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64화 (6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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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Hypocrisy

'너는 내 상대가 안돼'

라고 그녀는 나에게 말해주려는 듯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체 그녀는 나한테 이렇게 짓궃게 구는 걸까. 나는 그녀가 스쿼시를 치고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빼면 나는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나와 10년지기 친구라도 되는 듯 친근하게 할 수있는 것일까?

결국 나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나를 보고 반가워서 그런 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우야…"

같은 반 놈들앞에서 우는 연기를 아주 실감나게 해주시더니 눈물을 그치는 척 하며 얼굴을 닦고 나를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불렀다.

이거 완전 여우야 여우..

"후…"

반 애들이 째려보고 있다. 아직도 용서가 안되서 쏘아붙이는 살기. 어이쿠 무서워라.

"학교 안내… 해줄 수 있어…? 염치없지만…네 잠 방해했지만…그래도 그나마 아는 사람이 너 밖에 없어서…"

'필살! 초롱초롱 눈빛'은 지현누나 고유스킬 인 줄 알았는데..예쁜 여자들은 다 하는건가 이거..웃으며 아무도 모르게 발을 지그시 밟던 그 악녀는 어디가고 단지 친구에게 길 안내를 부탁하려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으로 탈바꿈되었다.

"저런 녀석보다 내가 해 줄게"

"아니야 저 녀석 길치야 내가 안내해줄게"

"내가 할 거다!!"

"무슨소리! 불순한 남자애들이 안내하면 안돼. 우리들이 안내해줄게"

"…고마워"

"그래도 저런 녀석한테 안내를 받는 것보다는…차라리…"

"세희양 그런데 저 녀석이랑 아는 사이야?"

"…으응…조금 알아…"

"저 부러운 자식…우리들보다 먼저 세희양을 알고 지내다니…"

"알고지내는 사이인데도 그렇게 세희한테 소리지른거야? 정말 최악…"

니네들이 내 상황 겪어보지? 소리 안 지르게 생겼나..그건 그렇고 반 애들이 안내해준다면 그냥 안내 받을 것이지 왜 나한테 안내해달라고 그래? 얼마든지 해줄 놈들이 여기 깔렸구만..고작 안내부탁하려고 낮잠 자는 사람 깨우고 괴롭히고..그리고...

이보슈? 언제부터 같은 반 애들한테 가련한 소녀인척 구는거야?

"…아니야 내가 잘못한 일인걸…"

"세희 그냥 저 자식 깨우는 것 밖에 더 했어? 민감하게 반응한 저 놈이 문제야…세희는 아무 잘못도 없어…"

"그게 아니라…"

"맞아! 세희양! 저 녀석은 원래…흡!"

"아까 전에 위험했다고…"

"그러게…"

"…?"

"세희양 아무 것도 아니야!! 세희양 길 잘 모르지? 우리가 가르쳐줄게"

저 녀석 끝까지 자기가 잘못했다하고선 결국 욕은 내가 다 처먹는 고도의 스킬을 쓰네..

그래..내가 나쁜 놈이다 나쁜 놈. 에휴..팔자가 그렇지 뭐..

"어이 박정우"

"…왜 부르냐"

"너가 책임져야지?"

"뭘?"

"세희양 학교 안내"

"니네들이 하겠다고 자원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나한테 덤터기 씌우냐?"

"세희양 아직 학교적응 안됐고…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들러붙어봤자 세희양은 정작 너가 해주길 원하고 있는 눈치고…그리고 울렸잖아?"

그건 사기눈물이라고.. 속지마라 제발..알고보면 나도 피해자야 피해자!!!

"…젠장"

"어쩔 수 없지만…아무래도 저 녀석이 해야되겠지? 세희가 우리한테 부탁한 것도 아니고…"

"세희양 울린 것은 아직도 용서할 수 없지만…후…어쩔 수 없지…어이 시체"

"알았어 알았다고..하면 될 거아냐?"

"원래 하려고 했으면서 튕기기는…"

...연세희 네가 말했지? 다 들리거든..?

"그것보다! 먼저 세희 울린 거 사과해!"

뭔 사과. 오히려 내가 사과받아야 된다고. 후…귀찮다…그런데 사과안하고 뻐기면 이번에 왠지 단체구타로 이어질 듯한 느낌이..게다가 둘러싸여있어서..

"홧김에 소리질러서 미안하다. 내가 잠잘 때는 예민해서 그래"

"으응…내 생각만 했어…학교 오랜만에 왔는데 그나마 친하게 지냈던 애가 너 밖에 없어서…괜히 반가운 마음에…"

...젠장..내가 왜 사과해야 되는 거야..그리고 사람 염장지르게도 정말로 미안하다는 얼굴로 오히려 자신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그녀..사과를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이거 비웃는 거지? 비웃는 거 맞지?

"…따라와"

나는 뒷문을 나섰다. 그녀도 나의 뒤를 따라나섰다.

나는 먼저 옥상으로 가려고 했다. 그동안 쌓인 울분을 토해내기 위해서랄까..? 왜 오자마자 나를 귀찮게 구는지..그런 것을 따지기 위해서 그녀를 옥상으로 데리고 갔다. 계단으로 올라가 옥상열쇠로 문을 열고 문을 잠갔다. 물론 그녀도 옥상인 것을 알면서도 나를 조용히 따라왔다.

"…어이 연세희"

"응? 말해"

이제야 본 모습으로 돌아오셨구만..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일단…원래 이 학교 학생이었냐?"

"당연하지 한 4개월? 그 정도밖에 있지 못했지만 엄연히 여기 학생이야"

"그래서 그 때…내가 한국고라는 소리에…"

"나도 놀랐어. 너라는 존재는 전혀 몰랐거든."

당연하죠. 저의 스텔스능력은 꽤 하거든요..아니, 이런 말 할때가 아니잖아!!

"너…오자마자 나한테 왜 그러냐?"

"그야 반가우니까"

참 대답하나 쌈박하다. 스쿼시에서만 만나다가 학교에서 만나니 반가울 수도...전혀 그럴 리가 없다. 저 녀석의 성격을 봐서는..

"1학년 때부터 알던 애들도 있을 거 아냐?"

"당연히 알고 있지. 하지만 '알고 있을 뿐'이야"

"친하게 지냈던 녀석한테 부탁하면 될 것 가지고 아니면 다들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데 왜 나한테 안내를 해달라고 해?"

"번거로우니까"

"뭐가 번거로워. 오랜만에 나왔는데 너도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을 꺼 아냐?"

"별로…어차피 오래가지도 않아…"

"뭐…?"

"그 녀석들은…나를 그저 '연예인 연세희'로 알 뿐이니까…"

"…지금 뭔 소리하고 있는 거냐?"

"그냥 번거롭다고. 차라리 전에서부터 나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이 더 편하니까 너한테 길 안내 부탁했어. 그게 뭐 잘못했어?"

"어이어이. 나는 아침부터 계속 학교에서 잔다고?"

"몰랐으니까 내가 깨운 거 아냐?"

"…그렇지"

"그냥 하도 일어나지 않길래 건드렸을 뿐이야."

"…그게 건드린 거냐…"

"아프지도 않았을 거 아냐?"

"…네가 당해볼래?"

"그건 사양이네요~내 몸이 얼마인데…"

"후…"

"놀랐어? 이 학교에 전학오고. 그리고 우연히 같이 스쿼시를 치는 애가 연예인일줄은?"

"어"

"나도 의외였어. 너는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미안하지만 tv를 안 보거든?"

"맞다! 너 가난했지…"

"전혀"

"그런데…연예인이라고 해도…아무렇지 않아?"

"뭐가"

"연예인이면…뭐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처럼 보잖아"

"글쎄…나는 '연예인'이라는 족속들을 몰라서 말야."

"이제 알았잖아? 내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네가 연예인이건 말건 뭔 상관이야"

"…!!"

"어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네가 그랬지? 스쿼시의 사람들은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아서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알아봐주지 않는다고…그래서 소외감을 느낀다고…그래… 내가 듣기로는 연예인이라면 관심을 먹고 살아간다는 것이라지만…"

"…?"

"스쿼시에서 본 너는 그저 아저씨 아줌마들이랑 게임을 해서 이기고 싶어했어"

"…"

"네가 연예인이건 말건 내 알 바아니야. 네가 연예인이라서 길 안내 해주는 줄 알아? 네가 연예인이라서 특별히 스쿼시 가르쳐 줬어? 착각하지마. 나는 단지 우연히 스쿼시를 치다 '너'라는 존재를 알았을 뿐이야. 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은 내가 스쿼시에서 알고 지내다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 뿐이야. 단순히 네 명성이니 사회적 지위니 그런 걸로 접근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사실..그런 것도 여태까지 몰랐지만.."

"…"

"가자"

"…어딜?"

"길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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