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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Hypocr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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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어했잖아?"
"그래도 해야 될 것 같아서"
"…?"
"어차피 교실에 돌아가봤자 애들한테 욕만 무진장 처먹을 뿐이고, 무엇보다 네가 길 안내를 해달라고 했잖아? 귀찮긴 하지만…"
"뭐야. 결국 싫다는 거 아냐? 아까 전에는 튕기는 거 아니었어?"
"튕기는 거라니…"
"…솔직히 너도 똑같은 사람인줄 알았어"
"…뭐가 똑같은데?"
"애들은 나를 그저 '연예인'이라해서 다가올 뿐이야.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야. 물론 친해지고 싶다는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건 누구나 한번 쯤은 연예인이랑 친해져보고 싶을 거 아냐? 그래서 나한테 순수하게 의도없이 다가오지 않아. 어디까지나 '연예인'으로서, '일반인'으로서'가 아니라"
"…그래서?"
"스쿼시에서 너를 봤을 때, 사실 '또 귀찮게 됐구나…'라고 생각했어. 나에 대해서 알고 있을테니까. 운동하러 이곳에 올 때도 처음에 못 알아보게 하려고 모자를 쓰고 고개를 푹 숙이며 들어왔어.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모자를 써도 그리고 모자를 벗고 얼굴을 드러내며 다녔을 때에도 사람들은 그저 아무것도 못봤다는 듯 휙하니 지나갔어. 몇몇 사람들은 알고있다는 눈치이지만 관심없어서 눈감아 줬고. 할아버지들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에 대해서 전혀 모르셨고 다만 이쁜 애가 들어왔다면서 나를 반겨줬어. 그래서 정말 편했어. 즐겁게 운동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자유로웠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모순이 되기 시작한거야"
"…모순?"
"못 알아봐줘서 너무나 고마웠어. 어디까지나 나를 평범한 소녀로 알고 있어서. 하지만 나는 '연예인'이야. 네가 한 말대로 사람들의 관심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일반인의 생활과 연예인의 생활 속에서의 '괴리감'이었던 것이었나..사람들이 몰라줬으면하고 바라고있었지만 속마음으로는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그런데 네가 들어온 거야. 거부감이 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반갑기도했어. 드디어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생기는 구나…하고 반갑게 손을 내밀었는데 그냥 아무 반응 없이 '나는 당신을 몰라요'라는 식으로 묵묵히 악수하는 널 보면서 조금 화가 나기도 했어. 어떻게 나를 봤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지?…아니 다시 생각해보니까 몰라주는 척하고 있거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정말로 이런 연예인을 만나서 놀랍고 두근거려서 그런가? 하고 조금 지켜보기로 했어. 예상대로 선뜻 스쿼시를 가르쳐주겠다는 말에 '그럼 그렇지…'했는데…정말로 나를…"
"얘기했지. 네가 연예인이건 뭐건 상관없다고"
"…그렇네…그렇다면…"
"…?"
"…지금처럼 계속 나를 대해줄 수 있어? 상관하지 않는다고 얘기했지만…"
"내가 알게모르게 너를 연예인을 대하는 것처럼 변해갈 것 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
"…너의 진심은 뭐냐?"
"진심…?"
"많은 사람들에게 연예인을 대하듯이 대우받는 것을 바래? 아니면 평범한 사람을 대하듯이 대우받는 것을 바래?"
"…평범한 사람"
"그렇다면 왜 소외감을 느끼는 거지? 그들은 분명히 연예인이라는 것을 몰라서 평범한 사람 취급했어. 그래서 고맙고 행복해야 했을 텐데 그들에게서 왜 자신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
"평볌한 사람처럼 대우받는 것을 원하면서도 속으로는 연예인처럼 관심을 받고 대우받는 것을 원했던 거 아니였어?"
"…!!"
"…너는 어디까지나 '연세희'라고. 연예인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도 아니야. 그저 '연세희'라고. 나는 평범한 사람처럼 대하는 것도 아니고 연예인처럼 대하는 것도 아니라 '연세희'라는 사람을 대하고 있는 거라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야. 네가 연예인이라서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만드는 것 뿐이야. 단지 '연세희'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싶어 했을 것이라고. 연예인으로서든 일반인으로서든 의도가 있든 없든 모두"
"…"
"나도 '연세희'라는 사람을 알아서 길 안내를 해주려는 거야. 아는 사이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돌아오는 사람이니까. 귀찮지만 그래도 아는 사이라서 해주는 것이라고"
"…"
"그래서 튕긴다니 뭐니 그런 말 하지마라. 거짓눈물이었지만 내가 너무 냉정하게 군 탓도 있고하니까."
"겨우 그런 걸로 안내해주는 거야? 사심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고?"
"내가 너 좋아하는 줄 아냐?"
"응. 친절히 스쿼시도 가르쳐주고 그리고 연예인이잖아?"
"…과대망상이구만"
"너가 이상한 거야. 아까 전에 듣기로는 여자친구가 있다고…그러면서도 나를 안내해주려는 거야?"
"그러면 다른 사람 부르든가"
"아니. 네가 안내해"
"뭐야?"
"안내해준다면서?"
"네가 나를 안 믿으니까 그렇지"
"뭘 믿는데?"
"내가 여자친구가 없는 거"
"정말로 없어?"
"그럼 진짜인 줄 알았냐? 애들이 하는 말 모두 거짓말이니까"
"하기야…저런 얼굴에 여자친구가 있을 리가…"
"네가 내 얼굴 봤냐?"
"아니. 하지만 폐인같이 얼굴 가리고 음침하게 입만 보여주잖아. 주변에 여자가 있을 리 있겠어? 당연히 없지"
"그런 걸 알면서도 여자친구가 있다고 믿는 거냐?"
"단체로 말하길래…저런 놈한테 여자친구가? 의외네… 하고 믿었지"
"에휴…"
이 놈의 오해는 정말로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구만. 뭐 여자친구가 맞긴 하지.. 그것도 '전'여자친구..깨진 지 오래된..정작 자신은 깨지지 않았다고 바득바득 우기고 있지만..
"그건 그렇고. 안내 안 해줘?"
"예…예…"
나와 그녀는 옥상에서 나가 계단을 내려가면서 학교 이곳 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라? 연세희 아냐?"
"진짜? 진짜 연세희네…"
"그런데 저 옆에 있는 놈 누구야?"
"머리를 가리고 있다면…박정우?"
"박정우가 왜 연세희랑 같이 걷고 있는 건데?"
"사귀나?"
"에이 그럴리가. 오늘 학교왔는데? 게다가 저 놈 여자친구 있잖아…"
"저 새끼…대체…"
"사귀고 있다라는 것보다는 친하다는 느낌 같은데…"
"대체 저 녀석은 미소녀들 몇 명이랑 친한거야?"
"저 자식…이 학교에 온 지 별로 안된 연세희양한테…감히…"
물론 우리들을 본 주변 녀석들의 수군거림은 돌아다닐 때마다 있었지만 말이다.
나는 학교시설들을 안내했다. 우리 학교는 무진장 넓어서 신입생들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허다했다. 그래서 학교 곳곳에 지도판이 있었다. 솔직히 이 지도판 보면서 따라가면 되는데 왜 학교를 궂이 안내해달라고 하는 건지..
게다가 그녀는 다른사람이 있을 때 나를 대하는 태도가 싹 바뀌었다. 정말로 착하고 순수하다는 듯이..물론 연예인의 이미지관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그것을 보면서 얼마나 욕지기가 올라왔는지..
결국 나도 그녀도 점심을 먹지 못하고 계속 학교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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