떤 모습으로 대우받기를 원했던 것일까..?

그가 학교안내를 해준 이후 5교시 쉬는 시간에 어딘가로 빠져나가고 조금있다가 돌아왔다. 매점갔다왔나..? 그래도 정말로 배고파하면서 책상에 뻗었다. 물론 내버려둘 내가 아니었지만..남은 시간 내내 그를 괴롭혔다.

나..사디스트인가..? 왜 이렇게 재밌지...?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어도 나를 안내해주고..그리고 나 때문에 배고파하고..그래서 그한테 밥 한끼 사줄까하고 같이 밥먹으러가자고 맛있는 음식 얘기를 해도 그는 들은 척도 안해서 나는 또다시 성질을 부렸다. 이 녀석때문에 내 성깔 다 나오는 것 같아..막 퍽!하고 약간의 폭력과 협박에 굴해서 마지못해 허락한 그였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왜 이렇게 튕겨? 결국엔 갈 거면서..

그렇다고해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은 극히 적었다. 그래서 패스트푸드점에 같이 갔다.패스트푸드점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깜빡하고..나는 그곳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때문에 또다시 시달려야했다. 나는 물론 그들에게 일일이 반갑게 인사를 해야했지만.

그 때 매니저오빠가 들이닥쳤다. 나로써도 정말 당황하였다. 그리고 화보촬영을 펑크냈다면서 그의 얼굴을 때렸다. 주변사람들은 모두 이 광경에 침묵하고 있었고 나는 그에게 너무 미안해져서 그를 감싸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이후 나와 그는 급속도로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미안해져서 섣불리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반 아이들에게는 모두 내 잘못이라고 얘기를 해놓고 나는 조용히 있기로 하였다. 내가 조용해지자 반 아이들도 나에게 귀찮게 다가오지 않았다.하지만 그들과 같이 어울리고 싶었다. 연예인으로서의 특별취급이 아니라 평범하게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시간이 갈 수록 그들과 어울릴 수 없는 기회는 자꾸만 줄어들었고1학년 때와 똑같이 나는 혼자 학교생활을 보내야했다.

그리고 매니저와 소속사는 그런 사건 때문에 모든 것이 틀어졌다면서 나를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점점 등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인터넷 기사에서는 기자들이 나를 욕하는 기사가 올라가고 있었고 이때다 싶어 악플러들이 나에게 비난의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도일일이 인터뷰와 프로그램에 응해야했다. 갈수록 나의 시간은 줄어만갔다. 스쿼시에서 운동을 즐길 수도 없었다. 그와 만날 수도 없었다.

전보다 더욱 더 많이 힘들다. 당장에라도 자살을 하고 싶었다. 이딴 생활 모두 때려치우고훌훌 털어버리고..

오랜만에 등교한 금요일. 나는 반 친구들의 환영을 받으며 모처럼 교실에 들어왔다.

정작 환영을 받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그래..나를 보기 싫은 것도 당연하겠지..

3교시가 끝나고 매니저의 호출에 나는 바로 조퇴를 하였다. 또다시 촬영을 하러 가야되었나보다. 나는 반응도 없을 그에게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왔다. 그러나 정문으로 나서려고 했을 때 나의 이름을 부르며 그가 갑자기 나왔다. 반가웠다. 앞으로 대화도 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 그는 나에게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 않았나보다. 웃으며 그를 반기려고 하였지만..매니저가 그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계속..계속 그를 때리며 사람에게 얘기하지 말아야할 폭언을 수 없이 쏟아내었다. 나는 또다시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를 보호해야하는 보디가드들이 나를 제지했다. 나 때문에 일이 이렇게 벌어졌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못 해..그러면 나는 그를 더 이상 볼 면목이 없어져..

'친구'를 잃어버리게 되고 말아..

그렇지만 결국 나는 그것을 막지 못했다. 끌려가다시피 밴에 태워졌다.

그래도 그에게 사과라도 해야겠다며 주말 토요일 밤의 시간을 내 멋대로 캔슬시켜버리고 그를 만나러 갔다. 그와 같이 돌아가던 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또 그를 만났다. 그는 오랜만이다라며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하였다.

맨 먼저 나는 그에게 사과를 하였다. 하지만 그는 되려 괜찮다고 자책할 필요 없다면서 나를 설득했다. 더 이상 위선을 부리지 말라며..나의 꿈이자 직업인 연예인이라는 것을 그만두라는 말투로 마치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그의 그러한 태도에 나는 상처를 받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나는 그저 사과를 하려고 왔을 뿐인데..

눈물이 났다. 너무나 서러웠다. 아무리 그를 때려도 때려도 서러운 감정이 풀리지 않았다.그에게 서운했다. 친구라면..그저 나를 따뜻하게 받아주었으면 했었는데..내가 연예인이든지 말든지 상관 안 한다면서..그가 사과를 했어도 나는 전혀 받아주지 않았다. 나답지 않게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버려서 휙하고 떠나버렸다.

그의 말이 모두 옳다라고 여기고 있지만..지금은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이럴 때 존재하는 것이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를 찾아왔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내일은 나의 MC데뷔하는 날. 축하메시지라도 받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걸 얘기할 것도 없이 나는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내가 너무 심했나…'

다음 날에 계속 자꾸만 내가 너무 심했다는 생각에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머리를 스스로꽁하고 때리며 자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 나는 또 바쁘게 연예계활동을 하느라 그를 보지 못하였다. 그에게는 온통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그래서 MC데뷔라는 즐거운 일에도 즐거워하지않고 온통 그런 생각에 쏠려있었다.

똑똑.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런 예민한 시기에..혹시 코디언니인가? 매니저 오빠인가? 나 혼자 밖에 없는 대기실에서..밖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보통이면 나를 부르지 않았는데..

"들어오세요"

의아한 감이 들었어도 나에게 용건이 있는 것 같아서 들어오라고 말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대기실의 문이 열렸다.

남자였다. 차림새를 보면 보디가드같은데..평소에 봐오던 보디가드들이 아니었다.

"연세희"

보디가드들이 입는 검정색 수트와 넥타이를 매고 그는 나를 알고 있다는 듯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얼굴을 보니 당장에라도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기나긴 머리에 잘 생긴 미남이었지만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있었고 그리고 그의 눈동자는...

마치 영혼을 잃어버린 듯한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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