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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Hypocr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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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꼬르륵..
배고프다. 점심시간 계속 연세희의 안내를 해주느라 밥을 먹지 못했다. 5교시를 쫄쫄 굶고 바로 빵과 우유를 사기위해서 부리나케 매점으로 튀어나갔다.
이제는 배고픔에서 해방이구나~
"학생. 빵 다 팔렸어"
빵이..다 팔렸다고...? 아니야..그럴 수가 없어..빵이 몇 십개인데...어떻게 하루 안에..
"어째서 빵이 다 팔려나가요?"
"오늘 점심밥 맛 없다면서 매점으로 막 들어오던데?"
"그럼 우유는요?"
"우유도 다 팔렸어"
허..허...오늘 참 일진 안 좋다 진짜..이 나에게 닥친 시련 모두가 연세희가 꾸민 음모 같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매점에서 교실로 돌아가며 아그작아그작 과자를 한 움큼 씹어먹고 음료수 한 모금 벌컥하며 주린 배를 채웠다.
겨우 이런 걸로 배고픔이 채워질 순 없었지만은..
비틀비틀거리며 배고픔과 피로에 지쳐 교실에 돌아오자마자 책상에 뻗어버렸다. 지쳐버렸다..새벽의 잠 못잔 피로도 학교를 돌아다니라 쌓인 피로도 무겁게 내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제..눈을 감으면 단잠에 빠지겠지...
꾸욱!!!!!!
"끄억!"
역시나 잠을 방해해주시는 내 옆자리의 연세희양. 이제 상대하기도 힘들어..나는 지그시 밟힌 발의 고통에도 대응할 수 없어 참으면서 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꼬집! 꾸욱!!!!!
이번엔 콤보공격. 참자..참자..참아야 복이 있나니..눈만 감으면..그런데 옆구리가 얼얼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얼마나 세게 꼬집었는지, 자꾸 욱씬욱씬 옆구리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나는 살짝 고개를 들고 옆을 쳐다보니 싱글벙글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마치 내가 겪고있는 고통을 즐기고 있다는 듯. 이 녀석 정말 연예인 맞아?
나는 결국 5교시 쉬는 시간 6교시 6교시 쉬는 시간 7교시 모두 잠을 잘 수 없었다. 엎드리기만 하면 찾아오는 공격에 나는 두 손 두 발 모두 들었다.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에휴..
7교시 종료를 알리는 종 소리와 담임의 종례시간이 끝난 방과 후, 나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힘 없이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정우야~"
내 옆에선 친근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반응하지 말자..이제는 너무 배고파서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배고파?"
당연히 배고프지.
"…"
나는 그녀를 무시하고 중심을 못 잡고 비틀비틀거리며 교실 뒷문을 나섰다. 집에만 가면 먹을 수 있다..먹을 수 있어..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음을 옮겼다. 너무나 지쳐버렸다.
"같이 뭐 먹으러 갈래? 나도 배고프다…"
어째..? 선심쓰듯이 말하고 있다..? 또 무슨 음모를 꾸미려고 나를 꼬시는 거야? 나는 내 갈 길 가련다..
"정우야~?"
나의 옆에 따라붙으며 병 주고 약 주는 그녀. 내버려둬..그냥 집에 편안히 돌아가게..
"…"
나는 말 없이 계단을 내려가고있는데 쫄랑쫄랑 따라붙는 그녀. 비싼 거 먹으러 가자면서 요리를 내가 군침돌게끔 실감나게 설명하며 사람 염장지르고 있었다. 누구때문에 밥을 못 먹은 건데..
"헤에…정우야? 나 진짜로 사주려고 하는데…"
네가 사주든지 말든지 내가 불안해서 그래.
나는 절대로 유혹에 굴하지 않겠다면서 정문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하지만 연세희 이 녀석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나의 옆에 따라붙어서 말을 계속 걸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역시 아니꼬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분명히 연세희가 왜 저딴 놈이랑 같이 가냐느니 저 녀석 주변엔 왜 미소녀들이 들끓냐느니 이제는 예상 발언들까지 척척 추리해낼 수 있었다. 오랫동안 욕을 먹다보니까 이런 예상쯤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나와 그녀는 계속 걷고있었다. 우리 집 방향으로..점점 사람이 없어지게 되자 본색을 드러내는 그녀.
퍽!!!!!
고도의 회전을 담은 펀치가 나를 가격했다. 으..민정이보다 쎈 데?
"야! 박정우!!! 사람 말 개 같이 알아듣냐!!!!"
꾸욱!! 꼬집!! 퍼퍼퍼퍽!!!
드디어 열이 받친 듯 나를 정말로 개 패듯이 팼다. 어디서 이런 괴력이 나오는 건지 나를 수십 대 때려도 전혀 지쳐보이지 않았다. 나야 맷집이 강했으니까 이런 것을 허..허..하고..
털어넘길 수 있을 거 같냐!!! 진짜로 아프네!!!!
"그만!!!!!!"
보다못해 나는 소리를 질렀다.
"이제야 말하네"
"너야말로 계속 붙어있다가 사람없어지니까 왜 때려?"
"네가 내 말 계속 씹고있었잖아"
"배고픈데 말이 나오겠냐?"
"지금 말 나오고 있잖아!!!!"
퍽!!!!!!
또다시 회전을 먹인 스크류펀치 작렬. 정확하게 내 복부에 틀어맞았다. 끄억...
"콜록! 콜록! 뭔 짓이야!!!!"
"배고파서 말이 안나온다면서 소리를 지르는 건 또 뭐야?"
"네가 소리 지르게 만들잖아!!!!"
"너야말로 왜 사람 성의를 무시하고 있는건데?"
"너가 제대로 나한테 성의를 보여줄 리가 있겠냐?"
퍽!!!!!
"끄헉..잘못했어요.."
"내가 밥 같이 먹으러 가자는데 뭐 불만있어?"
불만이야 아주 많지..그런데 말했다가는 또다시 스크류펀치가..
"…됐어 집에가서 밥 먹을테니까"
"그냥 밥 같이 먹자는데 오지?"
"그게 같이 밥 먹자는 사람의 태도냐?"
"나야 상냥하게 계속 물었지. 그런데 네가 무시하고 이렇게 만들었잖아?"
"…성의는 고마운데, 나는 집에 돌아가서 밥 먹으련다…"
"그.냥.오.지?"
또박또박 스타카토로 끊어서 말하는 그녀의 살기어린 말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
"진작 그럴 것이지"
그녀를 따라 도착한 곳은 패스트푸드점이었다. 뭐야..지가 비싼 거 사주겠다고 요리를 주절주절 열심히 떠들더니만 결국 가는 곳은 패스트푸드점?
"햄버거 뭐 먹을래?"
사람들이 모여있자 다시 착한 모습으로 바꾸고는 상냥하게 묻는 그녀.
"어이. 사람들이 너 알아보지 않아?"
"괜찮아. 상관없어"
상관이 없을 리가 있겠냐. 지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는데.
"연세희 아냐?"
"진짜? 진짜다!"
"세희양이 어떻게 패스트푸드점에? 그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지?"
"설마…남자친구?"
이거 어째 불길하다. 이번엔 핵폭탄급 오해인 것 같았다.
"그냥 친구 아닐까?"
"그렇겠지. 저렇게 음침하게 생겼는데 남자친구 일리가..그냥 친구겠지.."
하..하..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왜 이렇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걸 까요..
"연세희 맞죠?"
"네"
"저기…싸인 좀…"
패스트푸드에서 일하던 알바직원이 어느 새 종이와 펜을 들고와 사인요청. 이 녀석 정말로 인기 많구나..주변에서도 종이와 펜을 구하려고 난리였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내가 앉은 곳으로 몰려들었다. 저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저장해두고 전화로 연세희 봤다면서 난리를 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모두 패스트푸드점으로 몰리는 듯 싶었다. 하필이면 도심 한 복판. 사람들이 꽉꽉 몰려들어서 발 디딜 틈이 없다. 장난 아니다..
"햄버거도 못 먹을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사람 많은데 연세희의 옆자리를 앉아보겠다고 몸싸움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그녀는 웃으며 팬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나를 대할 때와 전혀 다른 '연예인'일 때의 그녀의 모습. 수 없이 많은 플래시에 미소지으며 팬들의 열렬한 환호성과 열기에 보답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내색하려 하지 않았지만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잠시 후에 검은 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주변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녀의 전속보디가드들인 듯 싶었다. 그리고 한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어?"
그 다가오던 남성의 목소리에 웃고있던 그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매니저…오빠?"
"이런 데서 뭐하고 있는거야!!! 스케줄 늦었잖아!!!"
성질을 내면서 그녀를 강제로 일으켜세우려고 했다. 저 자식....지금 사람이 많은 것도 모르고..갑자기 들어온 매니저에 시끄러웠던 주변 사람들이 일시에 가라앉았다.
"잠깐"
나는 주변 상황파악을 못하고 그녀에게 심한 행동을 하는 그 매니저의 팔을 나도 모르게 붙잡았다.
"너는 또 뭐야?"
이건 어디서 굴러온 놈이냐는 듯 눈을 심하게 내리깔고 상당히 화난 표정의 매니저.
주위 좌중들이 침묵했다. 매니저도 사람들도 그리고 그녀도 나에게로 모두 시선이 집중되었다.
"저는 이 녀석의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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