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63화 (6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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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Hypocr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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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졸지에 가난뱅이가 되어버렸다. 옷이 후줄근하고 연세희가 tv에 나오는 것을 모른다고 가난뱅이 취급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것 없어. 전혀 나라에서 장학금도 안 주고 무엇보다 나라에서 돈을 얻을 만큼 나는 가난하지도 않아."

"그러면 옷이 왜 그런데? 그리고 연세희에 대해서 왜 모르는데?"

"옷 사기 귀찮으니까. 또 tv는 있지만 잘 안보니까 그렇지…그러니까 저 녀석이 대체 뭔데 그래? 벌써 이거 몇 번째 질문하는지 원…"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미연시만 줄창하고 있는 놈한테 멋 부리는 것은 사치이고 그리고 2D 미소녀의 세계에만 관심이 있지 3D의 소녀는 전혀 별개의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다.(지현누나는 예외다. 솔직히 내가 봐도 너무 이쁘다.)그러니까 TV속에서 나오든지 말든지 내가 알 리가 없지 않은가?

"정말 모르는 것 같으니 알려주지! 우리 연세희양은 말이야…"

이 반에 들어온지 몇 시간이 지났다고 벌써부터 '우리'인거냐..

"가수라고"

"가수?"

"게다가 아이돌! 우리 남학생들은 당연히 열광하지! 아이돌이 우리반에 왔는데…그것도 유명여자그룹의 일원…"

한 마디로 '연예인'이라는 것인가..저 녀석은..

'여기는 나를 알아봐주지 않아서 좋지만…그래도 너무 알아봐주지 않아…'

'나는 정말로 배워보고 싶지만…할 틈이 없어…주말 저녁도…내가 강제로…'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이군. '연예인'이라서 스쿼시를 제대로 배워 볼 시간도 없고 그것도 겨우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었군..

그녀의 책상에서는 2교시 쉬는 시간에도 3교시 쉬는 시간에도 여전히 몰려오는 2학년 놈들 때문에 와글와글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려고 해도 누군가의 방해때문에 전혀 잠을 잘 수 없었다. 선생들은 문화제 준비기간부터 눈에 띄게 잠을 자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이 태도로 계속 잠을 자지 말라고 수업시간마다 당부를 했다.

이래저래 모두 옆에 있는 이 새로 들어온 불청객덕분에 나에게는 평온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잠 좀자자 제발!!!!!

점심시간, 반에는 여자애들이 조잘조잘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남자아이들 대부분은 밥 받으러 식당에 갔거나 학교 운동장으로 갔을 것이다. 몇몇 남자애들도 여자애들 틈에 껴서 수다를 떨거나 5교시때 제출해야하는 숙제를 안 해서 이 여유시간을 이용해 해결하려는 놈들도 있었다. 나는 물론 비몽사몽한 채로 있었지 뭐..

이제 나는 잠을 잘수 있다는 해방감에 들떠있었다. 설마 지금와서도 방해를 하진 않겠지..하고..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꾸욱!!!!

"끄윽!!!"

누군가가 나의 발을 세게 짓밟았다. 보나마나 연세희 이 녀석이다. 진짜..쉬는 시간때 애들이랑 얘기하는 것을 보면 무슨 청순가련형의 순수한 여자아이로 해맑고 착하게 보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예외였다. 구두의 뒷부분으로 보기좋게 짓밟는 것을 보면 어떻게 안면을 확바꾸고 나에게 이럴 수 있는지 정말로 궁금했다.

"정우야~"

순수한 의도로 그저 불쌍하게 소외된 친구를 부르는 것으로 들릴 지 모른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웃으면서 한편으로는 내 발을 구두로 계속 누르고 있었다. 마녀같은 자식..젠장..

나는 아파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저 애 왠일이야?"

"그러니까 연세희의 부름에 왜 일어나는 거지?"

"첫 눈에 반하는 거 아냐?"

"에엑~?? 저 애 여자친구 있잖아."

"그것도 정시하를 말이야…설마…양다리?"

"에이 설마…저 애가 그러겠어? 음침하게 생겼지만은 그래도 조용한 애인데…"

"조용한 애가 더 무서운 법이야…더군다나 '그 사…'…아… 이거. 금지어였지 우리 반의"

"무엇보다 저 애가 양다리 걸 재주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여자애랑 잘 대화도 하지도 않고 그냥 맨날 자고…연극 때 연기 잘하긴 하지만…"

"그래도 매력있지 않아? 악역연기할 때도 포스 있고…"

"너 취향 참 독특하다?"

"아니 그냥 매력이 있다는 거지. 남자애들은 다 얼굴까고 보이는데 유일하게 저 애 얼굴은 모르잖아? 그 누구도."

"화상이 있어서 얼굴이 흉측하겠지만…"

"오페라의 유령같은 걸까? 어쨋든 그런 숨겨진 매력같은 거"

"…할 말이 없다…그냥 맘대로 생각하세요…뭐라 안할테니까…"

"그런데 연세희랑 아는 사이 같은데…"

"은근히 인맥이 있는 건가?"

주위 여자애들이 수군수군하는 것을 들으며 나는 멍하니 목소리의 주인을 보고 있었다.

"졸려?"

상큼하게 웃는 그녀. 아주 염장을 지른다 아주..

"…"

무시하자. 제발 좀 자게 내버려둬라. 응? 졸려 죽겠단 말야..나는 무시하고 바로 책상에 엎드렸다.

"정우야?"

하면서 가까이 나한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으..불길한데..? 또 뭐를 하려고..?

"정우야…일어나…"

한 손으로는 나를 깨우려고 흔들면서 한 손으로는 옆구리를 세게 꼬집고 있었다. 이 자식은 절대로 내가 자는 것을 용납못하는가 보다. 아놔..

"…제발 잠 좀 자자!!"

분노의 외침. 나는 결국 참다못해 폭발해서 일어나 교실 한 복판에서 소리를 질렀다. 주위 사람들 이 큰 목소리에 모두 깜짝 놀라서 누가 소리를 질렀는지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정우…화 났어?"

아니 이건 또 뭐다냐? 왜 갑자기 울어 이 녀석은..

"흑…흑…괜히 나때문에…"

가식의 끝을 달리는 그녀.  울고 있는 척하며 나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쁜 놈으로 만들어렸다. 결국 나는 또 졸지에 여자를 울린 나쁜 녀석이 되어버렸다.

"저 녀석! 울렸어! 그것도 연세희를!!"

"우리의 아이돌을!!!"

일부 남아있던 남자 놈들이 화났다.

"여자를 울리다니…최악!!!"

"매력있다는 거 취소. 정말로 최악의 남자야 저 놈은…"

"진짜 쓰레기구만…"

하하..심지어 쓰레기같은 놈이란다..허허..연세희양..정말로 무서운 사람이군요..

"세희야 괜찮아?"

"세희양? 괜찮으세요?"

"겨우 저런 녀석 때문에 울지마…"

주위 사람들의 위로를 받으며 더더욱 흐르는 눈물을 닦는 그녀.

"사실…훌쩍…옆자리에 있어서…게다가 오늘 학교 오랜만에 왔는데…훌쩍…어디가 어디인지 잘 몰라서…물으려고 하는데…잠을 못잤다면서…훌쩍…"

"이…이…자식 죽여버리겠어!!!!"

"감히 연세희양을 울리다니…척결!"

"척결!"

"척결!"

어이 이놈들아 너네들은 지현누나 광신도들 아니었어? 왜 갑자기 노선을 갈아타? 그리고 우리 반 님들? 저는 정말 억울하거든요? 제발 저 여자 말좀 믿지 말라고요..

하아..이런 말 해봐도 소용이 없겠지..게다가 훌쩍거리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꼴 좋다는 듯 자그마한 미소가 그려져있었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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